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7
숲 속으로 (1)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큰 소리를 내버렸다.
소나무 엑터스 홍보팀장은 이곳이 소나무 사무실이 아니라 제우기획 대회의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미 제우기획 홍보1팀 팀장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큰 실수라고 할 것은 없었다. 광고판도 워낙 좁은 곳이었다. 도준의 ‘뉴 베이커리’ 모델 계약 해지 건은 금세 소문이 날 게 분명했다.
제우기획이 해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내일 알 일을 오늘 아는 정도의 문제였다.
“그게······ 뉴 베이커리랑 계약을 해지하게 됐네요.”
소나무 엑터스 홍보팀장의 말에 홍보1팀 팀장, 석동철은 표정을 관리했다.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사람들 앞에서 웃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마음껏 쾌재를 불렀다.
그가 팀장을 맡고있는 제우기획 홍보1팀은 자동차 업체인 아우디뿐 아니라 제과업체인 ‘노트르담 브레드’의 담당이기도 했다.
도준이 뉴 베이커리의 모델이 된 이후, 뉴 베이커리의 영업 매출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브랜드 선호도 또한 계속해 오름세였다.
업계 1위인 노트르담 브레드로서는 격차를 좁혀 오는 뉴 베이커리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노트르담 브레드는 도준보다 영향력 있고, 일반 대중에게 호감도와 신뢰도 높은 모델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호감도와 신뢰도 측면에서 10년 이상 장수한 인기 배우들이 언급되었지만, 도준에 비해서 너무 올드하다는 평이었다.
노트르담 브레드가 잡고 싶어 하는 소비층인 2, 30대 여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젊은 배우들을 쓰자니 인지도나 영향력이 미미했다.
모두 그 비교 대상이 도준이라 벌어진 일이었다.
도준과 데뷔 연차가 비슷하면서, 도준처럼 영향력 있는 스타가 존재할 리 없었다.
지금으로선 누구를 데리고 와도 도준만큼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을 노트르담 측이었다.
그렇게 광고 모델 찾는 일에 난항을 겪던 제우기획 홍보1팀 입장에서는 도준이 뉴 베이커리 모델을 그만둔다면 횡재나 다름없었다.
‘뉴 베이커리 쪽에서 선구안이 좋았지. 데뷔하기 무섭게 전속 계약을 했으니······. 그런데 주가가 한창 오른 지금에 와서 해지하려는 이유가 대체 뭐지? 강도준한테 무슨 문제가······.’
석동철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 있을 아우디 계약을 위해 도준에 대해서는 샅샅이 조사한 석동철 팀장이었다.
당장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던 문제가 생길 리가 없었다.
제우기획은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기업 삼전 그룹을 모체로 하고 있었다. 제우기획의 정보력 또한 삼전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삼전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도준의 문제를, 뉴 베이커리에서 알아내 계약해지를 했을 리는 없었다.
그러니 더욱 의문이었다.
“갑자기 왜 해지를······.”
“뉴 베이커리 쪽 내부 사정이니 저희야 알 수 없죠. 위약금까지 물어줘 가며 해지 요청하는데······. 뭐, 따로 밀고 싶은 모델이라도 있는 건지.”
석동철의 조심스러운 의문에 진성현 실장이 이마를 긁적이며 답했다.
알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은근하게 위약금 얘기를 꺼내며 뉴 베이커리의 일방적 결정으로 일어난 일로 모델로서 도준의 결함은 전혀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
거기에 따로 밀고 싶은 모델이 있는 것 같다는, 충분히 가십이 될 만한 말로 뉴 베이커리의 잘못을 비꼬고 있었다.
여러모로 베테랑다운 처세였다.
“하긴······ 내부에서 모델 자리로 여러모로 이권 다툼이 일어날 때도 있으니까요.”
그럴듯한 말이었다. 석동철 팀장은 끄덕이며 자리를 정리했다.
“그래도 그렇게 일방적 해지라니······. 저희 정리 다 끝났으니 저녁 드시면서 기분 푸시죠······. 도준 씨한테 더 드릴 말씀도 있고······.”
