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재능을 개화하다.
62화. 재능을 개화하다.
“도장을 찍어라냥!”
“허허. 그렇게 무대포로 백지 계약서를 내밀면 어떡하느냐?”
“늙은 인간. 신세 갚는다고 했다냥. 그러니까 도장을 찍어야 하는 것이다냥!”
분명 테오가 생떼를 쓰고 있는데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대치가 길어지자 한태준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뭐냥?”
“내가 너의 부탁을 3번 들어줄게.”
“부탁 3번 말이냥?”
테오가 계약서에 한태준이 말한 내용을 쓰기 시작했다.
-을은 갑의 부탁을 5번 들어준다.
[갑 : 테오] [을 : 한태준]“자 찍어라냥!”
테오가 3과 비슷해 보이는 5를 적었다.
하지만
“허허허. 이건 아니지 않느냐.”
상대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서류에 사인을 하는 한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 3을 5로 고치는 건 속아주려야 속아줄 수가 없는 너무 얕은수였다. 한태준이 테오가 쓴 계약서의 내용을 수정했다.
-을은 갑의 부탁을 3번 들어준다.
-갑은 을에게 무리한 것을 부탁할 수 없다.
-을은 갑의 부탁을 3번 거부할 수 있다.
“좋다냥!”
테오는 서둘러 탑 99층으로 올라가야 했기에 이만 계약을 끝내기로 했다. 한태준과의 계약은 원래 계획에도 없던 것. 조금 양보해도 전혀 손해가 아니었다.
꾸욱.
테오가 계약서에 자신의 발도장을 찍고는 한태준에게 내밀었다.
“허허허.”
계약서를 받아든 한태준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새 테오가 3을 다시 5로 바꾼 것.
‘당돌한 고양이구나.’
하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테오를 보고 있으면 뭔가 오냐오냐하게 됐다.
점점 테오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한태준. 그는 겉보기와 달리 귀여운 것에 약했다.
‘이것도 인연이겠지.’
꾸욱.
한태준이 계약서를 수정하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
“좋다냥! 이제 내 부탁을 들어줘라냥!”
“벌써?”
“그렇다냥!”
“뭔데?”
“탑 38층에 나와 계약한 무능한 인간들이 있다냥! 그 인간들을 늙은 인간처럼 유능하게 만들어 달라냥.”
테오는 돈도 많이 못 벌어오는 탑 38층의 헌터 5명을 한태준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암. 내가 유능하기는 하지. 좋아.”
테오의 인정에 기분이 좋아진 한태준이 흔쾌히 승낙했다.
“얘네들이다냥.”
테오가 헌터 5명의 이름이 적힌 계약서를 내밀었다.
“장린?”
한태준이 계약서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각성자 협회장으로 일하면서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설마 5명이면 흑랑단인가?’
장린이 이끄는 흑랑단은 헌터들의 돈을 훔치는 강도단으로 아직 증거가 없어 예의 주시하고 있는 놈들이었다.
“이놈들은 어떻게?”
“날 공격해서 내 목숨값을 갚는 중이다냥!”
“좋아. 나한테 맡겨라. 내가 유능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지.”
“알겠다. 그럼 나중에 보자냥!”
테오가 한태준에게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탑 99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테오가 떠나자 한태준이 자신의 첫째 제자를 찾아갔다.
“시혁아. 탑 38층으로 가자꾸나.”
“네?”
“허허허.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놈들이 있구나.”
그렇게 흑랑단의 운명이 결정됐다.
***
“아 배부르다.”
세준이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먹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
쿠어엉!
특히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오랜만에 배를 가득 채우는 포만감에 만족하며 소화를 시키기 위해 순찰을 나갔고
“저희들은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은빛 늑대들은 칼날 이파리와 남은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작은 냄비에 옮겨 담아 수레에 싣고 탑을 내려갔다.
“일단 설거지부터 해볼까.”
슥슥.
세준이 파 이파리로 대형 냄비를 깨끗이 닦기 시작했다. 에일린이 먹을 수프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동물들이 한두 그릇씩 더 먹고 나니 수프의 양이 얼마 없었다.
