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1
진짜 라이벌 (2)
소년의 얼굴을 본 도준은 내심 놀랐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 아무리 많아 봐야 갓 고등학교 들어간 학생 같은데······.’
주문한 메뉴도 커피가 아니라 딸기 음료였다.
놀라운 건 어려 보이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분위기’라는 것이 워낙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라 이목구비가 잘생긴 사람은 많아도 분위기 있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어린 학생에게서 진하게 풍겨져 나왔다.
“야. 야. 대박. 저기.”
소년을 보며 잘생겼다고 감탄하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성 중 한 명이 자신의 친구의 옆구리를 찔렀다.
“어? 왜. 아······ 헐.”
“강도준, 강도준 맞지.”
“저렇게 생긴 사람이 세상에 강도준 말고 또 누가 있겠어. 와. 오늘 눈 호강 제대로네.”
“어떻게. 나 진짜 너무 팬인데. 사인 받아도 되나? 옆에 매니저 있는 것 같은데······.”
“물어나 보자. 근데 너 펜 있어? 사인 어떻게 받아? 어디에 받아!”
“야, 잠깐만. 침착하자, 우리 너무 없어 보여, 지금.”
“강도준 앞에서 어떻게 있어 보여, 어?”
두 여성이 허둥대며 사인 받을 만한 물건을 찾아 헤맸다.
도준은 소년이 내뿜는 진지한 분위기에 시선을 빼앗겨 두 여성의 소란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두 여성보다 더 먼저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준에게로 다가왔다.
‘어? 내가 너무 대놓고 쳐다 봤나.’
소년을 보고 있던 도준은 순간 당황했다.
“저······.”
“뭐예요?”
도준을 대신해 함께 있던 막내 매니저가 물었다.
소년은 몇 번이고 입을 달싹거리다가 민망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당당하게 다가온 것에 비해 그리 숫기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에 나오신 강도준 배우님 맞으시죠?”
머뭇거리며 꺼낸 인사는 무척이나 어른스러웠다.
변성기도 지났는지 목소리가 낮고 무게감이 있었다.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도 더 굵은 목소리였다.
“네. 맞는데······.”
야외 촬영 때, 여성 팬들이 말을 걸어오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남학생이 찾아온 건 처음이라 도준은 의아한 채 끄덕였다.
“연기 너무 잘 봐서,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역 배우 정민우라고 합니다.”
“아!”
도준은 정민우의 소개에 무언가 깨달은 듯 감탄했다.
어쩐지 예사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름을 듣고 나니 생각나는 인물이 있었다.
“혹시 그, 에 출연했었죠?”
정민우는 열 살에 어린이 모델로 데뷔해 재작년에는 인기리에 종영한 대하 사극 드라마 에서 세종의 아역을 맡아 열연했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긴 대사를 척척 해내 ‘정말 세종대왕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았다.
미래가 기대되는 아역 배우들의 이름에는 언제나 정민우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50부가 넘어가는 대작이라 도준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지만, 아역 배우가 참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어? 아시네요! 맞아요. 저 거기 나왔었어요!”
도준이 자신을 알아보자 정민우의 얼굴이 밝아지며 들뜬 표정이 떠올랐다.
그제야 어린 티가 났다. 동시에 도준이 에서 보았던 아역 배우의 얼굴과도 겹쳐 보였다.
‘정말 어려보였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나 컸단 말이야?’
도준은 새삼 놀랐다. 아이들은 빠르게 자란다더니, 정민우는 못 알아볼 만큼 훌쩍 자라 있었다.
‘물론 여전히 어리지만.’
정민우는 이제 열여섯, 중학교 3학년이었다. 내년이 돼야 고등학생이었다.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실례인 줄 알면서도, 너무 반가워서! 인사 드리고 싶었어요!”
“아, 아니예요. 괜찮아요.”
“악수 한 번만······.”
진심으로 신나하는 정민우에 도준은 얼떨떨한 채 손을 내밀었다.
