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단서(2)
자백술이 먹힌 귀안술사는 멍한 표정이었다.
“그럼 이름부터 물어볼까. 별호와 이름이 뭐지?”
“내 별호는 귀안술사, 이름은 습유평이다.”
역시 고분고분 잘 대답한다.
“역시 비취라니까.”
당비취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의 눈빛을 보내자 어깨를 으쓱거리는 당비취.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 약간은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충분히 자랑할 만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놈이 이곳에서 하고 있는 일이야 알고 있으니 넘어가고, 가장 중요한 건 지옥혈왕 관련 정보지.
“지옥혈왕을 부활시켰냐?”
“킥, 부활시켰지.”
“악천군의 몸이 지옥혈왕의 신체가 된 것이냐?”
“맞다. 악천군의 몸이 지옥혈왕의 신체가 된 것이다.”
우려대로 악천군의 신체가 지옥혈왕의 본신으로 사용되었다.
이미 부활을 한 상태니 과정을 물어볼 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옥혈왕의 약점이지.
“흑사신존 천우천하고 녹림일존 좌진후가 지옥혈왕에게 초식을 펼치지도 못하고 죽었다. 그건 왜 그런 거냐?”
“지옥혈왕이 익힌 무공 때문이다.”
“지옥혈왕이 익힌 어떤 무공?”
“지옥혈신공이다.”
지옥혈신공? 그건 개천3보 중 하나잖아.
무공서라고 하지만 책의 형태로 전해지는 무공서가 아니라고만 알려진 무공.
전대 교주가 후대 교주에게 물려주는 교주용 신공.
그런데 그 지옥혈신공에 당한 거라고?
그런데 무공을 펼치기도 전에 당했는데?
“지옥혈신공이 어떤 무공이기에 무공이 고강한 흑사신존이 1초도 펼치지 못하고 당한 거지?”
“흐으, 영혼을 빼내는 무공이니 아무리 무공이 고강해도 소용이 없다. 지옥혈신공을 펼치는 순간 상대의 영혼이 육체에서 이탈하니, 힘 한번 못 쓰고 당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지옥혈신공을 극한까지 익히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옥혈왕은 혈천강시가 되면서 반신반인 상태를 거쳤고, 그 덕에 지옥혈신공을 극한까지 완성시켰지.”
영혼을 빼내는 무공이라고?
그런 괴이한 무공이 있다니.
하지만 귀안술사 말대로 영혼을 빼내는 무공이라면 지옥혈신공을 펼치기만 해도 상대는 영혼이 빠져나가 시체로 변한다는 이야기잖아.
이건 정말 무시무시한 무공인데. 어떻게 이런 무공이 가능하지?
“흑사신존의 무공이 고강한데도, 지옥혈왕의 지옥혈신공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냐?”
“내공이나 초식을 겨루는 무공이 아니라 영혼을 빼내는 무공이니 상대의 무공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어떤 사람이라도 지옥혈신공에 대항할 수 없다.”
그렇긴 하지. 무공 초식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이탈시켜 버리면 바로 죽는 거니까.
그럼 지옥혈왕을 잡을 방법이 없는 건가?
아, 아니구나. 나는 지옥혈왕에 대항이 가능하지. 내가 대응 가능한 이유를 물어보자.
이놈은 영혼에 대해서 잘 아니까.
“이미 죽은 자의 영혼도 이탈시킬 수 있나?”
“킥, 죽은 자는 이미 영혼이 이탈한 사람을 말하는 것인데, 어떻게 영혼을 이탈시킨단 말이냐.”
“그럼 이미 죽은 자에게 지옥혈신공을 펼치면 어떻게 되지?”
“어떻게 되다니?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시체에 지옥혈신공을 펼쳐봐야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 흐으!”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 이 몸의 주인은 현무비.
그리고 신생아 현무비의 영혼은 죽어서 이탈한 상태. 이미 저승에 간 거다.
그러니 지옥혈왕이 지옥혈신공을 펼친다 해도 이 몸의 원주인인 신생아 현무비의 영혼은 이탈시킬 수가 없지.
수라검신의 신체는 이미 썩어서 사라진 상태고.
그러니 나는 지옥혈신공에 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다.
그래서 죽은 자가 지옥혈왕을 죽일 수 있다고 천기에 나오는 것이고.
그게 바로 나지.
그럼 무공으로 지옥혈왕을 죽이면 되는 건가? 그놈의 무공 수준은 어느 정도지?
“지옥혈신공을 제외하면 지옥혈왕의 무공은 형편없는 수준인가?”
