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79
41화.
“어디 좋은 컨텐츠 없을까.”
영겁의 마법사 이현우는 생방송도 하지만, 이렇듯 평소에 방송을 키지 않고 녹화만 해서 너튜브에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영겁의 마법사라는 히든 직업의 특징을 살려 단숨에 인기를 얻었지만, 너튜브는 수많은 BJ들이 득실 거리는 레드오션이지 않던가.
그중에는 괴물 같은 BJ들도 있어 소위 대기업이라 불리던 BJ들을 추락하게 만들 정도였다.
언제 어떻게 역전당할지 모르는 살얼음판에 놓인 세계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현우는 매일 컨텐츠를 찾아 헤맸다.
자극적이고 시청자들을 끌어 들일만한 컨텐츠를.
“영상이 올라왔나?”
그래서 요즘 자주 참고하는 곳이 바로 BJ 천마의 채널이었다.
영상을 몇 개 올리지도 않았는데 단숨에 엄청난 인기를 끈 건 아마 천마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BJ들에게도 천마는 큰 영감을 주는 상대였다.
“천마 따라하기 컨텐츠 조회수가 꽤 쏠쏠했지.”
다른 영상들보다 천마의 스킬을 따라잡는 영상 조회수가 훨씬 더 많았다.
자존심이 조금 상하긴 하지만,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 보면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래도 천마를 따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고레벨 사냥터에 들어가 솔플을 한다든가, 기이한 스킬들을 생성해 내는 것. 그것도 아니라면 일반 플레이어들이 친해지기 힘들다는 신관들이 서로 싸우게 한다든가.
“생각해 보니 진짜 대단하긴 하네.”
다른 유저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일들을 천마는 아주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여러모로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계속 천마를 따라하는 컨텐츠를 이어 가는 건 식상할 텐데.”
뭔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무작정 천마가 있다는 마타하니 도시까지 온 이현우.
그가 깊은 고심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척-! 척-!
“음?”
푸른색 후드를 뒤집어 쓴 마법사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기사들.
적어도 수천 명은 되어 보이는 숫자가 마타하니 도시 안으로 들어와 성주가 있는 곳으로 이동 중이었다.
“잠깐. 저건 마법 군단 아닌가?”
오로지 마법으로 특화되어 있는 마법 군단.
마법사, 마법병, 마법 기사단까지.
현재 그들의 앞장을 서고 있는 건 루리프 신관 에르바였다.
갑자기 마법 군단이 마타하니 도시에 들어온 것일까. 전쟁이 터진 게 아니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리가 없는 집단일 텐데 말이다.
거기다 모두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아 분명 무슨 일이 발생하긴 한 것 같았다.
“대체 뭔 일 때문에 모인 거지?”
이현우는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는 냄새가 났다.
* * *
쿠웅-! 쿠웅-!
땅을 부수며 쿵쾅대는 거인의 돌진이 모여 있는 오크들을 밀쳐내고 있었다.
“취이익-!”
“취익!! 도망가라!!”
아군이 아니었는지, 오크들도 비명을 지르면서 서로 도망치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이 도망치기에는 이미 늦었다.
콰직-! 콰콱-!
어두운 기운을 온몸에 두르고 있던 거인은 오크들을 짓밟고 몸으로 밀쳐내면서 다른 곳도 아닌 천마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
-뭐야 저건?
-저런 게 오크 사냥터에 있었나?
-처음 보는데?
천강은 당황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천마도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상대를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오크들이 저렇게 짓밟힐 정도면······!’
상당한 위력을 가진 돌진이라는 것이다. 즉, 저런 돌진과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면 천마도 저 오크들과 마찬가지로 짓밟힐 가능성이 높았다.
“천마님! 피하세······ 응?”
천마에게 위험을 알리려는 찰나.
천강 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멈출 수 없는 폭주의 영향을 받습니다.] [둔화율이 적용됩니다. 현재 둔화율 20%]“둔화율?”
