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39
739화 오히려 좋아
진양의 시선이 우락부락한 덩치 큰 승려들에게 향했다.
누가 봐도 인내심을 갖고 길게 늘어진 글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을 만한 녀석들은 아니었다.
이어서 시선은 옆에 있는 작은 체구의 젊은 승려에게 향했다.
덩치의 사내들 사이에 서 있는 모습이 상당히 어색했다.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 볼 때 현재의 전략은 아마도 젊은 승려의 머리에서 나온 게 분명했다.
그리고 상황으로 보아 현장에서 즉석으로 결정을 내린 듯했다.
그는 윤전사 내에서도 어느 정도 신분이 있는 승려일 것이다.
사실 진양은 불골금신이 어느 쪽에 떨어지든 크게 관심이 없다.
젊은 승려에게 관심을 갖는 건 시괴가 사해황막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 쓸데없는 생각에 잠겨있을 때.
네 번째 매물에 대한 경매가 시작되었다.
진룡의 피 한 방울이었다.
말이 좋아 진룡의 피지, 진양이 최양평에게 주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거의 물에 가깝다.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올린 물건에 불과했다.
윤전사와 시골맥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은 치열하게 입찰 경쟁을 펼쳤다.
요국의 요족부터 바다 요족, 그리고 인간 수도사까지.
전부 진룡의 피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한바탕 치열한 경쟁 끝에 동해의 한 요왕이 영맥 하나를 부르며 낙찰이 확정됐다.
진룡의 피 겨우 한 방울에 영맥을 내놓다니.
아무리 진룡의 피가 귀하다고 해도 그럴 만한 가치를 가진 건 아니다.
그러나 진룡의 피를 낙찰받은 요왕은 남이 뭐라고 하던 상당히 흡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양은 그를 힐끔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
‘인갑(鱗甲) 요왕.’
낙찰받은 진룡의 피가 현존하는 진룡의 피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내도 상관없고, 그것을 어딘가에 쓸지도 궁금하지 않고, 그가 얼마나 큰 재력가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동해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그를 찾아가 진룡의 피를 내놓고 부탁을 한다면 분명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했다.
경매는 막바지에 이르렀고 마침내 오늘의 주인공이 무대에 나타났다.
진양은 직접 불골금신을 들고 무대 위로 나섰다.
불골금신은 수정으로 만든 관에 들어있었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차단 조치가 되어있었으나, 미세한 기운까지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미세한 기운 하나만으로도 불골금신이 진품이라는 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유령호의 선장 진양이라고 합니다. 불골금신은 귀한 보물이자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는 물건인 만큼 제가 직접 경매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모두들 기다리고 계시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시작가는 영맥 세 개부터 진행하겠습니다. 영맥이 없으시다면 다른 물건으로도 대체가 가능합니다. 세부 규정은 들어오시면서 안내를 해 드렸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필요하신 분들은 입장할 때 나눠드렸던 책자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입찰가는 입찰가일 뿐, 최종 낙찰 가격은 각자 자금 상황을 잘 고려하여 초과하지 않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진양이 시작을 외치기 무섭게 치열한 입찰 경쟁이 시작되었다.
“네 개!”
가장 먼저 시골맥이 손을 들었다.
“다섯 개!”
이어서 윤전사도 질세라 손을 들고 외쳤다.
“여섯 개!”
모두들 놀란 눈으로 여섯 개를 외친 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부도마교의 사람이었다.
의외였다.
가세가 심하게 기울어진 줄 알았는데 의외 꽤 큰 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 개!”
여태껏 한마디도 하지 않던 율종의 승려가 조용히 손을 들며 말했고, 장내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열……두 개!”
입찰을 외친 건 정천사의 일품 외후였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그는 포권을 취하며 미소를 지었다.
“귀한 보물인 만큼 저 역시도 구미가 당겨서 말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가진 모든 돈과 보물을 합쳐봐야 영맥 열두 개 정도가 최대군요. 그러니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실 분이 계신다면 저도 어쩔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불골금신으로 향했다.
정천사가 돈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분위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입찰을 외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장내의 분위기로 봐선 영맥 열두 개도 아직은 한참 부족한 듯했다.
“열세 개!”
시골맥이 입찰을 이어갔다.
“열다섯 개. 이 이상의 가격이 나온다면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율종의 승려가 무덤덤한 얼굴로 한마디 던졌다.
진양은 상당히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율종 녀석들, 고행자 주제에 어디서 저렇게 많은 돈을 구한 거지? 아니지. 어쩌면 대대로 쌓아둔 돈을 몰래 어디 숨겨두고 있던 거일지도 몰라.’
“열여섯 개!”
윤전사의 젊은 승려가 덤덤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입찰가를 외쳤다.
“열일곱 개!”
그리고 그 뒤로 곧바로 시골맥이 따라붙었다.
그때, 윤전사의 젊은 승려가 시골맥 요족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열일곱 개라. 정말로 그만한 금액을 지불할 능력이 되긴 하는 겁니까?”
“시끄럽다. 네 녀석은 진 선장이 했던 말을 벌써 잊은 것이냐? 입찰가는 입찰가일 뿐. 굳이 영맥이 아니라도 대체할 보물은 널리고 널렸다.”
시골맥 요족 사이에서 새파란 얼굴과 큼직한 송곳니를 가진 한 요족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 던졌다.
녀석들이 정말로 팔품 영석을 열일곱 개나 가지고 있을 리는 없다.
