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67
67화. 금열쇠의 비밀(1)
결국 제갈신광이 뒤통수 친 것은 맞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내 의문은 제갈신광이 왜 그런 방법을 썼느냐 하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되잖아. 실패하기를 원했으면 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놈에게 시키든지, 아니면 내가 훔치기 전에 내 정보를 직접 개천혈교에 흘려도 되잖아.’
그런데 놈은 내가 성공한 다음에 개천혈교에서 나를 추적하도록 만들었다. 그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다.
‘뭐지? 왜 놈이 그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친 거지?’
이건 아무래도 제갈신광 그놈에게 직접 묻기 전까지는 해답을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손가락은 왜 잘린 거지? 손가락 잘린 것이 제갈신광과 관련 있나?”
“킷, 별 것 아니다. 복귀할 때 적의 습격을 받았지. 제갈신광 그놈이 몇 중으로 살수를 고용했던 것 같다. 나를 이용해 수라검신을 죽이고, 또 다른 살수를 이용해 나를 죽이려 한 것이지.”
“그 자객이 제갈신광이 보낸 자객이라는 것은 어떻게 안 것이지?”
“내 동선을 아는 자는 그놈밖에 없으니까. 만약 나를 죽이는데 성공한다면, 나를 죽인 자객은 수라검신에 관한 사실을 모르니 제갈신광이 수라검신을 죽였다는 사실이 완벽하게 가려지는 셈이지. 그래서 나를 죽이려 한 것이지. 그 정도는 금방 눈치 챌 수 있지.”
“그런데 제갈신광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군.”
“나를 노린 자객을 죽이고 돌아가자 제갈신광이 약속된 대금의 네 배를 주는 조건으로 없던 일로 하자고 하더군. 어차피 돈 보고 목숨을 거는 우리들이다, 놈이 보낸 자객도 그 임무 중 겪는 일의 하나라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 놈을 죽이고 분풀이를 하는 것과 네 배의 금액 중에서 돈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렇군. 그래서 제갈신광이 살아있는 거로군. 만약 너를 노린 자객들이 성공했다면 네놈이 수라검신을 대행했다는 사실은 완벽하게 비밀에 묻힐 뻔했군.”
제갈신광이 일검삼쾌까지 죽여 입막음을 하려 했음에도 일검삼쾌가 제갈신광을 죽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해되었다.
“내가 아는 것은 다 말했다.”
“그래. 그런 것 같아.”
– 서걱─
“끄윽…?”
의아한 눈빛으로 죽어가는 일검삼쾌.
놈의 눈빛은 ‘왜 나를 죽이는 거냐?’는 눈빛이다. 자신이 지옥혈왕과는 관계가 없으니,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내가 뒤끝이 있는 놈이거든. 내게 해를 끼친 놈은 절대 가만 두지를 않아. 너 때문에 내가 죽었는데, 너를 살려둘 수는 없지.’
수라검신 정보를 직접적으로 넘겨주는 역할을 해서 나를 죽게 만든 놈이 일검삼쾌다. 그러니 죽여야지. 은원관계가 확실한 사람이 나다.
어쨌든 수라검신의 죽음이 제갈신광의 배신에 의한 것임은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니 놈에게 복수를 해야지.
‘쩌업…!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로군.’
제갈신광 그 교활한 놈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하다. 놈에게 대한 복수는 내가 충분히 실력을 키운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다음날이 되자 백정맹에 공지가 하나 떴다. 제갈신광이 백정맹의 군사로 임명되었다는 공지다.
‘이것 봐라? 제갈신광이 군사로 임명되었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기는 할 모양이네.’
백정학관 학생들은 방을 본 뒤에 제갈용휘를 찾아가 축하해준다.
“야, 용휘야! 너네 아버지께서 군사가 되었다고 방이 붙었다. 축하한다. 아버지가 엄청난 고위간부가 된 거잖아.”
“맞아. 군사면 맹주 바로 밑의 직속 직책이잖아. 굉장히 중요한 직위를 맡으신 거야.”
“하하, 고마워. 아버지야 워낙 탁월한 능력을 지닌 분이잖아.”
제갈용휘는 으쓱거리면서 학생들의 축하인사를 받는다.
학생들과 달리 나는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제갈신광이 군사를 맡았다는 사실의 감추어진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갈가에 틀어박혀 살던 제갈신광이 백정맹의 군사로 임명되었다는 말은 제갈신광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역할이 군사라면 곧 백정맹이 전쟁을 치르게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이야기야. 제갈신광이 군사를 맡았다는 이야기는 그 전쟁준비를 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함이고. 제갈신광과 백정맹 맹주가 나눈 이야기는 곧 있을 전쟁에 대한 이야기였던 거야.’