석동철 팀장의 안내에 따라 도준과 소나무 엑터스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
이태원의 한 태국 음식점.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태국 음식점 내부는 사원을 연상시키는 장식과 화분, 향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물소리와 태국 악기 소리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한식이나 일식은 자주 드실 것 같아서 이쪽으로 잡았는데······. 분위기는 이래도 한국인 입맛에 맞게 현지화를 잘해서 다들 좋아하시더라구요.”
석동철 팀장이 예약해둔 룸으로 향하며 설명했다.
“좋습니다. 이태원까지 왔는데 색다른 것도 먹어 봐야죠.”
진성현 실장의 말에 도준도 동조하듯 끄덕였다.
제우기획과 소나무 엑터스의 직원들까지 총 일곱 명이었다. 사람들은 두 테이블로 나눠 앉았다.
도준의 테이블에는 진성현 실장과 석동철 팀장이 앉았다.
곧 주문한 음식들이 테이블 위로 세팅되었다. 도준은 쌀국수와 닭고기 튀김을 순서대로 맛보았다.
독특한 맛이 나는 음식도 있었지만, 무리 없이 먹을 만한했다.
오히려 독특한 맛이 입맛을 돋웠다.
“어떻게······ 도준 씨 입에는 맞으십니까?”
“네. 아주 맛있습니다. 팀장님 덕분에 생각도 못 한 음식도 먹어 보고······ 좋은 식당도 알았네요. 앞으로 가끔 오게 될 것 같습니다.”
도준의 답에 석동철 팀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러 광고 모델을 만나 보았고, 그중 대다수는 톱스타들이었다. 그러나 도준처럼 예의 바르고, 같이 일하는 사람의 기분도 배려할 줄 아는 스타는 많지 않았다.
조금만 떠도 콧대가 높아져 사람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특히 도준처럼 데뷔 후 인기가 급상승한 경우에는 갑자기 달라진 대우에 정신을 잃고, 자신이 마치 신이라도 된 양 건방을 떨기도 했다.
도준이야말로 지금은 콧대 높게 굴어도 될 상황이었는데, 도준은 겸손하기만 했다.
심지어 인기에 따라 몸값 높이기에 급급한 다른 스타들과 기획사와는 달리 도준과 소나무 엑터스는 모델료도 적정선에서 책정하고 있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모델료야 부르는 게 값이지만, 터무니없으면 모델 자리는 2순위 모델에게 넘어가고, 업계 소문만 나빠질 뿐이었다.
그러니 석동철 팀장으로서는 여건만 된다면 자신이 진행하는 모든 광고의 모델을 도준으로 내세우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까 저한테 더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는 건······.”
도준의 질문에 석동철 팀장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식사 자리로 오는 길, 이미 노트르담 브레드 담당자에게 연락해 모델로 강도준을 쓸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해둔 상태였다.
담당자는 당연하게도 두손 두발 들어 환영이라는 반응이었다. 뉴 베이커리에서 뺏어라도 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가능하겠냐는 입장이었다.
“아, 광고 모델······. 하나 더 제안 드리고 싶어서요.”
커리에 밥을 비비고 있던 진성현 실장이 귀를 세우며 고개를 들었다.
“뉴 베이커리 쪽 모델 일이 정리된 거라면······동종 업계도 상관없으신 거 아닌가 싶은데······.”
“아······. 그렇죠.”
“사실 저희가 노트르담 브레드의 새 얼굴을 찾고 있었거든요. 사실은 노트르담 쪽에서는 처음부터 도준 씨를 원했어요. 도준 씨가 뉴 베이커리 모델이라 어쩔 수 없이 다른 모델을 찾고 있었지만······. 계약 해지 건으로 심상하셨을 텐데, 곧바로 이런 얘기를 드리는 게 실례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하루빨리 말씀드리고 싶어서······.”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면서도 협업하기 좋은 태도를 갖춘 데다, 합리적인 모델료까지. 하루라도 늦어지면 다른 쪽에 도준을 빼앗겨 버릴 것 같았다.
