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5
더 큰 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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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도준 씨. SG 미디어 백정아 본부장 비서실입니다. 지금 연락 가능하실까요?]갑작스럽게 메시지를 보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각이었다.
게다가 백정아와 도준은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도 아니었다.
호철과 강산, 두 사람과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선 도준의 마음은 백정아 비서실에서 온 메시지로 인해 어지러워졌다.
간만에 기분 좋게 올라있던 술기운도 날아가버린 듯했다.
‘연락? 그것도 지금? 백정아 쪽에서 왜······. 정말 그 비서실이 맞긴 한가······?’
도준의 번호를 알아낸 것을 보면, 비서실일 가능성이 컸지만, 간혹 극성팬들에게 다양한 연락을 받기도 하는 도준이었다.
도준은 우선 답장을 보류한 채 차에 올랐다.
진성현 실장이 다른 일이 있을 때마다 도준의 이동을 맡은 막내 매니저가 시간 맞춰 도준을 데리러 온 것이다.
막내 매니저는 도준의 약속 장소가 강남 쪽이 아닌 별 볼 일 없는 서울 변두리 동네라는 것에 조금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관심받고 있는 스타면서도, 도준은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점이 거의 없었다.
“집으로 바로 가시는 거죠?”
“응. 늦은 시간에 불러서 미안해.”
“아니에요. 이게 제 일인데요.”
백미러로 도준과 눈을 맞추며 막내 매니저가 기분 좋게 답했다.
물론 그도 사람인지라 갑작스럽게 주말 밤에 불려 나오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도준과 같이 미안해하는 기색이라도 내비치는 쪽이 훨씬 나은 기분으로 일할 수 있었다.
특히 도준과 같은 인기 스타라면 개인적인 일정이어도 매니저가 이동에 동행하는 게 맞았다.
얼굴도 알아보는 이 몇 없는 배우들도 거들먹거리며 휴식일에 자기 대신 마트를 다녀오라는 둥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생각하면, 도준은 확실히 매니저로서 고마운 배우였다.
‘오늘은 술을 마셔서 어쩔 수 없다지만, 개인적인 볼일 정도는 내가 직접 운전을 해 왔다 갔다 하는 게 나을 텐데······.’
도준은 PT를 받으러 이동할 때도 함께 움직이는 막내 매니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차라도 한 대 사야 하나······.’
이제 돈이 없어서 차를 못 사는 사정은 아니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도준은 차가 출발하자 이내 다시 휴대폰 메시지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규홍아. 진 실장님 지금 주무시려나.”
“어, 아뇨. 삼십 분 전쯤에 저랑 스케줄 얘기하셨는데. 연락하실 일 있으세요?”
“아······. 뭐 좀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알았어.”
그렇게 말한 도준은 진성현 실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래도 진성현 실장에게 먼저 얘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 나랑 엄마 외에는 내가 백 회장의 아들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제 와서 백정아가 알아냈을 리도 없고······. 정말 백정아 쪽 연락이라면, 아마 배우 강도준에게 연락한 걸 텐데······.’
비서실에서 온 메시지를 복사해 진성현 실장에게 보내자 진성현 실장 쪽에서는 곧바로 답장이 왔다.
[뭐야? 일단 나한테 번호 넘겨 봐] [아.. 그리고 나한테 연락하라고 해] [진짜 그쪽이면 내 번호도 알겠지]도준이 생각했던 방법이기도 했다.
도준이 직접 무슨 일인지 묻는 것보단 도준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진성현 실장이 연락의 이유를 알아내는 게 맞을 듯했다.
[지금 연락 불가합니다. 용건이 있으시다면, 제 매니저인 진 실장님께 연락하시길 바랍니다.]그렇게 메시지를 보낸 도준은 차 안이 가져다주는 어둠 속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
도준의 메시지에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점심, 대신 답장을 받은 진성현 실장이 도준의 집으로 찾아왔다. 진성현 실장의 손에는 도준과 함께 먹으려고 포장해 온 음식도 함께였다. 북엇국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났으면 어제 술 먹었을 거 아냐.”
“감사합니다, 실장님. 잘 먹을게요.”
