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236
107화.
“여긴가.”
“응. 여기야, 형.”
천마는 마타하니보다 몇 배는 더 큰 대도시를 직접 보게 되었다. 이제까지 갔던 그 어느 곳보다 가장 크고 넓은 도시였다.
대도시 카르만.
이곳이 천마가 손에 넣어야 할 도시였다.
“들어가 볼까.”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천마는 카르만 대도시를 염탐하기 위해 직접 발걸음을 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도 되지만, 눈으로 찾아가서 보는 것만큼 확실한 건 또 없으니까.
“수상한 놈이다.”
“잡아라!”
그러나 입구에서부터 분위기는 살벌했다.
천마가 전쟁 선포를 했다는 것을 안 이후부터 이미 주변 도시들은 전부 경계령을 내려 함부로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 하게 막았다.
“저기 입구로 들어가는 건 무리겠지?”
“그래. 하지만 어디든 뒷문은 있기 마련이다.”
천마는 천강과 함께 성벽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뒷문이라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무래도 뒷문은 없는 거 같은데.”
“놈들이 철저히 대비를 한 것이겠지. 그럼, 어쩔 수 없나.”
천강은 천마가 이제 그만 포기하고 다시 브롬 도시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천마는 돌아갈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는지, 허리춤에 잘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형? 설마 아니겠지?”
“왜 그러느냐. 여기까지 왔으면 이 정도의 각오는 했어야지.”
“여긴 이제까지 형이 몰래 들어갔던 도시랑은 달라. 그리고 놈들은 형이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걸 알고 미리 대비도 해 놓았을 거야.”
“알고 있다.”
천마는 씨익 웃으며 검을 허공 위로 띄웠다. 그리고 검은 자유롭게 비행하며 성벽 위로 쭉 올라갔다.
“그런데도 하겠다고?”
“당연하지.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순 없다.”
천마의 명령대로 움직이던 검은 왼쪽으로 길게 뻗어 나갔다. 이윽고 성벽을 지키는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뭔가가 있다!!”
“침입자인가?!”
그 목소리를 듣고 천마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검이 성벽을 파고 들어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으아아악!”
“뭐, 뭐야 저 검은!”
칼이 혼자 날아다니며 마구 공격을 해 대니, 병사들로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검이 혼자 시간을 끌어 주는 동안, 천마는 성벽 위를 올라갔다.
“얼른 따라오너라. 지금이 기회다.”
성벽 병사들이 한쪽에 몰려 있을 때, 그 구멍을 이용해 성벽을 넘는 것이 천마의 계획이었다.
이런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쳐야 하다니.
천강은 눈을 질끈 감으며 천마의 뒤를 따라 성벽을 올랐다.
그렇게 둘이 성벽 위로 다 올라왔을 때쯤.
“웬 놈이냐!”
잉여 병사가 남아 있었던 모양인지, 천강과 천마를 발견한 이가 있었다.
파앗-!
“헉!”
그러나 이미 성벽 위에 병사가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천마는 점혈을 눌러 상대를 침묵시켰다. 그런 뒤 성벽 아래로 점프했다.
“혀, 형?!”
그냥 냅다 뛰어든 바람에 천강도 비명을 내지 않기 위해 입을 꾹 막으며 천마를 따라 떨어졌다. 그리고 신나게 병사들을 두들겨 패고 있던 검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천마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본좌가 말하지 않았느냐. 어디든 구멍이 있는 법이라고.”
“잠깐만. 나 낙사 데미지 지금 세게 먹었거든.”
“엄살 피우는 거 다 안다. 너한테는 방패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낙사 데미지는 못 막아.”
천마는 아주 멀쩡했지만, 천강은 낙사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워낙 천강의 몸이 튼튼했기에 망정이지 다른 이였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카르만 대도시는 높은 성벽을 자랑했다. 지금까지 외적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은 것도 전부 저 성벽 덕분이었다.
“음. 도시 안 분위기가 매우 어둡군.”
“우리가 다스리는 도시들이 이상한 거야. 그리고 여긴 특히 더 그래.”
외벽을 봤을 때는 그 안이 웅장하고 화려할 거라 착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와 보면 그 크기와 맞지 않은 칙칙함이 이들을 반긴다.
