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47
747화 진짜 그럴 것처럼 얘기하네요
다음 날.
멀리 가희가 구름을 밟으며 오는 것이 느껴졌다.
모든 기운을 최대한 숨기고 있었기에 보통 사람들은 전혀 느낄 수 없었지만, 진양처럼 미리 그녀가 올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진양의 목적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가희는 크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수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진양을 만나러 온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양은 곧바로 그녀를 맞이하며 정당으로 안내했다.
가희는 진양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특히 진양의 목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참노비도의 공격을 받고도 멀쩡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목구멍까지 질문이 차올랐으나 묻지는 않았다.
목숨과 관련된 비밀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함부로 묻는 건 실례이기 때문이다.
“상처 치유는 잘 돼가고 있죠? 혹시 이번 일로 영향을 받은 게 아닌지 걱정이네요.”
“걱정 마세요. 전 멀쩡합니다.”
진양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보통 위급한 상황에서 구명(救命) 공법을 사용하면 반드시 후유증이 남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장정의의 부활 신통력은 사기에 가까웠다.
기껏해야 수명이 조금 깎이는 것이 전부이고 그 외에는 멀쩡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비슷한 신통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련을 한다고 해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었고, 장정의의 신통력에 비하면 효율도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장정의의 부활 신통력은 수명을 깎아 먹지만, 다른 공법들은 잠재력이나 혈육, 깨달음 등을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큰 희생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와 같은 효과를 가진 법보는 매우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그것을 제작하는데도 마찬가지로 상당한 희생이 필요했다.
진양과 가희는 이번 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어떤 일이든 입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참노비도로 인해 죽은 게 진양이 아니라 장정의라는 사실은 두 사람 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희는 일부러 알면서도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절대로 참노비노로부터 살아남고도 아무런 후유증이 없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선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진양은 그런 그녀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신문 경지에 머물러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없을까요?”
“아마 없을 거예요. 단순한 시간 문제라서 말이에요. 선초(仙草)를 가져다준다고 해도 소용없을 겁니다.”
진양은 솔직하게 대답하긴 했으나 구체적으로 늘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희는 이미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양은 아마 구명 공법을 사용하는 대가로 잠재력을 희생한 듯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구체적인 건 알 수 없었다.
“일단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이렇게 뵙자고 한 겁니다.”
진양은 사전에 준비해둔 자료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아무래도 변화가 조금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앞으로 십여 년 내에 세 개의 행사가 열릴 겁니다. 관심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가희는 조용히 자료를 살펴보았다.
자료에 적힌 행사 외에도 향후 수십 년 내에 열릴 중요한 행사는 더 있다.
그러나 순간 무언가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녀가 고개를 들고 진양을 쳐다보자 진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시간은 겨우 십여 년이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영제 탓이 아니었다.
전조 세력들이 갑자기 수면 위로 부상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자료를 살펴보고 나니, 전조 세력들이 십여 년 내에 거사를 일으킬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전조 세력에 대한 존재가 밝혀지며 오히려 두 사람에게 준비할 시간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무런 방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이 터졌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예상대로 진양의 입에선 전조에 관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전조의 잔당이 모습을 드러낸 이상 영제는 절대 순행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아마 다른 황족을 대신 보내겠죠. 하지만 아무리 황족이라도 영제를 대신하여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로서 그만한 자격을 가진 건 아마 태자 한 사람뿐이죠. 하지만 태자는 현재 연금 상태입니다. 영제의 반응으로 보아 당장은 풀어줄 생각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다음으로는 소저와 조왕, 그리고 주왕 중 한 사람에게 넘어가게 되겠죠.
조왕은 크게 가능성이 없을 겁니다. 태자가 연금되고 난 이후로 과할 정도로 날뛰고 다녔으니, 영제가 조왕을 보낼 리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주왕은 다릅니다. 그는 소저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조용히 지내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소저의 경쟁 상대는 주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잘 알고 있으시겠지만, 순행 행사는 여러 장수들을 압도해야 하는 행사입니다. 이런 쪽으로는 주왕보다는 소저가 훨씬 더 적합하겠죠. 그렇다면 소저를 보낼 가능성이 클 겁니다.
늘 하던 대로 해야 할 일만 하시면 됩니다. 임무를 내리면 내린 대로 움직이시고, 어딘가로 가라고 명령한다면 그대로 하세요. 그렇게 모든 일을 완벽하게 끝내고 나면 권위도 한층 더 높아지게 될 겁니다.”
진양이 모든 말을 마치고 나서야 가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금부터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건가요?”
“물론이죠. 시간이 저희를 기다려주진 않으니까요.”
“왜 하필 순행 행사로 고른 거죠?”
