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110
54화.
쿠와아악-!!
온몸을 속박당한 천마를 카시스가 어둠의 힘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의 생명까지 한꺼번에 흡수해 버리는 지독한 흑마법인 것 이다.
천강은 천마를 구해 보려고 발 벗고 나서 보았지만,소용 없었다. 주변에 결계가 처져 있어서 도저히 접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돼!! 시발 이게 말이 되냐고!!”
스킬이라는건 받아칠 수 있는 수단이 하나쯤은 있어야한다.
아무리 보스 몬스터 라고 해도 플레이어를 공격할 때 피하거나,혹은 막는 수단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건 아무것도 없이 대뜸 저주를 걸어 버려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피할 구실도, 막을 수단도 주지 않겠다는 마법 !
이게 버그가 아니면 대체 뭐가 버그란 말인가?
“시발!! 개좆같은 운영자 새끼들!!”
천강은 결계를 검으로 때리고 발로 차 보았지만,뭘해도 이 결계는 깨지지 않았다. 거기서 깨달았다.
아니 . 처음부터 깨달았어야 한다.
이건 천마를 죽이기 위해 설계된 퀘스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가 없다.
일부러 천마를 카시스가 있는 곳으로 유인한 뒤,외부적인 요소는 전부 차단하고 그 누가 와도 걸릴 수밖에 없는 저주를 걸어 저렇듯 모든 걸 빨아 먹고 있다.
지금 천강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천마가 카시스 손에 죽는 걸 지켜보는 것 밖에 없었다. 물론,캡슐에 나가게 되면 이걸 영상으로 찍어 올려 이번 퀘스트가 얼마나 불합리적인지 온 세상에 다 알릴 예정이었다.
“두고 보자 개새끼들아!”
이렇게 글로벌 퀘스트가 끝이 나는구나 싶어 모든 걸 포기하고 있을 때였다.
“ 으음?”
천마를 실컷 빨아들이 고 있던 카시스가 마법을 멈추더니,허공에 둥둥 떠 있는 천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무슨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 것일까.
천마의 상태를 보면 아직 사망한 것 같진 않았다.
“ 이상하군.”
카시스는 어둠의 힘에 잠식된 채로 허공에 떠 있는 천마를 둘러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놈이 손을 뻗어 천마의 몸을 건들자.
콰아앙-!
“크헉-!”
검은 기운이 폭발하면서 카시스를 밀쳐냈다.
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네가… 네가 오히려 내 힘을 흡수했다고?!”
천강은 지금 카시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웃기지 마라!!”
카시스는 단단히 화가 났는지 손에 검은 구체를 만들어 내어 그것을 천마에게 쏘아 보냈다.
쿠우웅-!!
천마에게 직격한 검은 구체는 크게 폭발을 했지만,퍼져나가던 시커먼 기운들이 천마의 몸에 빠르게 흡수되었다.
“죽어라!!”
카시스는 실성한 사람마냥 계속해서 구체를 쏟아 부었으나,방금 전 상황을 반복할 뿐이었다.
“대체… 대체 왜 통하지 않는 거야!?”
결국 카시스는 숨을 헐떡이며 더 이상 검은 구체를 쏘 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절규 어린 신음을 터트렸다.
그러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천강은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카시스와 아직도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천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 * *
저주의 속박이 걸리는 순간 천마는 어떤 짓을 해도 절대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상대가 흉측한 무언가를 쏟아낼 때였다.
콰아아아-!!
검은 기운이 천마의 몸 안으로 들어와 잠식하더니,이윽고 모든 걸 바깥으로 끄집어내려 했다.
온몸이 마비되는 속박에 걸려 천마는 그 기운들을 막아 낼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정신을 잃었다.
“여긴……
눈을 다시 떴을 땐 천마 앞에는 큰 거울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거울이 비추는 건 천마가 들어가 있는 천웅의 몸 이 아닌,무림 시절 그때의 천마였다.
“이건 본좌가 아닌가?”
잠시 잊고 있었던 본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형상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기이한 목소리가 그 안에서 들려왔다.
“넌 누구야?”
“…”
“대체 넌 누구야!? 누구냐고!”
어린 아이의 목소리 같으면서도 중저음의 목소리가 섞인 참으로 기분 나쁜 음성이었다.
