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74
74화. 혼돈의 개봉(2)
몸 상태를 점검해본다. 이제 수라검신과 비교해 구 할 정도의 실력을 되찾았다. 초식 숙련도는 더욱 원숙해졌다. 내공만 예전 대비 조금 부족한 정도고, 초식 숙련도는 이전보다 훨씬 향상된 상태. 반 갑자를 추가해서 90년 내공을 지닌 지금이라면 일대일로는 어지간한 고수와 싸워도 최소한 죽지 않을 자신은 있다.
홍벽문에 도착해 꼼꼼하게 내가 할 일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본다. 혹시라도 빼먹고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아직은 현무문의 위세가 약하다.
‘한 손으로 열 손 못 막는다’는 말을 몇 번이고 절감한 나다.
실력이 부족해서 수라검신의 몸으로 죽은 것이 아니다. 일대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거나 최소한 무림 최강자랑 붙었다 해도 몸을 도주할 정도의 실력은 된다. 하지만 쪽수 앞에 장사 없다고, 인원으로 밀어붙이니 방법이 없다.
현무문에서 무공 실력이 탁월한 사람은 나 혼자. 적들이 쳐들어왔을 경우 나를 제외한 식솔은 적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현무문의 이름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적들이 쪽수로 밀고 들어와서 부모님을 비롯해 식솔부터 제압하면 싸움 한 번 못 하고 당하는 것이다.
적어도 현무문의 외형이 다른 문파 정도는 되어야만 현무문의 이름을 걸고 움직일 수 있다. 식솔들을 보호할 무력은 갖춘 다음에 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은 곧 올 것이다.
‘내가 백정학관에 들어간 이유가 인맥을 만들기 위함이지. 독불장군으로는 오래 살아남기 힘들어.’
혼자서는 아무리 강해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현무비로 사는 삶에서는 인맥을 쌓고, 세력을 쌓기로 했다. 그래야만 생존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내가 다시 개봉으로 돌아오는 날이 현무문이 비상하는 날이 되는 거지.’
하지만 오늘 당장은 홍진탁을 비롯해 개봉에 불고 있는 태풍부터 잠재우는 것이 우선이다.
‘놈을 최대한 멀쩡한 상태로 사로 잡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야.’
홍진탁 정도라면 지금의 내 실력으로 조용히 암습해 저승을 보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홍진탁 한 놈만 조용히 죽여서는 현무문에게 닥치는 위험이 해결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백정학관을 졸업할 때까지는 현무문이 안전해야 한다.
그래서 홍진탁을 죽이되 내가 필요로 하는 목적에 사용한 뒤에 죽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놈을 생포해야 하는데, 홍벽문 경비무사의 눈을 피해 생포해야 하니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살려서 제압하는 일이 죽이는 것보다 몇 배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은천잠사환이 있으니 조금 쉽게 생포할 수 있겠네.’
이제 다들 잠을 자려고 잠자리에 들어선 시간. 경비무사들을 피해 홍진탁의 집무실까지 접근한 다음에 안의 기척을 살핀다.
집무실 앞에는 경비무사가 없다. 나름 큰 문파인 홍벽문을 침입할 외적도 없거니와 홍진탁 스스로도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로서는 다행이지. 경비무사들이 있으면 일이 배로 힘들어지지.’
경비무사를 제압하는 일이 힘든 것이 아니다. 경비무사를 제압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홍진탁의 납치는 누구도 몰라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안의 동정을 살피고 두 개의 기둥 사이에 은천잠사환을 팽팽하게 묶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준비가 끝난 후에 집무실 안으로 살기를 불어넣는다.
“웬놈이냐?”
– 덜커덩─
방문이 열리자마자 나를 보고 그대로 달려드는 홍진탁.
“크윽!”
놈이 기둥 사이에 묶어둔 은천잠사환에 목이 걸리면서 짧은 비명을 지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정상의 눈으로 봐도 밤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은천잠사환이다. 투명해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실. 하물며 반맹인 상태의 홍진탁 눈에 보일 리가 없다.
놈은 자신이 달려가던 속도만큼 목에 충격을 받으며 비틀거렸다. 목이 걸렸기 때문에 비명을 크게 지르지도 못 했다. 워낙 강한 힘으로 목을 가격당한 충격에 완전히 몸이 흐트러진 상태. 이 순간이 내가 노리는 순간이다.
