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89
89화 예상치 못한 만남
금정수가 끄는 옥련은 어느새 내해 해안선에 도착했으나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내해 깊은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렇게 두 시진이 지나자 먼바다에 떠 있는 섬이 보였다.
초승달을 뒤집어놓은 모양의 섬이었다. 양옆으로는 백 리 정도였으나 위아래로는 겨우 삼십 리밖에 되지 않는 섬이었다.
“구형, 여긴 신월도(新月島)라는 곳이야. 회유한 양주어들 중 일부가 바로 이곳에서 알을 낳아. 일단 내려가서 살펴보고 계속해서 깊은 곳으로 들어갈지 정하자.”
높은 곳에서 보니 섬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이 몰려있었고 항구에도 꽤 많은 배가 있었다. 닻을 올리고 기항하는 배도 있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선하고 있는 배도 있었다.
이제 막 신월도를 떠나 내해 깊은 곳으로 향하는 배도 있었다.
옥련이 속도를 줄이고 신월도로 내려가려던 때, 다른 쪽에서 한 척의 삼십여 장 정도 되는 백옥주(白玉舟)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왔다.
백옥주의 선수에는 유모(帷帽)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유모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붉은 옷을 입은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있었다.
두 사람은 미소를 띤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뒤로 멀지 않은 곳에는 사방을 쉴 새 없이 두리번거리는 이족(異族)과 백발이 무성한 노인이 서 있었다.
이족은 앳된 얼굴에 돌출된 입을 가지고 있었고 키는 대략 일 장 조금 더 돼 보였다. 노인은 마치 높은 경지에 이른 것 같은 모습으로 한 손에 죽간(竹簡)을 들고 있었다.
날아온 백옥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옥련을 지나쳐 깊은 곳으로 향했다.
진양은 눈을 감은 척하며 놀란 눈치를 최대한 숨기려 했다.
유모를 쓰고 있는 여자. 그녀의 체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마석성종의 연욱!’
훌륭한 몸매를 가진 여수도사 중에 검은 유모를 써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숨기고 다니는 사람은 그녀가 거의 유일하다. 보통 여수도사는 면사(面紗)를 쓴다.
곁에 있는 준수한 외모의 남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붉은 옷을 입고 있는 준수한 외모의 남자, 앳된 얼굴에 돌출된 입을 가진 덩치 큰 이족, 백발의 노인까지. 겉보기에 상당히 지혜가 있는 노인 같았다.
이런 조합은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이 아니다.
양범, 뇌후, 우수.
대우의 기억을 통해 확인한 그들이 확실했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결코 잘못 알아볼 일은 없었다.
‘저자들이 왜 여길 온 거지? 게다가 왜 연욱과 함께 있는 거야?’
게다가 양범과 연욱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보아 사이가 꽤 좋은 듯했다.
순간 무언가 번쩍하며 진양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석성종의 지명 수배!’
그렇다. 강천과 연욱 이 인조가 지명 수배를 내린 건 바로 양범 때문이었다.
‘연욱이 양범과 아는 사이였다니!’
진양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진우달의 상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용 선자! 그녀도 이곳에 왔을 줄이야. 구형, 신월도는 건너뛰기로 하고 곧바로 깊은 곳을 가보는 건 어떨까?”
진양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빛에 휩싸여있는 차련(車輦)이 보였다. 화우비금(火羽飛禽)이 끄는 차련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타나지 말아야 할 인물이 하나 더 나타났군!’
진양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가 황급히 물었다.
“진형, 양주어 회유가 성종에서 중요한 행사로 여겨지나요?”
“아니. 그저 범인(凡人)의 전통적인 풍습에 불과해. 난 그저 재미있어 보여서. 게다가 직접 와 본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
진양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다른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 진우달 이 녀석, 십중팔구 당한 게 분명해!’
진양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들이 이곳으로 왔다는 건 양주어 회유 행사 때문이 아닌 게 분명해.’
진양은 최근에 읽었던 책의 내용들을 되뇌어 보았다. 진우달의 할아버지가 보내온 책의 종류는 다양했기에 양주어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양주어의 유래나 출현 시기는 고증이 어려웠다. 그저 아주 먼 옛날 한 어부가 유연히 양주어가 회유하는 시기에 양주어를 잡게 되었는데, 양주어의 몸에서 맑고 청량한 미주(美酒)를 얻게 되었다는 기록이 전부다.
이 술은 큰 인기를 끌며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양주어가 회유하는 며칠 동안만 체내에 술이 빚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술을 얻을 수 있는 건 매년 이 기간뿐이다. 양주어가 산란을 마치고 나면 더 이상 술을 얻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이는 조금씩 풍습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일 년 장사를 이 기간의 수확에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은 성해주에서 기념일로 여겨졌다.
현재는 매년 수도사들이 직접 참가하고 있다.
보통 이 행사는 최대 축기 수도사가 참여했다. 진우달과 같은 삼원 수도사는 단순히 구경을 온 것에 불과하다.
신해대수사(神海大修士)는 이 정도 이익과 작은 행사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연욱이 심심풀이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을 리는 없었다.
그녀가 양범을 데리고 온 것만 봐도 다른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화상용은 며칠간 잠잠하다 싶더니 어째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이곳으로 왔단 말인가?’
