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4
더 큰 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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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42.9%를 기록했다.
43%까지 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미 40%를 넘은 것만으로도 놀라운 성적이었다.
첫술에 배부르기 힘들다는 말이 있었지만, 도준의 첫술은 넘치고 과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온 도준은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곯아떨어졌다. 그간의 긴장이 풀어진 것이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자고 일어난 도준은 무언가 세상이 또 한 번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TV를 틀어도, 인터넷을 봐도, 점심을 먹으러 오피스텔 앞 거리만 나가도, 모두 도준의 얘기를 했고 도준을 알아보았다.
“헐, 강도준 아냐?”
“대박. 잘생겼다.”
물론 하루아침에 변한 세상은 아니었다. 이미 공개 악수회 때 피부로 느낀 인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한정적인 공간이었고, 일이었기 때문에 온전히 느끼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나니 이제야 완전히 달라진 세상이 제대로 느껴졌다. 도준은 데뷔 일 년 만에 완벽하게 ‘스타’가 돼 있었다.
도준도 밖에 나갈 땐 모자를 챙겼고, 그럼에도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에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국민적으로 유명세를 탈 줄은······. 작품 운이 좋았어.’
도준 스스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도준을 두고 순전히 운 때문에 스타가 되었다고 말하는 이는 없었다.
이제야 나타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준비된 인재였고, 이미 나이를 불문한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그리고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알렸다.
다음 작품이 어떻게 되든 간에 도준은 반짝 이름을 알리고 사라질 스타는 아니었다. 앞으로 어떻게 더 성장해 나갈지만 기대되는 스타였다.
그리고 도준도 그 기대에 어울리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김세희와 함께 중국에 다녀온 게 도준에게는 큰 자극이 됐다.
종영과 함께 세부로 포상 휴가를 다녀온 도준은 포상 휴가가 끝나기 무섭게 김세희와 함께 중국 북경으로 향했다.
김세희는 중국에서 화장품 브랜드 모델로 활동 중이었다.
이 중국에서도 인기를 얻게 되면서 의 ‘달이’ 컨셉으로 홍삼을 원료로 한 제품의 광고를 새롭게 찍게 되었다.
그 때문에 종영 후 북경을 방문할 예정이었고, 북경에 방문하는 김에 개인 팬 사인회도 개최해 중국에서의 인지도를 굳힐 계획이었다.
김세희가 도준에게 제안한 것은 공동 팬 사인회 개최였다.
팬 사인회는 화장품 모델과는 별개의 일이었고, 김세희의 중국 소속사 쪽에서 기획한 일이었기 때문에 도준이 추가로 들어오는 데 문제가 없었다.
아직 중국 쪽과 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소나무 엑터스’로서는 도준을 중국에 홍보할 좋은 기회였다.
여러모로 도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김세희의 참으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안이기도 했다.
공동 팬 사인회를 개최할 경우 중국 내에서 커플 전체의 인기도 올라갈 것이니, 김세희로서도 손해 볼 게 없었다.
그렇게 가게 된 북경에서 도준은 입국장에서부터 자신을 알아보는 중국 팬들을 맞닥뜨렸다.
팬 사인회는 성황리에 개최됐고, 마련된 기자들과의 질문 시간에는 김세희뿐만 아니라 도준에게도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제법 유창하게 중국어로 인사와 대답을 하는 김세희를 보며 도준은 감탄했다.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세상이야······.’
더 큰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때문에 중국에서 돌아온 도준은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등 휴식기를 이용해 언어를 배우는 데 매진했다.
오늘도 중국 북경대학교 출신 유학생인 도준의 과외 선생이 도준의 집을 찾아오는 날이었다.
“对不起。我来晚了! ”
“没关系! ”
“오오, 발음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연습을 아주 많이 하셨나 봐요.”
“선생님이 녹음해 주신 것 많이 따라 했어요.”
“좋아요. 연기를 잘하셔서 그런지 성조··· 이게 한국인들이 정말 힘들어하는 부분인데 진짜 잘 따라 하시는 것 같아요.”