누구와 전쟁을 벌일지는 바로 알 수 있다. 백정맹이 전쟁을 벌일 상대는 개천혈교 외에는 없다.
‘개천혈교와 곧 부딪친다는 이야기인데, 그것 때문에 백정학관이 실무 중심으로 수업하는 건가? 아니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는데.’
여전히 백정학관의 운영 목표가 무엇인지는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잠깐의 휴식기가 끝나고 이어진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은 점점 성장해갔고, 점차 실전에도 조금씩 경험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가 늘어지는 한여름의 불볕더위가 시작되자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 기간은 보름. 길지 않은 방학이지만 더위에 지친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달콤한 소식일 수밖에 없다.
“오빠, 우리 어디 안 가?”
“야야, 날도 더운데 어디를 가. 한 달 정도면 본가라도 다녀오지만 겨우 보름이잖아. 북경에 다녀올 시간은 안 되잖아.”
“하긴, 집이 조금 멀기는 하지. 하는 수 없이 이 더운 낙양에서 그냥 방학을 보내야 하네.”
팽씨 남매는 어쩔 수 없이 낙양에서 방학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사형, 사문에 다녀와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사부님에게 인사드리고 와야지.”
추지란하고 악운재는 가까운 화산에 다녀오기로 한 모양이다.
“화산파 사람들은 좋겠다. 다녀오기에는 조금 먼 거리라 우리도 낙양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남궁 남매 역시 낙양에서 지내기로 한 모양이다.
“아미타불! 소승도 잠시 숭산에 다녀올 생각이네.”
운강은 바로 옆에 있는 소림사에 가서 방학을 보낼 모양이다.
“무비야, 이번 방학 때도 어디 다녀올 거야?”
“응, 이번에는 개봉에 다녀오려고. 방학이니 부모님에게 인사나 드리려고. 보름이면 충분히 인사드리고 좀 쉬다 올 수 있으니까.”
“그래? 같이 가자.”
역시 문제는 당비취다.
“니가 왜 우리 집에 같이 가? 너는 너대로 방학을 보내야지.”
방학을 이용해 우국사의 비밀을 풀고자 하는 나로서는 혹을 달고 다닐 마음이 없었다. 그러니 강력하게 당비취를 떼어놓아야 한다.
“나는 집이 너무 멀잖아. 사천성 성도까지 다녀올 수 없잖아.”
“그거야 니 사정이고. 사천의 당문에 다녀올 시간이 안 되면 낙양에서 쉬고 있으면 되잖아.”
“심심하잖아. 너랑 다니면 심심하지 않고 좋다구.”
“됐어. 학관에서 매일 보는 사이인데, 방학 때까지 보고 싶지는 않다. 방학 때만이라도 얼굴 안 보고 살자.”
“얼굴 안 보고 살자고? 그렇게 내가 매력이 없냐?”
“아니, 그게 어떻게 매력이 없는 걸로 결론이 나냐? 매일 봤으니 안 보는 시간도 갖자는 거지. 매일 보면 지겨우니까 가끔은 떨어져 살고 그래야 하는 거잖아.”
“나는 매일 봐도 안 지겨운데?”
“됐다. 어쨌든 너랑 같이 갈 마음 없어. 방학 끝나고 보자.”
차갑게 당비취의 동행 제의를 끊어 버린다.
그러자 실망한 빛이 가득한 당비취의 눈동자. 울먹울먹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 눈을 바라본다. 저런 눈빛에 속으면 안 된다. 저건 여우가 남자를 홀리는 눈빛이다.
냉차게 시선을 거두고 내 방으로 가서 이동 준비를 한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백정맹을 떠나 낙양을 출발한다. 낙양을 출발한 지 반 시진이 지났을 때다.
– 다가닥다가닥─
“아이고, 이게 누구야. 무비잖아. 개봉 가는 중이야?”
말을 타고 접근하는 당비취. 보기만 해도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른다. 내 인상이 구겨지고 만다.
“뭐야? 지금 나 따라오는 거야? 싫다고 했잖아.”
“너 따라가는 거 아냐. 너랑 길이 겹친 거지. 나도 개봉에 일이 있어서 가는 거라구.”
“개봉에 일이? 무슨 일? 갑자기 너에게 무슨 일이 생겨?”
“밀사빙 먹으려고.”
“밀사빙?”
