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6
반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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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1층의 카페.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와이즈 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카페였다.
소속 배우 중 하나인 이치훈도 자주 이 카페에 들렀다. 잠시 매니저를 기다리며 이치훈이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어? 혜서야!”
로비로 들어서며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박혜서를 이치훈이 발견했다.
여자주인공인 박혜서도 이치훈과 같은 와이즈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다.
“아, 오빠. 오랜만이에요.”
이치훈을 본 박혜서가 엷게 웃으며 인사했다. 동그란 얼굴에 짧은 미니 원피스를 입은 박혜서는 조금만 미소를 지어도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게. 영화 촬영하는 동안에는 서울에 코빼기도 안 보이고, 끝나고 나서도 뭐 하다가 이제야 보네.”
“끝나고는 주로 집에서 좀 쉬었어요. 집이 그리웠어서······.”
“하긴 계속 내려가 있었으니까. 사무실엔 어쩐 일이야?”
두 사람은 함께 작품을 찍지는 않았지만 소속 배우들이 회식하는 자리에서 만나 안면을 텄다.
이후 이치훈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박혜서와 따로 만나지는 않아도 이런저런 일상적인 대화는 나누는 사이 정도는 됐다.
“아··· 매니저 오빠가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나온 김에 이것저것 일 보려고 사무실로 온다고 했어요.”
“커피라도 한잔 같이하면 좋을 텐데. 나 지금 혼자 매니저 기다리고 있거든.”
“그래요? 잠깐은 시간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며 박혜서가 이치훈이 앉아 있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커피는?”
“올라가서도 마셔야 될 것 같아서. 괜찮아요. 오빠는 잘 지내셨어요?”
“어, 나야 잘 지냈지. 바쁘긴 한데 요즘 같으면 바랄 게 없다.”
이치훈은 이후 다른 주연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주가가 올라 주말드라마 남자주인공까지 맡게 됐다.
비록 드라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미니시리즈 남자주인공은 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실력을 생각하면 주말드라마 주연 자리도 과한 면이 없지 않았다.
다행히 사극보다는 현대극이 잘 맞았고 실력도 많이 는 상태라 이치훈은 나름대로 주말드라마 주연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영화 촬영은 어땠어. 고민 많이 했었잖아.”
사실 박혜서는 에 들어가기 전, 여러모로 많은 고민을 했었다. 도준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유였다. 속 여자주인공 캐릭터는 너무 좋았다.
숲속의 수인족이라는 특별한 종족 ‘은우’와 교감하는 유일한 인간. 순수한 소녀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
박혜서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으면서도 다채로운 연기를 할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남자주인공 캐릭터가 문제였다. 수인족이라는 특별하고, 자칫 잘못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캐릭터를 과연 누가 잘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상대의 연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화였다.
그리고 도준이 에 들어간다고 이진환 감독이 말했을 때, 박혜서는 이치훈에게 조언을 구했었다.
그때 이치훈이 도준이라면 무조건 믿고 하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치훈에게는 도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이치훈은 자신이 에서 발연기 소리를 들으며 드라마의 옥에 티로 남아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같이 주가를 올릴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로 도준을 생각했다.
스스로 꾸준히 노력하기도 했지만, 도준이 연기를 받쳐주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확실히··· 오빠가 왜 강도준이라면 믿고 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더라구요.”
물론 박혜서도 이치훈의 말만 믿고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박혜서도 나름 도준의 작품을 찾아보고 도준의 연기에 대한 확신을 얻은 후였다.
그러나 촬영장에서 만난 도준은 또 달랐다.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매너도 좋고, 배려도 잘해주시고······.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좋은 분이시던데. 엄청······.”
도준은 박혜서가 메인이고, 자신은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건성으로 연기하는 장면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리허설에도 늘 열심히였다. 혼자서만 좋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연기하는 사람까지 좋은 연기를 끌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성실함으로는 지지 않을 자신 있던 박혜서마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될 정도였다.
