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8
숲 속으로 (2)
“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지금 매장이 난리예요. 도준 씨 인기는 알았지만, 굿즈 받으러 오신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물량 모자랄까 봐 걱정인데··· 아니, 그건 저희가 해결할 일이고.
매장에 있는 석동철 팀장은 무척이나 정신없어 보였다. 답지 않게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그 지금 매장 내부는 사람이 다 차서 길에 줄까지 서 있거든요. 대기 번호가 80번대라는데······. 도준 씨까지 오시면 더 난리일 것 같아서요.
“그 정도예요? 도준이 가기에 너무 정신없긴 하겠네요.”
-네, 그래서······ 경호를 준비하긴 했는데, 도준 씨가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 다음으로 미뤄도 저희는 괜찮으니까······. 여기까지 준비해 오셨는데 그냥 돌아가는 게 좀 그러시면 오셔도 되긴 하는데······.
귀한 광고 모델인 도준을 그냥 돌려보내는 것도, 무리해서 매장에 오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석동철 팀장은 최대한 도준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었다.
“그러면 조금만 생각해 보고 5분 안에 말씀드릴게요.”
-네, 네.
그렇게 통화를 마친 진성현 실장은 도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도준은 노트르담 브레드&커피 TV 광고에서 입은 옷 그대로 흰색 셔츠에 앞머리를 조금 내린 채였다.
얼굴을 마주 하고 있으면 마치 TV 광고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후보정을 거친 광고 화면과 실제 도준의 모습은 별 차이가 없었다.
거기에 휴식기 동안 더욱 철저한 자기 관리로 살이 조금 더 빠진 최근의 도준은 이전보다 더 날카로운 턱선을 자랑했다.
처음 보았을 때도 이미 완벽한 얼굴이었는데, 점점 더 물이 오르는 외모에 진성현 실장은 매일 보는 얼굴임에도 당황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저는 상관없어요.”
“그래? 사람들하고 엄청 부대낄 수도 있는데.”
“그런 건 괜찮아요.”
도준의 답에 진성현 실장도 끄덕였다.
“그래, 이왕 온 거 오늘 하자. 또 시간 빼기도 그렇고··· 오늘 같은 날 깜짝 방문해야 더 의미가 있긴 하지. 안전만 더 신경 써달라고 해야겠다.”
“네.”
진성현 실장이 석동철 팀장에게 전화를 거는 사이, 도준은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
“12번, 노수진 고객님. 네 분 맞으시죠? 네. 저쪽 자리로 가시면 됩니다.”
노트르담 카페&브레드 강남 1호점 직원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바쁜 순간을 매초 갱신 중이었다.
홀 서빙, 매대 정리, 음료 제조, 포스 담당까지. 누구 하나 빠짐없이 손님을 상대하며 움직여야만 했다.
아무리 브레드&카페로 개조했다고는 하지만, 노트르담에서 일하며 이 정도로 손님이 많은 날은 처음이었다. 욕이 목젖까지 차오르던 크리스마스 시즌 행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증정품은 뭘로 드릴까요, 손님? 핑크랑 블루, 두 가지 버전 중에······.”
“둘 다 주시면 안 돼요? 오만 원도 넘게 샀는데.”
“죄송합니다, 손님. 삼만 원 이상 구매하신 고객당 한 개씩이라서요.”
“에이··· 그럼 저는 블루로 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트르담 브레드&카페의 오픈 기념 증정품은 도준의 사진이 담긴 액자였다. 사진은 증정품 제작을 위해 촬영한 비공개 사진이었다.
도준의 사진도 얻을 수 있고, 도준의 사진을 빼면 일반 액자로도 사용할 수 있어 꽤 실용성이 높았다.
음료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빵을 삼만 원 이상 구매한 회원가입 고객에게만 증정하는 액자였음에도 손님들은 증정품을 얻기 위해 노트르담 사이트 회원가입을 하고, 줄을 서 빵을 샀다.
두 가지 버전을 모두 구하기 위해 친구의 회원 번호를 구해와 삼만 원씩 두 번에 나눠 결제하는 손님도 많았다.
매장 안에서 커피와 빵을 먹고 있는 손님 대부분의 테이블 위에는 액자가 올라와 있었다.
