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54
754화 그놈 짓이라고요!
묵양은 사해 아래쪽을 바라보며 놀란 눈으로 물었다.
“지맥이라도 건드린 거야?”
“아니. 수련이 끝났으니 만들어놨던 진법을 파괴한 것뿐이야.”
말을 마치기 무섭게 비주는 수직으로 빠르게 상공으로 상승했다.
비주가 사라지기 무섭게 사해에는 거대한 봉우리가 일어났다.
봉우리는 계속해서 팽창하며 순식간에 수십 리에 달하는 거대한 모래 봉우리가 만들어졌다.
사해 전체가 뒤흔들리며 무시무시한 기세와 함께 땅의 기운이 응집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모래 봉우리는 금방이라도 엄청난 폭발을 일으킬 기세였다.
그때, 봉우리 동쪽에서 작은 틈이 벌어지며 검은색과 노란색이 뒤섞인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허공으로 흩뿌려진 액체는 노란 모래로 변하며 사방으로 흩날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래의 파도는 무려 수천 장에 이르렀고,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모래 해일이 되어 동쪽으로 휘몰아쳤다.
한편, 높은 곳에서 장관을 구경하고 있던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나마 내가 진법을 파괴했으니 망정이지. 진법이 스스로 붕괴할 때까지 기다렸다간 큰일 날 뻔했잖아. 괜히 누가 왔다가 재수 없게 휘말렸다간 그것만 한 개죽음도 없을 테니까…….”
“잠깐, 저쪽은 분명 유사도의 거점이 있던 곳 같은데…….”
해일이 덮쳐가는 방향을 바라보던 묵양이 눈빛을 반짝였다.
순간 멀리 유사도의 거점이 보였던 것이었다.
“아, 그래? 큰일이네. 녀석들의 실력으로는 버텨내지 못할 텐데. 아니면 지금이라도 가서 대피하라고 얘기해 줄까?”
“아니야. 지금 괜히 몰려갔다간 시비를 걸러 오는 줄 알고 오해를 할 수도 있잖아. 게다가 사해에서 모래 파도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잖아. 이 정도는 녀석들에게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
* * *
유사도 거점.
한 수염을 기른 남자가 상석에 앉아 부하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형님, 진양이라는 녀석이 사해에 왔다고 합니다. 저희 거점에서 백여 리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신통력 같은 걸 수련하고 있는 것 같은데 벌써 며칠이나 지났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던데. 아무래도 가까운 곳인 만큼 미리 방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신경 쓸 것 없다. 상부에서 그 누구도 진양을 건드리지 말라고 명령이 내려왔어. 우린 그저 맡겨진 임무에 따라 진양 그 녀석의 수익 구조를 그대로 따라 하면서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다. 순조롭게 발전을 이어나간다면 언젠간 우리도 경전보책 같은 귀한 물건을 경매에 올릴 수 있게 될 게다.”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요. 그 진양이라는 녀석 어찌나 멍청한지. 경전보책 같은 귀한 물건을 스스로 빼돌려도 모자랄 참에 다른 사람에게 팔다니요. 형님, 그런데 저희도 경전보책만 손에 넣으면 큰 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유사도가 아니라 유사문으로 당당하게 이름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호들갑은 그쯤 해두고 진양 그 녀석에게 사람을 붙여 감시하도록 해라. 그 이상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건 그렇고 대인께서 준비하라고 하신 건 다 끝냈느냐?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각별히 신경 써야 해.”
“모두 준비가 끝났습니다. 허나 겨우 밀실 하나에 이렇게 많은 돈을 쏟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형님, 도대체 저희 위에 어떤 분이 계신 겁니까? 계속해서 그렇게 숨기고 계시니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시끄럽다. 그냥 돈이나 챙기면 그만이지.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단 말이냐?”
수염 달린 남자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때, 남자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고개를 훽 돌리며 사해 쪽을 바라보았다.
“저게 뭐지? 또 검은 모래 폭풍이 일어난 건가?”
남자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반 다경도 채 지나지 않아 거점 전체가 조금씩 흔들리며 불길한 기운이 사방을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수염 난 남자는 황급히 거점 밖으로 뛰쳐나가 서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거대한 장막이 펼쳐진 것처럼 무언가 서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유심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저, 저건 사해의 포효! 말도 안 돼! 어떻게 근해에서 이런 일이…….”
그러나 그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며 명령을 내렸다.
“모두 들어라. 지금 즉시 거점을 버리고 도망친다! 지금 당장!”
남자의 명령에 부하들은 허둥지둥 손에 잡고 있던 것들을 버린 채 거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하들이 모두 빠져나갔을 무렵.
남자는 거점에 있는 한 밀실에 쌓아둔 보물과 영석들이 떠올랐다.
그건 이들이 일만 년을 벌어도 벌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가진 것들이었다.
그것들이 모두 파괴된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던 남자는 황급히 다시 거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작동시킬 수 있는 방어 진법이란 진법은 모두 작동시켰다.
어느새 대지는 더욱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서쪽 하늘은 마치 거대한 검은 장막을 펼친 것처럼 어두워지고 있었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결코 사람의 힘으로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그때, 모래 파도가 해안가와 부딪치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수천 리의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유사도의 거점은 직접적으로 파도와 마주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래 파도는 곧장 유사도 거점의 방어 진법을 덮쳐왔다.
