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풍운의 낙양(2)
제갈신광의 죽음이 손광 문주를 귀곡문에서 나오게 할 줄이야. 예상치 못한 연쇄반응이다.
아마 개천혈교와 큰 전쟁을 앞두고 있는 백정맹으로서는 제갈신광의 공백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다수의 병력이 충돌하는 큰 전쟁에서는 군사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손광 문주를 군사로 영입한 것은 잘한 일이기는 하지. 대규모 전투에서 귀곡문 출신만큼 똑똑한 사람은 없으니까. 손연설만 하더라도 전략적 머리 하나는 뛰어나지.’
그럼 녹림일존 좌진후가 왜 낙양에 출몰했냐는 거만 남는데. 무림3존이 직접 움직일 정도의 일이 생겼다는 거잖아.
‘사파 지존인 흑사신존 천우천의 오른팔인 표진투와 녹림일존 좌진후의 오른팔인 도불광을 백정학관 교관으로 보냈지. 거기에 손연설, 초류선까지. 백정맹, 흑사맹, 녹림, 흑림, 귀곡문이 합동으로 개천혈교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도불광이 죽자 좌진후가 직접 왔다 이거지. 모종의 협업이 있는 것은 분명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낙양에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거센 풍운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세 사람이 같이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폭풍우가 칠 예정이다.
“무비야, 같이 가자.”
“어디?”
“우리 식사하러 가는 중이야. 너도 저녁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
“그래? 좋지.”
마침 손연설이 식사를 같이하자고 한다.
같이 식사를 하다 보면 귀동냥을 하는 정보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설마 식사를 하는 동안 세 인간이 입을 꾹 다물고 밥만 처먹겠어.
자기들끼리 할 일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떠들겠지.
그렇게 해서 얼떨결에 일행에 끼어들었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간들의 식사 자리라 그런지 초호화반점에 초호화요리를 시킨다.
“와, 아버지 덕에 비싼 요리 먹어보네요. 학관 다닐 때는 이런 것 못 먹어봤는데. 무비야 너도 이런 요리 처음 먹어보지?”
어라? 나를 무슨 가난한 집 자식으로 아는 거야?
“많이 먹어봤어.”
“어? 많이 먹어봤다고?”
“나, 부자야. 낙양에 지점까지 내고 있잖아. 아버지가 부자가 아니라 내가 부자야. 내가 사업하고 있으니까.”
“아, 그렇구나. 무비 네가 부자구나.”
손연설은 새삼 내 위상을 다시 느끼는 듯했다.
예상대로 식사를 하면서 뭔가 주고받는 세 사람.
“크아, 술맛 좋다. 손 문주, 놈들이 언제 움직일 거라고 보시오.”
놈들이라, 그러면 개천혈교 놈들일 테고.
“정보가 맞다는 가정하에서, 동선으로 볼 때 보름 안에 움직일 겁니다.”
“보름이라 준비 기간이 길지 않군요.”
“곧 속속 도착할 겁니다. 다 모이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습니다.”
“손 문주 계산이 그렇다면 맞겠지요. 그걸로 충분하다고 보는 거요?”
“글쎄요. 변수는 항상 있는 법이니까요. 숫자만 파악되었지 무력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니까요.”
“그렇지, 무력 파악이 가장 중요하지요.”
녹림일존 좌진후하고 손광 문주가 나누는 대화로 볼 때 보름 안에 무슨 전투가 벌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놈들의 무력 이야기를 꺼내는 것 보니 분명 적과의 전투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숫자만 파악되었고, 곧 아군도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몇 명의 전투는 아니다.
적지 않은 수의 병력이 출동하는 전투가 곧 일어난다는 소리다.
‘드디어 개천혈교와 전투가 시작되는 건가?’
아무래도 개천혈교와 전투가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손광을 불러내고 좌진후가 움직일 정도면 대규모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 틀림없다.
‘에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나는 장사나 잘하고 개봉의 소문주로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거야.’
자꾸 귀가 대화 속으로 향하지만, 또 애써 저들의 대화를 무시하려고 한다.
저쪽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수렁 속으로 끌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정맹이 개천혈교와 싸우든 말든 나는 현무문만 잘 지키면서 키우면 된다.
