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169
83화.
“이런······.”
멀리서 적의 본채를 살펴보고 있던 진천은 병력이 본진 중앙으로 모이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
“지존께서 포위 당하신 건가?”
“예? 진짜요?”
“그래. 다수의 적이 본진의 중앙으로 몰려 들고 있다. 지존께서 남궁현과 대면하신 거겠지. 그리고 남궁현은 지존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일 테고.”
진천의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죠?”
“어떻게 하긴. 너는 서둘러 지존께 가거라. 반드시 그분을 지켜야 한다. 그동안 나는 무사들을 불러 놈들의 본진을 급습하겠다!”
“예? 저 많은 군대를 혼자 뚫고 가라고요?”
“놈들은 지존께서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혼란스러울게다. 어지간한 분이 아니시니까. 경계도 흐트러져 있겠지. 이건 오히려 기회다. 우리 천마신교가 놈들을 짓밟을 수 있는 기회!”
천강은 모를 말만 쏟아내고 먼저 떠나가 버린 진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정신을 차린 뒤 드넓게 늘어져 있는 적의 본진에 눈을 돌렸다.
“시발. 어떻게든 되겠지.”
천강은 저 어딘가에 있을 천마를 찾고자 적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 * *
콰직-! 콰드득-!!
“크헉!”
“크아악!”
섬검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그 안에 있던 적들을 반토막 내어 버렸다. 또한 그 위로 떨어지던 무사들도 휘몰아치는 검강에 그 갈기갈기 찢어지며 흩어졌다.수많은 무사들이 달려들고 있음에도 천마는 아직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실로 대단한 힘이로구나.’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남궁현은 내심 감탄하며 천마가 보여 주는 검술을 감상했다.
‘예전보다 훨씬 더 성장했군. 아니.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이다. 그게 무서운 점이지.’
남궁현이 예전에 천마를 봤을 때도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보았다. 그런데 그때보다 실력이 늘어나다니.
‘하지만 어딘가 많이 답답해 보이는군.’
남궁현의 생각대로 천마는 지금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지금의 힘은 바실레이아 대륙에서 플레이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강해졌다.
그러나 이 당시에 천마가 가진 힘보다는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답답함이 움직임에 스며든 것이었다.
“이러다가는 한참 걸리겠군.”
남궁현은 무의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천마와 난전을 펼치고 있는 무사들 사이에 끼어 들었다.
콰아앙-!
섬광처럼 번쩍이는 일격에 천마는 디디고 있던 땅이 움푹 파였다.
“지루함을 못 이기고 드디어 납시셨나?”
“네놈의 하찮은 실력은 잘 보았다. 이제 그만 끝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
콰앙-!
콰쾅-!
청뢰살검 남궁현의 일격은 매서웠다.
마치 벼락이 그 위에 내려치는 듯한 강렬함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등골이 서늘하게 했다.
천마는 남궁현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내며 점점 뒤로 밀려나갔다.
“모, 모두 물러나라!”
“자칫 하면 휩쓸려 우리도 죽는다!”
남궁현이 끼어들자 무사들은 지레 겁을 먹고 얼른 뒤로 물러났다.
천하에서 내로라 하는 두 고수의 대결이지 않은가. 이렇듯 거리를 벌려도 싸움이 격해지면 휘말릴 때가 많았다.
콰콰쾅-!!
남궁현이 검강을 쏟아내면 천마는 그것을 막아내거나, 혹은 튕겨내 버린다.
그로 인해 다른 무사들이 대신 검강을 맞아 죽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럼에도 남궁현의 공격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오로지 눈앞에 상대를 죽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
남궁현이 날린 검강에 저 멀리까지 밀려난 천마는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내 힘도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지만, 남궁현도 내가 아는 위력과는 조금 다르군.”
남궁현과 칼을 섞으면서 천마는 깨달았다.
지금 천마의 힘이 온전치 못 하는 것과 더불어 남궁현도 그 힘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천하오검 중 하나다.
원래 천마는 이 전쟁이 끝난 직후 지속적인 무공 수련으로 큰 깨달음을 얻어 더욱 실력이 향상하게 된다.
강호에서 그 누구도 대적하지 못 하는 신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인데, 이 당시는 그때의 힘에 비교하면 햇병아리 수준이었다.
“그래도 네놈에게 질 순 없지.”
파앗-!