먹을 게 없어 굶는 백성들이 넘쳐났고, 플레이어들은 제멋대로 행동하다 싸움을 종종 일으킨다. 그걸 또 저지해야 하는 수비군들은 쉴 틈이 없었다.
그저 어둡기만 한 도시.
천마의 첫 느낌은 그랬다.
“도시 안은 엉망이긴 해도, 방어는 잘 되어 있는 것 같군.”
성 안을 돌아다니는 병사들 숫자도 그렇고, 훈련장에 모여 훈련을 하고 있는 병력도 상당했다.
“당연하지. 중국 연합 애들이 온갖 돈을 쏟아 부어 만든 곳인데.”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봐야 할까.
이곳은 오로지 돈을 뽑아내기 위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곳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원래 바실레이아 도시들이 거의 다 이래. 우리가 진짜 이상한 거야. 누가 도시 꾸미는 데에 돈을 쏟아 붓겠어. 전부 힘을 키우는 데에 쓰지.”
천강의 말대로였다.
이곳이 딱 바실레이아의 현실을 보여 주는 정형적인 도시의 모습이었다.
“여기서 더 볼 건 없을 것 같군.”
이곳을 다스리는 성주의 목을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나, 워낙 경비가 삼엄하고 성주가 어디에 있는지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볼 건 전부 다 본 것 같았다.
한 가지 알게 된 건 결코 쉽지 않은 전쟁이 된다는 것이다.
* * *
공식으로 전쟁을 선포한 천마.
당연히 이번 전쟁은 상대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 아닌, 천마신교 쪽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어떤 방식으로 공략을 할 것이며, 또 어떤 식으로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미리 결정을 해 두는 것이 기본.
그렇기에 천마는 천마신교에 있는 인원들 중 몇몇을 선별했다.
“천마님과 함께 싸우게 되어 영광입니다.”
“천마님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겠습니다.”
그렇게 선별된 인원들은 지휘관이 되어 군대를 이끌게 될 것이다. 또한 이들 중에는 NPC도 섞여 있었다. 그 NPC는 브롬 도시의 기사단장, 잭 하일이란 이름으로 천마를 섬겼다.
“이것이 바실레이아 대륙의 지도입니다. 현재 우리가 있는 이곳은 바실레이아 대륙의 남쪽으로, 앞으로 우리가 더 넓은 영토를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 남쪽을 전부 손에 넣어야 합니다.”
바실레이아는 총 네 개의 대륙으로 나뉜다.
이곳 남쪽은 불의 대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중국 길드와 일본 길드들이 대다수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 다음으로는 동쪽, 바람의 대륙. 만약 정복 전쟁을 끝까지 하시겠다면 동쪽은 제일 마지막에 노려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현재 가장 강한 군단을 가진 네브레 왕국의 영토이기 때문이죠.”
네브레 왕국.
아니. 이제 곧 있으면 제국이란 이름을 갖게 될 곳이다.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던 판테온은 마침내 여러 왕국을 멸망시키고 동쪽 대륙의 통일을 앞두고 있었다.
“우리가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는 곳은 바로 여기. 카르만 대도시입니다.”
카르만 대도시.
중국 길드가 처음으로 손에 넣어 그곳을 기점으로 세력을 왕성하게 번창시킨 곳이다.
이곳은 어떤 특정 길드가 도시를 다스리는 것이 아닌, 12개의 거대 중국 길드들이 연합장을 뽑아 다스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카르만 대도시를 무너뜨린다면 다른 곳은 쉽게 무너뜨릴 수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곳이 저들의 본거지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카르만을 무너뜨리면 그곳과 연결 되어 있는 그 외 도시들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이곳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다.
“지금까지와의 전쟁과는 차원이 다를 겁니다. 카르만 대도시를 지키기 위해 저들 연합이 모여 대항할 것이기 때문이죠.”
이것으로 기본적인 설명은 끝이 났다.
하일 기사단장은 뒤로 물러났고, 이제 천마가 입을 열 차례였다.
“카르만 대도시는 본좌가 직접 염탐을 하고 왔다. 그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과는 너무나도 다른 곳이었어.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어둠만이 가득했지. 본좌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해방시켜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카르만 도시를 무너뜨려야겠다는 생각만 했었지만, 직접 그곳을 가 보니 조금 생각이 달라진 천마였다.