둔화율은 말 그대로 몸을 둔화시키는 효과다.
몸의 움직임이 느려진다는 것인데, 문제는 둔화율이 계속해서 치솟고 있었다.
[둔화율 30%]쿵-! 쿵-!
[둔화율 40%]저 거인이 한 발자국씩 다가올 때마다 둔화율이 높아졌다. 천강은 그 이유를 금방 알아챘다.
‘저 검은 마나 때문인가.’
거인이 땅을 부수며 진격할 때마다 거미줄처럼 균열이 일어나면서 검은 마나가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그것이 둔화를 일으키는 것 같았다.
[둔화율 60%]“이런 미친.”
당장 여기서 피하기도 전에 둔화율이 이렇게까지 치솟아 버리면 그냥 꼼짝 없이 맞아 죽으라는 뜻 밖에 되지 않는다.
-에?
-둔화율 뭐임?
-지금 그게 중요하냐? 천마형부터 어떻게 해 봐!
-저러다가 진짜 죽겠다!
천강은 지금 시스템 창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천마님!”
천마도 둔화율에 관한 시스템 창을 보고 스스로의 몸 상태가 심상치 않게 변했음을 눈치챘다.
‘어떻게든 저 돌진과 부딪히는 걸 막아야 돼.’
천강은 천마에게 다가가 어떻게든 저 거인과 충돌하는 걸 막으려 했다. 안 되면 자기 몸이라도 던져서 막고자 하는데.
“시발!”
[둔화율 80%]80% 둔화율은 천강도 처음 보는 효과였다.
낑낑 거리며 힘을 줘도 몸이 거의 움직이질 않았다.
-헐······
-미친 보스까지 잡았는데 여기서 끝이라고?
-이렇게 빡종이라니
-대체 저게 뭔데? 장난 까냐?
그 처절한 광경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쿵-! 쿵-!
“크오오오-!!”
거인은 마침내 포효를 터트리며 앞을 가로막고 있던 오크들을 한꺼번에 날려 버렸다.
천마는 가만히 거인의 돌진을 맞아 줄 생각이 없었다. 둔화율이 걸려도 보법을 밟아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변수가 천마의 발목을 붙잡았다.
“취이이익-!!”
거인의 돌진에 맞아 허공 높이 떠오른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천마에게 낙하고 있는 것이다.
콰콱-! 콰지직-!
천마는 최대한 내력을 끌어 올려 보법을 밟았다.
하지만 어느새 둔화율은 90%까지 치솟았고 천마의 걸음걸이가 상당히 느려졌다. 그럼에도 그는 떨어지는 오크들을 검으로 베어 가며 공격을 피해나갔다.
그러나.
“크오오-!!”
“?!”
후두둑 떨어지는 오크들을 피하고 있는 사이.
거인은 더욱 속력을 높인 것인지 어느덧 천마의 코앞까지 다다랐다.
“안 돼!”
천강은 천마에게 뛰어가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아 절규 어린 탄식을 터트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천마는 잠시 동안 모든 것이 느리게 보였다.
최고조의 집중을 발휘했을 때 나오는, 오직 천마만 볼 수 있는 세계라고 해야 할까.
옆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느릿하게 보일 만큼, 지금 이 세계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보였다.
‘피하면 죽는다.’
괴상한 얼굴로 달려오는 거인을 마주했다.
지금 상태로 저 공격을 피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막는다.’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겠지만, 천마는 진지했다.
피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남은 선택지는 하나 밖에 없지 않은가.
사아아-.
잠시 동안 이어진 정지된 세계가 끝나고 천마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두 주먹을 양 허리에 붙이며 거인과의 충돌을 받아들였다.
콰아아아앙-!!
“끄악!”
거인과 천마의 격돌.
그에 따라 사방으로 퍼지는 폭발음이 천강의 몸을 저 먼발치까지 날려 버렸다.
“젠장!”
데구르르 몇 바퀴를 구른 천강은 벌떡 일어났다.