“개봉은 낙양보다 먹을 것이 많잖아. 이 더운 여름에 개봉의 특산물인 밀사빙 같은 것 먹으면 죽여주잖아. 얼음을 갈아서 눈처럼 만든 후에 단팥소인 두사를 올려놓은 밀사빙 한 그릇이면 더위가 싹 달아난다구. 개봉에 가서 밀사빙 먹고 싶어서.”
대답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 속이 뻔히 보여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벌린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싱긋 웃는 당비취.
“개봉에서 방학 보내려고 하는 거라니까.”
“정말이지? 그럼 내게 빌붙으면 안 되는 것 알지?”
“내 말이. 내가 돈이 없냐, 집안이 가난하냐. 내가 왜 무비 너에게 빌붙어. 나 돈 있는 집안 여자야. 걱정 말라구. 내가 자고 먹는 것은 다 내가 계산할 거야.”
“그래? 내게 빌붙지 않는다면야. 각자 따로 노는 거야. 알았지?”
“너에게는 빌붙지 않는다니까.”
“약속하는 거냐?”
아무래도 불안하다. 약속을 받아놓아야 안심이 된다.
“약속할게. 절대 무비 너에게 빌붙지 않는다. 됐지?”
“좋아. 최소한 약속은 잘 지키는 당문이니까. 믿도록 하지.”
뭐 내게 빌붙지 않고 따로 논다면야 상관 없지.
그러나 그것은 내 착오였다. 여자는 여우 같은 존재라는 것을 몇 번이나 당하고도 또 당하다니. 이건 내가 꼼꼼하지 못 한 것이니 누구 탓을 할 것도 없다.
“어머니는 정말 미인이세요. 아버님도 정말 멋지시고요.”
“호호, 이게 얼마 만이야. 14년 만이구나.”
“기억하시네요?”
“그럼그럼, 비취처럼 이름도 예쁘고 얼굴도 예쁜 애를 어떻게 잊을 수가 있어. 더구나 사천당문의 금지옥엽인데.”
내가 돌아와서 인사를 드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당비취가 집을 방문했다. 당비취의 방문을 받은 부모님은 얼굴은 그야말로 함박꽃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방학이라서 개봉에 밀사빙 같은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려고 왔어요. 여기까지 와서 어머니, 아버님에게 인사드리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래서 오랜만에 개봉을 찾았기에 인사 드리려구요.”
“호호, 고마워. 우리를 기억하고 찾아오다니. 잘 왔다.”
“무비하고는 한 조라서 매우 친해요. 무비랑 저하고 정말 친해요.”
“무비하고 친해?”
당비취의 말에 어머니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그럼요. 제가 백정학관 남자 중에서는 무비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무비를 가장 좋아해? 그게 정말이야?”
어머니의 눈이 더 커지면서 눈꼬리가 초승달을 만들기 시작한다.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럼요. 무비는 잘 생겼고, 무공도 잘 하죠. 성격도 좋죠. 공도 많이 세웠죠. 정말 최고라구요. 그러니 안 좋아할 수가 없죠.”
“호호, 비취가 무비를 좋아한다니. 어미인 나로서는 너무 기쁘네.”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당비취의 말에 녹아내린 표정으로 웃고 계셨다. 그런 두 분을 보면서 같이 화사하게 웃는 당비취.
“개봉을 구경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요. 옛날에 머물렀던 현무문에 대한 추억도 참 좋았고요.”
“현무문에서 추억이 좋았어?”
“그럼요. 학생이라 돈이 없어서 허름한 객잔에서 자야 하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오랜만에 다시 찾은 개봉이라 기분이 좋아요.”
뭐? 뭐라고? 돈이 없어? 내게는 돈 많은 여자라며?
“어머, 허름한 객잔에서 자려는 거야?”
“제가 학생이라 돈이 없잖아요.”
“저런, 그러면 안 되지. 우리 현무문을 놔두고 왜 허름한 객잔에서 자려는 거야. 우리 현무문에 객방이 얼마나 많은지 알잖아. 14년 전에도 현무문에서 지내서 잘 알잖아. 우리 현무문에서 지내도록 해. 밥도 잠자리도 다 우리가 마련해줄게. 무비랑 친한 친구인데, 객잔에서 자게 하면 우리가 욕 먹어요.”
“그래도 되나요? 어머니에게 빌붙어 신세를 지는 것 같아서.”
“신세라니? 무비의 친한 친구고, 당문의 금지옥엽이 오랜만에 왔는데. 무슨 신세야. 그런 말 하지 말고 편하고 지내.”
어머니가 손사래를 치면서 만류를 하더니 현무문에서 머물라고 한다. 그런 어머니의 손을 잡으면서 빙그레 웃는 당비취. 어이없어 하는 나를 보면서 싱긋 눈웃음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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