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86
86화. 백운책방의 주인(1)
“목 대주님, 이들은 사중찬 부대주에게 모두 소속시키도록 하고, 기존의 일류 고수 다섯 명은 목 대주님 밑으로 배치하세요.”
“열다섯 명을 모두 사 부대주에게 배치하란 말입니까?”
이들을 모두 사중찬에게 맡기라고 하니 목 대주는 의아한 표정이 된다. 하지만 목 대주로서는 이들을 감당할 수 없다. 같은 부류인 사중찬만이 감당할 수 있다.
“네. 아마 목 대주가 이들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쉽지 않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조직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자들이라 말을 잘 듣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사중찬 부대주가 관리하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제 말을 안 듣는다고요? 제가 대주고 현무대 총책임자인데요?”
“신분으로 말을 들을 인간들이 아니에요. 그렇게 알고 계세요.”
목순담 대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의문을 표시했지만 일단은 내 말에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네놈은 방을 붙였던 놈이 아니냐?”
역시나 거친 놈들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대번에 비웃음을 흘리는 놈.
“방을 붙이던 내가 소문주다. 그러니 내 말을 잘 듣도록.”
“말을 듣기는. 주는 급여대로 순찰만 돌면 되는 일 아니냐?”
“일단 그 반말부터 고치도록. 내가 너희들의 상관임을 잊지 말고.”
“지랄하네. 우리는 급여를 받고 순찰만 돌 생각이지, 상관을 모실 생각은 없다. 반 년 동안 계약대로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역시나 이놈들은 거친 놈이고 예의가 없는 놈이다.
“그 계약 내용 중에 현무대로 상관의 지시를 받는 것도 포함되지.”
“핏, 내가 지시를 받지 않겠다면?”
“두들겨 패서라도 말을 듣게 해야지.”
“나를 두들겨 패? 샌님 같은 주제에?”
놈들은 아직 나의 실력에 대해서 감을 잡지 못 한 것 같았다.
“쯧쯧, 저렇게 감이 나쁘면 일찍 죽을 상인데.”
“뭐라고?”
“일단 네놈은 나한테 맞고 시작하자.”
“맞아? 내가? 방이나 붙이던 네놈에게?”
놈의 코가 씰룩거리면서 어이 없다는 표정이 된다.
“이렇게 하지. 네놈이 나를 때리면 내가 네놈의 급여를 두 배로 올려주겠다. 반대로 네놈이 내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면 앞으로 상관의 말에 절대 복종하는 것으로. 어때?”
“훗, 좋지. 설마 내가 상관을 때렸다고 복수하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건 염려 안 해도 되고.”
“좋다. 그럼 내가 상관을 손 좀 봐주지.”
한 놈이 나서자 다들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진삼이가 소문주랑 대결한다니 재미있는 볼거리네.」
「저 어린 놈이 소문주였구나. 진삼이의 실력을 모르니 저렇게 겁 없이 나서지.」
「어쨌든 재미있는 구경 하게 되었네.」
「조금 아깝네. 내가 대신 나갔으면 내 급여가 두 배가 되는 건데. 진삼이가 혜택을 받게 된 거잖아.」
지랄들을 한다. 아주 나를 때려눕힐 거라고 기정사실처럼 알고 떠든다. 이래서 본보기가 필요하다니까. 그 본보기는 진삼이라는 저놈이 될 것이고.
“목검으로 할래, 아니면 맨 손으로 할래?”
“목검으로 하지. 아무래도 무사들은 검으로 밥을 먹고 사는 존재니까.”
“그럼 목검을 잡아라.”
목검을 잡자 씨익 웃는 진삼이. 급여가 두 배로 많아질 생각을 하니 행복에 겨운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다.
“시작하지.”
말이 끝나자마자 쇄도하는 진삼이의 목검.
– 휘잉-
목검임에도 꽤 강한 소성을 내면서 쇄도한다. 놈의 목검이 강한 힘과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일류는 되겠군.’
– 텅─
“크흡!”
목검끼리 부딪치자 바로 흘러나오는 신음.
‘손목이 아프겠지.’
내공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니 충격이 대단할 것이다. 진삼이는 손목과 손바닥에 큰 충격을 받자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그래도 검을 손에서 놓지는 않았네. 살수의 기본은 된 놈이야.’
하지만 인정사정 봐줄 수는 없다.
