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27
14화.
“으아··· 떨려.”
“뭘 그리 긴장하는 것이냐?”
“형은 여기가 어딘지 몰라? 방송국이라고, 방송국! 전 국민이 tv로 보는 방송국이란 말이야. 거기서 우리와 만나고 싶어 하는 거라잖아.”
천마의 얼굴을 보니, 아마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의 힘은 대단해. 아무리 요즘 시대가 뉴튜브나 SNS라고 하지만, 바실레이아 온라인이 뜨면서 TV 채널도 활성화가 되었다고.”
“음? TV 채널?”
“그렇지. 바실레이아 온라인에서 플레이 중인 유저들을 특별 촬영해서 방송에 내보내는 경우가 많아. 이 사람들도 뉴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하고. 아무튼, 시청률이 쩐다니깐?”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 시대가 한때 있었다. 그러나 바실레이아 온라인이 급부상하면서 각 TV 채널들도 그에 맞춰 변화를 맞이했다.
그들은 유명한 플레이어들을 집중 조명하며 그들에 대한 영상을 방송에 내보내면서 시청률을 끌어 올렸다.
“뭐, 바실레이아에 있을 새로운 변화라든가, 랭커들의 소식이라든가. 이것저것을 많이 알려 주기도 하지.”
그 외에도 바실레이아의 팁이나, 랭커들의 공략 방법을 공개하면서 죽어 가던 방송국들이 속속 살아났다.
“흠······ 그러니까 환영문 같은 놈들이군.”
“그래. 환······ 뭐?”
“환영문 말이다. 놈들은 사방에 전서구를 띄워 정보를 얻곤 했지. 또 그 정보를 되팔기도 하고 말이야. 우리 신교에서도 자주 이용했던 놈들인데, 이놈들도 그런 부류란 말이지?”
“······.”
천강은 그냥 설명하기를 그만두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게임을 말하다의 PD 강영석이라고 합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이천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천강은 천마의 팔을 툭툭 치며 얼른 인사를 하라고 재촉했다.
“반갑소. 본좌는 천마라 하오.”
짧은 천마의 인사말에 천강은 순간 넋이 나갈 뻔했다. 이래서 천마를 데려오지 않으려 한 건데, 방송국 측에서 꼭 좀 데려와 달라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다.
우려했던 대로 천마는 첫 대면부터 기어코 사고를 쳐 버렸다. 그런데 PD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으하하하-!”
갑자기 혼자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강영석 PD는 미안하다며 손을 저었다.
이윽고 그는 천마와 억지로 악수를 하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천마님. 그거 아십니까? 저도 천마님의 열렬한 팬이라는 거.”
“팬?”
“예. 천마님의 영상과 방송은 다 챙겨 보았죠. 뭐, 이제 방송을 딱 3번 밖에 하지 않으셨지만요.”
오히려 강영석 PD는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
“가상현실게임 안에서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컨셉을 유지한다? 이건 생각지도 못 한 일입니다.”
PD는 이것 또한 하나의 컨셉이라고 받아들이는 듯보였다.
‘이걸 정신병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천강은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상대가 저렇게 받아 주고 있는데, 정신병이라고 말할 순 없지.
그래. 이것 또한 컨셉이라고 밀고 가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PD님. 언짢으셨다면요.”
“아니요. 전 아주 좋습니다. 계속 그 컨셉을 유지한다면야 더 좋은 영상들이 나올 것 같거든요. 그리고 바실레이아에서도 천마라는 컨셉을 잘 받아들여 준 것 같고요.”
“바실레이아에서도요?”
“예. 저번 방송에서 보시지 않았습니까? 새로운 퀘스트. 그것도 직업을 발견하는 퀘스트라. 스킬을 발견하는 데에 모자라 스킬 이름까지 정하는 건 정말 드뭅니다. 아니. 초보자가 그리 했다는 건 사상 최초의 일이죠.”