과외 선생의 칭찬에 도준이 웃었다.
“그럼 이거 읽어 보시겠어요?”
“你想··· 吃什么?”
약간 더듬거리며 도준이 선생님이 짚은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잘하셨어요. 你想吃什么?”
“你想吃什么?”
그렇게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따라하며 중국어 과외 시간이 흘렀다.
“오늘 배운 것 복습 잘해 주시면 되고요. 지금처럼만 하시면, 한두 달 내에 간단한 생활회화는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읽는 건 괜찮은데 쓸 줄을 몰라서······.”
“실장님이 쓰는 건 필요 없다고 하시던데요. 제 생각에도 대화가 더 중요한 거니까.”
도준은 끄덕였다. 중국으로 유학을 갈 것도 아닌데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그리고 저 오늘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과외 선생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가지고 온 가방 안에서 A4 용지 몇 장을 꺼냈다. 필통에서 꺼낸 매직도 함께였다.
도준이 피식 웃으며 흔쾌히 매직을 받아들었다.
“매번 감사합니다. 아, 그거는 수지요. 수지. TO. 수지.”
“아니에요. 선생님 부탁인데. 대신 과외 시간 아닐 때도 제 질문에 답해 주기로 한 거 안 잊으셨죠?”
“그럼요. 원래도 그냥 답해 드려요. 꼭 사인 안 해 주셔도······ 힘드시면, 언제든지 거절해 주세요.”
처음에는 사인하는 게 어색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어딜 가도 사인 부탁을 받는 도준이었다.
도준은 빠르고 정확하게 다섯 개의 사인을 마쳤다.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뵐게요.”
“네, 조심해서 잘 들어가요.”
중국어 과외 선생을 보내고 도준은 착실히 오늘 수업받은 것들을 복습했다.
학창 시절 공부에는 영 재능이 없었지만, 그래도 암기력은 꽤 괜찮은 편이라 다행이었다.
‘대본을 외운다고 생각하니까 더 잘되는 기분이야. 공부도 이렇게 했으면 좀 나았을까.’
복습을 마친 도준은 집안일을 돌보는 이모님이 해두고 간 밑반찬에 밥을 먹으며 대본을 살폈다.
‘소나무 엑터스’의 대표를 통해 직접 들어온 스타 작가의 드라마 대본이었다. 확실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 대본 외에도 검토할 시나리오와 대본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진성현 실장은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살펴보라고 했지만, 도준은 의 왕세자 역할에 오래 빠져 있을 생각은 없었다.
‘다음 건 아무래도 영화가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도준은 진성현 실장이 추천한 영화 시나리오를 이어서 펼쳐 들었다.
***
다음 날, 도준은 오랜만에 인터뷰나 광고 촬영, 외국어 과외, PT 중 그 어떤 일정도 없는 주말을 맞이했다.
대신 도준은 오랜 친구인 호철과 강산과 약속을 잡았다.
바쁘다는 이유로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었다.
세 사람이 자주 찾던 막걸릿집 안으로 도준이 들어서자 강산과 호철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도준을 맞았다.
“이야······. 이게 누구야. 강도준 배우님 아니야. 얼굴 보기 너무 힘든 것 아니냐?”
“보기 힘들긴. 어딜 가도 도준이 얼굴인데.”
강산의 말에 호철이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도준이 머쓱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미안. 내가 좀 바빴다.”
주말이지만, 일요일 밤이라 그런지 막걸릿집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행히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중년 남성들은 자기들 얘기를 하느라 도준을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바쁘지, 바쁘지. 바쁘고말고. 장하다. 강도준.”
보기 힘들다고 구박한 주제에 강산은 막상 도준이 옆에 앉자 뿌듯한 얼굴로 도준을 칭찬했다.
“오늘은 어? 더 맘껏 시켜도 되지?”
역시 칭찬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듯했다. 도준이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호철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도준이 네가 쏘는 거야?”
“야, 당연하지. 도준이 이놈 데뷔할 때 한 번 쏘고, 이렇게 잘됐는데 입 닦게 할 순 없지.”