– 쉬이익─
– 퍽퍽퍽─
“으아악…! 악악악!”
진삼이의 입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비명. 비명은 그치지를 않았다. 내 매타작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 퍽퍽퍽─
“으악…악악악…!”
마침내 진삼이는 내게 항복을 선언한다.
“져, 졌다. 내가 졌음을 인정한다.”
– 퍽퍽퍽─
“악악…! 졌다고 하지 않았냐.”
“지면 현무대 대원으로 충성을 다한다고 한 놈이 내게 반말이야?”
– 퍽퍽퍽─
“악악악… 으아악… 져, 졌소. 소문주 내가 졌소. 그러니 이제 그만 하시오.”
– 퍽퍽퍽─
“악악악… 으악!”
물론 내 매타작은 그치지 않았다.
“어디 감히 내게 명령질이야. 그리고 그 말투가 공손한 말투냐?”
– 퍽퍽퍽─
“으아악…져, 졌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때리십시요.”
확실하게 항복을 선언한 진삼이. 그런다고 그칠 내가 아니다.
“으악, 악악! 왜 계속 때립니까? 이제 그만 때리십시요.”
“아직 덜 맞은 것 같은데?”
– 퍽퍽퍽─
“으악, 악악악! 사, 살려주십시요. 제발 살려주십시요.”
마침내 진삼이의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오면서 내 바지자락을 잡으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모두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진삼이의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오네.」
「저 독한 놈의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오다니. 고작해야 매타작인데 목검으로 매맞는 것을 못 견디나?」
「진삼이가 많이 약해졌나 보네. 목검 몇 대 맞고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그러게 말이야.」
「하여간 대결은 진삼이의 일방적인 패배잖아. 소문주를 건드리지도 못 했잖아.」
「어휴, 내가 붙었으면 큰일날 뻔했잖아. 내 실력이 진삼이보다 좋은 게 아닌데, 나도 저렇게 질질 짜면서 매달릴 뻔한 거잖아.」
「맞아. 하마터면 내가 저 꼴이 될 뻔했어.」
「그런데 소문주는 왜 계속 때리는 거야? 진삼이가 살려달라고 해도 계속 때리네.」
「소문주가 생각보다 손속이 악랄하네.」
처음에는 재미있는 구경을 한다는 표정으로 여유를 부리던 놈들이 이제는 몸을 떨면서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이다.
‘진삼이가 왜 저렇게 기는지 모르겠지. 가장 아픈 곳만 골라서 맞고 있거든.’
내가 고문의 달인이다. 상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멀리서 지켜보는 놈들은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지 않을 것이다. 오직 맞고 있는 진삼이만이 죽음보다 더 한 고통에 지옥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 퍽퍽퍽─
“으악, 사 살려주십시요.”
“왜 살려주어야 하는지를 말해야지.”
“으악악…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마침내 잘못했다는 말이 나오고서야 내 매타작이 멈춘다.
“그래, 사람이 잘못 한 것이 뭔지를 알아야지. 그래야 반성을 하고 발전하는 법이야.”
– 철퍼덕─
매타작이 멈추자 그대로 대자로 누워버리는 진삼이. 얼굴은 퉁퉁 붓고 온 몸이 아픈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며칠은 갈 거다. 하지만 다친 곳은 없지. 뼈는 안 다치게 급소만 때린 거니까.’
급소 중에서도 가장 아픈 곳만 골라서 때리는 기술. 그것이 내가 가진 기술 중 하나다.
“사중찬, 대원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겠지?”
“말 안들으면 패라는 이야기군요.”
역시 금방 알아듣는군.
“맞아. 이놈들에게는 매가 약이야. 그러니 이유 불문하고 오늘 내가 한 행동 그대로 하면 되는 거야”
내 말에 안색이 변하는 대원들.
「뭐야? 겉보기와는 완전 다르잖아. 손속이 너무 잔혹한데?」
「우리가 소문주를 잘못 파악한 거야. 무려 다섯 개 문파 영역을 며칠 만에 접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어.」
「맞아 맞아. 며칠 만에 다섯 개 문파를 인수했잖아. 우리를 고용한 이유도 넓어진 영역을 순찰시키기 위한 거고. 소문주를 과소평가 한 거야.」
「내가 덤비지 않은 것이 다행이네. 진삼이를 보니 섬뜩하네.」
「소문주 말을 잘 들어야 안 맞겠네.」
마침내 내 방식에 적응되는 모양이다. 진삼이 타작 전과 타작 후의 반응이 극명하게 달라졌다.