“이러면 에일린에 삐질 텐데···”
세준이 고민에 빠졌을 때
“아!”
머릿속에서 에일린을 위한 새로운 요리가 떠올랐다.
그래서 남은 수프는 늑대들에게 주고 새로 수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늑대들이 손질해둔 레드 로커스트 고기가 많았기에 재료들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됐다.
“이제 커피 마셔야지.”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새로 만든 세준이 쉬면서 마실 커피를 타서 밖으로 나오자
뺘악…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가 낮잠을 자기 위해 세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뺘로롱.
꾸로롱.
세준의 무릎과 등을 차지하고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먹구름 만들기.”
세준은 푹신한 꾸엥이의 배에 머리를 대고 먹구름으로 그늘을 만들었다. 요즘은 먹구름을 움직이는 거로는 숙련도가 오르지 않아 다른 걸 시도하고 있었다.
세준이 먹구름의 일부를 떼어내 꾸엥이의 머리 위에 새로운 먹구름을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뭉게뭉게.
본체 먹구름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새로운 먹구름을 만들다 흩어지며 본체로 합쳐졌다.
“역시 잘 안되네.”
그렇게 세준이 먹구름 분리를 시도하는 동안
스킬 숙련도가 조금씩 올랐다. 먹구름을 분리하는 것은 실패해도 쑥쑥 오르는 숙련도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레드 로커스트로 만든 수프를 먹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내 수프는 어디 있냐며 묻습니다.] [탑의 관리자가 서둘러 입에 고인 침을 닦습니다.]세준의 예상대로 에일린이 레드 로커스트 수프를 찾기 시작했다.
“그게…아직 끓이고 있는데?”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엄마 곰과 우마왕도 깨워서 도와줬는데 너무하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어떻게 자신에게 이럴 수 있냐며 속상해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당신이 자신을 찬밥 취급한다고 서운해합니다.]“그게 아니야! 에일린, 너만을 위한 수프를 만들고 있었어.”
[……]요즘 갑자기 대답이 없어지는 횟수가 많아지는 에일린이었다.
세준은 휴식 시간 내내 먹구름을 가지고 놀다 오후 일을 시작했다.
오후 일도 별다른 건 없었다. 방울토마토 수확하기, 파 이파리 자르기, 대파 나눠 심기. 하지만 밭이 넓어져 이것만으로도 오후가 다 갔다.
그렇게 세준이 일하는 동안 수프가 완성됐다.
“한 번 볼까?”
세준이 뚜껑을 열자
[탑에서 최초로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방울토마토 수프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3에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방울토마토 수프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3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역시…”
요리의 옵션을 확인한 세준이 미소 지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선호하는 에일린을 위해 감자대신 방울토마토를 넣자 예상대로 힘 대신 마력이 올랐다.
“에일린, 수프 가져가.”
세준이 에일린을 불렀다.
***
[탑농부 박세준이 그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탑농부 박세준이 에일린, 너만을 위한 수프를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세준의 갑작스러 고백(?)에 에일린은 화들짝 놀라며 수정구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나만을 위해 수프?”
세준의 말을 곱씹기 시작했다.
“크히히히! 뭐야~! 이 기특한 인간이~”
“크히히. 못 하는 말이 없구나!”
“크히히…”
에일린은 실없이 나오는 웃음 때문에 때문에 한참 동안 세준에게 말을 걸 수 없었다.
그렇게 에일린이 마음을 진정시켰을 때
[탑농부 박세준이 에일린, 수프 가져가라고 말합니다.]“기특한 인간이 내 수프를 완성했구나!”
쿵.
에일린이 서둘러 자신의 거대한 밥그릇을 꺼내고 세준에게 퀘스트를 줬다. 밥그릇은 거의 유아용 풀장 사이즈였다.
잠시 후.
에일린의 밥그릇에 붉은색 수프가 가득 찼다. 세준이 에일린의 정량을 위해 대형 냄비 3개에 담긴 수프 전부를 에일린에게 줬다.
“우와!”
코를 통해서 들어오는 방울토마토 향기가 에일린의 식욕을 자극했다.
후루룩.
에이린이 밥그릇을 들고 수프를 마셨다.
꿀꺽.꿀꺽.
