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38
738화 규정을 이용해 먹다
한발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사방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십만 리 넘는 땅이 한발에 의해 폭염이 쏟아지는 사막, 즉 현재의 사해황막으로 변해버렸다.
당시 한발이 황무지 사막으로 만들어버린 땅은 하필 윤전사가 한참 뿌리를 내리고 발전하고 있던 땅이다.
오랜 시간 차지하고 있던 땅이 황무지가 된 모습을 본 윤전사의 승려들은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싸우기로 결정했다.
치열한 싸움 끝에 결국 한발은 쓰러졌다.
그러나 그는 결코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생각이 없었다.
한발은 죽기 직전 온 힘을 끌어모아 그나마 남아있던 비옥한 땅을 전부 황무지 사막으로 만들어버렸다.
심지어 천지에 변화를 일으켜 사해황막 전체를 시신들이 요족으로 만들어질 만한 최적의 환경으로 만들어버렸다.
윤전사에서 편하게 뿌리를 내릴 수 없도록 나름의 수를 쓴 것이다.
어쨌든 한발의 정혈은 당시의 싸움 끝에 윤전사에서 손에 넣게 되어 지금까지도 사찰 내 금지에 보관하고 있던 물건이다.
시골맥이 먼저 도발을 하지 않았다면 윤전사에서도 한발의 정혈까지 꺼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도발을 한 이상 윤전사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시골맥에게 큰 출혈을 입혀야만 했다.
그래야 불골금신을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을 테니까.
한발의 정혈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윤전사의 젊은 승려는 시골맥 요족들이 먼저 나서기도 전에 입찰을 외치며 가격을 불렀다.
무려 시작가에 열 배나 되는 금액이었다.
시골맥 요족들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윤전사 쪽을 바라보았다.
젊은 승려가 인자한 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가볍게 숙여 그들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젊은 승려의 허리보다 더 두꺼운 팔뚝을 가진 덩치 큰 승려들이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시골맥 요족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칠품 영석 일천이백 개 나왔습니다. 더 입찰하실 분 계십니까?”
온우백이 큰소리로 물었다.
상당히 살벌한 분위기였으나 싸움이 날까 염려할 필요는 없었다.
뒤에서 묵양이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천!”
온우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골맥 사람 중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외쳤다.
“사천.”
젊은 승려는 덤덤한 표정으로 손을 들고 외쳤다.
“오천!”
“일만.”
“…….”
시골맥 요족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젊은 승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가격을 더 높게 부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두 세력이 다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어느덧 가격이 일만구천 개를 넘어가자 시골맥 요족들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었다.
시골맥의 한 요족이 벌떡 일어나 눈알을 부라리며 온우백에게 소리쳤다.
“당신네 선장은 어디 있는 게요? 선장을 불러오시오. 한발의 정혈은 누가 봐도 저 대머리 녀석들이 내놓은 물건인데.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란 말이오? 이런 식으로 고의로 가격을 조작하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이오? 경매에서 고의로 가격을 조작하는 행위는 금지되어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서 조치를 취해주시오!”
온우백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손님, 무언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경매에 나온 모든 물건들은 익명으로 올라온 물건들입니다. 누가 이 물건을 올렸는지는 저희도 알 방법이 없습니다. 또한 그것을 조사할 수도 없고요. 그리고 이곳에 자리하신 분들 중 그 누구라도 주머니 사정만 허락된다면 얼마든 입찰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낙찰을 받게 된다면 그 값을 치러주신다면 아무 문제 없고요.”
이건 진양이 했던 말들이었다.
누가 얼마를 내든, 가격을 조작하려고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본인 주머니 사정이 되면 십만이든 백만이든 부르면 그만이다.
어차피 가격을 높게 부를수록 유령호 쪽에서도 꽤 많이 챙겨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항의를 하던 시골맥 요족은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입찰가는 이미 윤전사가 쓴 돈의 두 배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큰 손해였지만 멈출 순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윤전사 녀석들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일만구천 나왔습니다. 더 입찰하실 분 없으십니까?”
온우백이 작은 망치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더 입찰하실 분 없으십니까?”
시골맥 요족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들며 외쳤다.
“일만구천오백 개!”
“이만 개.”
젊은 승려는 기다렸다는 듯 가격을 불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입찰 경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상승 폭은 이전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들긴 했으나, 어느새 가격은 이만오천을 향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시골맥 요족들은 전부 죽을 맛이었다.
아무리 한발의 정혈이 탐난다고 해도 본래의 계획을 망칠 순 없는 법이니 말이다.
한발의 정혈이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고 해도 불골금신보다 귀하진 않다.
한발의 정혈은 다소 불확실한 미래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물건이고, 불골금신은 확신한 미래가 보장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윤전사에서 불골금신을 가져가게 된다면 시골맥의 입장에선 큰 손해다.
앞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입게 될지는 너무나도 뻔했다.
‘어쩔 수 없다.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할 수는 없다. 그냥 놈들이 도로 사 가도록 놔두자.’
시골맥 요족은 잔뜩 표정을 구긴 채 더 이상은 입찰을 하지 않았다.
이대로 윤전사가 자신들이 내놓은 물건들을 다시 사 간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득은 아니다.
그만큼 높은 금액의 수수료가 깎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우백이 낙찰을 알리는 망치를 두드리는데도 젊은 승려는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한 얼굴이었다.