그 목소리는 쉬지 않고 반복되었다.
“누구야! 누구야!! 누구냐고!!”
콰직-!
도저히 그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가 없었던 천마는 주먹으로 거울을 강하게 치며 말했다.
“본좌는 천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주변이 잠잠해졌다.
얼마 정도 고요함이 감돌았을까.
그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 왔다.
“그런 건 존재할 수 없어.”
“본좌도 이런 세상이 존재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무림에서 들었다면 인정하지도 않았을 테지. 너희들이 본좌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더 이상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천마는 자신의 핏줄을 타고 들어오는 검은 기운들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끔찍하고도 사악한 힘이 점점 몸을 지배 하기 시작했다. 뭔가 오랜 기억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천마는 그것만이 줄 수 있는 쾌락과 강렬한 욕망을 느끼며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콰오오오,!!
아직도 저 카시스라는 마법사는 열심히 검은 마나를 뿜어내며 천마에게 쏘아 내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지쳤는지,카시스는 뿜어내던 기운을 거두고 당황한 얼굴빛을 띠었다.
“이,이럴수가.”
카시스는 어둠의 힘에 완전히 잠식당한 천마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쏟아낸 힘을 전부 흡수해 버린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어떻게든 천마를 죽이기 위해 카시스는 계속해서 스킬을 날려 보았지만,물웅덩이에 새로운 물을 채워 넣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스킬을 퍼붓기도 잠시.
콰아아앙-!!
허공에 붕 떠 있기만 하던 천마가 땅으로 내려오더니, 큰 폭발을 일으켜 주변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이구나……. 이러한 힘은.”
저 먼발치까지 날아가 버렸던 카시스는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너도 흑마법사였나?
천마는 그런 카시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하늘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흑마법사가 아니라면 대체 내 힘을 어떻게 흡수한 거지?”
카시스의 말에 천마는 답하지 않고 혼자 중얼거리만 할 뿐이었다.
“그래……. 잊고 있었어. 본좌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는 걸. 그동안 본좌가 너무 물러 터져 있었구나.”
“대답해! 대체 네놈 정체가 뭐야!?”
처음 등장했을 때와는 달리 더 이상 어떤 위엄과 거대한 존재감도 보이지 않는 카시스였다. 그에 반해 천마는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아니 . 단순히 분위기 만 바뀐 것이 아니다.
생김새도 조금 달라졌다.
전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위협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천마는 입을 다물지 않고 계속해서 떠들고 있는 카시스에게 눈을 돌렸다.
“끝까지 밝히지 않겠다면 다 알아낼 방법이 있지 . 내가 오늘 네놈을……”
“시끄럽군.”
쉬아악-! 퍼억-!
“커흑-!”
갑작스레 검 하나가 날아와 카시스의 가슴과 등 뒤까지 꿰뚫어 버렸다. 그는 칼이 박힌 채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칼은 하나가 아니었다.
“감히 본좌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다니. 그 죄는 곧 죽음이다.”
콰앙-!
“뭐,뭣?! 크아악!”
이번에는 다른 검이 날아와 카시스의 어깨에 박혔고.
“감히 본좌에게 도전한 죄. 그것 또한 죽음이다.”
쿠웅-!!
“커헉!”
천마가 손가락을 까닥일 때마다 칼이 카시스의 몸을 꿰뚫었다.
“이,이런 말도 안 되는……!”
“본좌의 허락도 없이 입을 연 죄. 그것도 죽음으로 갚아야 한다.”
콰아앙-!
“컥-!”
검은 피를 토하며 괴로워하던 카시스는 갑자기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 이런 괴물이 있었을 줄이야……. 대체 넌 누구냐? 너 같은 괴물이 마타하니에 있다는 건 들어본 적 이 없다.”
천마는 차갑게 카시스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본좌의 존안을 보고도 알지 못하다니. 그것 또한 죽음이다.”
콰직-!
“ 크아아악-!’’또 하나의 검이 카시스의 몸을 꿰뚫고 바닥에 박혀 버렸다. 하지만 천마는 아직 반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듯 말했다.
“아직 고통스러워하지 말거라. 네놈의 죄를 아직 다 벌하지 않았으니까.”
수백 개의 칼들이 두둥실 떠 다니며 카시스 주변을 포위했다.