“나도 같이 먹을 거야.”
“당연하죠. 상은 제가 차릴게요.”
도준은 수저와 젓가락을 챙기며 진성현 실장이 내민 봉투를 받아들었다.
북엇국은 도준의 집 근처의 맛집에서 사온 것이었는데, 저녁 시간에는 기본 삼십 분씩 줄을 서야 하는 곳이었다. 국물 맛이 깊어 도준도 좋아하는 곳이었다.
‘엄마도 좋아할 맛인데······.’
엄마를 떠올린 도준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제 강산과 호철을 만나고 온 데다 백정아 쪽의 연락까지 받아 심란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드세요, 실장님.”
북엇국과 밥을 그릇에 담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도준이 말했다.
진성현 실장이 고맙다고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다.
“크······. 역시 이 집은 국물이 시원해.”
국물을 몇 숟갈 뜬 진성현 실장이 감탄했다. 도준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곧 진성현 실장이 본격적인 얘기를 꺼냈다.
“아무튼 백정아 본부장 얘기하자면······.”
“네. 말씀하세요.”
“일단. 너한테 메시지 받고 밤에 번호 알아봤는데 백정아 비서실 사람 번호가 맞더라. 비서실장이래. 백정아가 워낙 발이 넓어서 그런지 번호 아는 사람 찾긴 어렵지 않더라고.”
“그렇군요.”
“그래서 연락 기다렸는데, 어젯밤에는 조용하더니 오늘 출근 시간 돼서야 전화가 오더라고. 어제는 자기가 실수한 것 같다고. 백 본부장이 워낙 일 처리를 빠르게 하길 원하는 편이라 급한 마음에 너한테 연락부터 했다고 사과하더라······.”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각에 다짜고짜 연락을 해왔으니 사과를 하는 게 맞긴 했다.
도준은 가만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진성현 실장의 얘기를 마저 들었다.
“암튼, 백 본부장이 이른 시일 내에 너 만나보고 싶다고. 최근 촬영 스케줄 딱히 없는 걸로 아는데 언제가 괜찮냐고 하는데······. 참······. 네 스케줄이야 이 바닥에서 알아 보면 아는 것도 어렵지 않았겠지만, 은근히 권력 과시하는 건지, 뭔지.”
진성현 실장은 기분이 나쁜지 저도 모르게 찌푸리고 있었다. 도준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용건은요?”
“뭐, 작품 얘기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데······.”
진성현 실장은 말을 하면서도 생각이 많은지 턱을 긁었다.
이 업계가 인맥으로 굴러가는 업계라는 것은 진성현 실장도 잘 알고 있었다.
정해진 규칙이 헐렁한 곳이다 보니 알음알음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대본 하나 구하기가 수월하기도 했고, 광고 몸값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공식적인 루트보다 연줄을 타고 캐스팅이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 꼭 사업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투자사 등에서 과시용으로 인맥을 쌓는 경우도 많았다.
얼마 전 가수만 전문으로 키우는 아이돌 기획사 사장이 잘나가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술자리를 마련한 것만 봐도 그랬다.
키우고 있는 배우가 있는 것도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와의 만남이 딱히 도움이 될 리는 없었을 텐데 각 분야 1등끼리의 만남이라는 허울을 갖고 싶어서 만들어낸 자리였다.
‘밖에서 보면 그게 무슨 시간낭비냐 싶을 정도지만······.’
그러니 동종 업계 종사자라고 할 수 있는 SG 미디어의 본부장이 배우인 도준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특히나 최근 영화 산업에 힘을 쓰고 있는 SG 미디어이니 투자할 영화에 도준을 캐스팅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었다.
다만 하필 SG 미디어의 본부장이 ‘백정아’라는 것과 처음 연락을 취한 방법이 마음에 걸렸다.
“실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한테 직접 연락한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한데······ 나랑 같이 공식적으로 만나자는 거면, 안 만나고 피할 이유는 또 없어서······.”
진성현 실장의 말이 맞았다. 도준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약속 잡아주세요. 점심으로.”
“그래. 무슨 얘기하나 들어나 보자.”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지 도준도 궁금했다.