‘수라탄지─!’
– 픽─
실로 오랜만에 펼쳐진 수라탄지 초식이다. 소림의 탄지신통에 뒤지지 않는 지법이다.
은천잠사환에 당해서 중심을 잃은 홍진탁이 수라탄지에 의해 혈도가 점혈되자 몸이 굳어지면서 그대로 쓰러진다. 홍진탁의 눈에는 놀람과 경악이 가득하다. 자신 정도 실력자가 일시에 제압될 것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은천잠사환의 위력이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보이지 않는 칼날이나 마찬가지야.’
어처구니 없이 손 한 번 제대로 쓰지 못 하고 제압당한 홍진탁은 날벼락을 맞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누구인지 파악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복면을 한 나를 봐야 내 정체를 알 수는 없다.
은천잠사환을 챙긴 후에 홍진탁과 홍진탁의 검을 챙겨 홍벽문을 벗어난다.
홍진탁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흑산문.
흑산문 문주인 국판적 역시 죄업이 많은 놈이다.
어머니를 차지하기 위해 홍진탁과 경쟁을 하면서 부모님에게 못 된 짓을 많이 한 놈이라 언젠가 손을 볼 생각이었다. 그 기회가 지금 온 것이다.
흑산문은 경비무사들의 경계가 강화된 상태다. 백호문의 운찬산 문주가 죽자마자 신종문을 쳐서 흡수했기 때문에 흑산문 전체가 초긴장 상태로 들어선 것이다.
그렇다고 해봐야 내가 잠입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수준은 아니지만, 문제는 내가 메고 있는 홍진탁이다. 혼자 잠입하는 것에 비하면 몇 배나 까다로운 일이 되어버렸다.
‘빌어먹을! 정말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현무문의 이름으로 싸울 수 없는 상황이니 계략을 쓸 수밖에 없고, 그 계략을 위해서는 고생을 하는 수밖에.
흑산문 문주실 역시 불이 켜진 상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흑산문 문주인 국판적 역시 늦게까지 일을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건물 앞에는 경비무사도 둘이나 있다.
‘생각보다 까다롭네.’
확실히 오늘 내가 짠 작전은 난이도가 너무 높은 작전이다.
‘아, 빌어먹을. 보이는 대로 죽이는 것이 깔끔하고 속 편한데.’
경비무사 둘을 해치운 뒤에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국판적을 죽이고, 흑산문 무인들이 달려왔을 때 도주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처리다. 단순 자객이라면 그렇게 흑산문 문주를 죽이고 도주하면 끝이다. 그런데 오늘 내 작전은 그것이 아니다.
‘최대한 시간을 단축시켜야 해.’
경비무사 둘을 해치우는 순간 국판적은 눈치를 챌 것이다. 그 다음에는 국판적과 나와의 대결. 그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방법은? 살을 내주고 뼈를 깎는 방법이다. 보통 때라면 진짜 살을 내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호심갑을 믿고 시도해보자.’
내게는 호심갑이 있다. 진짜 살을 대신해 내줄 것이 있으니 충분히 가장 빠른 시간에 승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준비를 끝낸 후에 경비무사를 향해 달려간다.
‘수라암천술─!’
– 쉭─
“끄윽!”
단검을 던져서 한 명. 그리고 놀라면서 발검하는 놈을 향해 검을 휘둘러서 두 명.
– 부웅─
“으악!”
그리고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흑산문 문주 국판적이 바깥의 변화를 눈치 챈 것이다.
– 콰당탕─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거의 문을 부수다시피 하면서 튀어나오는 국판적. 내 존재를 눈치 챈 국판적은 검을 빼들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중이다. 나 역시 국판적을 향해 달려든다.
– 부웅─
내 손에 들린 검은 묵룡신검이 아니다. 홍진탁의 검이다. 내 손에 들린 홍진탁의 검이 국판적을 향해 쇄도하는 순간 국판적의 입가에 얇게 비웃음이 떠오른다. 내 약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노옴─!”
국판적의 검이 내 심장을 파고 든다. 국판적에게 일부러 내준 허점이다. 이것이 최대한 승부를 빨리 끝내기 위한 내 노림수인 것이다.