“크아아! 맛있지만…뜨겁네.”
하지만
“크히히히. 뜨거운 인간이군.”
수프의 뜨거움을 수프에 담긴 자신을 생각하는 세준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에일린의 기분이 또 좋아졌다.
그렇게 수프를 원샷한 에일린이 밥그릇을 내려놨을 때
[전투 식량 – 레드 로커스트 방울토마토 수프 정량을 섭취하셨습니다.] [30분간 마력이 7.1 상승합니다.] [포만감이 3시간 동안 유지됩니다.]마력이 크게 상승했다.
“기특한 인간…”
에일린이 세준의 요리에 감동할 때
쿵.쾅.쿵.쾅.
드래곤하트가 이전보다 강하고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그에 못지않게 심장도 뛰었지만, 드래곤하트의 박동에 집중한 에일린은 그것도 드래곤하트의 박동으로 생각했다.
“기특한 인간에게 상을 줘야겠어.”
기분이 좋아진 에일린이 세준에게 새로운 보상을 주기로 했다. 그동안 쌓인 자신의 마력과 세준의 공헌도라면 괜찮은 보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세준의 공헌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
뺙?!
꾸엥?!
흑토끼와 꾸엥이가 빈 냄비를 보며 세준에게 항의했다. 우리 수프는?!
수프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기에 저녁에도 수프를 먹을 거라고 생각했던 흑토끼와 꾸엥이는 저녁으로 생선구이와 찐 감자가 나오자 크게 실망했다.
“내일 만들어줄게.”
뺙!
꾸엥!
세준이 흑토끼와 꾸엥이를 달래기 위해 새끼손가락까지 걸며 약속을 하고 있을 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에일린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대접하라.]보상 : 재능 1개 개화.
거절 시 : 흥! 거절하면 너만 손해다!
“아니…”
자신은 수프 때문에 아주 곤란한데 군고구마 말랭이를 달라고 하는 에일린에게 화를 내려던 세준.
“응?”
세준이 눈을 비비며 퀘스트의 보상을 확인했다.
“재능 1개 개화? 여기 있습니다! 에일린 님!”
세준의 태도가 순식간에 달라졌다. 재능의 개화는 정말 어렵다. 그런 재능 개화를 보상으로 주다니!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가 가득 담긴 바구니 하나를 통째로 바쳤다.
그리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재능 1개가 개화됩니다] [재능 : 지주가 깨어납니다.]“지주?”
세준이 새로 개화한 재능을 살펴봤다.
[재능 : 지주]-넓은 농장을 가진 농부만이 가질 수 있는 후천적 재능입니다.
-소작농을 최대 30명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소작농들은 지주의 직업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소작농이 지주의 스킬을 사용하면 지주는 1%의 보상을 받습니다.)
-농장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재능이 성장합니다.
“1%의 보상?”
설명이 애매했다.
“이럴 때는 직접 해보면 되지.”
세준이 흑토끼와 꾸엥이를 소작농으로 지정했다.
[소작농 둘을 지정했습니다.]“흑토끼, 꾸엥아 가서 방울토마토 따와 봐.”
뺙!
꾸엥!
세준의 지시에 흑토끼와 꾸엥이가 방울토마토를 따러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소작농이 수확하기 Lv. 4를 사용해 방울토마토 5개를 수확했습니다.] [지주가 1%의 보상을 받습니다.] [지주의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지주의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지주의 경험치가 1.5 상승합니다.]…
..
.
흑토끼와 꾸엥이가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며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메시지를 보니 세준은 1%의 보상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스킬을 사용했을 때 얻는 것의 1%구나.”
이러면 밭이 넓어져 자신이 직접 수확을 하지 못할 때도 보상을 통해 조금이지만 직업 경험치 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나중에 땅이 넓어지면 크게 도움이 될 재능이었다.
‘농장이 커지는 만큼 재능이 성장한다고 했지?’
물량으로 승부하는 거다! 세준이 자기 전까지 방울토마토 씨앗을 열심히 심었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
뿌득.뿌득.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들이 동쪽으로 우회해서 세준이 씨앗을 뿌린 방울토마토밭을 짓밟으며 다시 쳐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