“킥, 그럴 리가. 개천혈교 교주인데.”
“개천혈교의 마공을 제대로 펼치려면 초식, 내공, 마기가 필요하지. 그런데 내공과 마기가 담긴 신체 두 개가 모두 파괴되면서 내공과 마기는 사라진 상태잖아. 그럼 초식만 펼칠 수 있는 몸이 된 것 아닌가?”
“흐으, 지옥혈왕이 부활하자마자 제물을 받았다. 그들의 몸에 있는 내공과 마기를 흡수해서 몸에 내공과 마기를 축적했지.”
제물? 역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니 별 희한한 방법을 쓰네.
“악천군은 현천절맥이라 내공 축적이 안 되는 것으로 아는데? 내공이 들어오는 대로 다 빠져나가는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 마기를 흡수해도 견디는 것이고. 그러니 마기는 흡수할 수 있다고 해도 내공은 축적 못 하는 것 아닌가?”
“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방법이 있다. 마기를 모두 받아들인 후에는 마기를 이용해서 내공이 빠져나가는 혈들을 모두 틀어막았지. 그 이후에 내공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내공이 빠져나가지 않고 몸 안에 쌓인 상태다. 그 이후 제물들의 내공을 흡수해서 내공의 양도 적지 않지.”
햐, 별 이상한 방법을 다 쓰네.
마기를 이용해서 혈을 막은 상태라고? 재주도 좋네.
어쨌든 지옥혈왕의 지옥혈신공도 엄청 무서운 무공이고, 그것을 피한다 해도 지옥혈왕 자체의 무공도 결코 낮지 않다는 이야기잖아.
결국 지옥혈왕을 상대하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옥혈왕이 가진 단점 같은 것은 없나? 어쨌든 원래 사용하려던 두 개의 신체가 파괴되면서 온전한 힘을 보전하지는 못했잖아. 그러면 아무래도 단점이나 문제점도 생겼을 것 같은데.”
“큭, 아무래도 내공이나 마기가 불안정하다는 단점은 있지.”
“불안정하다는 것이 무슨 의미지?”
“지옥혈왕의 원래 마기에 비하면 제물에게 받은 마기는 정순하지가 않다. 마기의 총합은 적지 않지만 질이 다른 수십 종류의 마기가 섞여 있는 것이라 이것이지. 그래서 원래 지옥혈왕의 정순한 마기에 비하면 기운이 강하지 않지. 정파의 정순한 정기에 대응하는 힘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일부 마기는 혈을 막는 데 사용하고 있으니, 마기의 일부를 사용 못 하는 문제도 있다.”
“내공도 정순하지 않아서 불안정하다는 건가?”
“일반적인 내공처럼 단전에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고루 퍼져서 떠돌고 있는 상태다. 마공을 익힌 지옥혈왕이기에 그 내공을 쓸 수는 있지만 역시 언제든지 소멸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지. 마기로 막아둔 혈만 열리면 빠져나갈 수 있는 내공이다. 단전에 탄탄하게 축적되어 죽을 때까지 빠져나가지 않는 일반적인 내공과는 성질이 다르지. 많이 불안정하다.”
그래, 그렇겠지.
그러니까 마기와 내공이 불안정하다는 것이 단점이라 이거지.
하지만 둘 다 쓸 수 있는 상황이니 딱히 단점으로 보이지도 않는 것 같은데.
귀안술사로부터 들은 지옥혈왕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고민만 더해줬다.
결국 지옥혈왕을 해치울 수 있는지 여부는 누구의 무공이 더 고강하느냐로 판가름이 난다는 뜻이다.
‘그나마 지옥혈신공에 의해 영혼이 이탈되지 않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 위안거리네.’
어쨌든 흑사신존과 녹림일존이 손도 못 쓰고 당한 이유를 알았고, 나는 그 지옥혈신공에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것은 큰 수확이다.
‘더 물어볼 것이 있나? 없지. 그렇다면 죽어라.’
– 푹─
“끅!”
갑작스럽게 귀안술사을 절명시키자 깜짝 놀라는 당비취.
“왜 죽인 거야?”
“그럼 살려둬?”
“아이, 그 이야기가 아니고. 더 이상 물어볼 것이 없는 거야?”
“응, 필요한 것은 다 들었으니까.”
“결국 지옥혈왕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거잖아. 살아있는 사람은 모두 지옥혈왕에게 영혼을 빼앗기니까. 흑사신존처럼 손도 못 쓰고 죽는 거잖아.”
“그렇다는 이야기지.”
“오빠도, 지옥혈왕하고 싸우면 안 되겠네.”