식사 도중에 중간 중간 나누는 대화는 주로 전투에 대한 것과 준비에 대한 것이다.
‘그나저나 속속 도착할 거라니. 낙양으로 뭐가 모인다는 뜻인가?’
구체적인 이름을 명시하지 않으니 약간은 두리뭉실하게 이해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더 이상의 호기심은 부리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의 호기심은 수명을 단축시킬 뿐이니까.
* * *
식사를 마친 후 백정맹으로 돌아가는 손연설 등을 배웅한 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현무기성복점 개점식에 주력하는 것이다.
“소영아, 무대 준비 다 된 거지?”
“응, 오빠. 준비 다 됐어. 이제 내일 개점식하고 복식시연회만 열면 되는 거야. 그런데 누가 복식시연회 시착자로 나서는 거야?”
“작약루 기녀들. 작약루 기녀들의 미모면 낙양을 들썩이게 할 정도의 미모들이니까.”
“작약루 기녀는 또 어떻게 섭외한 거야? 하여간 오빠는 재주도 좋아. 개봉에서는 봉황루 기녀들을 섭외하더니. 낙양에서도 최고의 기녀들을 섭외하네.”
“내가 발이 좀 넓냐. 초청장은 다 보낸 거지?”
“응, 물론이지. 낙양의 고위관직하고 부자들에게는 다 보냈어. 귀빈석도 마련했고.”
“잘했다.”
“이번 복식시연회에 비취 언니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네. 개봉에서는 비취 언니 덕에 더욱 화제 만발이었잖아.”
“그랬었지. 비취 덕에 복식시연회가 더 난리 났지.”
생각해 보니 당비취가 떠난 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무대가 잘 설치되었는지 한번 보자.”
“응, 그래 튼튼한지 확인해 봐야지.”
설소영과 함께 지점 건물 앞의 무대를 확인해 본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건물 앞에 설치된 무대를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간다.
다들 무엇에 쓰는 무대인지 궁금한 표정이다.
“튼튼하네. 이 정도면 문제없지. 이제 내일 복식시연회만 잘 마치면 되네.”
“이번에는 나 빼고 하는 거야?”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고는 얼어붙는다.
시장통 입구라 뒤쪽에서 사람들이 오가도 길 가는 행인이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내 뒤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여자는 놀랍게도 당비취였기 때문이다.
내가 더욱 놀란 것은 당비취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암천독제 당청익하고, 창천검제 남궁천휘까지?’
당비취 옆에는 암천독제 당청익과 창천검제 남궁천휘가 있었다.
그리고 남궁무훈, 남궁수지 자매까지. 아니, 더 있다.
이제는 파천도제라는 별호를 얻으며 무림 7제 중 한 명이 된 팽가의 가주인 팽강태와 팽무해, 팽유진 남매까지.
무림 명문세가 중 세 가문의 가주와 자녀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게 얼마만이더라? 어렸을 때 개봉 현무문에서 모인 이후 처음 아닌가?
당비취를 처음 만난 날, 이렇게 세 가문의 문주와 자녀들이 우리 현무문에 왔었다.
일단 현무비 신분으로는 어른들을 본 것이니 인사를 해야지.
“무림 후학이 가주님들을 뵙습니다. 세 분이 낙양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잠시 일이 있어서 왔네. 비취가 낙양에 오자마자 자네부터 보러 가자고 해서 나왔지. 어차피 식사도 해야 해서 겸사겸사.”
나와? 어디에서 나와?
“백정맹에서 나오신 건가요?”
“그렇네. 백정맹에서 지금 막 나오던 참이네.”
암천독제 당청익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세 가문 사람이 백정맹에 머무는 것이 틀림없다.
그 이야기는 세 가문이 백정맹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일은 좌진후가 온 일과 연관이 있을 거다.
‘속속 도착할 거라는 이야기가 이들을 말한 거였군. 백정맹 소속 세가와 산하 문파의 지원병력이 도착한다는 뜻이었어. 이 정도 지원병력이 모일 정도면 정말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모양인가 보네.’
좌진후와 손광 문주의 등장도 놀라운데 무림 5대 세가의 수장인 남궁 세가의 가주와 팽가, 당문의 가주까지 낙양으로 몰려들었다.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비야, 내일 복식시연회도 내가 나서야지?”
