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98
98화 방법이 생각났소?
그들은 길을 재촉하여 왕희의 궁전을 향해 달렸다.
궁전 밖에 도착하자 오징어 조각상은 죽을지언정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왕희께서 기거하는 곳에 함부로 들어가는 건 대죄란 말이다. 차라리 너희 같은 괴물에게 먹히는 게 낫지! 대죄를 짓고 죽고 싶지 않아!”
오징어 조각상은 죽기 살기로 발버둥 쳤다. 진양은 시간이 없었기에 과하게 핍박하지 않았다. 그것을 벽에 걸어두었다.
복도를 따라 문을 지나 대전으로 들어갔다.
상어 머리에 인간의 몸인데 키가 삼 장 정도 되는 거대한 해족 두 명이 입구에 서 있었다. 시선을 돌리더니 곁눈질로 진양과 진우달을 봐도 신경 쓰지 않고 그들을 들어가게 해주었다.
이곳에 살아있는 생명체는 그들과 교류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억 속에 존재할 뿐이었다. 그저 정해진 극본과 정해진 결말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하지만 벽화와 조각상들은 힘은 없었지만 영성이 가득했다. 그들과는 교류할 수 있었다.
벽을 따라 편전을 빠져나가자 안에서 누군가 움직이고 있었다. 허공에서 헤엄치는 문어 시종이 진수성찬을 들고 쉬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왕희는 수정관을 쓰고 상석에 앉아 있었다.
아래에는 백리 칠이 흰 치마를 입고 나풀거리는 머리카락을 위로 상투를 틀었다.
그녀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그녀의 한 쌍의 가느다란 손은 마치 환영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앞에 있는 요쟁(瑤箏)을 헤집고 있었다.
이름 모를 곡들이 낮은 소리로 천천히 울려 퍼졌다.
듣고 있으니 천천히 멀어졌다가 또 주변을 맴돌았다. 감미롭고 아름다웠다.
곡이 점점 절정에 이르자 궁전의 시종, 주변의 벽화 속의 생령들이 모두 넋을 잃고 곡에 빠져들어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편전의 밖에 서서 몰래 듣고 있던 진양과 진우달도 공허한 눈빛으로 황홀감에 빠진 얼굴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진양과 진우달은 정신이 돌아왔다.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칠아, 네가 다시 기운 차려서 음악에 심취해서 다행이구나. 몇 년 만에 이렇게 조예가 생기다니 언니가 다 기쁘구나.”
왕희는 웃음을 띠며 박수를 쳤다.
“언니, 과찬이에요. 목소리를 잃고 신통도 모두 잃고는 여기에 심취하였는데 위로가 되었어요.”
백리 칠은 몸을 일으켜 예를 올렸다.
그녀의 말에는 아무런 원망도 섞여 있지 않았다. 정말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행이구나. 왕께서도 널 아끼셔서 사실 속으로는 원하지 않으셨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단다. 그러니 무엇이든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거라.”
“언니한테 걱정을 끼친 거 같아서 사실 언니에게 진귀한 술을 선물하러 찾아온 거예요. 한 번 맛보세요.”
백리 칠이 손을 휘두르자 한 줄기 영광이 날아갔다. 탁자 위에 세 개의 옥 재질의 술병이 나타났다.
속이 은은하게 비치는 술병에는 청록색의 술이 담겨 있었다.
“칠이가 선물한 건데 당연히 맛을 봐야지. 이 술의 이름이 무엇이니?”
왕의가 입을 열자 바로 시종이 날아와서 술병을 들고 왕희의 잔에 가득 채웠다.
“이 술은 우연히 얻게 되었어요. 몸 안에서 술을 빚을 수 있는 바닷물고기를 찾았는데, 고대부터 전해지는 방법과 다른 영약을 섞어서 담갔더니 비로소 이 술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름은 취생몽사(醉生夢死)라고 합니다.”
“취생몽사?”
“네, 고대 방법에 따르면 마신 후에는 고뇌와 걱정을 잊게 해주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각종의 불쾌함도 모두 잊게 해준다고 했어요.
