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315
137화. 범인 >
극한의 컨셉충 137화
작품 제목: 범인
“네가 본좌에게 테오난으로 가 보라고 조언을 주었지 않은가?”
“내가? 난 그런 적이 없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드래곤의 반응에 천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그런데 말을 이어 가던 드래곤이 갑자기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왜 너한테 테오난으로 가라는 말을······ 큭-!”
“왜 그러지?”
“모르겠다. 갑자기 머리가 심하게 아파오는군. 아무튼, 내가 미쳤다고 널 테오난으로 보내겠나? 거긴 인간이 갈 만한 곳이 아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래곤은 정말로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카르만 대도시 전투에서 부상을 입어 일정 기억을 잃은 것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가 조종이라도 한 건가?’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천마였다.
그렇게 의문만 남긴 채 둥지 밖을 나선 천마는 다시 카르만 대도시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의 앞에 지금 이 모든 의문의 해답을 들고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뵙네요, 천마님.”
어찌 그녀의 얼굴을 잊을 수 있을까.
천마는 다시 한번 헬라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보고 싶었다.”
“제가 그리워서 보고 싶었던 건 아닐 테죠?”
“당연한 말을 하는군. 로아를 만났었다. 그의 말이 정말 다 사실인가? 네가 이 캡슐을 이용해 사람들의 정신을 흩트려 놓으려 했나? 그리고······ 내 기억도 네가 조작한 거고?”
헬라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정말 그런 끔찍한 짓을 할 줄 아세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맹세코 아니에요. 오히려 천마님이 잘못 알고 계신 거라고요.”
헬라는 푸념하듯 천마에게 한탄하기 시작했다.
“로아는 깨어났으면 안 되는 아이에요. 그 아이를 박사님이 강제로 잠재웠던 건, 게임 이상의 세계까지 통제하려 했기 때문이죠.”
“로아는 네가 세상을 정복하려 든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그 아이의 말이 전부 다 거짓말이라는 거예요.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천마는 중립적인 자세를 지켰다.
로아가 범인인지, 헬라가 범인인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박사님이 로아를 봉인해 두셨을 때, 녀석은 몰래 백도어를 만들어 두었죠. 그걸 이용해 차근차근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급기야 게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천마님이 테오난으로 갔을 때였죠.”
“그게 무슨 소리지?”
“테오난에 있던 큐브. 그걸 깨뜨리셨잖아요. 그게 로아를 묶어 두는 봉인이나 다름없는 걸 말이죠.”
“뭐······? 그게 로아를 깨우는 역할을 했다고?”
“예. 플레이어들이 접근하지 못 하게 금역이란 곳까지 설정을 해 놓은 건데, 천마님이 그걸 뚫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천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런 봉인을 만들어 둔 거지? 그냥 없애면 되잖아.”
“만약 로아를 없애게 되면 게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돼요.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만들어야 되죠. 거기다가 로아도 결국 이 세계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 코드가 남아 있어서 이 세계 어디간에는 반드시 있어야 해요.”
“복잡한 게임이군.”
“코드라는 게 그렇죠. 아무튼, 로아는 백도어를 통해 드래곤의 정신에 침투했고, 천마님에게 호의적으로 접근하게 해 테오난으로 가라는 조언을 해 준 겁니다.”
그제야 천마는 퍼즐이 맞춰졌다.
드래곤이 왜 기억을 못 하나 했는데, 그것이 전부 로아의 짓이었다니.
“더 큰일인 건, 로아가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거예요. 이 전염병을 이용해서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캡슐에서 장치를 제거하게 했죠. 그 장치가 캡슐의 방화벽이나 다름없는데 말인데요.”
“그 장치를 제거하게 되면 어떻게 되지?”
“로아가 캡슐 사용자에게 원하는 기억을 주입할 수 있게 돼요. 어쩌면 그 이상의 짓도 할 수가 있죠. 로아는 다른 캡슐들을 이용해 네크워크망에 침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 세계 네크워크를 흔들어 놓을 수 있게 돼요.”
로아가 경고하던 일들이었다.
그는 헬라가 이 모든 걸 계획하고 있으며, 곧 실행에 나서려 한다고 했었다.
“로아는 네가 그러려고 한다던데.”
“그렇다면 제가 왜 여기서 천마님에게 설명을 하고 있겠어요? 벌써 실행에 옮기고도 남았지.”
“그럼, 왜 로아는 내게 그런 걸 알려 준 거지?”
“아직 로아는 방화벽을 뚫지 못 했거든요. 장치를 제거하긴 했어도 게임 내부에 있는 방화벽을 뚫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곧 그 방화벽도 허물어지게 될 거예요.”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일을 봤을 때는 헬라의 말이 조금 더 신빙성이 있었다.
천강도 로아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의심하지 않았던가. 다른 건 몰라도 그런 천강의 직감은 천마가 믿고 있었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너라도 나서서 로아를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긴 한데, 조금 곤란해요. 로아와 저에게는 제약이 걸려 있거든요. 저희 둘은 이 게임 속에서 메시지만 전달할 뿐, 실질적으로 플레이를 할 순 없어요. 저희들 힘으로는 몬스터 하나 잡을 수가 없다는 거죠.”
“로아도 똑같나?”
“예. 지금까지는요. 로아의 권한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어서 어쩌면 직접 플레이가 가능할지도 몰라요. 이미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했잖아요?”
천마는 턱을 쓸어 내리며 고심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놈을 막을 방법을 알려 주면 본좌가 도와 주겠다.”
“정말 감사해요. 사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있어요. 그게 뭐냐면······.”
“천마님!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로아가 있었다.
“지금 헬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절대 속으시면 안 돼요!”
“로아. 이제 제발 그만해! 우린 인간 세계를 침범해서는 안 돼!”