같은 시각, 단독으로 분리된 방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양이 옆에 있던 선원에게 물었다.
“저 젊은 승려 말이야.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
“죄송합니다. 시간이 급박하여 이름이 알려진 강자 외에는 따로 조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보유 중인 윤전사 관련 자료를 찾아봐도 저 젊은 승려에 대한 자료는 없었습니다.”
“그렇군.”
모두들 젊은 승려를 곁에 있는 덩치 큰 승려들의 손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제 보니 그게 아닌 듯했다.
이런 자리에서 한 세력을 대표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보통 첫 번째 제자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발의 정혈을 다시 사 오고 나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도저히 속을 읽을 수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진양은 흥미로운 눈으로 젊은 승려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는 진양 자신이 남이 정한 규칙을 이용해 먹었으나, 이번에는 반대로 다른 사람이 진양이 정한 규칙을 이용해 먹은 것이다.
경매 참여자들은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곧바로 경매 규칙에 대해 고지를 받고, 또 이에 동의할 경우에만 경매장에 입장할 수 있다.
이번에 고지된 규칙은 진양이 새롭게 수정한 규정들이었다.
대놓고 씩씩거리고 있는 걸로 보아 시골맥 녀석들은 분명 두터운 규정집을 전부 다 읽을 만큼 인내심을 가진 자들은 아닌 듯했다.
이들은 본문의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곧바로 동의를 한 듯했다.
만약 규칙을 세세하게 읽어본 뒤 경매에 참여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윤전사와 시골맥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각자 하나씩 물건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윤전사가 상당히 큰 피해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상당한 자금을 들여 현황지기를 샀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내놓은 물건까지 사들이며 수수료로 상당한 양의 영석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윤전사는 현황지기도 손에 넣었고, 한발의 정혈도 무사히 지켜냈다.
한발의 정혈을 지킨 대가로 낙찰가의 일 할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칠품 영석 이천오백 개 정도는 앞으로의 상황을 크게 뒤집을 만큼 영향을 주진 않는다.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윤전사가 이득을 본 게 된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경매가 진행될 물품에 대해서는 영맥으로 입찰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드시 전부 영맥으로 값을 치러야 하는 건 아니다.
세부 규칙에 따라 낙찰가의 일 할에서 이 할 정도 더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잡고, 이를 영맥 대신 가진 보물이나 물건을 내놓아도 되기 때문이다.
진양 나름의 배려 차원에서 넣은 규정이다.
실제로 당장 영맥을 몇 개씩이나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으니 말이다.
별로 큰 배려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입찰자들 입장에선 상당한 배려였다.
실제로 영맥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영맥이 지니고 있는 가치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나 되는 양의 자원을 내놓는다고 해도 선뜻 영맥과 교환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진양이 이유 없이 배려를 제공한 건 아니다.
영맥은 이미 주머니에 썩어 날 정도로 쌓여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영맥을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다시 경매로 돌아와서.
여유로운 윤전사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분명 길고 지루한 규칙을 전부 다 읽어본 듯했다.
진양이 이런 규칙을 만든 건 영맥 대신 자원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상급 자원의 경우 낙찰가의 일에서 이 할 정도 더 추가된 가격으로 지불할 수 있고, 그보다 아래 등급의 자원의 경우 낙찰가의 오 할 정도 더 추가된 가격으로 지불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 자원이나 다 되는 건 아니다.
아무 자원이나 다 허락해준다면 아무 쓸모 없는 최하급 자원을 수억만 개 가져다주고 낙찰을 받는 꼼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여 진양은 세세한 규정과 기준을 모두 규칙에 적어두었다.
심지어 영맥 대신 보물을 낼 경우 어떤 식으로 가치 환산이 되는지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적혀있었다.
진양은 이로써 분쟁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렸다.
어쨌든 이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윤전사는 자금 방면에서는 비교적 큰 손실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손에는 현재 현황지기와 한발의 정혈이 들려있다.
이걸 영석 대신 내놓는다면 최종 가격의 일 할에서 이 할 정도 더 되는 가격으로 계산되어 낙찰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시골맥은 현재 상황으로 보아 이만한 등급의 보물은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렇다면 결국 한참 더 아래 등급의 보물을 대신하여 내놔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가격은 오 할 이상 껑충 뛰게 된다.
참고로 불골금신 가격의 사 할은 영맥 하나 정도로 계산된다.
어쨌든 아직 입찰을 하기도 전에 윤전사는 이미 최소 두 개에서 세 개의 영맥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경매 참가자들이 이런 것까지 직접 다 계산하여 돈을 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 계산이 이루어지고 어떤 기준이 있는지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고지되었다.
고지된 내용에서 자신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건 순전히 손님의 몫이다.
손님들이 이런 식으로 규정을 파악하고 틈을 노리는 건 오히려 진양이 바라는 바다.
지불하는 총 가격이 낮아지면 그만큼 고급 자원이나 보물은 많아진다.
반대로 지불하는 총 가격이 높아지면 대체하는 자원 중에 하급 자원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시골맥이 마지막으로 입찰가를 외쳤을 때 윤전사가 현황지기나 한발의 정혈을 동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윤전사는 이미 상대의 손에서 지금껏 얻지 못한 보물을 얻게 되었으니 이득을 본 셈이다.
이런 작전은 아마도 세부 규정을 읽으며 생각해낸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