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21)
21화.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다.
21화.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다.
“줄을 서라냥!”
테오가 여성 헌터들을 줄 세워놓고 한 명씩 사진을 찍어줬다.
“보수를 달라냥.”
사진을 찍자 테오가 앞발을 내밀며 말했다.
“어머! 분홍 젤리 좀 봐.”
말캉말캉.
캐서린이 홀린듯이 테오의 앞발을 만지작거렸다. 테오는 좀 불편했지만, 이 인간에게 보수를 받아야 했기에 기다려줬다.
“자. 여기.”
캐서린이 하얀 가루가 든 봉지를 내밀었다.
“이게 뭐냥?”
“소금이야.”
“좋다냥.”
휙.
테오가 빠르게 소금을 봇짐에 넣었다.
‘푸후훗. 이걸로 테 대표 한 시간권 한 장 확보다냥.’
그때
“그리고 이건 그냥 테오 줄게. 덕분에 힐링 됐어.”
캐서린이 챙겨왔던 츄르를 테오에게 건넸다.
“이걸 그냥 주는 거냥?”
“응. 네 발을 만지게 해줬잖아.”
“헉! 그런 것이었냥?!”
캐서린의 말에 테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인간들은 발을 만지게 해줘도 먹을 걸 주는구냥.’
“다음 인간 오라냥.”
테오가 줄을 서고 있는 다음 인간과 사진을 찍었다.
척.
테오가 사진을 찍으며 은근슬쩍 자신의 앞발을 여성 헌터의 손 위에 올렸다.
‘어서 만져라냥.’
테오의 의도대로 사진을 찍은 여성 헌터들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이 테오의 앞발을 홀린 듯이 만지고 앞서 캐서린이 했던 것처럼 츄르를 상납했다.
“푸후훗. 내 발이 인간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것이다냥?”
테오가 자신의 앞발을 깨끗하게 핥으면서 말했다.
‘푸후훗. 이거면 박세준 네 무릎은 내 것이다냥.’
여성 헌터들 덕분에 테오가 큰 오해를 해버렸다.
“내 위상이…”
이번에도 마력의 방울토마토 200개를 가져가겠다며 집에 큰소리를 치고 나온 김동식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때
“여기 한국에서 온 인간 있냥?”
여성 헌터들과 포토타임을 끝낸 테오가 외쳤다.
“한국?”
“리더가 한국 사람이잖아.”
헌터들이 김동식을 바라봤다.
“인간, 한국에서 왔냥?”
테오가 김동식에게 다가갔다.
“어. 한국에서 왔지. 그건 왜?”
“조용히 할 얘기가 있다냥. 따라와라냥.”
테오가 김동식을 다른 헌터들이 엿듣지 못하도록 으슥한 곳으로 데려갔다.
***
조난 160일 차 아침.
“으아함.”
세준이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어제는 조금 잠을 설쳤다. 토끼 부부가 기어이 어제 거사를 치렀기 때문이다.
슥.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작은 연못에서 플라스틱 용기로 물을 떠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텀블러에 꿀을 2꿀렁 담아 꿀물을 만들었다.
며칠 전부터 732그루의 방울토마토 나무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꿀벌들이 꿀을 빨 꽃이 늘어났다.
거기다 어제 새로운 새끼 독꿀벌 5마리가 새로 추가되면서 꿀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 이렇게 매일 마셔도 소모하는 꿀보다 채워지는 꿀이 더 많아졌다.
뺘앙…
뺙…
자식 토끼들이 굴에서 나오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세준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너네도 못 잤지? 자 꿀물은 우리 솔로들만 마시자.”
뺘아!
뺙!
자식 토끼들이 미리 만들어둔 당근컵을 내밀었다.
꼴꼴꼴.
“진짜 배신하면 안 된다. 알았지? 모태솔로인 너희만이 내 희망이야.”
세준이 토끼들에게 꿀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그러나 토끼들은 세준의 말이 부담스러웠는지 꿀물만 받아서는 쌩하니 가버렸다.
뺘악!
흑토끼만이 남아 꿀물을 원샷하고 잔을 머리에 터는 퍼포먼스를 하고는 당근컵을 다시 내밀었다.
“그래. 흑토끼, 너는 믿었다.”
꼴꼴꼴.