“이 세상은 모든 것이 주먹으로 통하는 세상입니다. 강한 무력으로 모든 이들을 압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목적이죠. 그에 따라오는 명성이나 지위는 결코 목표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물론 순행 행사 말고도 괴산 행사를 택할 수도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형식적으로 다녀오면 되는 행사인 만큼 난이도도 훨씬 더 쉽게 느껴질 테니까요.
하지만 이 자리는 보통 태자가 대제 대신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태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간다면 그 사람이 곧 준태자(準太子)로 인정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러니 상당히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겁니다.
그와 반대로 순행 행사는 겉보기에는 그저 약간의 수고만 곁들이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안정적으로 완수할 수 임무는 아닙니다. 그러니 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우리 입장에선 그게 더 유리하니까요.”
잠깐의 침묵 뒤.
가희가 물었다.
“괴산 행사에 참여하는 건 곧 지위를 가로채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그런 건가요?”
“물론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만. 시간이 없다고 해서 한 번에 전부 다 삼켜버릴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천천히 한 걸음씩 나가야 합니다. 하나라도 빠뜨려선 안 돼요.”
진양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괴산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괴산이 가만히 있는다는 법도 없는데 말입니다.”
진양의 말에 가희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괴산에서 제사를 지내는 건 상고 시대부터 전해져오던 전통이다.
상고 시대가 막을 내린 뒤 산귀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때문에, 더 이상 제사를 올리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신조에서 계속해서 괴산에 제사를 올리는 건 단순히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굳이 이유를 꼽자면 괴산에 숨어있을 수많은 존재들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괴산에 얼마나 많은 강자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강자가 있는 건 확실하다.
단지 그들은 여지껏 단 한 번도 괴산을 벗어난 적이 없을 뿐.
그 이유는 대영 신조가 너무나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신조의 영토는 괴산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괴산은 명목상으론 대영 신조의 영토에 포함된다.
괴산에 숨어있는 강자들은 해외의 해족처럼 대담하지 않다.
게다가 신조의 제일 강자인 영제에게 반기를 들었던 자들이 어떤 말로를 맞이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신조 영토 내에서 영제에게 칼을 들이미는 건 순전히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영제의 본존에 국한된 얘기이긴 하지만.
어쨌든 괴산에 제사를 지내는 건 명목상으론 전통을 이어나간다는 의미가 컸으나, 실제로는 괴산에 살고 있는 이름 모를 강자들을 달래며 앞으로도 평화롭게 지내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가희가 왜 웃었는지는 진양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거행될 괴산 제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예전과는 달리 괴산이 아닌 괴산의 산귀에게 올리는 제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조의 제사는 산귀에게도 상당히 큰 이득이 될 것이다.
게다가 산귀는 진양과 친분이 있는 사이다.
대영 신조 녀석들을 가만히 놔둘 리 있겠는가?
주왕이든 조왕이든 누가 제사에 참여하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누가 참여하든 분명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왔다.
‘영제 그 녀석이 직접 참석해 주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물론 전조의 잔당들에 대한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상 영제가 직접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어쨌든 미리 준비해둬서 나쁠 건 없을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괴산 제사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구든 나서서 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순행 행사만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면 소저의 위세는 하늘을 찌르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황자는 분명 소저께 수습을 부탁하겠죠. 만약 소저께서 수습을 하지 못하신다면 그들과 함께 책임을 떠안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비슷해지게 되는 거죠.”
“진짜 그럴 것처럼 얘기하는군요. 괴산에 살고 있는 은둔자들은 감히 소란을 피울 만한 자들이 아니에요. 이것 외에는 다른 건 없는 것 같은데요.”
가희의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없긴요. 괴산에 제사를 지내는 거잖아요? 만약 괴산이 반응한다면요? 어쨌든 뭐든 준비해둬서 나쁠 건 없는 법이죠.”
“걱정 마세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미리 준비해둘 테니까요.”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으나 한층 더 진지해진 목소리였다.
진양이 말했다.
“최근 들어 조왕 그 녀석 너무 날뛰는 것 같긴 한데 웬만해선 그냥 놔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하지만 태자와 주왕은 주시하셔야 합니다.”
“태자는 장자예요……. 제후가 죽고 난 뒤 그 자리는 쭉 비어있게 되었죠. 영제는 냉혈한인 것처럼 보여도 유일하게 제후에게는 그리움이 남아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태자를 용인해 주었던 것이죠. 아직 연금이 끝나지 않은 건 맞는데. 하지만 주왕은…….”
“왜냐하면 그는 소저와 너무 비슷하거든요.”
진양이 말했다.
“소저께서 이도로 돌아온 이후로 그는 매우 잠잠해졌죠. 물론 그만큼 기세는 약해졌지만 대신 말에는 힘이 더 실리게 되었죠. 영제가 가끔씩 그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맡기는데, 그건 그가 가장 원하던 황자가 바로 이런 황자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그가 갑자기 바뀐다고 했을 때, 누군가의 개입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그는 소저와 매우 비슷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사람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