“이제 모레면 다시 낙양으로 돌아가네.”
추가로 15명이 현무대까지 보충하니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낙양으로 돌아가도 될 것 같다. 당비취도 마음이 편해 보인다.
“낙양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낙양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내 옆에 누가 있느냐가 중요한 건지. 애초 내가 낙양에 온 이유가 오빠 때문이라고 했잖아. 어디든 같이 있으면 좋아.”
마음이 한가로우니 당비취와 개봉 시내 구경을 할 여유도 생긴다.
“어 저기는?”
길을 가다가 보이는 가게.
─ 백운책방!
백천막 막주가 은퇴 후 운영한다는 책방이다.
‘한 번 들러볼까?’
이제는 꽤나 나이가 들었을 백천막 막주의 얼굴이나 볼 생각으로 백운책방으로 들어선다.
“어서오십시요. 찾으시는 책이라도 있습니까?”
손님을 맞이하는 초로의 사내. 이제는 흰 수염이 잘 어울리는 사내. 얼굴에 평온함이 가득하다.
‘오른팔이 없군.’
오른손잡이인데 오른팔을 잃었으니 살수로서 생명이 끝난 것이다.
─ 백천막 막주 양중휘!
살수로서 적지 않은 명성을 누렸던 인물이다. 비록 오른팔을 잃었으나 목숨은 잃지 않고 은퇴했으니 아주 나쁜 결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죽어서 은퇴했잖아. 나보다는 낫지.’
22년 전보다 좀 더 여유롭고 온화로운 표정이다. 치열한 죽음의 경계에서 벗어났으니 평화로운 것이다.
‘괜찮네. 차라리 책방 주인이 낫지.’
양중휘는 나랑 같이 온 당비취를 보면서 눈이 커진다. 역시 어디를 가나 당비취의 미모에는 모든 사람의 눈이 커진다.
“하하, 소저는 당문에서 오신 분이군요.”
“어머, 제가 당문 출신인 것을 어떻게 알아요?”
“저리 정교한 사복검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당문밖에 또 있습니까?”
“과거에 고수였다더니 정말로 그런가 보네요.”
“과거에 고수요? 누가 저보고 그런 말을 했습니까?”
“오빠가요.”
“오빠요?”
“옆에 있잖아요.”
양중휘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이십대 초반의 내가 양중휘의 과거를 이야기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허허, 소협은 내가 누군지 아시는 겁니까?”
“네. 전에 누구에게 들었죠. 백천막 막주 양 대협이라고 들었습니다.”
“허허, 그걸 누구에게 들었습니까?”
“그분이 자신이 신분을 밝히지 않아서요.”
“허허, 그분이 누구기에 나를 언급했을까. 하지만 다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작은 책방의 점주일 뿐이죠.”
“그런데, 어쩌다 팔을 잘리신 거예요? 고수라 했는데, 더 고수를 만나신 건가요?”
당비취는 양중휘를 보자 팔이 잘린 사연이 궁금한 모양이다.
“비취야, 그걸 물어보는 것은 실례지.”
“아, 그렇겠네.”
“하하, 이제 지난 일이고, 내 팔을 보는 사람마다 묻는 건데요. 괜찮습니다. 뭐 대단한 일도 아니고요. 옛날에 일을 하나 맡았는데, 그 일이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었던 겁니다.”
무슨 일을 맡았는지 궁금하지만 더 물어볼 수 없어서 조용히 듣기만 한다. 반면 당비취는 눈이 초롱초롱 빛나면서 양중휘를 바라보자 양중휘가 껄껄 웃는다.
“소저는 내 과거가 궁금한 모양이군요.”
“검에 팔이 잘린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서요.”
“허허, 역시 당문 출신답구려. 내 팔이 검에 의해 잘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안 거요?”
“어깨 부분의 피부색이요. 점주의 그 피부색은 독에 당했을 때 나타나는 색이거든요.”
“과연. 대단하구려. 내 어깨의 피부색만으로 내 상처를 추론하다니.”
피부색? 어? 그러고 보니 피부색이 조금 이상하긴 하네. 저게 독에 의해 당해서 그런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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