세준이 의리를 지키는 흑토끼의 당근컵 가득 꿀물을 따라줬다. 하지만 흑토끼도 꿀물 한 잔을 더 받고는 그냥 가버렸다.
쩝.
토끼들의 배신에 입이 썼다.
꿀꺽.꿀꺽.
그렇게 세준은 쓰디쓴 배신의 맛을 꿀물로 해결하고는 아침 농사를 시작했다.
톡.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3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2를 획득했습니다.]“오 플러스 등급.”
세준이 E+등급 방울토마토를 따로 보관했다. E+등급은 유통기한이 더 길기에 다른 E등급 방울토마토보다 나중에 먹기 위해서였다.
아니면 테오에게 보내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통기한이 길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세준이 그렇게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탄내가 나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꺼내야겠네.”
세준은 점심으로 먹을 군고구마를 굽고 있었다. 토끼 부부가 밤에 한 짓은 용서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고생했으니 몸보신은 시켜주고 싶었다.
여기서 몸보신이라고 해봐야 최근에 수확해 희소성이 있는 군고구마 정도였다.
그리고 군고구마 냄새가 무르익자 세준이 군고구마를 꺼내기 시작했다.
근데 꺼내는 숫자가 좀 많았다. 무려 군고구마 50개. 아무리 토끼 부부가 몸보신이 필요하다고 해도 너무 많은 숫자였다.
그때
삐익!
삐이!
때마침 토끼 부부가 사이좋게 집에서 나왔다.
“밥 먹자!”
뺘아!
뺙!
세준의 외침에 토끼들이 점심을 먹으러 우다다 달려왔다.
삐이…
뺘아…
뺘악…
토끼들이 군고구마를 가득 먹고 배를 두드리며 늘어졌다. 토끼들이 먹은 군고구마는 3개. 열심히 분발했지만, 당근처럼 많이 먹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아 배부르다.”
세준도 군고구마 2개를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5개 줬잖아. 이건 따로 할 게 있어.”
[탑의 관리자가 실망합니다.]“기다려봐. 새로운 거 먹게 해줄게.”
[탑의 관리자가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기대합니다.]세준이 탑의 관리자와 말하고는 남은 군고마의 껍질을 깠다.
그리고
“이것 좀 썰어줘.”
낫을 든 백토끼에게 군고구마를 새끼 손가락 크기 정도 썰어달라고 부탁했다.
흑토끼에게 말리고 있는 파 이파리 위에 자른 고구마를 포개지 않고 나란히 깔게 했다.
“이제 잘 말리기만 하면 끝이야.”
군고구마가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군고구마 말랭이로 변하고 있었다.
***
탑 75층.
테오가 유랑 상인 본부가 있는 상인 구역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놀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몇 가지 물건을 사 오라는 세준의 심부름 때문이었다.
“냄비, 국자, 그릇, 숟가락, 단검. 냄비…”
테오가 세준이 사 오라고 한 물건을 까먹지 않게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상점 구역을 걸었다. 세준은 호구인 테오를 믿을 수 없기에 일단 가장 필요하고 저렴한 물건 5개만 사 오게 했다.
“어서 오세요.”
테오가 잡화점으로 들어가 필요한 물건들을 집어 상점 주인에게 가져갔다.
“냄비 1탑코인, 국자 0.2탑코인, 그릇 0.3탑코인, 숟가락 0.1탑코인 이니까 총 1.6탑코인입니다.”
“깎아달라냥.”
“흐음…그럼 1.5탑코인에 해드리죠.”
“더 깎아달라냥.”
“손님, 저희도 에누리 없이 드리는 겁니다.”
“알겠다냥.”
테오가 대답하고는 미련 없이 뒤돌아 나가기 시작했다.
“제가 졌습니다. 1.3탑코인에 드립죠.”
“1.2탑코인. 아니면 그냥 나가겠다냥.”
“휴우. 알겠습니다. 1.2탑코인.”
“여기 있다냥.”
테오가 물품을 구입하고 태연하게 나왔다.
하지만
쿵쾅!쿵쾅!
테오의 심장은 심하게 뛰고 있었다.
“휴우. 내가 해냈다냥.”
세준은 테오가 호구가 되지 않게 최소한의 대책으로 3번 깎기 작전을 지시했다.
일단 상대가 가격을 부르면 무조건 깎아달라고 하고, 안 된다고 하면 미련없이 나간다. 그리고 만약 붙잡으면 거기서 더 깎아 총 3번 깎고 사는 작전.