놈들이 만약 그것을 심어 영맥으로 발전시켰다면 윤전사는 진작 시골맥에게 밀려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허허…….”
젊은 승려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세부 규칙을 제대로 읽어보시진 않은 모양입니다. 입찰가와 낙찰가가 다르다는 걸 모르고 계신 듯하군요.”
장내에 있던 다른 자들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으나 재빠르게 책자에 적혀있는 설명을 읽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반응을 보아하니 시골맥 녀석들은 애초에 책자는 들여다보지도 않은 듯했다.
사람들의 심상치 않은 비웃음에 새파란 얼굴의 요족은 황급히 가지고 있던 책자를 들여다보았다.
잠시 책자를 살펴보는가 싶던 그는 버럭 화를 냈다.
“진 선장, 이게 무슨 말이오? 어째서 입찰가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오?”
“멍청하긴!”
윤전사의 한 덩치 큰 승려가 박장대소하며 외쳤다.
“영맥 하나에 보통 칠품 영석 일만 개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곤 하지만, 실제로 그 가격에 영맥을 넘길 멍청이가 어디 있겠느냐? 아니면 내가 칠품 영석 이만 개, 아니, 삼만 개를 줄 테니 내게 영맥 하나를 넘기거라. 어떻느냐? 이 정도면 충분히 남는 장사일 텐데.”
비록 영맥은 칠품 영석 일만 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곤 하나, 삼천 년 동안 생산하는 영석의 양을 모두 합쳐도 칠품 영석 일만 개보다는 적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팔품 영석의 가격, 영석이 품고 있는 영기의 양, 그리고 추후 생산 가능한 영석의 개수는 전부 참고용에 불과하다.
진짜 중요한 건 영맥이 한 세력의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느냐로 따져야 한다.
영맥은 오랫동안 세력을 유지하며 이어나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시설이자, 대형 세력의 상징이다.
현재 장내에 있는 사람들 중 진양이 선 넘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진양이 많이 물러섰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시골맥 요족들은 뒤늦게 책자에 나와 있는 기준을 참고하여 자신들의 주머니 상황을 살폈다.
살펴보고 나니 더 이상 높은 가격은 입찰이 불가능했다.
이미 최대치를 불러버린 것이다.
게다가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추가로 자원이나 보물을 가져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면 일단은 외상으로 하고 나중에 경매가 끝난 뒤에 부족한 만큼 다시 채우도록 하는 건 어떻겠소?”
한 시골맥 요족이 진양에게 말했다.
그러나 진양이 대꾸를 할 틈도 없이 윤전사 승려들이 먼저 한마디 던졌다.
“그게 가능할 것 같소? 그럼 우리도 과하게 입찰가를 부르고 수백 년에 걸쳐 나눠서 내면 되겠군! 그런데, 그러다 중간에 돈이 없다며 억지를 부린다면 어떻게 될 것 같소?”
시골맥 요족들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상황인 만큼 더 이상의 억지를 부리는 건 불가능하다.
조용히 뒤에서 타협을 보는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억지를 넘어 대놓고 물건만 가져가겠다는 고약한 심보다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흥, 그럼 네 녀석들은 영맥 열여섯 개를 감당할 수 있단 말이냐?”
시골맥 요족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졌다.
젊은 승려는 그는 무시한 채 진양에게 물었다.
“진 선장님, 현황지기와 한발의 정혈로 대금의 일부를 치를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렇다면 여기에 다른 보물과 자원까지 합쳐 입찰가의 십일 할에 해당하는 금액을 치르면 되겠군요. 맞습니까?”
“맞습니다.”
과연 진양의 예상대로 젊은 승려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계획한 대로 움직인 것이었다.
입찰가인 영맥 열여섯 개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 이들은 앞서 칠품 영석으로 구매한 물건 덕분에 무려 여섯 개나 되는 영맥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낀 영맥을 생각하면 앞서 써버린 칠품 영석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한편 젊은 승려는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진양의 모습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명성대로 상당히 신용이 있는 자로구나.’
어쩌면 진양에게도 손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는 조금도 숨김없이 사실 그대로를 말했다.
이 정도 권위와 신용이 있기 때문에 유령 경매에 대한 명성도 자자할 수밖에 없는 것.
진양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애초에 영석보단 잡다한 자원에 훨씬 더 관심이 갔던 진양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물건을 살 수 없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게 또 어디 있겠는가?
설령 눈앞에 영맥이 놓여있다고 하더라도 진양은 현황지기나 한발의 정혈을 선택할 것이다.
젊은 승려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현 상황에서는 진양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사실 진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이득이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물건들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진양의 모습은 칼같이 규칙과 신용을 지키는 것처럼 보여졌다.
“더 이상 입찰하실 분 없으십니까? 그럼 불골금신은 영맥 열여섯 개로 윤전사에 낙찰되었습니다.”
최종 낙찰가가 정해지며 경매는 끝이 났다.
경매가 끝난 뒤.
약간의 비밀 교류의 시간이 주어진다.
유령호 측에서는 세심하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은밀한 공간까지 제공했다.
이 공간은 심지어 공간을 제공한 유령호 사람들조차도 내부에서 어떤 물건이 오가는지 알 수가 없을 만큼 은밀한 곳이었다.
그렇게 경매장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은 각자의 볼일을 위해 흩어졌고, 물건을 낙찰받은 사람들은 값을 치르기 위해 진양과 별도의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