그곳에 갇혀 사는 사람들을 억압에서 해방시켜 주고 싶었다. 또한 지금 이곳처럼 그 대도시도 아름답고 웅장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카르만 대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2개의 성을 넘어야 한다. 그 성들은 수비가 그리 완강하지 않아 금방 무너뜨릴 수 있을 터.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다. 본좌가 본 그 대도시의 성벽은 상당히 높아 올라가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렇기에 많은 희생이 필연적으로 따를 터.”
“이미 각오한 일입니다, 천마님.”
“예. 만약 싸우다 죽는다면 저희들의 시체가 디딤돌이 되어 동료들을 위로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지휘관들의 각오가 대단해 보였다.
천강과 천마가 선별한 이 지휘관들은 전부 고레벨 유저들로 여러 번 대전투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이번 전쟁에 적합한 인물로 뽑아 놓은 것이었다.
이제 남은 건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출진이다.
* * *
“1군 모여라!!”
“2군도 모여 주십시오!!”
“모두 위치를 지켜라! 이탈하면 안 돼!”
천마가 약속했던 3일째가 되었다.
마타하니, 브롬, 그리고 오리아나 도시에 있는 병력 75만과 한국 플레이어들 200만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 놀라운 정경에 이미 여러 방송국에서 크게 이슈로 다루는 중이었다.
그리고 200만 명의 플레이어들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천마는 병력을 분산시켜 미리 임명해 놓은 지휘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예전 전투에서는 그러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큰 전쟁을 앞두고 있는 만큼 체계적으로 전력을 짤 필요가 있었다.
“우오오오-!!”
“출진이다!!”
200만 명이 넘는 병력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천지가 요동쳤다. 천마는 그들을 이끌고 가며 첫 격전지에 도착했다.
카르만 대도시를 가기 위해 첫 번째로 넘어야 하는 리브롤 성벽.
이미 리브롤 성벽을 방어하기 위해 모여든 중국 측 병력이 도착한 상태였다. 그들은 작은 성벽을 막기 보다는 차라리 성 밖으로 나와 싸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는지, 성벽 수비를 포기하고 모두 밖으로 나와 있었다.
천마는 길드원들이 준비한 백마에 올라탄 채로 가장 앞으로 나아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랑스러운 천마신교의 무사들이여! 오늘 우리의 힘을 만천하에 보여 주자!!”
“오오오오-!!”
“모두 공격!!”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천마는 바로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모든 병력이 일제히 그 명령에 따라 앞을 돌진했고, 그들 중 가장 빠르게 달리고 있는 건 단연 천마였다.
“놈들이 온다!!”
“놈들에게 벽이라는 것이 뭔지 알려 주자!!”
중국 측 군대도 거대한 함성을 내지르며 마주 달려왔다.
“전부 죽여라!!”
이윽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충돌하며 넓은 평야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쳐라!!”
“막아라!!”
스킬과 비명이 난무하는 싸움터.
400만 명이 넘는 병력이 벌이는 대전쟁!
이런 규모의 전쟁은 바실레이아 대륙에서 거의 없었다. 하지만 국가전으로 치달으면서 대규모의 전투가 벌어지게 된 것이었다.
“저놈이다!!”
“저놈만 잡으면 우리가 이긴다!”
중국 플레이어들은 가장 선봉에 서서 활약하고 있는 천마를 타겟으로 삼았다.
그러나 천마는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어딜 감히!”
“천마님에게 접근하지 못 하게 막아라!”
수많은 병력이 천마를 지키고 있었고, 천강의 방패도 굳건히 그를 위해 버티는 중이었다.
그런 호응 덕분에 천마는 마음 편히 적들을 향해 돌진해 무쌍난무를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의 승리가 될지는 아직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
이처럼 치열한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건 여러 방송국 채널뿐만이 아니었다.
“아주 재밌게들 놀고 있네.”
그동안 행적이 묘연했던 에르바. 아니. 에르바의 몸을 하고 있는 리벨리오가 허공에 떠 있는 채로 두 세력간의 전투를 감상했다.
그리고 그의 눈은 전장 한복판을 휩쓸고 있는 천마에게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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