그렇게 테오는 세준이 가르쳐 준 대로 대장간에 가서도 3번 깎기를 시도해 20탑코인짜리 단검을 13탑코인에 구매했다.
“푸후훗. 이제 나는 가격을 깎을 줄 아는 유랑 상인이다냥.”
테오가 뿌듯해하며 99층으로 가려 할 때
“이건 탑 밖의 물건이야.”
“밖의 물건이요?!”
“그래. 이걸 위층으로 가져가면…”
어디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테오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고블린 유랑 상인 스카람이 또 신입 여우 유랑 상인을 등치려 하고 있었다.
‘저 나쁜 놈이…!’
“스카람 말 믿지 말라냥. 저 놈 사기꾼이다냥.”
테오가 신입 유랑 상인이 자신처럼 당하지 않도록 스카람의 사기를 방해했다. 거래에서 테오가 호구 짓을 하는 건 막은 세준이지만, 오지랖은 예상하지 못했다.
“뭐?! 내가 사기꾼이라는 증거 있어?!”
스카람은 테오를 보고 잠깐 당황했지만, 오히려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그 텀블러 분명 보존 마법이 걸려있다고 했겠지냥? 믿지 마라냥. 이 텀블러는 외부랑 접촉을 차단해 열의 이동을 막아 온도가 늦게 떨어질 뿐이다냥.”
테오가 세준이 한 말을 떠올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이익…두고 보자.”
테오의 말이 다 맞았기에 이번 거래는 텄다고 생각하며 스카람이 물러났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사기를 당하지 않았어요.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내 이름 말이냥? 난 테오다냥.”
“테오 님이셨군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조심하라냥. 호구 짓하지 말라냥.”
“네. 안녕히 가세요.”
테오가 호구 하나를 구하고 기분 좋게 99층으로 올라갔다.
테오가 사라진 상인 구역. 신입 여우 유랑 상인이 인적 드문 골목길의 한 상점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영원한 황금.”
대답을 한 여우 유랑 상인은 상점 주인을 지나쳐 구석에 걸린 방패를 눌렀다.
철컥.
방패가 뒤로 밀리며 지하로 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그리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들이 보였다.
“제라스 요원, 스카람 체포 작전은 어떻게 됐나?”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유랑 상인 협회 비밀감찰국 소속 제라스는 신입 유랑 상인에게 사기를 치는 스카람에 대한 첩보를 듣고 신입 유랑 상인으로 위장해 스카람을 현행범으로 잡는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그놈만 없었어도!’
으드득.
제라스가 테오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푸후훗. 스카람의 그 분한 얼굴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아진다냥.”
테오는 자신도 모르게 스카람을 구해주고 말았다.
***
고가의 외제차 한 대가 부천의 한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여기가 세준 님의 집인가?”
김동식이 아파트를 둘러보며 테오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무슨 얘긴데?”
“나와 거래를 하자냥.”
“거래?”
테오가 계약서 한 장을 꺼냈다. 탑에서 만든 계약서의 강제성은 밖에서도 통하기에 많이 사용하는 거래 방법 중 하나였다.
김동식이 계약서를 살펴봤다. 계약서에는 미리 세준이 작성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부천시 소사구…뉴월드 아파트 305동 701호 박세준의 가족에게 5000만 원을 전달하라고?”
“그렇다냥. 그리고 세준 님이 잘 있다고 말해줘야 한다냥. 대가는 마력의 방울토마토 200개와 50탑코인이다냥.”
테오가 따로 빼둔 방울토마토를 꺼냈다.
“할게!”
마력의 방울토마토 200개가 필요했던 김동식이 외쳤다.
“근데 박세준 님이 누구야?”
“박세준 님은 대단한 남자다냥! 40층에서 내 목숨을 구해줬다냥. 그래서 심부름을 하는 것이다냥.”
테오가 세준과 대화를 맞춘 시나리오였다.
“뭐?! 40층?”
그렇게 비공식적으로 40층에 오른 천재적인 재능의 헌터에 대한 소문이 만들어졌다.
‘그런 헌터의 가족이라니… 친해지면 나중에 도움이 될 거야.’
김동식이 트렁크에서 한우 세트를 꺼내 아파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띵동.
김동식이 세준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