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My Mom Is an Alien?! RAW novel - chapter 44
다들 자신들의 운명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회복되는 건 고사하고 간신히 삶을 연명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60대 중반의 노인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녀는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반대편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생, 괜찮아?”
“….네”
“오늘따라 너무 조용한 거 아니야?”
“오늘 왠지 힘이 없네요.”
“젊은 사람이 왜 이리 힘이 없어?”
“그러게요. 왜 이렇게 힘이 없는 걸까요?”
“혜은이 때문에 그런 거야? 너무 마음 쓰지 마, 다 갈 때가 됐으니 가버린 거지.”
“언니께서는 왜 그렇게 담담하신 거예요? 저는 너무 무섭네요. 어제까지만 대화를 나누시던 분이신데..”
“벌써 보낸 동생과 언니만 5명이야. 뭐가 무섭겠어.”
“언니는 정말 강하시네요.”
“강한 게 아니야. 그냥 포기한 거지. 그러고 보면 동생도 이곳에 온 지 벌써 반년이네?”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난 건지.. 너무 빨리 시간이 지나서 얼떨떨하네요.”
“난 벌써 5년째야. 시간이라는 게 여기 있으면 너무나 빨리 가더라고.”
“…가족들은요? 연락 없어요?”
“없어. 처음엔 오더니 이젠 한 명도 오질 않더라고. 참으로 무심하지. 그래도 병원비가 꼬박 들어오는 걸 보면 내가 여기 살아 있다는 걸 알 텐데도 오질 않더라고.”
“저도 연락이 하나도 없네요.”
“동생은 처음 빼고 오질 않았지? 그래도 초기엔 자주 오는 편인데, 어떻게 된 게 그리 다들 매정해?”
“다들 바빠서 그렇겠죠.”
“바쁘다는 것도 다 핑계겠지. 쯧”
혀를 차는 목소리에서 양춘자라는 이름을 가진 60대 여인은 수긍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바빠서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이 되어서는 다들 자신 같은 건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키운 정이 있는데, 어찌 이럴 수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평생을 함께한 영감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그리도 보고 싶지 않은 거예요?’
평생을 사랑했던 남편에 대해서 배신감이 크게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 똑똑, 노크와 함께 요양보호사가 들어와서는 말했다.
“양춘자 할머니, 가족분들 면회세요.”
“그게, 정말인가요?”
“그럼요. 지금 찾아오셨어요. 만나실 거죠?”
“당연하죠. 얼른 오라고 하세요.”
당장 움직일 수 없는 상태기에 이곳 병실로 가족이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가족이 찾아왔다는 사실에 금방 배신감 어린 마음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반대쪽에서 가족이 왔어? 축하해. 라는 말이 들려왔다.
애써 없던 힘을 내면서 몸단장을 하였다. 그리고 10여 분이 흘렀을까. 안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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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재밌게 봐주세요. ㅎ
모시다.
“어머니.”
“아니, 중석아? 네가 어떻게 여기에 찾아왔니?!”
양춘자는 찾아온 아들이 막내이자 놀란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심 어떻게 알았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아들이 형사라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무슨 방법을 쓰든 알아냈을 거란 생각이 들면서 이내 옆에 같이 온 현우를 보고서는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우리 현우도 왔구나.”
“예, 저 왔습니다.”
“응? 우리 현우 뭔가 많이 달라진 것 같네?”
“어머니, 이 아들은 안 보이십니까?”
“보이지. 어떻게 알고 왔니?”
“너무하십니다! 오늘이 되어서야 어머니가 여기에 입원해 계신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떻게 저에게 말도 없이 입원할 수 있습니까?”
“바쁜 너에게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단다. 그리고 올 수도 없었잖니.”
몸이 약해지고 가족들 모두가 합의하고 자신도 요양병원으로 가겠다고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셋째를 부른다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어쨌든 너무나 반가웠다. 막내와 손자가 이렇게 찾아오니 바로 전에까지 느꼈던 외로움은 단번에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반대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메, 아들과 손자여? 아들은 왜 저렇게 든든해 보이고 손자는 뭐 이래 잘생겼어?”
“아, 언니 인사해요. 제 아들과 손자에요.”
“안녕하십니까.”
“아들인 이중석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잘 왔어요. 동생이 얼마나 요즘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렇게라도 오니 정말 다행이네.”
“언니는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 전 괜찮아요.”
애써 괜찮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 이중석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러면서 아들인 현우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알아들은 현우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할머니를 향해 다가가서는 곧장 침대 한쪽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네요.”
“그러니? 여기에 있으니 잘 안 먹어서 그렇구나. 그러는 현우 너도 너무 마른 게 아니니? 밥은 제대로 먹고? 이 할미가 밥이라도 차려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잘 먹고 있어요. 그리고 저 정도면 평균입니다.”
할머니의 눈에 손자 손녀는 늘 배를 곪고 다니는 모습으로 보일 뿐인 모양이었다. 현우는 자신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역시 인간이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이곳으로 오기 전 자신의 육신에 별도의 생체에너지를 저장했었다.
‘아레스 나노머신을 주입해.’
〈알겠습니다. 나노머신의 주입이 시작됩니다.〉
맞잡은 손을 통해 수없이 많은 나노머신이 할머니의 육신으로 주입되기 시작했다. 모두가 생체에너지를 품은 것들이다. 저것들은 곧장 할머니의 육신 곳곳에 자리를 잡으며 부족했던 생체에너지를 채워 넣어줄 것이다. 한편 손자의 손을 맞잡은 양춘자는 정말 오랜만에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현우 이제 20살이니 성인이네? 대학은 갔고?”