“그래. 맘껏 시켜. 데뷔하고 제대로 너네 얼굴도 못 봤는데, 내가 쏴야지.”
강산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이제 막걸리집에서 술 한 번 쏘는 건 도준에게 큰 무리도 아니었다. 오히려 도준은 더 좋은 자리에서 비싼 술을 쏘고 싶었는데 호철과 강산이 오랜만에 막걸리집에서 뭉치자고 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이모, 여기 도토리묵이랑 파전이랑, 아, 탕도 하나 주세요. 닭도리탕. 어··· 그리고 꿀막걸리도요.”
“뭘 그렇게 많이······ 어머! 도준 씨 아냐?! 세상에마상에!”
손님이 나간 자리를 치우느라 도준이 온 것을 미처 몰랐던 주인 이모가 도준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가왔다.
어느 날 TV에서 단골의 얼굴을 발견한 이모는 무척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모, 우리 맞을 때랑 반응 너무 다른 거 아니에요?”
강산이 구시렁댔으나 이모는 강산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했다.
“세상에. 우리 집 단골이라고 여편네들한테 아무리 말해도 안 믿더라니. 도토리묵, 파전, 닭도리탕? 기달려봐. 내가 아주 맛나게 해줄 테니까. 아니지, 잠깐. 괜찮으면, 사인 좀 해주고 가요. 벽에 걸어두려니까.”
“네, 이모님. 물론 해드려야죠.”
이모의 반응에 도준도 뿌듯해졌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고, 그러면서도 또 서로 잘되자, 잘해보자 다짐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꿈을 이룬 채 돌아와 환영받으니 느낌이 사뭇 남달랐다.
허름한 가게 벽에 자신의 사인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니 벅차기도 했다. 도준은 새삼 감회에 젖어들었다.
이곳에서 강산과 호철, 두 사람과 함께 울고 웃던 시절이 떠올랐다. 고생한 기억이 대부분이라 돌아가고 싶은 과거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리운 과거였다.
잠시 후, 도준의 테이블 위로는 자리가 모자랄 만큼 푸짐한 음식이 올라왔다.
“어? 이거는 뭐예요. 안 시켰는데.”
“서비스지, 서비스.”
주문한 파전 외에도 김치전과 모둠전이 접시 위에 두툼하게 올라와 있었다.
“와, 너무한다. 이모. 우리 셋이 맨날 올 때도 안 주던 서비스를······.”
“안 주긴 뭘 안 줘. 내가 가끔 줬잖아.”
“가끔이잖아요, 가끔.”
투덜거리는 강산을 호철이 네가 애냐고 그만하라고 달랬다.
“감사합니다. 이모님.”
“그래, 많이 먹고 열심히 일해요. 바빠도 종종 오고.”
“그럼요. 자주 올게요, 이모.”
“하이고, 배우라 그런가 거짓말을 해도 예쁘네, 예뻐.”
그렇게 푸짐한 상차림에 어느 것부터 집어 먹을지 고민하며 세 사람은 술을 따랐다.
“김세희는 진짜 예뻐?”
“······예쁘지.”
“둘이 사이 좋다고, 사귀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던데. 진짜야?”
“설마. 아니야.”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모를 정도로 도준에게 친구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내가 회사에 너랑 친구라고 말해도 아무도 안 믿어. 나중에 영상통화 걸어도 되냐.”
호철이 강산에게 그만 좀 하라고 했지만, 호철도 은근히 부탁하고 싶은 눈치였다. 어려울 것도 없고, 자신이 친구들의 자랑이 된 것이 기분 좋아 도준은 촬영장만 아니면 괜찮다고 끄덕였다.
그렇게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무렵이었다.
도준도 오랜만에 만끽하는 편안한 분위기에 평소보다 크게 웃으며 친구들과의 시간을 즐겼다.
밤 열한 시.
슬슬 내일 출근할 호철과 강산 때문에라도 자리를 파해야겠다고 생각할 즈음이었다.
도준의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현재는 SG 미디어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백정아 비서실의 연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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