저도 매일 마셨더니 정말 효과가 있어서 이렇게 기예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어요. 최근에 언니에게 고민이 많아 보여서 가지고 온 거랍니다.”
“역시 생각이 깊구나. 그럼 언니가 기쁘게 받으마.”
왕희는 미소를 머금고 잔을 들어서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바로 감탄했다.
“정말 좋은 술이구나. 칠아, 이렇게 좋은 물건을 탐낸다고 언니를 원망하지 말고 조금 더 가져다 다오.”
“좋아요. 언니. 처음 담근 술은 많지 않으니 남은 건 다 언니에게 드릴게요.”
두 자매는 대전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누가 봐도 자매의 정이 깊어 보였다.
백리 칠의 어두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편전 밖의 진양과 진우달은 등골에서 식은땀이 멈추지를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료한 여자들의 일상적인 대화였다.
하지만 이미 실체를 알고 있는 그들은 그 대화에 얼마나 무서운 계략이 담겨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진양은 진우달에게 눈짓하여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왕희의 궁전에서 나온 진우달은 울상이었다.
“구 형,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소. 안에 있는 건 분명히 해요 선자요.”
“당황할 게 뭐가 있습니까. 진 형은 태원 수도사이고 저는 겨우 축기 후기일 뿐입니다. 당황하려면 내가 당황해야죠!”
진양은 진우달을 달랠 기력도 없었다.
진우달도 알아보았는데 그가 못 알아보았을 리가 있겠나?
지금 백리 칠의 차림새와 말과 행동은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나중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그들도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을 거다.
그저 목소리를 빼앗기자 오히려 음악에 심취하여 원망도, 소란도 피우지 않고 평온하게 지내는 그런 여자라고 생각했을 거다.
누구라도 나쁜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진양은 알고 있었다.
백리 칠은 이미 수련을 일부분 마친 게 확실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을 도려냈고 지금은 열반하고 다시 태어났다. 목소리도 듣기 싫은 목소리에서 평범하게 돌아왔다.
그녀는 이미 백리 칠이 아니라 해요 선자였다.
그리고 술은 이곳에 들어왔을 때 처음에 직접 본 그 술이었다.
마셔서 취한 사람은 정말 술에 취해 잠든 것처럼 낌새도 없이 죽었다. 누가 검사해도 이미 죽은 사람이란 걸 알아낼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술을 왕희에게 선물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해요 선자가 이미 세상에 나왔으니 뒤에 거리낌 없이 죽이는 기억도 곧 나타날 것이다.
오늘 가볍게 연주한 요쟁은 평범한 곡조였는데도 그들의 심신을 빼앗고 빠져들게 하였다. 곡조를 들으니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때 그들은 아무것도 느낄 새도 없이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오징어 조각상이 와서 그들을 목 졸라 죽여도 그대로 죽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나중에 진정한 살인 무기인 해요장혼곡을 연주할 때는 얼마나 무서울까?
음표 하나에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죽을 수도 있었다.
“구 형, 내가 미안하오. 내가 홍지용, 그 소인배와 내기하지 않았더라면 구 형을 끌어들이지도 않았을 거고 억울하게 죽는 일도 없었을 것이오.”
진우달은 울상을 지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이었다.
“일어나십시오!”
진양은 진우달을 부축하여 일으켜서 양쪽의 따귀를 때렸다.
“아직 죽지 않았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해요 선자는 확실히 강해서 당해낼 수 없지만, 이곳은 해요 선자 본체가 있는 곳이 아니라 그녀의 기억 일부일 뿐입니다!”
“구 형,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시오?”
진우달은 두 번의 따귀를 맞은 건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두 눈을 부릅뜨고 진양의 팔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무슨 방법이 있겠지요!”
“무슨 방법이 어떤 방법이오?”
“…….”
왕희의 궁전에서 나와서 대화를 마친 진양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 뭔가 잊은 거 같았다.
옆쪽 벽을 보자 벽에 걸려 있어야 했던 오징어 조각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진양이 화가 잔뜩 났을 때 오징어 조각상을 내팽개쳤던 것이었다.