“아뇨, 가질 않았어요.”
“아니, 대학엔 왜 안 갔어? 현우 너 공부 잘했잖니? 맨날 전교 1등만 하던 애가 왜 대학엘 안 가? 설마 등록금이 없어서 그랬니? 중석아 등록금이 없었으면 말을 했었어야지!”
“돈 때문이 아니에요. 돈은 이제 상관없어요.”
난 할머니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 이미 모든 나노머신은 할머니의 육신에 들어가 작업을 시작한 상태였다. 이젠 시간의 답이었다. 그러면서 이내 현재 우리 집안의 사정에 대해 말했다.
“엄마가 돌아오셨어요.”
“아니, 그게 정말이니?”
“예, 아내가 돌아왔습니다.”
“아니, 마음대로 떠나 버릴 땐 언제고 왜 마음대로 돌아와!”
“흥분하지 마세요. 떠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남편과 자식을 버리는 것보다 더한 것이 어디에 있다고!”
엄마에 대해 못마땅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확실히 오해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는 이리 나쁘진 않았었다. 그나마 우리 가족을 챙긴 게 할머니였고 며느리인 엄마와 사이도 제법 완만한 편이었다. 하지만 말없이 떠나버렸으니 화가 났으리라. 그래서 돌아왔다는 것이 반갑지 않을 터였다.
“오해였어요. 저도 엄마를 용서한걸요. 사실 돌아가셨다는 분이 다시 왔다는 것에 처음엔 제가 얼마나 당황했는데요. 지금은 함께 잘 살고 있어요.”
“어이쿠, 네가 마음고생이 심했겠구나.”
물론 처음에 당황과 경악이었지만, 각성한 이후로는 아무렇지 않았다. 엄마의 사정과 자신의 진실한 존재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괜찮아요. 그리고 이제 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할머니도 아시잖아요. 엄마가 얼마나 부자인지를 지금 우리 집 잘살고 있어요.”
“루시아 개가 돈이 있는 집안이긴 한 것 같긴 하다만.”
여전히 그런 엄마가 남편과 자식을 내버려 두고서 떠나버린 것에 마음이 안 좋은 모양이었다. 이런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을 풀어드리려면 시간이 걸리겠다는 마음을 가지며 이내 아버지를 보면서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아버지가 다가와서는 말했다.
“어머니, 이곳에 입원해 계시지 마시고 저희랑 같이 가서 사세요.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같이 살기는, 지금 내 상태가 여길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양춘자는 막내가 같이 살자고 말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애초에 지금 몸 상태라면 이곳 요양병원에서 평생 나갈 수는 없을 거란 걸 본인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병간호도 저희가 다 하겠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여기 계속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거 없어요.”
“아니 됐어. 난 여기에 계속 있을 거다. 여기가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가만히 누워있어도 먹을 것도 주고 편히 TV도 볼 수 있고 천국이 이런 곳이 아닐까, 싶구나.”
“어머니, 고집부리지 마시고요. 여기 계속 계시면 제가 어떻게 편히 밖에서 일하고 있겠어요.”
“그렇게 하세요. 할머니. 저희가 이사한 집 이제 많이 넓어져서 남은 방들이 많아요.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같이 살면서 저도 그렇고 아버질 보살펴주고 싶다고. 사정이 안 돼서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너희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이제 너희도 살만해진 것 같은데 나 때문에 힘들게 하고 싶진 않구나.”
고개를 돌리며 말하는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작년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몸이 좋아지지 않아 누워있을 당시만 해도 가족들도 자신을 보살핀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게 몇 개월이 지나자 다들 지쳐버렸는지 표정들이 안 좋아졌었다. 결국엔 스스로 선택해서 요양병원에 들어온 셈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세요. 몸이 좋아지시면 우리 집으로 오시겠다고. 꼭 약속해줄 수 있겠죠?”
“그렇게 하마.”
“분명 약속하신 겁니다. 설마 건강해졌다고 다시 본래 집으로 돌아가시면 저 많이 섭섭할 겁니다.”
“아니, 알았대도.”
“크흠, 그리고 오늘은 그래도 휴식일이라 여기에 계속 어머니와 같이 있을 겁니다.”
“뭐 하려고 있어? 휴식이니 집에 가서 편안히 쉬어야지.”
“전 어머니와 있는 게 오히려 휴식입니다.”
“저도 할머니랑 있는 게 휴식입니다.”
“말이래도 고맙네.”
양춘자는 아들과 손자가 하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심 정말로 건강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이상하게 아까보다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서 산책하러 나가는 등 온종일 같이 있으니 평소보다 힘이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일주일 후.
할머니의 상태는 비약적으로 건강해지셨다. 바닥이었던 생체에너지가 가득 채워지면서 점점 몸이 가뿐해지면서 스스로 일어나 걸어 다니기까지 된 것이다. 이런 현상에 요양병원에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반년 가까이 꼼짝도 못 하던 사람이 이렇게 멀쩡해질 수 있냐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건강해지다 보니 할머니 스스로가 요양병원 안이 갑갑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가 한 선택은 막내 집에 가는 것이다. 사실 지난 반년간 찾아오지 않은 가족들에 대해 실망한 상황이었다. 지금도 연락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 심정은 찹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할머니 짐은 이걸로 된 건가요?”
“그래, 더는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