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일거양득(2)
음철군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본색이 아니라 이대로 보내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훗, 어쩔 수 없다. 일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도 문주를 그대로 보내면 내일부터 두 문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 뻔한 일. 어쩔 수 없이 도 문주를 제거하는 수밖에.”
“크윽, 그래! 역시 야비한 음 문주, 네놈을 믿는 것이 아니었는데. 정파라고 하는 놈들은 하나 같이 위선자지.”
도상출은 분노와 원독 가득한 눈빛으로 음철군을 노려본다. 그러나 일 검을 맞아서 부상을 입은 그는 자신이 매우 불리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 도상출은 음철군을 노려보면서 분노를 터트리는 것 같지만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일격을 맞은 도상출이 제대로 도주하는 일이 쉽지 않겠는데.’
도상출이 여기에서 죽어버리면 내 계획과는 다른 결과가 되어버린다. 내가 원하는 것은 분노한 도상출이 철검문과 전쟁을 벌이는 것. 당연히 여기에서 도상출이 죽으면 안 된다.
– 휘릭─
도상출은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도주를 선택한다.
“흥, 그 몸으로 얼마나 도주하겠다는 것이냐.”
– 휙─
음철군 역시 바로 도상출을 뒤따른다. 그리고 부상을 입은 도상출은 얼마 가지 못 해 따라잡히고 만다.
– 부웅─ 쉬익─
– 채앵─
“크흠!”
결국 철검문을 백여 장 정도 벗어나기도 전에 따라잡힌 도상출. 음철군의 일 검을 받아내기는 했지만, 부상을 입은 터라 상처로 인한 신음을 흘린다. 등에서 피가 주르륵 쏟아진다.
이제는 도주도 어려운 상황. 도주하려고 뒤를 보이는 순간 끝이 난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 부웅─ 채앵─ 챙─
두 사람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다.
‘생각보다 잘 싸우는데? 도상출이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음철군에게 전혀 안 밀리겠는데? 아니, 음철군보다 미세하게 앞설 것 같은데.’
도상출은 부상을 입은 상태지만 이를 악물고 싸운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호각세를 보이던 전투. 그러나 역시 부상을 입은 상태로 싸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출혈이 계속 되면서 내력의 소모는 급격하게 빨라지고, 부상 때문에 초식도 매끄럽지 않다. 도상출은 점점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빌어먹을, 네놈의 암습에 당하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지 않을 텐데.”
“후후, 이렇게 도 문주를 죽일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쪽도 나쁘지 않은 결과군. 도 문주를 죽이고 도강문 영역을 흡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과니 말이야.”
“죽일 놈, 네놈을 믿은 내가 잘못일 뿐이니 누구를 탓하랴.”
– 부웅─ 챙─ 서걱─
“끄윽!”
마침내 두 번째 부상을 입은 도상출이 비틀거리면서 휘청거린다.
“끝났군.”
음철군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마침내 도상출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 아직 끝난 것이 아니지. 아직 도상출이 죽은 것은 아니니까. 이제 내가 나설 땐가.’
음철군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부상을 입은 도상출을 향해 마지막 공격을 날리려 할 때다.
– 쉭─ 퍽─
“끄윽! 이, 이게 무슨!”
내가 날린 암습이 날카로운 예기로 음철군에게 날아든다. 음철군은 뒤에서 날아드는 예기에 깜짝 놀라면서 몸을 피하려고 했다. 생각보다 빠른 반응이다. 역시 하수는 아니다. 그러나 그 정도 반응으로 피할 수 있는 암습이 아니다.
내 암습에 허리에 부상을 입은 음철군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온다.
“끄으윽, 어떤 놈이 암습을?”
마지막 공격을 하려던 음철군의 입에서 비명이 터지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는 도상출. 그러나 도상출은 판단이 빨랐다. 허리에서 흘리는 피를 보면서 누군가에 의해 음철군이 부상을 입었다고 판단을 하자 재빠르게 다시 도주하기 시작한다.
음철군이 암습에 의해 부상을 입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부상인지는 확실하게 모르는 상황. 자신은 두 번의 부상으로 몸이 안 좋은 상태. 그러니 음철군이 부상으로 비틀거린다고 해서 음철군과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도주를 선택하는 것이다. 아주 영리한 판단이다.