진양은 벽에 걸려 있는 바다뱀 벽화를 툭툭 쳤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방금 그 오징어는 어디로 갔습니까?”
진양의 말은 매우 공손했지만, 바다뱀은 한쪽 눈을 뜨고 곁눈질로 사람인 걸 확인하고는 바로 차갑게 비웃었다.
“방금 오징어가 우리의 식탁에서 도망쳤는데 네가 대신 올라가겠느냐?”
바다뱀은 곁눈질로 한쪽을 보고는 벽화의 배경 깊은 곳을 파고 들어가 사라졌다.
“갑시다.”
진양은 성큼 걸음을 내디뎌서 쫓아갔다. 복도를 따라 뒤쫓아갔다.
모퉁이를 돌아서 한 번 훑어보니 앞쪽의 기다란 복도에 오징어 조각상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계속 앞으로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옆의 다리 여섯 개 달린 검은 바다거북이 조각상의 머리 위에 손바닥 크기의 오징어 조각상이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바다 거북이는 눈을 감고 있었고 오징어도 눈을 감고 있었다. 진양은 앞으로 다가와 손가락으로 오징어 조각상을 살짝 건드렸다.
“모르는 척하지 마.”
이 오징어 조각상은 이전의 것보다 몇 배나 작았고 색깔도 회백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으면 진양도 못 알아보았을 거다. 눈에 보이는 모든 오징어는 모두 똑같은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진양은 오징어 조각상을 들고 뒤에 숨기고 있던 두 개의 촉수를 떼어냈다.
“아직도 모르는 척을 하겠다? 우리가 널 그냥 스쳐 지나갈 줄 알았던 거냐?”
“원숭이들아! 싸우자!”
오징어 조각상은 두 눈을 뜨자 몸이 커지고 색깔도 회백색으로 돌아왔다. 화가 나서 촉수를 휘둘렀다.
진양은 차갑게 비웃고는 오징어 조각상을 들고 머리를 진우달 앞으로 내밀었다. 진우달은 거칠게 오징어 조각상의 머리를 한입 물어뜯었다.
두 번이나 시도해 봐서 그런지 이제는 거침이 없었다.
입에서 돌을 씹는 소리가 들렸다.
“할 말이 있으면 좋게 말합시다! 내가 졌소!”
오징어 조각상은 너무 놀라서 서둘러 자신의 촉수에서 한 덩이 떼어내서 자신의 머리를 고쳤다.
“다른 말은 하지 말고, 백리 칠은 지금 어딨어?”
“그녀의 침궁에 있습니다.”
오징어 조각상은 갈등하는 얼굴이었지만 씹는 걸 멈추지 않는 진우달을 보자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진양의 눈이 빛났다.
‘역시 또 기억의 장면이 바뀌었구나.’
진양은 오징어에게 다시 물었다.
“왕희는?”
“왕희께서는 잠이 드신 지 아주 오래되셨습니다. 아, 아닌데……? 나는 아까 왕희의 궁전에 갔다 왔는데? 내가 미쳤구나……. 머리를 다쳐서 미친 게 확실해.”
오징어 조각상은 미친 것처럼 또 촉수를 떼어서 자신의 머리를 고쳤다.
“우리를 백리 칠에게 안내해.”
가는 길에 진양은 눈썹을 찡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구 형.”
진우달은 안절부절못했고 절망에 빠진 얼굴이었다.
“왕희는 취생몽사 술에 독살되지 않았소? 그럼 시간이 거의 다 된 거 아니오?”
“아마도 그럴 겁니다.”
“나는 마셔서 죽는 게 낫지 해요장혼곡에 죽고 싶지 않소.”
“응?”
진양의 표정이 밝아졌다. 머릿속에서 한 줄기 영광이 스쳐 지나갔다.
“맞습니다. 취생몽사! 우리에게 아직 취생몽사가 있습니다!”
“무슨 뜻이오?”
진우달은 멍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구 형, 나는 그저 말해 본 거뿐이오. 최후의 순간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오.”
“아니, 진 형이 말하지 않았으면 생각 못 했을 겁니다. 지금 해볼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해보시겠습니까?”
“방법이 생각난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