“강도준 팬이 이렇게 많았나······. 우리나라 여자들 다 강도준 좋아하는 거야?”
“몰라. 내 동기 여자애도 나한테 굿즈 하나 빼줄 수 없냐는데······. 직원 거 따로 빼놨다가는 몰매 맞을 수준인데?”
주방에서 음료를 제조하고 있는 이들의 눈은 이미 퀭했다. 벌써 네 시간째 쉬지 않고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음료 제조를 도와야 할 부점장이 급히 다른 지점에 연락을 돌리며 재료를 공수 중이라 더 바빴다.
“하아······. 이거 사흘 동안 증정이랬지? 일주일 증정이었으면 오늘 퇴사다.”
“빵 재료가 아니라 액자 공장에부터 연락 돌려야 할······. 어······ 어?······.”
옆 직원과 함께 손은 샷을 뽑으며, 입으로는 넋두리를 늘어놓던 직원의 눈이 커다래졌다.
“왜······. 어?!”
함께 떠들던 직원은 순간적으로 컵을 놓칠 뻔했다. 뒷문으로 들어온 도준 때문이었다.
“가, 강······.”
“안녕하세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도준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주방에 있던 이들에게 인사했다.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모두 일순간 정지한 채 넋을 놓고 도준을 보았다.
도준의 뒤로는 진성현 실장과 석동철 팀장 쪽에서 준비한 경호 인원이 도준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석동철 팀장이 도준을 매장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럼······.”
도준이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주방을 나섰다.
직원들은 그때까지도 굳은 채 매장으로 향하는 도준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대한민국 여자들이 모두 강도준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해가 될 만한 외모였다. 뒷모습까지도 완벽해 보였다.
“방금······ 뭐가 지나간 거야.”
“천사? 아, 아니 이게 강도준이 왜 여길 와?”
점장과 부점장 외에는 직원들에게도 비밀로 한 깜짝 방문이었기 때문에 주방 직원들도 모두 놀란 상태였다.
“어!”
제작한 음료를 가지러 주방에 오던 서빙 직원이 도준을 발견하곤 감탄사를 내뱉었다.
“꺄아아아악!”
그 뒤로 매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도준이 매장에 들어서며 카페에 있던 손님들이 도준을 발견한 것이다.
“강도준?!”
“엄맛―!”
“뭐야?!”
“어떡해······ 강도준, 강도준 왔어.”
매장 안이 크게 술렁였다. 밖에서 줄을 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도 유리창에 몸을 붙인 채 도준을 보려 난리였다.
길을 지나가던 이들도 소란에 관심을 보이며, 더욱 사람이 모이고 있었다. 바깥에서 대기 명단을 적고 있던 직원과 제우기획 홍보팀 직원들이 줄을 바로 하며 손님을 진정시켰다.
조금이라도 도준을 가까이에서 보려 무리하게 움직이는 손님은 곧바로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원래는 도준이 매장을 돌며 서빙도 하고, 팬들과 사진도 찍어주는 등의 팬서비스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손님들이 가득 찬 매장에서 도준이 움직이며 팬서비스를 하는 건 무리였다. 때문에 석동철 팀장은 도준에게 인사만 하고 돌아가길 추천했다. 그러나 도준은 이왕 온 것 팬들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계산이었다. 석동철 팀장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가능하겠어요?”
“네. 저 예전에 계산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포스 쓰는 거 다 비슷하니까 옆에서 도와주시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도준이 지그시 옆에 선 포스 담당 직원을 보았다. 포스 담당 직원은 얼굴을 붉히며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도와드려야죠! 그럼요!”
“고맙습니다.”
도준이 웃으며 여직원에게 잘 부탁한다는 인사까지 건넸다.
다른 여직원들이 포스 담당 직원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늘의 고생이 이 순간을 위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도준은 ‘노트르담 카페&브레드’가 쓰인 앞치마를 두르고, 포스 앞에서 계산을 시작했다.
***
“아메리카노 한 잔이랑······ 빵까지. 삼만 팔천오백 원이요.”
“여기요. 오빠······ 너무 잘생겼어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이용해 주세요.”