“큭, 저놈이 도주를? 놓칠 수 없다.”
놓칠 수 없기는.
– 쉭─ 퍽─
“크흑, 또 암습이.”
다시 한번 날리는 내 암습에 깜짝 놀라면서 몸을 피하는 음철군. 그러나 이번에도 온전히 피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허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피를 뿌리는 음철군. 그 모습을 보면서 도상출의 입가에 미소가 올라간다.
“하하, 어떤 귀인이 나를 돕는구만. 음 문주, 나중에 보자.”
두 번째 암습에 다시 한번 음철군의 비명이 터지자 도상출은 앙소를 터트리며 도주한다.
– 휘릭─
그리고 그런 도상출의 도주를 뻔히 바라보는 음철군. 도상출을 추격하려고 해도 다시 암습을 받을 것 같으니 섣불리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도상출이 피를 흘리면서 힘겹게 도주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추격에 나서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음철군.
“어떤 놈이냐? 어떤 놈이 비겁하게 암습을 하는 거냐?”
비겁? 그건 네놈이 할 말이 아닌데.
비겁하게 뒤통수나 치는 놈이 할 말이 아니지.
‘지옥신환의 위력이 대단하네. 음철군 정도 되는 자라면 어지간한 암기는 다 쳐낼 수 있는 수준인데. 지옥신환을 이용한 암습은 제대로 쳐내지 못하는 것을 보니.’
태항산에서 강시로 변한 악주필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지옥신환. 그 지옥신환을 회수한 나는 처음으로 지옥신환에 있는 무공을 사용해 봤다.
지옥신환은 무림 최고의 암기 중 하나다. 수라검신 때 삼켰다가 개천혈교에서 배를 갈라서 다시 회수해간 반지. 그리고 혈천강시가 된 악주필의 몸에 끼워진 것을 다시 내가 회수한 것이다.
지옥신환의 위력은 역시 개천혈교의 보물인 개천3보에 어울릴 정도로 대단했다.
‘진기를 강기화시켜서 암기로 사용하는 반지라니. 상상도 안 되는 암기잖아.’
마치 검기를 발산해 적을 공격하는 것과 비슷하다. 진기를 지옥신환에 불어넣은 뒤에 내력을 이용하면 그 진기를 암기 형태로 발사할 수 있다. 소림의 탄지신통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그러나 탄지신통이 기 자체를 발산하는 것과 달리 지옥신환은 기를 강기 형태로 응축해서 발산하는 것이라 위력은 탄지신통을 넘어선다.
‘진기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적을 암습하기에는 최고의 무공이지.’
진기를 강기화 시켜서 사용하는 암기라서 적이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단검이나 표창 같은 물건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니, 기를 감지할 정도 수준은 되어야 방어할 수 있는 암기. 물론 음철군 정도의 실력이면 기를 감지할 수준은 된다. 아마 음철군이 집중해서 나만 상대했다면 내 암습에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음철군은 눈앞의 도상출을 상대하는 일에 모든 감각이 집중된 상태였다. 그리고 도상출의 역습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감을 전부 암기에 집중하기는 어렵다. 도상출이 두 번이나 어이없이 내 암습에 당하는 이유는 도상출과 대치상태였기 때문이다.
“암기가 존재하지 않는 암기 공격이라니. 진기를 이용한 탄지신통인가?”
음철군은 자신에게 부상을 입힌 암기의 실체가 없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란 듯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도상출을 살려서 보냈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자 그럼 나는 다시 내 물건을 챙겨야지.
– 휘릭─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다시 철검문으로 돌아간다. 문주실 앞에 그대로 있는 상자.
‘이게 몇만 냥짜리인데. 이걸 음철군에게 줄 수는 없지.’
상자를 다시 챙겨서 멀리 은신한다.
– 휘릭─ 착─
잠시 후 문주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음철군. 더 이상의 암습과 인기척이 없자 철검문으로 복귀한 것이다.