사실 경력으로 따지자면, 정민우가 선배였다. 도준은 경력 많은 아역 배우가 자신을 신기해하는 게 더 신기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얼떨떨한 채 손을 맞잡으며 도준이 인사했다. 도준과 눈을 맞추는 정민우의 눈이 반짝거렸다.
“에서 보고 너무 만나 뵙고 싶었어요!”
“아아······. 어? 근데 못 보는 나이지 않아요? 아직 학생이면.”
도준의 질문에 정민우가 잠시 눈을 찡긋거리며 당황스러워했다. 도준은 피식 웃었다. 아역 배우도 배우였다.
비록 19세 관람 영화를 본 것은 불법이었지만, 좋은 작품을 보고자 하는 열망을 도준도 모르지 않았다. 캐물어 혼을 낼 것도 아니라 도준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박찬종 감독님 영화 좋아하나 보네요.”
“네. 언젠가 박찬종 감독님 영화 출연하는 게 꿈이에요. 하하. 너무 큰 꿈일까요.”
제 꿈을 말해 놓고는 정민우가 멋쩍게 웃었다.
어른스러울뿐더러, 배우로서의 꿈에 매진하고 있어서인지 정민우는 소위 말하는 ‘요즘 애들’ 같지 않고 순수한 면이 있었다.
도준은 정민우를 보며 자신보다 한참 어리지만,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 영화 보면서 도준 배우님이랑도 꼭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진심이 묻어 나와 더욱 기분 좋은 말이었다. 도준이 희미하게 미소를 짓자 정민우가 안심한 듯 말을 이었다.
“혹시 차기작 바로 들어가시나요? 드라마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바로는 안 들어가실까요?”
도준을 만나는 이마다 다들 차기작을 입에 올렸다.
그만큼 방송가에 떠오르는 스타인 도준의 차기작에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조심스럽게 묻지 않아도 되는데······.’
잠깐의 대화만으로도 도준은 열여섯 정민우의 곧고 진중한 성품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오래 쉴 계획은 없어서, 작품 검토 중에 있어요.”
도준의 말에 정민우가 눈을 마구 빛내며 무언가 한 박자 참는 듯 마른침을 삼켰다.
“혹시······. 인가요?”
주위를 신경 쓰며 정민우가 속삭이듯 물어왔다. 이번에는 도준이 놀란 눈이 됐다. 회사 차원의 검토 중이라 기사가 나간 적도 없었다.
당장 감독 문제로 작품 출연을 할지 말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사실 제가 그 드라마 왕세자 아역으로 출연 제의를 받았거든요. 주인공에 도준 배우님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하셔서······.”
캐스팅 과정에서 얘기가 나온 모양이었다.
도준은 1부에 나오는 아역 분량을 떠올렸다.
이미지도 어울렸고, 정민우라면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님 하시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눈앞의 정민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의 아역을 한다니, 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아역이니 같이 연기하는 일은 별로 없을 테지만, 자신이 연기할 역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 무언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에 출연하고 싶은 이유가 또 하나 생긴 듯했다.
“저도 꼭 같이하면 좋을 것 같네요.”
도준이 미소 지으며 답하자 정민우가 쑥스러운 듯 마주 웃었다.
사인받을 때를 노리며 도준과 정민우의 대화 장면을 힐끔거리며 지켜보던 건너편 테이블의 두 여성은 보고만 있어도 밀려오는 훈훈함에 감탄했다.
“도준 씨, 벌써 와 계셨네요. 어머, 민우 군도 여기 있었네!”
오늘 도준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던 일간스포츠지 이정원 기자였다.
주로 배우들과 인터뷰해 특집 기사를 내는 게 이정원 기자의 일이었기 때문에 정민우와도 인터뷰를 한 적 있었다.
사실 별도로 화보 촬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 기사만 나가는 것이라 대부분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정민우나 도준의 경우에는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예인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은 직업이었지만, 기자도 사람인지라 그래도 꼭 만나서 얘기를 나눠 보고 싶은 연예인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어? 이 기자님?”