“네! 네······. 오빠 광고 더 많이 찍을 수 있게 밥대신 빵만 먹을라니까······.”
“하하, 진짜 감사합니다.”
도준은 옆에서 지켜보는 직원이 놀랄 정도로 능숙하게 계산을 하고, 손님을 상대했다. 실수로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은 빵이 있을 때만 도와주면 될 정도였다.
실전 경험에서 나오는 능숙함이었다. 직원은 옆에서 증정품을 건네는 일만 하면 됐다.
그렇게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준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완벽한 미소로 자신을 찾아온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저녁 시간이 다 되도록 문밖의 손님은 줄어들 기색도 없이 늘어나기만 했다.
준비된 빵도, 재료도 떨어져 가는 바람에 일찍 매장을 닫아야 할 판이였다. 매장 정리를 위해서 도준의 행사는 이쯤 해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만하면 도준은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충분 정도가 아니라 상상 이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석동철 팀장은 자신이 행사를 기획해 놓고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오늘 찾아온 수백 명의 고객들에게 노트르담 브레드&카페의 이미지는 ‘환상’ 그 자체가 돼 있었다.
아쉬워하는 팬들을 뒤로하고, 도준은 인사를 하며 앞치마를 벗었다.
“오늘 너무 반가웠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도준의 인사에 한가득 아쉬운 소리가 매장 안을 울렸다.
***
SG 미디어 사장실.
백천 사장은 책상에 다리를 꼬고 앉아 비서가 정리해 온 신문과 경제지를 훑고 있었다.
[노트르담 브레드&카페, 초대박 예감! 카페 업계 긴장!] [노트르담, 또 하나의 대박 신화 쓸 수 있을까…?] [노트르담 브레드&카페 강남1호점 개점 첫 일매출 1500만 원 달성…] [광고계, 강도준 효과에 주목하다!] [아우디, 모델 강도준과 함께하는 행사 개최예정, 여성 고객 늘었다!] [노트르담 브레드&카페 성장세 무섭다! 증정 행사 뒤에도 고객으로 이어져..]노트르담과 강도준 관련 기사들만 모아놓은 것이었다.
곧이어 노크 소리와 함께 백정아 본부장이 사장실로 들어섰다.
“뭐야? 바쁜데 왜 사람을 오라 가라 난리야?”
백정아 본부장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백천 사장은 읽고 있던 경제지를 덮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는 오빠를 보면 인사부터 해야지. 얼굴부터 구기냐. 그리고 회사에선 내가 사장인데 예의 좀 차리고 살자?”
“나이 든 게 자랑이야? 예의는 무슨······. 왜 불렀냐니까.”
“너는 하여튼 다 좋은데 싸가지가 없어. 어리다고 오냐오냐 키웠더니.”
백천은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백정아는 접대용 소파에 느슨하게 앉은 채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백천은 백정한 회장의 장남으로 백정아보다 열 살이 많았다. 백 회장의 늦둥이 딸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고, 백천도 백정아가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너. 뉴 베이커리 모델 교체로 난리 쳤다며. SG 푸드 사장이 어찌나 징징대는지. 너 때문에 모델 바꿨다가 괜히 노트르담 좋은 꼴만 봤다면서······.”
“아우 씨! 빵이나 잘 만들라고 해. 맛있게 만들면 잘 팔리겠지. 그리고 그 자식이 바로 노트르담으로 갈지 어떻게 알았겠어!”
“일방적 해지 요청한 거라고 기사 나서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그러게 왜 계열사 모델까지 가지고 난리야. 이혜석이 요즘 네가 같이 노는 애지? 걔 밀어줄 거면, SG 미디어에도 모델 자리는 많잖아.”
“오빠! 모르면 가만히 있어. 내가 이혜석 하나 밀어주려고 그런 줄 알아? 강도준 그 자식이 나를 아주 개무시했다니까. 나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 할 거 아냐!”
백정아는 금세 열이 올라 씩씩댔다.
최근 뉴 베이커리와 노트르담의 매출 격차가 급격해지고 있었다. 제대로 본때를 보여 줬어야 하는데, 오히려 당한 꼴이 되어버렸다.
“강도준이 널?”
백천이 눈썹을 올리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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