“사, 상자가? 상자가 사라졌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도 문주 그자는 반대 방향으로 도주했으니, 도 문주 그자의 짓은 아니고? 그럼 아까 바깥에서 외친 놈이 내 수하가 아니라 의문의 적? 그리고 암습한 놈도 그놈인가?”
맞아. 그놈이 맞아.
“이, 이런… 빌어먹을. 이이,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도상출은 적이 되어버렸고, 상자의 재화는 사라지고. 나는 부상을 입고. 이렇게 되면 도상출을 이용해 현무문과 싸움을 붙이려던 계획도 엉망이 된 거잖아. 빌어먹을!”
음철군의 입에서 탄식 비슷한 분노가 흘러나온다.
‘내일부터 죽었다 생각해라.’
내가 음철군을 죽일 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은 이유는 철검문과 도강문이 죽어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음철군만 죽이면 철검문은 그 아들이 물려받아 계속 운영하게 되지.’
음철군의 아들은 음찬덕. 음철군이 죽으면 음찬덕이 철검문을 물려받게 되므로, 다른 문파가 철검문의 영역을 차지할 수 없다. 하지만 도강문과 죽어라 전쟁을 벌이면서 양쪽 문파가 모두 전력을 소비한다면 철검문과 도강문 영역은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
결국 다음날부터 도강문은 철검문에 전쟁을 선언하고 박 터지게 싸우기 시작한다. 죽다 살아난 도상출이니 철검문의 음철군을 누구보다 증오할 것이고, 음철군을 죽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두 문파가 전쟁을 벌이면서 두 문파의 영역은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접어든다. 한동안 조용하던 개봉은 두 문파의 전쟁으로 혼돈의 상태로 치닫기 시작한다.
“소문주님, 철검문과 도강문이 전쟁을 벌이는데 어떡하실 겁니까?”
목순담 대주가 상황을 보고하면서 현무문의 태도를 묻는다.
“어떻게 하기는요. 둘이 박터지게 싸우라 해요. 그런 뒤에 우리가 두 문파를 다 먹어치워야죠.”
“네? 두 문파를 흡수한다는 뜻입니까?”
“둘 다 우리 현무문을 없애려고 작당한 문파들이니까요. 그러니 둘 다 없애야죠. 제가 우리 가족을 건드린 놈들은 그냥 두고 보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두 문파가 현무문을 없애려 했다고요?”
“네. 나중에 관련 사실이 밝혀질 겁니다.”
며칠 지나자 두 문파가 많이 약해진다. 서로 치열하게 치고받으면서 소속 무인의 절반 정도가 소모된 상황. 이 정도가 되면 서로 지친 상태가 된다.
“지금쯤이면 둘 다 고민이 깊어지겠지. 도상출이 일단 자기를 죽이려 한 일에 화가 나서 철검문을 공격하기는 했지만, 병력 소모가 크니 계속 싸워야 하나 고민이 많을 거야. 만약 이때 음철군이 휴전을 제의하면 못 이기는 척 받아줄 수도 있지.”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두 곳의 무력을 갉아먹어야 한다.
“그러니 이쯤에서 철검문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줘야지.”
그 일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다. 음철군을 죽이면 되는 일이다. 문주가 죽으면 당연히 문주 없는 철검문을 치는 일은 쉬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고 철검문을 먹으려고 전력을 다할 것이다.
늦은 밤. 철검문의 문주전에는 불이 꺼지지 않은 상태다. 계속된 전투로 긴장을 늦츨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주전 앞을 지키는 경비 무인들의 경계 태세도 철저하다. 적의 암습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 정도로는 나를 막을 수 없지.’
– 쉭쉭쉭─
“끅!”
“크윽!”
지옥신환을 이용하니 경비 무인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 콰당─
“누구냐?”
“누구겠어. 도강문에서 보낸 자객이지.”
“감히 자객 따위가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내?”
일반인으로 변장을 하고 다시 복면까지 썼으니 변장한 나를 알아볼 리가 없는 음철군. 자객이 모습을 드러내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자객이면 모습을 드러내겠냐? 몰래 숨어서 암습을 하지.’
하여간 적이 침입했으니 검을 빼들고 대응하는 음철군. 음철군의 눈은 여유가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자객 정도는 자신이 처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