“어? 어, 그러면 좋지.”
내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방긋 웃는 당비취.
“나 보고 싶었어?”
당비취의 질문에 잠시 뭐라 대답해야 할 지 정신이 멍해진다.
복고 싶었냐고? 생각해 보니 보고 싶었다.
당비취가 없어도 현무문 일이 바빠서 항상 정신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허전한 구석이 있었다.
그것이 당비취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옆에 아버지인 당청익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솔직하게 말한다.
“응, 보고 싶었어. 많이, 아주 많이!”
“그, 그래? 히이, 그 말 들으니 기분 좋다.”
당비취의 눈 주변이 촉촉해진다.
아마 옆에 있는 가주들이 아니었다면 당장 내 품에 안겼을 당비취다.
하지만 주변에 보는 눈이 많으니 조심하는 눈치다.
“무비야, 같이 밥 먹으러 갈래?”
“그러지.”
좌진후 일행에 이어서 이번에는 세가 일행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야,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냐?”
남궁 남매는 오랜만에 만난 나하고 팽씨 남매를 보면서 반가워한다.
팽씨 남매 역시 반가워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인다.
세가의 가주 세 명은 따로 자리를 잡고 식사에 반주를 더해 술잔을 기울인다.
세 가주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분명 이번 낙양행과 관련된 대화일 것이다.
천리지청술을 펼치면 대화를 들을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
‘저들하고 같이 싸울 것도 아닌데 뭐. 보나마나 개천혈교와 전투에 관한 거겠지.’
그러니 세 가주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관심이 없다.
그렇게 오랜만에 모인 백정학관 학생들 여섯이 모여서 신나게 떠들며 주거니 받거니 한다.
“오빠, 나 볼일 보러 갈 건데.”
“응, 다녀와.”
아, 이게 그 소리가 아닌가?
혼자 변소 다녀오려면 조용히 말없이 다녀오면 되는 거잖아.
나를 꼭 짚어서 변소 다녀오겠다고 말한 의도는 변소 쪽으로 오라는 이야기 같은데.
당비취가 자리를 뜬 후에 나도 조용히 자리를 뜬다.
그리고 후원 쪽 변소를 향해 움직인다.
“오빠!”
담장 쪽에 기대고 있던 당비취가 후원으로 향하는 나를 부른다.
역시 볼일 보러 간 것이 아니라 나를 불러낸 것이었다.
“이제는 마음이 서로 통할 정도가 되었네.”
“나보고 따라오라는 소리로 들리더라.”
“히이, 그렇지. 따라 나올 줄 알았어.”
– 와락─
당비취가 바로 내 품에 안기더니 내 목을 두 팔로 껴안는다.
– 쪽─ 추릅─
당비취는 내 품에 안겨 내 입술에 입을 맞추더니 열정적으로 나와 입맞춤을 한다.
입맞춤만으로는 부족한지 내 입을 벌리고 혀를 집어넣으면서 격정적인 입맞춤을 한다.
“하아하아…!”
당비취는 입에서 뜨거운 열기를 토했다.
이해한다. 몇 달을 떨어져 있었으니.
아마 아까 나를 본 순간에 이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는 눈이 있어서 그러지 못한 것이다.
나는 당비취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격정적으로 나를 껴안은 당비취를 제지하기도 어렵지만, 나 역시 제지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당비취와 같은 마음이다.
그러니 나 역시 그녀를 뜨겁게 꽉 껴안아 준다.
– 뭉클─
오랜만에 느끼는 당비취의 모든 것이 좋았다.
풍만한 그녀의 가슴이 기분 좋게 압박하는 이 느낌도 좋았고, 그녀의 몸에서 전달되는 체취,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풍기는 달콤한 과일향도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열정적으로 입맞춤을 하면서 회포를 푸는 당비취.
“하아하아…! 좋아! 역시 오빠하고 입맞춤이 제일 달콤해. 어떤 술보다 오빠 입술이 가장 맛있어.”
두 팔을 내 목에 걸친 채 내 눈을 바라보는 당비취의 두 눈은 이미 촉촉하게 젖었다.
독수화라 불리는 당비취가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괜찮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