둔화가 모두 사라져 천마에게 달려갈 수가 있었다.
“제발!”
천강은 거인과 천마가 충돌하는 순간 직감했다.
이제 끝났다고 말이다. 하지만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그는 뿌연 검은 연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혀어엉-!!”
시야가 밝지 않아 천강은 천마를 큰 목소리로 불렀다.
“형!! 어딨어!!”
역시, 그 충돌로 살아남지 못 한 건가.
천강은 입술을 깨물며 순간 방송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로그아웃을 하려 했다. 천마가 죽었다면 지금쯤 캡슐에서 나오고 있을 테니까.
“아우.”
그런데 뒤에서 들리는 작은 목소리에 천강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형! 괘, 괜찮아?”
“그래. 죽진 않은 것 같구나.”
“어, 어떻게······.”
방금 전 그 충돌은 웬만한 플레이어들을 한번에 침묵시킬 수 있는 굉장한 위력이었다. 그런데 천마는 아직 살아 있었다. 물론, 멀쩡하다고 볼 순 없지만.
‘HP와 마나가 5% 밖에 남지 않았어.’
천마는 지금 거의 그로기 상태였다.
-저걸 산다고?
-거인이 다른 거랑 부딪힌 거 아님?
-대체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천마가 살아 있다는 것에 안도한 시청자들은 동시에 그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해했다.
“형. 일단 여길 나가자.”
지금 이 상태로는 오크를 상대하기도 힘들 터.
그러나 천마는 그런 천강을 옆으로 부드럽게 밀쳐냈다.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뭐, 뭐가?”
“저거 말이다.”
천마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천마와 충돌했던 거인이 있었다. 놈은 바닥을 큼지막한 주먹으로 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오오오오-!!”
저런 몬스터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 저걸 몬스터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NPC 라고 해야 하나.
대머리에, 가죽 바지만 입고 있는 거인.
붉은 눈동자와 입과 코, 그리고 귀에서는 쉴새 없이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는 중이다.
[이름:???종족:???
특징: 현재 폭주 상태입니다.]
몬스터의 정보를 확인해 봐도 폭주 상태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즉, 이제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몬스터라는 것.
그런 놈이 지금 천마에게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놈도 방금 전 충돌로 데미지를 입었는지, 그을린 흔적이 있다.
하지만 당장 쓰러질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젠장. 저런 게 어디서 나온 거야?”
지금 천강은 머리가 복잡했다.
저 몬스터는 어디서 나왔으며, 방금 전 천마는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지.
그리고 지금 도망친다고 해서 과연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지.
스아아아-.
“응?”
그때 천강의 옆에 있던 천마의 몸이 푸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형?”
“잠깐. 기다리거라.”
천마의 몸이 푸르게 빛나면서 주위에 있던 기운들이 회오리처럼 그의 몸 안에 모이고 있었다.
“이건······.”
천강은 5%까지 내려왔던 천마의 HP가 금새 30%까지 회복되는 것을 보고 기함을 터트렸다.
운기조식 효과.
체력과 마력을 동시에 회복시켜 주는 스킬. 그런데 이렇게 빨리 회복을 시킬 수도 있었다니.
“크아아!!”
쿵-! 쿵-!
거인은 단단히 화가 났는지 주먹으로 땅을 치며 조금씩 천강과 천마에게 다가오는 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천마는 몸을 회복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흩어진 기운을 모으고 이곳 바실레이아 대륙에 가득한 마력을 몸에 담는다.
보통 명상을 하면서 하는 운기조식은 스스로의 내력을 늘리기 위함이라면, 지금처럼 빠르게 진행하는 운기조식은 본인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천마가 그러는 동안 천강은 똥줄이 탔지만, 그러면서 천마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는 걸 잊지 않았다.
방금 전 충돌.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충돌이었다. 그런데 그걸 살아남은 것을 보면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스킬을 발견하셨습니다.]천마의 7번째 스킬이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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