허공 위로 높이 날아오른 천마는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는 남궁현을 향해 검강을 흩뿌렸다.
콰콰쾅-!!
수십 개의 검강이 땅을 짓이겨 놓고 멀리까지 거리를 벌려 놓았던 무사들마저도 휩쓸어 버렸다.
이것이 천마가 자랑하는 무공 중의 하나인 아수라 대멸겁이었다. 하지만 남궁현은 뿌연 연기 속을 헤치고 나와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콰콱-! 콰콰콱-!
차마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이동하며 서로 검을 섞고 있는 두 사람!
연이어 들리는 굉음 같은 칼소리와 휘몰아치는 검격이 본진 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냈다.
“이, 이게 뭐야?”
“저런 싸움이 가능한 거야?”
“야! 피, 피해!”
도저히 인간의 싸움이라고는 볼 수 없는 두 사람의 대결에 넋을 놓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휩쓸렸다.
“도대체 저것들은 어디까지 가는 거야?!”
“말할 시간 있으면 뒤로 물러나기나 해!”
단 한 치의 물러남도 없이 두 사람은 본진의 바깥까지 나갈 기세로 칼을 나누며 달리고 있었다.
남궁현을 도와 천마를 쓰러뜨리려 하는 플레이어도 있었지만, 일정 거리에만 근접해도 몸이 반 토막 나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과연 둘의 접전은 언제쯤 끝이 날 것인가.
그렇게 두 사람이 본진의 입구 쪽에 다다랐을 때였다.
스걱-!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두 사람이 양 옆으로 쪼개졌다. 그리고 남궁현은 자신의 왼쪽 어깨에 나 있는 검상을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
“본좌가 지금은 네놈보다 내공이 약하다고 해도 전투에 대한 경험과 노련함은 결코 뒤처지지 않지.”
“네놈······.”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천마를 노려보는 남궁현.
그의 무시무시한 살기에 플레이어들은 숨통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천마도 남궁현이 앞뒤 볼 것 없이 힘을 끌어 모으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네놈만큼은 꼭 여기서 죽여주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남궁현의 주변으로 돌풍이 일었다. 마치 땅이 그로부터 진동하듯, 그 파동이 천마에게까지 전해졌다.
콰직-! 콰지직-!!
이윽고 하늘에서는 뇌격이 내려치며 남궁현의 힘을 더 해 주었고, 그것이 뭔지를 알아본 몇몇 무사들이 질겁하며 소리쳤다.
“서, 설마 그, 그걸 쓸 생각이신 건가?”
“하지만 저런 사파 나부랭이에게?!”
알 수 없는 그들의 대화에 플레이어들이 물었다.
“저게 도대체 뭔데요?”
“네놈은 저걸 보고도 모르는 것이냐?! 저것은 청뢰검법의 최고 절기라 할 수 있는 초식이다!”
“청뢰··· 뭐요?”
“여기서 꾸물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잘못하면 여기까지 휩쓸릴 수도 있어!”
“지금도 꽤 거리를 벌렸는데 더 벌립니까?”
“입 닥치고 얼른 물러나기나 해!”
무사들이 호들갑을 떨며 물러나라 명령을 내리자 몇몇 플레이어들은 뒤로 물러났고, 어떤 플레이어들은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 제자리를 지켰다.
콰아아아-!!뇌격을 동반한 푸른 회오리가 몰아치더니, 점점 그것이 하나로 뭉쳐져 둥근 원을 만들어냈다.
그 안에는 남궁현이 있었는데, 둥근 원이 수십 개의 뾰족한 뿔을 만들어내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솟아오른 뿔 형태의 푸른 검강이 남궁현의 명령에 따라 천마를 향해 쏘아졌다.
천마를 맞추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파괴와 죽음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천마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남궁현의 최후 절기였다.
“청뢰창천이라고 했던가. 저것을.”
둥근 원 형태의 안에서 무지막지한 위력을 자랑하는 검강을 쏘아내는 청뢰창천.방금 전 남궁현이 쏘아낸 것을 보았듯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몸의 반절이 사라져 버리는 무공이다.
과연 최후의 절기라고 부를만 하다는 것.
“죽어라.”
확실하게 끝을 보기 위해 남궁현은 여러 발의 청뢰검강을 천마에게 쏘아 보냈다.
천마는 땅에 검을 휘둘러 장막을 만들어내 막아 보려 했으나, 그것들이 장막을 뚫고 나와 그를 집어 삼키려 들었다.