홍지용은 진우달을 도발하여 이번 행사를 참여하게 만들었고 다른 연장자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홍지용은 영태성종의 사람이다. 그날 그가 화상용을 마중한 것으로 보아 지위는 화상용의 아래가 분명했다. 그러나 화상용은 이곳을 왔다.
그날 본 홍지용은 어렸을 때의 장난을 지금까지 담아두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었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종합해 보니 진상은 더욱 확실해졌다.
홍지용은 하나의 장기알로서 화상용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화상용은 지금 이 시기에 진우달이 이곳에 나타나기를 바랬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린애 장난과 같은 방법을 써서 현천성종의 연장자들이 손아랫사람들 사이의 장난으로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녀가 하려는 일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며 현천성종의 연장자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 될 일이 분명했다.
‘그게 뭘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진양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단서가 너무 없었다.
잔뜩 신이 난 진우달의 모습을 본 진양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은 입을 열었다.
“진 형, 내해는 넓어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번엔 적지 않은 강자들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러니 복백에게 잘 돌봐달라고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걱정마, 구 형, 내해는 이미 여러 번 와봤는데, 매년 내해의 강력한 요괴들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 강력한 요괴들이 해구(海口)를 통해 내해로 들어갈 리도 없고 말이야.”
진우달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진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림막을 젖히며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그는 복백이 따라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늙은이가 있으니 걱정할 것 없소.”
복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말투로 보아 그 역시도 눈치를 챈 듯했다. 다만 진우달을 무사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었다.
진양은 가림막을 내린 뒤 아무 말 없이 날카롭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옥련은 결국 신월도에는 내리지 않았고, 계속해서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화상용의 차련은 신광(神光)으로 덮여있었기 때문에 내부를 엿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차련 내부는 마치 행궁과 같이 족히 수백 장은 되는 넓이를 가졌다.
화상용은 포단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고, 소 파파는 왼쪽에, 홍지용은 오른쪽에 앉아있었다.
“상용선자님, 분부하신 대로 마쳤습니다. 이젠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홍지용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시킨 대로만 하면 된다. 이곳의 일은 신경 쓸 필요 없다. 이만 물러가거라.”
화상용은 차가운 얼굴로 홍지용을 힐끗 쳐다보았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홍지용은 차련 밖으로 나가 앞쪽 가차(駕車)에 앉았다.
소 파파가 눈을 뜨며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
“네 녀석을 너무 얕잡아보았구나. 지용이 이 녀석을 완벽히 굴복시킨 건 그렇다 치고, 진우달이 있을 때 그 관사를 공격한 것이 이 일을 위한 것일 줄은 몰랐구나.”
“소 파파, 더 이상 얘기하지 않기로 하셨으면서. 앞으로는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화상용은 어리광 섞인 목소리와 함께 두 손을 모아 용서를 비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허, 이 녀석. 생각하는 게 네 스승과 똑같구나. 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진 말거라. 떠날 때 네 스승이 전부 내게 얘기해 주었느니라.”
소 파파가 웃으며 화상용의 머리를 쿡 찔렀다.
“이 녀석아, 네가 일부러 그 시기를 골랐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진우달은 습격을 당하며 목숨을 잃을 뻔했지. 그의 호도인은 비록 실력은 강하지만 신중하진 않아. 그러니 자연스럽게 진결남에 의해 다른 곳으로 보내지고 신중한 사람으로 바뀌게 되겠지.”
“그다음은요?”
화상용은 큰 기대감을 가졌다. 마치 연장자의 칭찬을 기다리는 손아랫사람처럼 말이다.
“그다음? 이미 진작 조사를 통해 진결남이 무조건 진복을 보낼 것이란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 그는 예전부터 진우달이 크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는 다를 수밖에 없지.
그는 신중하고, 또 진심으로 진우달을 위하는 사람이야. 진우달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이상 진우달이 고생을 해도 그는 모른 척할 거야. 이를 통해 성장하길 바라는 거지.
넌 진우달을 이용할 생각이야. 하지만 그의 목숨에 지장이 가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진복은 크게 관여하지 않겠지. 오히려 경험과 수련을 쌓는 기회로 여기고 쳐다보기만 할 거야.
설령 누군가 눈치를 챈다고 하더라도 큰 지장 없을 거고. 그리고 이전에 습격을 한 일에 대해 우리의 혐의는 이로 인해 줄어들게 될 거고. 넌 전부 다 미리 생각하고 있던 거야. 맞지?”
“소 파파, 역시 대단하시네요. 전부 꿰뚫어 보시다니.”
화상용은 입을 가리며 웃으며 정성스럽게 차를 따랐다.
* * *
한편 백옥주에서는 연욱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양범을 위로했다.
“현제(賢弟), 성급하게 굴 필요 없어.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호양보종의 종추는 진양의 수중에 있을 테니까. 내년의 대수(大壽)가 열릴 때까지만 기다리면 돼.
호양보종이 울리지 않으면 진양은 죽지 않은 거고, 혹시 울린다면 현천성종이 지금까지 해 온 것으로 보아 진양을 반드시 죽일 거야. 대우가 왜 돌아오지 않았는지는 천천히 다시 조사해 보도록 하자.”
“쓸데없는 걱정을 하시는군요.”
양범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걱정하고 있는 건 누님의 회복을 돕는 일입니다. 이번 기회에 전심전력을 다해 우선 누님의 일부터 처리하죠. 제 일은 내년 대수(大壽) 때가 되면 결말이 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