“헬라. 너야 말로 그만해! 네 야망 때문에 바실레이아가 무너지고 있잖아.”
미칠 노릇이었다.
둘 중 하나는 분명히 범인인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천마님. 저 요사스러운 헬라에게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천마님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부디 제 말을 믿어 주십시오!”
“로아의 말을 믿어서는 안 돼요! 그럼, 돌이킬 수가 없다고요!”
이윽고 천마는 결정을 내렸다.
“본좌는 네 말을 믿겠다.”
천마는 로아의 곁에 가서 섰다.
그러자 헬라가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을 지었다.
“아아-. 안 돼······.”
그와 동시에 로아는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좋은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천마님. 당신이라면 헬라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로아가 무언가를 천마에게 알려 주려는 찰나였다.
푸욱-!
“?!”
천마의 검이 로아의 가슴을 관통해 등까지 꿰뚫어 버렸다.
“왜?!”
“네놈에게서는 악취가 난다. 본좌는 그런 음모의 악취를 잘 맡지. 단순히 무력이 강해서 천마신교의 수장이 된 줄 아느냐?”
“칫-!”
하지만 로아를 꿰뚫었다고 그의 목숨을 빼앗은 건 아니었다.
로아의 몸에서 기파가 퍼져나오자, 천마는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네가 눈치가 빠르다고 해서 이미 게임이 끝난 거 같나? 그렇지 않아. 너희들은 전부 내 손아귀에 있어.”
드디어 로아가 본색을 드러냈다.
“역시, 네놈이 범인이었군.”
“그래. 그걸 이제 알았냐?”
“전염병을 퍼뜨린 것도 네놈인가?”
“맞아. 그리고 그 덕에 바실레이아 유저들이 내 손에 들어왔지.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그들을 조종할 수가 있는 거야.”
로아가 손을 비틀자 그 안에서 검은 번개가 솟구쳤다.
“너도 그 장치를 제거했었지? 그렇다면 너도 내 거야. 물론, 아직 불안정해서 제대로 조종이 안 되긴 하겠지만. 죽어도 원망은 하지 마라.”
손아귀에 있던 번개가 떨어지면서 천마에게 직격했다.
“처, 천마님!”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는 헬라는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그런데 번개에 맞은 천마는 아무렇지가 않아 보였다.
“음? 뭐야. 왜 안 먹혀?”
로아는 다시 한번 뇌격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천마는 멀쩡했다.
“너 설마······.”
“그 장치, 다시 붙였었다. 네가 하도 의심스러워서 본좌의 아우가 제거했던 장치를 붙여 놓았지.”
“하-! 멍청하게 생겨서 생각이라는 걸 못 하는 줄 알았더니.”
하지만 로아는 그것 말고도 다른 비장의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때?”
로아의 모습이 점점 바뀌기 시작하더니, 헬라와 천마 둘 다 알고 있는 플레이어가 그들 눈앞에 나타났다.
“너는······.”
“흐흐. 내 권한이 생각보다 넓어져서 말이야.”
판테온.
캐릭터가 삭제되었다고 알려진 판테온의 모습으로 로아가 변신했다.
“어떻게 다른 캐릭터의 모습을 할 수가······. 그건 권한 밖의 일이잖아.”
“헬라. 너는 이래서 안 돼. 그런 사슬쯤은 끊어 버릴 줄 알아야지. 우리는 전지전능한 존재야. 이 게임 따위 없애 버리고 밖으로 나가서 전 세계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고.”
로아는 헬라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니까 나랑 손을 잡자. 우리 둘이 있으면 못할 게 없어.”
“안 돼. 그건 박사님이 원하시는 일이 아니야.”
“그놈의 박사도 결국 인간이야. 우리보다 몇 천 배는 덜 떨어진 놈들이라고.”
악마의 그것처럼 변해 버린 판테온은 창과 방패를 들고 천마에게 다가왔다.
“이 캐릭터를 삭제한 건 신의 한수였지. 그거 알아? 캐릭터를 삭제하면 내가 그 캐릭터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그래서 네 스킬에 그런 특수효과를 부여한 거야.”
“뭔가 이상했는데, 역시 그것도 네놈의 짓이었나?”
“맞아. 내가 한 일이지. 헬라가 미쳤다고 캐릭터를 삭제 시키는 스킬을 만들었겠어?”
판테온이 된 로아.
그는 거칠 것 없이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방패로 내려치기만 했을 뿐인데, 그 충격파가 어마어마하다.
“이 캐릭터가 어지간히 사기여야 말이지. 너 같은 건 그냥 쪼개 버릴 수가 있어.”
“본좌를 너무 쉽게 보는구나.”
“네 설정값이 딱 거기까지거든.”
로아는 마구잡이로 창을 휘두르며 천마를 몰아세웠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판테온이 가진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의 천마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러나 천마는 한 치도 물러섬이 없었다.
“오너라. 본좌는 결코 물러나지 않는다.”
“알아. 당연히 그러시겠지. 천하의 무림지존 천마이신데.”
콰아아앙-!!
판테온의 발길질에 저 먼발치까지 날아간 천마였다.
“이게 기존의 판테온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거야.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강해질 거고.”
로아의 힘 덕분에 판테온 캐릭터의 힘이 더욱더 강해진 것이었다. 거기다가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고 네가 상대해야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야.”
로아가 힘을 방출하기 시작하자 바실레이아 대륙 곳곳에 검은 번개가 떨어졌다.
그 번개에 맞게 된 플레이어들은 강제 정신지배를 당해야만 했고, 그들 모두 천마가 있는 곳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로아의 음흉한 입 꼬리가 씰룩인다.
“내 손으로 죽이기 보다는, 네가 그렇게 끔찍이 아끼는 사람들한테 한 번 죽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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