“진짜 엄청 좋은 분이시더라구요. 같이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숲속에서 하는 촬영이라 힘들기도 했는데··· 저 힘들 때마다 알아차리고 잘 다독여주시기도 했고······.”
“어? 완전히 도준이한테 빠졌네.”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도준의 칭찬을 늘어놓는 박혜서에 이치훈이 놀리듯 말했다.
“아이, 오빠는······.”
그런 의미 아닌 거 알잖아요. 하며 박혜서가 눈을 찡그렸다.
물론 이치훈도 그런 의미가 아닌 것은 알았다. 그러나 박혜서의 실제 성격을 잘 알아서 하는 말이었다.
워낙 이미지가 순수한 데다가 조용한 편이라 좋은 말만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입바른 말은 아끼지 않고 화가 나면 크게 화를 낼 줄도 아는 타입이었다.
박혜서가 크게 화내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일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아는 일은 아니고, 이치훈과 몇몇 관계자들만 아는 일화였다.
워낙 의외였던지라 이치훈은 박혜서를 만날 때면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화가 날만 했지. 그 자식들 이름이 뭐였더라. 이혜석이랑 같이 있었던 것만 기억나고 생각도 안 나네.’
한창 인기가 오른 이혜석은 그 모델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다녔다. 영화 관계자의 생일 파티 술자리에서 그 무리가 박혜서에 대해 큰 소리로 떠든 것이 문제였다.
“박혜서? 내숭 떨어 봐야 다 똑같은 계집이지. 내가 손가락 까딱하면 그냥 넘어올걸?”
바로 뒤편에 박혜서가 있었다. 박혜서가 들을 줄 알면서 한 말이었다.
안 그래도 주인공의 생일만 축하해주고 자리를 뜨려던 박혜서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완전 애 같이 생겼네. 쟤랑 만나면 미성년자랑 하는 기분일 듯. 야야, 가잖아. 손가락 까딱하면 넘어온다며!”
“야, 우리 째려본다. 째려보는 것도······.”
대부분 술에 취한 상태였고, 그나마 정신이 있던 이치훈은 무서운 것 없이 떠들어대는 말에 경악했다. 이치훈이 그만 떠들어대라고 말하려 할 때였다.
나가려던 박혜서는 그대로 앞에 있던 물을 집어 낄낄대던 무리에게 끼얹었다.
“뭐, 이!”
차갑게 분노하며 자리를 뜨는 박혜서를 이혜석과 모델들이 붙잡으려 했지만, 이치훈이 나서 그를 말렸다. 일을 크게 벌려서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치훈은 말리면서도 뭘 믿고 까부는지 모를 이혜석과 수준 낮은 무리의 행태에 어이가 없었다.
아무튼, 그런 박혜서의 도준에 대한 칭찬도 전부 백프로 이상의 진심인 게 분명했다. 도준의 칭찬이었으나 이치훈은 박혜서에게 자신의 칭찬을 들은 듯 뿌듯해졌다.
“그나저나 개봉은 언제야. 곧이라는 얘기만 들었는데. 시사회 때 나도 초대해줄 거지?”
“초대는 당연히······. 근데 도준 씨 지인으로 올지, 내 지인으로 올지부터 정하세요. 그리고 개봉은······. 약간 문제가 있어서 아직 정확히 안 정해졌어요. 오늘도 그 문제 때문에 온 거라서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박혜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무슨 문제인지 궁금했지만, 어쨌든 주연인 영화의 개봉 문제였다.
궁금하다고 선뜻 물어볼 문제는 아닌 듯해 이치훈은 더는 묻지 않았다. 묻는다고 박혜서가 알려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 얼른 해결돼서 개봉일 잡히면 좋겠네.”