콰아아아-!!
몇몇 개의 검강과 충돌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분명 몸이 산산조각 났을 법한 폭발임에도 불구하고 천마는 아직 제자리에 서 있었다.
‘호신강기······. 아니. 강탄기인가?’
남궁현은 한 차례 공격을 흘려보낸 천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끈질긴 놈. 발버둥 쳐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모르느냐.”
천마는 대답대신 얼른 덤비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것에 더욱 짜증이 난 남궁현은 그가 가진 힘을 천마에게 쏟아부었다.
콰콰콰콱-!!
쏜살 같이 천마에게 치닫는 검강들!
하지만 어느 순간 검강들의 형태가 일그러지더니, 위로, 혹은 아래로 흘러나가 천마의 뒤로 사라져 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흡수되었다는 것이 맞으리라.
“뭐······?”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남궁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천마의 뒤로 만들어진 어두운 공간이 그의 검강을 전부 집어 삼켰기 때문이다.
“어디서 잔재주를!”
남궁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검강을 쏟아 보냈다. 그런데도 그것들은 천마에게 닿기도 전에 사라져 버려 일그러진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게 무슨······.”
“아마 이해가 되지 않겠지. 본좌가 네놈을 쓰러뜨렸을 때도 이걸 썼으니까.”
“뭐야?”
“잘 보거라. 이것이 아수라 회륜기라는 것이다.”
마치 아수라의 그것처럼 일그러진 공간 밖으로 여섯 개의 팔이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팔들이 서로 맞닿으며 박수를 치자 일그러진 공간도 없어졌다.
“파천황.”
천마는 짧게 읊조리며 그가 흡수한 힘들을 전부 남궁현에게 퍼부었다.
“헉!”
콰아아앙-!!
“으아아아!”
거대한 푸른 뇌격이 천마의 검으로부터 빠져 나가 남궁현을 덮쳤다. 그것은 큰 폭발을 일으켜 저 멀리까지 거리를 벌렸던 무사들까지 날려 버릴 정도였다.
매서운 강풍이 한동안 본진 안을 헤집어 놓았고, 그것이 사그라들자 무릎을 꿇은 남궁현의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남궁현은 한 움큼 피를 토하며 칼로 간신히 스스로의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그를 마주하던 천마도 갑자기 몸이 폭발하듯 피가 솟구쳐 올라왔다.
“으음-.”
남궁현이 쏟아낸 검강을 모두 흡수한 것이니, 당연히 몸 안에 기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
그 부작용으로 이렇듯 몇몇 혈관이 터져 버린 것이었다.남궁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꺼져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도 안 된다. 네놈이 어떻게 청뢰창천을······.”
“똑같은 소리를 하는군.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때?”
“넌 모르겠지만, 이건 우리의 두 번째 싸움이다. 그때도 본좌가 널 이렇게 쓰러뜨렸었지. 지금도 먹혀서 다행이야.”
“크읍-!”
남궁현은 몸이 고꾸라지면서 이를 갈았다.
“난 인정하지 못 한다. 천하오검 중 하나인 내가 어떻게 네놈한테 질 수가 있단 말이냐.”
“원래 강호라는 세상이 그렇지 않던가. 강자가 있으면 그 강자를 쓰러뜨리는 새로운 칼이 매번 나타나게 되지.”
“자만해 하지 말거라. 비록 네가 날 쓰러뜨렸다고 해도 넌 여길 저, 절대 빠져 나가지······ 못······.”
이 이상 힘이 다 했는지 남궁현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무사들이 점점 몰려들기 시작했다.
“가주님!!”
“가주님!”
남궁현의 시체를 발견한 장로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들의 통곡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가주님의 원수다!!”
“놈을 죽여 가주님의 복수를 하리라!!”
흥분한 장로들을 필두로 플레이어들도 기회를 잡았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천마를 잡으면 보상이 엄청나겠지?”
“나도 제발 이런 병사 말고 직위 좀 있는 사람이 돼 보자.”
굶주린 하이에나들이 맹수가 약해진 틈을 타 포위망을 좁혔다.
천마는 이렇게 쉬고 있을 때가 아님을 알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많은 힘을 쓴 바람에 몸이 지칠 대로 지쳤지만, 이대로 죽어 줄 생각도 없었다.
천마는 피로 물든 칼을 들고 그들에게 말했다.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