국판적이 내 검을 방어하기로 마음 먹으면 싸움이 빨리 끝나지 않고 그 사이에 수하들이 몰려올 수 있다. 싸움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내 심장을 놈에게 내준 것이다.
– 쉬익─부웅─
두 개의 검이 서로를 노리고 달려든다.
당연히 국판적의 검이 내 몸에 더 빨리 닿는다. 일부러 그렇게 초식을 펼쳤다.
내 검이 더 빠르면 국판적은 내 심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내 검을 방어할 것이기에, 내 공격이 더 늦게 닿도록 횡으로 공격을 들어간다. 그 틈을 노리고 국판적은 내 심장을 찌르기로 공격한 것이다.
– 캉─
국판적의 검 끝이 내 심장을 파고드는 순간 들리는 경쾌한 금속성.
국판적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면서 경악으로 물든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허나, 늦었다!’
– 푹─
“끄윽!”
내 심장이 먼저 관통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어를 염두에 두지 않은 국판적의 심장이 관통되면서 짧은 비명 소리가 튀어나온다.
“이, 이런… 빌어먹…!”
국판적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며 눈을 뜬 상태에서 절명했다.
‘호심갑의 위력을 믿고 저지른 일인데 계획대로 잘 됐군. 이제는 시간 싸움이지.’
제압 당한 홍진탁을 국판적 옆에 던진다. 경비무사 두 명과 국판적의 시체를 보면서 홍진탁의 표정이 곤혹스럽게 바뀐다.
홍진탁은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 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동자만 굴린다.
놈은 흑산문 문주 국판적이 힘 한 번 쓰지 못 하고 내게 죽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야말로 경악에 가득 찬 표정이 되었다.
“네놈을 간단하게 죽이면 될 일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지 궁금하지? 별 것 아니야. 흑산문하고 홍벽문이 죽기살기로 싸워야 하거든.”
국판적의 검을 들고 홍진탁을 쳐다보자 홍진탁의 눈에 공포와 두려움이 깃들기 시작한다.
“그냥 안 죽여. 내 손으로 죽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내 손에 죽으면 일이 너무 간단하게 끝나버리거든. 너를 죽이는 사람은 흑산문 놈들이 될 거야.”
홍진탁의 눈이 순간 흔들리면서 의혹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 스윽─
국판적의 검을 들고 홍진탁을 향해 씨익 웃어주자 홍진탁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내 미소가 죽음의 미소라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먼저 목소리부터.”
– 서걱─
“크흑!”
홍진탁의 목에서 피가 튄다. 국판적의 검으로 목에 구멍을 낸 것이다.
“이것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고.”
– 푹─
“끄아악!”
“국판적의 검이 다리에 박혔으니 누가 보더라도 국판적과 싸우다가 당한 부상으로 보이겠지. 자 이제 네놈이 이곳에서 살아나가는 방법은 네놈의 운에 달린 거야. 최선을 다해 싸워 보라고. 운이 좋으면 이곳 흑산문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
홍진탁의 눈이 점점 의혹으로 가득찬다.
– 삐이익─ 삐익─
그 순간 내 입에서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
“적이다! 문주님이 위험하다.”
내 고함소리까지 울려 퍼지자 여기저기에서 몰려드는 인기척 소리.
순식간에 인기척이 가까워진다.
“이제 혈도를 풀어줄 테니. 최선을 다해보라고.”
– 픽─
홍진탁의 혈도를 풀어주면서 몸을 날려 이동한다.
“크으윽… 카크키이…!”
놈이 멀어지는 나를 보면서 뭐라고 외치지만 구멍이 뚫려 바람이 통하는 놈의 목소리는 쇳소리를 낼 뿐 사람의 목소리를 내지 못 한다.
당황한 놈 역시 몸을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절묘하게 놈의 다리에 박힌 검. 놈은 한 다리를 쓸 수 없다. 그러니 평소처럼 신법을 펼칠 수 없다.
“적이다. 저기 저놈이?”
홍진탁이 다리 부상 때문에 재빨리 피하지 못 하자, 우르르 몰려든 흑산문 무인들에게 순식간에 포위되고 만다.
“문주님이 돌아가셨다. 저놈이 범인이다.”
바닥에 쓰러진 시체들을 확인한 흑산문 무인들은 국판적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경악에 찬 표정이 된다. 동시에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들이 홍진탁에게 향한다. 마침내 내가 계획한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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