정민우가 이정원 기자를 기억하며 반가워했다.
인터뷰 당시 어린 자신을 무시하는 기색 없이 친절하게 대해 준 기자였기 때문이었다.
중학생과 인터뷰를 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이정원 기자도 정민우와의 만남을 특별히 기억하고 있었다.
“둘이 아는 사이예요?”
“아니, 제가 팬이라 인사드렸어요. 이 기자님은······ 인터뷰 하러 오신 거예요?”
이정원 기자가 웃으며 끄덕였다. 그러자 정민우가 얼른 자리를 정리했다.
“인터뷰 때문에 계셨던거구나. 저는 이만 가 볼게요.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꼭 같이 일하면 좋겠어요. 기자님도 나중에 또 봬요.”
끝까지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 도준과 이정원 기자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올랐다.
***
이정원 기자와의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때 단독 인터뷰는 영화 전문 잡지와 짤막하게 해 본 게 다였지만, 이후 벌써 세 번째 단독 인터뷰였다.
이전 스케줄에서 잡지 화보 촬영을 하면서도 인터뷰가 있었기 때문에, 도준은 이제 어느 정도 인터뷰하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꼭 익숙해지지 않더라도 워낙 연기에 대해 많이 생각해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질문에 막힘이 없었다.
종영 후기, 촬영 당시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 얘기, 데뷔하게 된 계기 등 무난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제 나이가 서른이죠?”
“네.”
“스물아홉에 데뷔하고. 사실 데뷔하기에는 조금 늦은 나이잖아요.”
배우들에게는 어쩌면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었다.
너무 진지하게 물으면, 오히려 문제 지적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 이정원 기자는 최대한 넘어가는 조심스럽지만, 가볍게 물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주 늦은 것도 아니지만. 이 외모, 이 실력이면, 더 빨리 데뷔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운 점이나 그런 건 없으세요?”
모두가 왜 이제야 충무로에, 여의도에 도준이 이제야 나타난 건지 아쉬워 했다. 인터넷의 팬들도 그랬고, 이정원 기자조차도 그랬다.
그래서 묻는 것이었다.
도준은 껄끄러울 수 있는 질문에 진솔하게 답했다.
“물론 어렸을 때는 빨리 데뷔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그런데 지금 데뷔하고 나니까 지금이 딱 좋았던 것 같아요.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준비가 훨씬 잘돼 있는 상태에서 데뷔할 수 있어서 전 만족합니다. 할 수 있는 역할도 너무 어릴 때보단 지금이 훨씬 많고요.”
이정원 기자는 끄덕였다. 확실히 배우, 특히 남자 배우는 이십 대 후반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할 만했다.
드라마 주연급 역할의 캐릭터 나이가 대부분 스물아홉에서 서른 셋 정도로 설정됐기 때문이었다.
“하긴 한창 활동하다가 군대에 가야 하는 배우들 보면 아쉬움이 많았는데, 도준 씨는 군필이시죠? 그것도 엄청 강점이죠. 남배우에겐.”
도준이 빙긋 미소 지었다.
이정원 기자는 역시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TV에서 본 도준보다 훨씬 더 괜찮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얼굴부터가······. 방송국들은 정신 차리고 화질 개선부터 해야······.’
이정원 기자가 다음 질문을 이었다.
더 깊은 대화로 들어가야 다른 인터뷰와는 다른 인터뷰를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데뷔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이라는 게 어떤 부분인지 물어 봐도 될까요?”
질문에 늘 막힘없이 대화하던 도준의 얼굴이 흐릿해졌다.
***
다음 날 아침, 일간스포츠 연예면 한 페이지의 2/3가 도준의 인터뷰로 채워졌다.
동일한 기사의 내용이 인터넷에도 업데이트되자 도준의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렸다. 기사 아래에는 응원의 댓글이 한바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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