방어 진법은 이미 최대한으로 가동되고 있었으나 가공할 위력에 일 다경도 버티지 못하고 전부 붕괴되고 말았다.
이어서 거점에서 강력한 영기의 파동이 솟구쳐올랐다.
그리고 사방을 은은한 빛으로 뒤덮으며 파도를 버텨내기 시작했다.
광막은 위태롭게 반짝거렸고, 힘은 계속해서 소모되었다.
수염 난 남자는 황급히 그곳으로 달려가 자신의 힘으로 거대한 벽을 만들어냈고, 그것으로 모래 파도를 가로막았다.
그때, 남자의 머릿속에 웅- 하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진원을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를 뛰어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치 거대한 망치에 얻어맞은 것처럼 힘없이 날아가 버렸고, 피를 토하며 한쪽 구석에 처박혀 버렸다.
잠시 후, 다시 정신을 차린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랍게도 거점의 방어 진법에 의해 사해의 포효가 가로막힌 것이다.
거점을 뒤덮고 있는 빛은 미약했으나 하나 다행히 버텨낸 듯했다.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가로막힌 파도 뒤로 훨씬 더 작은 파도가 휘몰아치며 위태로운 빛을 내뿜고 있는 광막과 부딪쳤다.
“아…….”
손을 쓸 틈도 없었다.
광막과 부딪힌 파도는 그대로 소멸되었고, 파도가 소멸되기 무섭게 광막도 완전히 소멸되어버렸다.
그리고 거점 주위에 빛나고 있던 영광(靈光)도 전부 사라져버렸다.
남자는 부들부들 떨며 지면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박살 나 폐허가 되어버린 밀실을 보며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망했다…….”
수염 난 남자는 눈앞이 캄캄했다.
차라리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면 싶었다.
기혈이 머리를 자극하며 계속해서 웅- 하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으나 기절은 하지 않았다.
그는 허탈한 얼굴로 털썩- 주저앉았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지켜왔던 거점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심지어 거점이 자리잡고 있던 절벽까지도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그때, 폐허 사이로 은은한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남자는 황급히 그것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래 속에 파묻혀있는 밀실의 한쪽 끝이 드러난 것을 발견했다.
마치 반딧불이처럼 미약한 빛이 그곳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남자는 크게 기뻐했다.
거금을 쏟아부어 만든 이 밀실이 무슨 용도로 쓰일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 보니 나름 쓸모가 있었던 것이었다.
적어도 사해의 포효 앞에서도 멀쩡하게 살아남은 걸 보면 말이다.
남자는 곧바로 밀실을 뒤덮은 모래를 치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
“…….”
남자는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건 밀실의 한쪽 구석 조각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래 아래를 파봤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엔 밀실이 묻혀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저 파괴되고 남은 밀실의 한쪽 귀퉁이만 남아있었을 뿐이다.
그의 손에 들린 귀퉁이는 번쩍하며 빛을 뿜어냈다.
이어서 힘을 다한 듯 바스락-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멍하게 서 있던 남자는 마치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미친 듯이 모래를 파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폐허를 한참 파헤쳤으나 나오는 건 빌어먹을 모래뿐이었다.
절망과 희망의 반복 끝에 또다시 절망이 찾아왔다.
남자는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대인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그렇게 절망에 빠진 채 한참을 그대로 주저앉아있었다.
그때, 사해 쪽에서 한 줄기의 빛이 날아왔다.
진양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붙였던 부하였다.
진양을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기에 그는 그저 멀리서 진양의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었다.
사실 사해를 누비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임무인 만큼 어려울 게 없는 임무이기도 했다.
때문에, 유사도에서는 겨우 신해밖에 되지 않는 졸개를 감시꾼으로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화근이었다.
감시꾼이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거점으로 날았으나 모래 파도의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그렇게 뒤늦게 도착한 그의 눈에 들어온 건 폐허가 되어버린 거점과 넋이 나간 얼굴로 멍하게 주저앉아있는 두목의 모습이었다.
이제 와서 경고를 하기엔 너무 늦었지만 어쨌든 본 것은 말해야만 했다.
“형님, 진양입니다! 진양 그놈 짓이라고요!”
뒤늦게 돌아온 감시꾼 역시 눈이 반쯤 뒤집힐 듯한 기세였다.
그들의 거점은 모두가 오랜 시간 상당한 공을 들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영기를 어느 정도 보존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수년간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른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영기를 더 보존하기 위해 거점 전체에 상당히 큰돈을 들여 바닥에 비싼 재료를 깔아놓기도 했었다.
덕분에 짙은 농도의 영기가 오랜 시간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공들여 만든 거점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없었다.
엄청난 상실감과 허탈함, 그리고 절망감과 분노가 밀려왔다.
“형님, 분명 제가 봤습니다. 진양 그 녀석 무슨 공법을 수련하고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이상한 진법을 깔아놓고 그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녀석이 수련을 마치자 진법이 붕괴되었는데 그게 그만……. 크아아아! 엉엉…….”
그는 차마 말을 끝맺지 못하며 분노 가득한 고함과 함께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거의 평생을 바쳐 쌓은 탑이 허무하게 무너졌으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제정신으로 버티고 서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