“죽여라. 내가 비록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넌 결코 그분의 부활을 막지 못할 것이다.”
카시스는 이미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를 천마는 힐끗 내려다보다 말했다.
“너 같은 놈에게 본좌의 칼을 쓰는 것도 아깝지.”
천마가 슬쩍 눈썹을 꿈틀거리자 그의 머리 위에서 잠을 자고 있던 뮤뮤가 번쩍 눈을 떴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귀여움이 담겨 있지 않았다.
오로지 먹이를 갈구하는 흉포한 맹수의 눈동자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크르르르-!”
작은 몸이었던 뮤뮤가 검은 기운과 함께 점점 커지더니,카시스를 한입에 씹어 먹어 버릴 정도로 거대해졌다.
“크아아아-!!”
그 괴수의 포효에 카시스는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하하-. 이렇게 깜찍한 괴수를 데리고 다닐 줄이야. 설마,내 마지막이 몬스터의 만찬이었다니.”
콰득-!
뮤뮤는 단숨에 이빨로 카시스를 물어뜯어 그 자리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센 포효를 터트리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온 땅에 밝히는 듯했다.
“진정하거라.”
천마가 손을 뻗어 쓰다듬자 뮤뮤는 그 큰 몸을 천마에게 비벼댔다. 흉포한 맹수에서 지금은 덩치만 큰 귀여운 애완동물이 되었다.
“혀,형?”
그런 천마에게 천강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리고 천마의 눈과 마주하게 된 천강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저것이 정말 내가 알고 있던 그 형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살벌하게 바뀌었다. 생김새도 조금 달라져 천강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천마는 그런 천강을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 형!”
그리고 그를 부르는 소리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위로 뻗어 검은 마나를 하나로 모을 뿐이었다.
콰아아아-!!
검은 폭풍우가 치고 시커먼 번개가 사방에 내려치기 시작뺏다’마치 블랙홀이 다른 것들을 모조리 집어삼키듯,천마의 손 끝에서 만들어지고 있던 구체도 그와 같았다.
‘뭘 하려는 거지? 그리고 이 힘은 대체 뭐야?!’
하마터면 몸이 휩쓸려 나갈 뻔한 천강은 검으로 땅을 찍어 버팀목을 만들었다. 그는 천마에게서 이러한 힘이 나온다는 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전 카시스를 없애 버린 것도 그렇고, 도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콰릉-! 콰지지직-!!
“캬오오!!”
“구오오오-!!”
플레이어들과 싸우고 있던 몬스터들의 검은 마법들이 천마가 만들어 낸 구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천마가 주먹을 쥐자 빠르게 회전하고 있던 구체가 멈추더니,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콰아아아-!!
“히익-!”
천강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구체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둠의 마법과 비슷한 성질을 가졌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힘이 폭발했다는 건 어둠의 마법이 사방을 덮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제 로그아웃이 되거나,어떤 데미지를 받았다는 창도 뜨지 않고 있었다.
천강은 천천히 눈을 떠 보았다. 그러자 따스한 햇빛이 그를 반겨 주었다.
“응?”
검은 폭풍과 번개로 가득했던 전쟁터가 화창한 봄날로 변했다.
플레이어들을 괴롭혔던 몬스터들은 흑마법의 저주가 풀리면서 제정신을 차렸고,어떤 몬스터는 그 자리에서 죽기도 했다.
“ 뭐야?”
“갑자기 뭐지?”
괴물들과 싸우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그러자 그들의 황당함을 풀어주듯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바실레이아 대륙에 계신 모든 모험가님들께 알려드립니다.] [Chapter 1. 불굴의 의지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은 기여도에 따라 주어집니다.]불가능해 보였던 퀘스트 성공.
천강은 어느덧 본래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온 뮤뮤와 머리 위에다 뮤뮤를 재우고 있던 천마를 보게 되었다.
방금 전 천마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공포의 화신 그 자체였다고 한다면,지금은 본래의 천마 모습이 된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방금 보았던 그것이 천마의 진짜 모습은 아닐까?
그런 생각 때문에 천강은 섣불리 천마에게 다가가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카시스와 천마의 싸움을 천강만 지켜본 것은 아니었다.
“음……”
잠시 벗어두었던 투구를 다시 쓰며 묵묵하게 뒤돌아서 가는 판테온이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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