박혜서도 아끼는 동생인 데다가 도준의 영화이기도 해 더욱 신경이 쓰였다. 진심으로 건네는 말에 박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이진환 감독과 투자·제작사의 김정난 이사, 배급을 맡은 메가 엔터테인먼트의 담당자 신재영 과장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세 사람은 이미 몇 차례 미팅을 가진 후였고, 결국 영화의 두 주연 배우인 도준과 박혜서, 그들의 매니지먼트 담당자까지 미팅에 참여하게 됐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던 영화 가 개봉을 앞두고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영화를 상영할 상영관이 너무 없다는 거네요.”
배급사 담당자인 신재영 과장의 설명을 모두 들은 진성현 실장이 말했다.
신재영 과장이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국내의 대형 영화 배급사는 세 곳 정도였다. SG 미디어, 메가 엔터테인먼트, 쇼 타임. 그중 계열사로 영화관을 보유한 SG 미디어와 메가 엔터테인먼트가 영화 배급사로서는 1, 2등을 다투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SG 그룹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상영관을 늘린 SG 시네마에 메가 엔터테인먼트의 점유율은 크게 밀렸다.
독과점이 아닌 SG 미디어의 독점 체제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였다.
SG 시네마에서는 SG 미디어가 배급을 맡은 영화를 위주로 상영 테이블을 짰다. 그러니 SG 미디어가 투자, 배급을 맡은 영화와 아닌 영화의 흥행 성적 차이는 클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이 정도로 상영관을 안 내놓진 않습니다. 그쪽 영화도 우리 영화관에 틀긴 해야 하니까. 관객들 눈치도 나름대로 보고······.”
그런데 SG 시네마 쪽에서 자신들이 투자, 제작한 영화 에 올여름 거의 모든 상영관을 할애하기로 한 것이다.
상영관은 한 극장당 하루 5타임, 적게는 하루 3타임이 줄 수 있는 전부라는 답변이었다.
외국 독립영화를 수입했을 때나 줄 법한 상영 타임이었다.
신재영 과장이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는 캐스팅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작품이었다. 두 배우의 이름값만으로도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러니 제작사도 배급사도 큰 수익을 기대 중이었다. 메가 엔터 영화관에서만 상영하고 작게 끝낼 만한 영화가 아니라 더 문제였다.
‘백정아······.’
오가는 얘기를 들으며 도준은 주먹을 쥐었다. 원래도 SG 미디어의 영화 산업 독과점 문제는 심심찮게 언급되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노골적인 처사는 처음이었다.
도준은 자신 때문에 이 영화에 참여한 많은 관계자가 손해를 보는 듯해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러나 이미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도준이 백정아의 눈 밖에 났다는 사실은 유명했다.
백정아가 공공연히 얘기하기도 했고, 뉴 베이커리 모델 교체 시점에서 이미 SG 미디어에서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준의 영화가 제작, 투자되는 일이 어렵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했다. 백정아가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도준의 인기 때문이었다.
또한 상영관을 내어주지 않는 SG 시네마의 행태가 비단 도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메가 엔터 사람들은 모두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SG 시네마가 이런 식으로 나와 독점 시장을 꾸릴 것을 알았다. 하필 그때가 지금이 된 것뿐이었다.
이 자리에 도준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도준이 이 사태를 타개할 유일한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이만 존재했다.
제작사 김정난 이사가 그랬다.
“개봉 시기를 당기든, 미루든 어차피 SG 쪽에서는 자기들 작품 상영관에 들이밀겠죠. 다른 투자자도 있는데 SG 시네마 때문에 무한정 미룰 수도 없고요.”
모두가 김정난 이사의 말에 집중했다.
“상영관이 생각보다 많이 모자라지만, 그냥 우리 플랜대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씀 드리려고 모이시라고 한 겁니다.”
“······그렇겠군요.”
도준은 빠르게 김정난 이사의 말에 수긍했다. 어차피 부딪쳐야 할 일이라면, 피할 것 없이 맞부딪치는 게 나았다.
“그럼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네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목소리였다. 도준의 말에 김정난 이사는 흥미롭게 도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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