가끔 랭커 중에 어느 단계에 이르면 스킬을 발견해 내고 그 스킬의 이름을 정할 때가 있다. 하지만 초보자가 그런 업적을 이룬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걸 보고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내부 회의를 거쳐 천마님에 대한 영상을 방송에 내보내려고 합니다.”
“저기······ 정확히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형이 따로 촬영을 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요.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오늘의 게임을 말하다.’ 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들어 있습니다. 그중에는 플레이어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죠.”
자주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라서 천강도 알고 있었다.
대부분 랭커들을 소개하는 시간인데, 아마 그것을 보고 천마를 몰랐던 사람들이 새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거기서 반응이 좋고, 천마님의 인기가 더욱 올라간다면 별도로 프로그램을 편성할 생각도 있습니다.”
“별도로요?”
“예. 천마님이 과연 어떤 스킬을 발견해낼지, 또 바실레이아 여신이 말하던 새로운 직업은 무엇일지. 사람들이 매우 궁금해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방송에 공개한다면 시청률도 많이 나오겠지요. 동시에 천마님의 채널도 인기가 많아질 테고요.”
일부러 랭커들이 방송에 나오는 이유가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채널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TV 방송국의 힘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뉴튜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와 SNS에 밀려 이제는 어깨를 피지 못할 거라 예견했던 방송국 채널들이 바실레이아라는 날개를 달고 하늘을 비행하고 있다.
당연히 천강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희야 KBC와 함께 한다면 든든하죠.”
“좋습니다. 그럼, 바로 계약서부터 작성할까요? 아참. 뭐, 반드시 언제까지 저희와 같이 방송을 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그냥 얼마의 돈을 방송국 측에서 지불하겠다는 게 전부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매회차마다 계약서를 작성할 것 같네요.”
천마가 요즘 핫하게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랭커들을 제칠 정도의 인기는 아니었다. 즉, PD는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
만약 천마가 더 유명해진다면 그땐 장기 계약을 노려 볼 수 있으리라.
“뭘 그리 좋아하느냐?”
천마는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천강을 못 마땅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동생이 저렇게 웃으면 천마도 슬쩍 놀랄 때가 많았다.
“흐흐. 몰라서 물어? 돈이 들어오고 있잖아. 돈이!”
“음······. 아우, 너는 돈을 참 좋아하는구나.”
“당연하지! 이 세상은 돈이 전부니까!”
천마가 기억하는 그 예전에 거상이라 불리던 장세평이란 놈도 딱 저런 얼굴이었다.
“그래. 난 얼른 게임으로 돌아가고 싶다만.”
“내일 들어가자. 아니. 조만간 돈도 많이 벌면 그땐 우리 집에 하나씩 캡슐을 마련해 놓자.”
“꽤 비싸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벌면 돼!”
방송국에서 억대의 돈을 준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그래. 아직까지는이다.
천마의 인기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몸값은 비싸지기 마련. 그래서 tv 프로그램에 진출한 플레이어들은 모두 억대의 몸값을 받고 있다.
‘근데 저 형이 tv 예능에 나갈 수는 있을까.’
분명 막말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라 실검을 장악하게 될 터.
벌써부터 등골이 서늘해진다.
“아아. 아쉽지만 그건 포기해야지.”
“뭐를?”
“있어. 바실레이아 런닝맨이라든지 x맨이라든지 2박 3일이라든지······.”
천강은 일단 생각을 뒤로 미뤄두었다. 아직 그런 제안이 들어온 것도 아니니까.
“아! 그러고 보니 지금쯤 어떻게 되었으려나?”
“어떤 게?”
“영상 말이야. 내가 여기 오기 전에 하나 올려뒀거든. 전화 받자마자 바로 온 거니까. 반응을 확인 못 했네. 이따 집에 가서 천천히 확인해 봐야지.”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게 될지, 천강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천강은 일부러 핸드폰으로 확인하지 않고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 * *
-드디어 떴다!