***
얼마 후, 도준은 서울 중심에 자리한 호텔의 중식당에서 백정아와 만나게 되었다.
룸은 백정아의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었다. 룸에서 진성현 실장과 함께 백정아 본부장을 기다리며 도준은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보게되는구나······.’
한때는 백정아의 곁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도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백정아가 먼저 도준을 알아보고, 만나고자 했다.
‘예전과는 많은 게 달라졌어. 얼굴만을 말하는 게 아냐······. 얼굴도, 배우로서의 위치도, 가진 것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졌어. 하지만 가장 달라진 건 내 마음이겠지.’
도준은 예전과 같이 핏줄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줄 거라 생각하는 뜨내기가 아니었다.
‘그땐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라, 너무 정신 없고 어리석었어.’
곧 백정아와 백정아의 비서가 룸으로 들어왔다.
도준과 진성현 실장이 일어서서 두 사람을 맞았다. 백정아는 붉은색 투피스에 얇은 검은색 재킷을 걸친 채였다.
커다란 금색 이어링까지 낀 모습이 무척 화려했다.
백정한 회장을 닮아 키도 큰 편이라 그 존재감이 꽤 컸다.
“반가워요, 만나기 어려운 배우를 모셨네. 내가.”
“아······. 반갑습니다.”
백정아가 손을 내밀었다. 도준은 무표정한 채 백정아와 악수했다.
“진성현 실장님? 아주 대단한 배우들을 많이 키워내신 분이라고······ 소문은 많이 들었는데. 이제야 뵙네요. 이번엔 아주 잭팟을 터뜨리셨어요?”
백정아의 말에 진성현 실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겸손을 떨었다.
“듣던 대로 미인이시네요, 본부장님은.”
“일단 앉죠.”
진성현 실장의 칭찬이 예의상 칭찬이라는 것을 안다는 듯 백정아는 대꾸 않고 자리를 주도했다.
백정아의 비서는 자리에 앉지 않고 뒤편에 서 있었다.
도준과 진 실장으로서는 밥을 먹는데 사람이 뒤에 서 있는 일이 무척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백정아는 아주 당연한 일인 듯 행동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백정아가 대화를 이끌었다.
“내가 배우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걸 좋아해. 감독이나 작가들은 피곤한 구석이 많은데. 배우들은 말도 잘 통하고, 재밌어. 만나면, 눈도 즐겁고.”
이 자리에서 가장 나이 어린 백정아였지만, 무척이나 오만한 말투였다. 도준을 품평하듯 보는 눈빛에 도준은 서늘해지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십니까.”
“어, 그러다가 우리 영화사에서 제작하는 영화 출연도 하면, 서로 좋잖아? 윈윈?”
도준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되물었다.
“그럼 오늘 만나자고 하신 건 영화 출연 때문······.”
“뭐가 그렇게 급해? 그런 건 친해지고 나서 얘기해도 안 늦어. 일단 밥부터 먹읍시다. 저녁엔 술도 좀 먹고? 그렇게 같이 놀다가 내가 즐거우면, 뭐 도준 씨도 즐거운 일 생기지 않겠어?”
백정아의 말에 웃고 있던 진성현 실장의 표정이 굳었다.
말이 좋아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배우들을 끼고 인형 놀이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얘기였다.
암암리에 퍼져 있던 스폰에 관한 소문도 소문만은 아닐 거란 확신이 들었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어떤 제안을 해올지 몰랐다.
백정아의 의도가 명백해지자 도준은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도준의 분노는 오로지 자신이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제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백정한 회장에게만 향해있었지, 그 딸인 백정아 본부장에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딸인 백정아도 백정한과 다를 바 없이 썩어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접근해오는 백정한의 막내딸이 너무나도 어리석게 느껴졌다. 허울만 그럴듯할 뿐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백정아의 뒤에 SG 그룹이 있다고한들 도준은 이제 언제든 매장시킬 수 있는 무명의 배우지망생이 아니었다.
“저, 본부장님.”
“뭐지? 말해요.”
“죄송하지만, 오늘 식사는 무리일 것 같네요.”
도준의 말에 백정아의 눈썹이 곧바로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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