그만큼 광고 업계에서는 도준을 모델로 쓰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
얘기를 듣고 있던 진성현 실장은 헛웃음이 다 날 지경이었다. 될 놈은 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였다.
이미 계약한 광고만 8개였다. 광고가 아쉽지는 않았지만, 도준과의 계약해지가 뉴 베이커리 쪽에 뼈아픈 실책임을 깨닫게 해줄 좋은 기회였다.
석동철 팀장의 제안이 반갑기만 한 진성현 실장과는 달리 도준은 조금 아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건은 아우디 때와 마찬가지로 다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석동철 팀장이 힐끗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의 눈치를 보았다. 진성현 실장의 얼굴은 이미 오케이였는데, 의외로 도준이 고심하고 있는 듯했다.
“제가 그래도 일 년이나 뉴 베이커리 모델이었는데,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겹치지 않을까요. 그게 좀 걱정되는데.”
“아! 그런 거라면 걱정 마세요. 이번에 노트르담에서 ‘노트르담 브레드&카페’라는 브랜드명을 새로 만들고, 직영 매장을 전부 빵집 겸 카페로 개조하거든요. 도준 씨는 브레드&카페의 모델이 되는 겁니다. 빵집 이미지보다 카페가 더 강조돼서, 아마 광고 테마도 빵보단 커피에 맞춰져 있을 거예요.”
가만히 생각해 보던 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일단 저는 괜찮을 것 같은데······.진 실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노트르담이면, 식품 업계에서도 꽤 큰 기업인데 나쁠 것 없지. 오히려 좋지, 좋아.”
진성현 실장과 의견을 주고받는 도준을 보며 석동철 팀장은 마구잡이로 광고를 받는 것이 아닌, 브랜드 이미지까지 고려하는 도준의 태도에 또 한 번 감동했다.
‘계속 같이 일하고 싶어지는 친구야······.’
그런 생각을 하며 석동철 팀장은 노트르담 브레드&카페 사업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얼마 후, 도준의 기사는 연예 신문뿐 아니라 경제 신문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먼저 뉴 베이커리는 도준과 계약해지를 하기 무섭게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을 위해 모델을 교체한다는 기사를 냈다.
뉴 베이커리에서 새로 발탁한 모델은 이혜석이었다. 이혜석의 홍보 기사에는 도준과 이혜석을 비교하는, 의도가 뻔한 기사도 섞여 있었다.
이혜석은 도준 다음으로 떠오르고 있는 청춘 스타였다. 그러나 도준과 비교될 만한 인기는 아니었으므로 비교 기사에 대한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거기에 곧바로 도준의 ‘노트르담’ 모델 채택 기사가 나오며, 이혜석과 뉴 베이커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금세 도준과 노트르담 쪽으로 옮겨졌다.
단순한 모델 발탁이 아닌 노트르담의 신사업 진행과도 관련된 일이었으므로 홍보는 대대적이었고, 그 관심도 뜨거웠다.
과연 성과가 어떨 것인지 관련 업계에서 귀추를 주목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엿볼 노트르담 브레드&카페 매장 개점일이 바로 오늘이었다.
방송 광고는 일주일 전부터 이미 전파를 타고 나가고 있었다.
‘시간 있어요? 오늘 나랑 같이 커피 마셔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커피 잔을 든 채 데이트를 신청하는 도준의 모습이 이미 뜨거운 반응을 얻어내고 있었다.
거기에 매장 개점과 함께 제우기획과 노트르담 쪽에서는 도준의 굿즈를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더하여 도준의 매장 깜짝 방문 이벤트도 준비돼 있었다.
도준이 오늘 찾을 매장은 노트르담 브레드&카페 강남1호점이었다.
매장 근처에 벤을 대고 진성현 실장은 도준과 함께 석동철 팀장의 연락을 기다렸다. 석동철 팀장에게 연락이 오면, 매장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진 실장님, 이거 어떡하죠?
“네? 왜 그러세요, 팀장님. 무슨 문제 있으세요?”
-도준 씨 오늘 매장 방문은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 어차피 깜짝 방문이라 아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러나 석동철 팀장의 연락은 뜻밖에도 매장에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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