아니, 나는 예외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왜 예외인지를 설명해야 하지.
튀어나오려는 말을 그냥 입 안에서 삼킨다.
“어쨌든 볼일 다 봤으니. 아, 아니다. 이놈에게서 회수할 것이 있지.”
“응? 뭐를 회수해?”
“이놈이 지옥혈왕 부활에 참여했다면 소림사에서 훔친 반야대능목탁을 가지고 있을 거야. 지옥혈왕 부활에 사용하고 남은 것을 버렸을 리가 없지. 영혼을 다루는 놈들에게는 엄청 귀한 물건이거든. 이놈의 소지품에 있을 거야.”
“그래? 같이 찾아보자.”
목탁이면 작은 부피는 아닐 것이다.
귀안술사 품 안부터 시작해서 동굴 안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따리가 놓인 곳에서 마침내 반야대능목탁을 찾아낸다.
“찾았다. 목탁 형태인 것을 보니 이것이 반야대능목탁이다. 이건 소림사에 돌려줘야 해.”
“그럼 낙양 돌아가는 길에 소림사 들르면 되겠네.”
“그렇지.”
내가 반야대능목탁을 찾은 이유는 순수하게 맑은 마음으로 신물을 돌려주려는 것이 아니다.
‘이게 소림사의 신물이면 보답으로 대환단 한 알이라도 주지 않을까?’
그렇다. 반야대능목탁을 찾아주는 대가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무당파에 신물을 돌려주고 영단을 받은 것과 비슷한 보답을 바라는 것이다.
귀안술사를 죽이고 목탁을 돌려주면서 영단이라도 하나 받는다면 그것처럼 좋은 결과는 없지.
반야대능목탁을 챙긴 후에 대별산을 출발해 숭산으로 향하는 우리 둘.
돌아갈 때는 확실히 발걸음이 가볍다.
“오빠, 소림사에 갔다가 낙양으로 갈 거잖아.”
“응, 그렇지.”
“낙양에서 개봉으로는 언제 돌아가?”
“곧 돌아갈 거야. 낙양지점이 이제 안정화되었으니까. 현무전장하고 현무기성복점이 둘 다 잘 돌아가고 있어. 곧 개봉으로 돌아가야지.”
“그래, 얼른 개봉으로 돌아가자.”
“갑자기 왜 개봉으로 빨리 가고 싶은 거야?”
“어머니 아버지를 빨리 만나야지.”
“응? 부모님을 왜 빨리 만나려는 거야?”
“왜는, 혼인식 날짜 잡아야 할 거 아냐. 어머님이 날짜 잡아서 우리 당문에 보내야 오빠하고 혼인식을 올리잖아.”
“아, 그래서. 혼인식 때문에 비취가 마음이 급해진 거구나.”
“히잇, 맞아. 최대한 빨리 혼인식 올리고 싶어.”
“그래, 개봉에 가면 두 분에게 우리 혼인식 올려달라고 부탁하자.”
“히이, 너무 좋아.”
– 와락─
당비취는 다시 내 품에 안긴다.
둘만 있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안기는 당비취.
그런 당비취가 이제는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 * *
“숭산이다.”
숭산에 도착해서 소림사로 올라가는 길. 뭔가 이상하다.
“가만, 왜 안내승들이 안 보이지? 보통 산자락에서부터 길을 안내하는데.”
“어? 그러고 보니 소림승들이 안 보이네.”
“아니, 잠깐. 바닥에 난 이 많은 자국들은 다 뭐야? 엄청난 인마의 흔적인데?”
“어, 그러네. 이건 엄청난 인마가 지나간 흔적인데. 한 두 명이 아니라 수백 명이 넘을 것 같은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한다.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강해지는 불안감.
그리고 산문이 가까워지면서 들리는 소리들.
“병장기 소리? 전투 중이라는 이야기잖아.”
“설마, 아니 설마가 아닌가? 개천혈교가 소림을 치러 온 건가?”
“가능성 있어. 녹림을 점령한 이후 시간을 보면 소림까지 밀고 올라오기에 충분한 시간이잖아.”
“오빠, 얼른 올라가 보자.”
불길한 감정을 느끼면서 산문으로 향할수록 점점 커지는 전투 소리.
“피냄새야.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확실해.”
당비취는 예민한 후각으로 피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 휘리릭─ 휘익─
마침내 도착한 소림사 산문.
이미 적지 않은 소림승과 개천혈교 무인의 시체가 피를 토한 상태로 너부러진 상태다.
대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 대광장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투.
불길했던 예감대로 소림사 경내에서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