-외쳐! 갓천마!!
-5252 기다리고 있었다고 젠장!!
마침내 천마의 영상이 올라가고, 기다렸다는 듯 시청자들이 몰려 들었다.
커뮤니티에도 영상이 올라왔음을 누군가가 알리면서 링크를 타고 넘어가는 회원들도 많았다.
영상의 시작은 천마의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상대방의 기를 보면 된다는 그의 말에 시청자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상대방의 기를 보라고?
-그게 가능한가?
-그게 가능했으면 내가 벌써 히든 직업 받았지.
-저 정도면 걍 주작아닌가?
하지만 천마에게 새로운 스킬이 있다는 것이 발견되면서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
-초보자가 스킬이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스킬 이름이 ??? 이라는 게 더 말이 안 된다.
-대체 뭐지?
뉴튜브는 영상이 올라가면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채팅을 칠 수가 있다. 댓글과는 조금 다른 라이브 채팅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상이 흘러갈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가지각색이었다.
그리고 천마가 무공을 보여주려고 할 때, 하필이면 바로 그때 영상이 끝나고 말았다.
[2부에서 찾아뵙겠습니다.]절단마공에 당해 버린 시청자들은 채팅창에서 기괴한 말들을 쏟아냈다.
-으아아아!!!
-편집자 이 개새키!!!
-편집자, 그는 천마인가?
-으데서 감히 절단마공을!!
천강이 올린 영상의 길이는 10분.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딱 적당한 분량이었다.
생방송을 챙겨보지 못 한 시청자들은 당연히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커뮤니티로 달려가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풀으려 했다.
[천마가 익힌 스킬들 있잖아. 물음표라고 되어 있는 거. 그거 다음 영상에서 어떻게 된 건지 나오냐?]-제발 말해 줘. 다시는 너희들을 커뮤충이라고 부르지 않을게.
-응 그냥 충 할래.
-그렇게 궁금하면 생방을 미리미리 챙겨 봤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 난 그게 뭔지 알지롱?
-모찌롱?
-ㅗ
애원을 해 봐도 낚시성 글 밖에 넘쳐나지 않았다.
[아. 내가 다 속시원하게 말해 줄게.]-다음 영상에서 바실레이아 여신이 나온다. 천마한테 사랑과 관심을 표현함. 그런데 투신까지 나와서 천마한테 고백한다. 삼각 로맨스 ㅇㅇ
-ㅋㅋㅋㅋㅋ하나 더 해 줌. 갑자기 천마가 무공을 익힘. 무협지에 나오는 무공들을 익힌다니깐?
-어허. 자네들. 스포가 너무 심한데?
-진짜 이건 아는 사람만 알아 들을 수 있는 스포 아니냐? ㅋㅋㅋㅋㅋㅋ
-아. 재밌냐? 어디서 개구라질이야. 바실레이아 여신은 또 뭐고 투신은 또 뭐임?
-아무리 낚시라고 해도 소설을 적당히 써야지.
당연히 생방송을 챙겨 보지 못 한 사람들은 저게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 대체 다음 영상은 언제 나오냐고?
-내일 낮 12시에 나온다고 하자너.
-그리고 내일 오후 5시에 생방임
-이번에는 꼭 챙겨 본다 ㄹㅇ
-근데 천마 센세 이번에도 각잡고 명상만 하면 어쩌지?
-ㅋㅋㅋㅋㅋㅋ명상 방송 실화냐?
다음 영상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영상 안에 담긴 여러 장면들에 관한 토의도 이뤄졌다.
-도대체 초보자가 스킬을 익힐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 거야?
-스킬이 물음표로 되어 있다는 건 바실레이아의 버그인 건가?
-진짜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스킬은 대체 뭘까요? 천마님이 설명해 주신 상대방의 기를 봐야 한다는 것과 그 스킬이 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계속되는 논란과 화제.
그러나 천마의 방송이 보여 준 영향력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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