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94
94화. 중추절 사건(1)
“무비야, 술 한잔해야지.”
“술?”
“중추절이잖아. 학관에서 보내기에는 아쉽지.”
“맞아. 중추절에는 월병을 먹는 게이 기본이지.”
좀 쉬려는데 팽씨 남매가 찾아와서 바깥에 나가자고 한다.
팽무해는 술을 먹자 하고, 팽유진은 월병을 먹자고 부추긴다.
먹는 것에 진심인 남매답게 중추절 하면 먹는 날로 인식이 되는 모양이다.
“오빠, 오늘 폭죽도 터트리잖아. 재미있겠다.”
당비취도 중추절 행사에 호기심을 보인다.
중추절에 월병을 나눠먹고, 저녁에 엄청난 폭죽을 터트리는 것은 낙양의 연례행사이기도 하다.
학관에 있어 봐야 따분하기만 하니 나 역시 학생들을 따라 나선다.
“어? 너희들도 나가는 거야?”
다른 조 학생들 역시 중추절을 즐기기 위해 모두 바깥으로 나선다.
“내일이면 졸업식이잖아. 오늘은 중추절이고. 신나게 놀아야지.”
남궁 남매도 따라붙는다.
황보수영도 따라붙으면서 흘깃 내 얼굴을 쳐다본다.
“내 얼굴은 왜 쳐다보는 거야?”
“흐음, 어떤 매력이 있기에 무림 최고 미녀인 비취가 너랑 사귀는지 궁금해서. 지금 보니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평가전 1등을 한 남자라 생각하니 강한 사내라는 매력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황보수영이 어쩐 일로 나를 칭찬한다.
“야, 황보수영. 오빠는 내 남자야. 넘보지 말라고.”
“쳐다보는 것도 안 되냐?”
“너는 이전까지 쳐다보지도 않았잖아. 갑자기 왜 관심을 보이는 거야?”
“얼굴은 조금 부족해도 무공은 학관에서 1위잖아. 강한 사내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여자의 본능이지.”
“너는 너무 늦게 발견한 거야. 나는 이미 오빠가 강한 사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구.”
“그래? 언제부터?”
“어렸을 때부터.”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즐거운 기분으로 모두 중추절 분위기를 즐긴다.
낙양 시내는 길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서 매우 시끄럽고 복잡했다.
모두 집에서 나와 길로 쏟아진 까닭이다.
“자, 중추절에 월병을 먹지 못한다면 복을 받지 못합니다. 월병을 드시고 달덩이처럼 예쁜 아들딸을 낳으세요.”
“무비야, 월병 먹자. 저것 먹으면 달덩이 같은 아이를 낳는대.”
“그걸 믿냐?”
“기분이라도 좋아지잖아.”
당비취는 귀가 좀 얇은 것 같기도 하고. 감정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모두 신나게 중추절의 흥겨운 분위기를 즐기고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술집으로 향한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 좋은 곳에서 먹어야지.”
“그럼 홍청루지.”
홍청루? 거기가 좋은 곳은 아니잖아. 호구를 잡으려고 하는 곳이지.
하지만 다들 우르르 몰려가니 홍청루로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모두 낙양에서 마지막 밤, 아니, 백정학관의 마지막 밤을 즐긴다.
“야, 그런데 황보수영은 어디로 간 거야? 혼자 학관으로 복귀한 거야?”
남궁수지가 물어보자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는 학생들.
“어라? 정말로 황보수영이 안 보이네. 변소 간 것 아냐? 소변 누러 간 거겠지.”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 벌써 돌아올 시간이 지났는데.”
“변소에서 술에 취해 자는 것 아냐?”
약간은 혀가 꼬부라진 학생들의 말.
누구도 황보수영의 행방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술 마시다가 변소에 가서 잠을 자건, 학관으로 돌아가건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황보수영이 왜 안 보이지?’
아까 밖으로 나가는 것 같기는 했다. 후원 쪽으로 나가는 것을 보니 변소에 가는 것처럼 보였다.
술을 많이 마셨으니 뇨기를 느끼고 소변을 누러 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는다.
나 역시 처음에는 화장실에서 취해서 자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황보수영의 성격을 생각하니 조금 이상하다.
‘부잣집 딸로 콧대 높은 황보수영이?’
황보수영은 미남을 좋아하고, 고급스러운 것을 좋아하며,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그렇게 깔끔을 떨던 황보수영이 화장실에서 술에 취해 잔다는 것이 조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내 관심사 바깥이라 나도 곧 신경을 끊었다.
그러다가 나도 소변을 누려고 후원의 변소로 향한다.
후원에 작은 크기로 지어진 변소는 손님들을 위해 지은 것이다.
변소에 가까이 가는데 아무 인기척이 안 느껴진다.
‘가만 황보수영이 변소에 간 게 맞다면 변소에 황보수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 인기척이 안 느껴지는데?’
황보수영이 후원 쪽으로 갔으니 소변 때문에 변소에 간 것이 맞을 것이다.
학관으로 복귀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인기척이 없다.
‘이상한데.’
변소에 가까이 가서 조심스럽게 안을 살핀다.
‘어라? 아무도 없는데.’
후원으로 간 것은 봤는데, 후원에 황보수영이 없다.
‘어찌 된 일이지? 혼자서 어딜 간 거야?’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기감을 확장시킨다.
그러자 후각을 통해 들어오는 냄새들. 변소 악취 사이로 묘하게 느껴지는 냄새.
‘하나는 분 냄새. 이건 황보수영의 분 냄새고. 여기 온 게 맞기는 하네.’
평소에도 비싼 분을 사용하기에 황보수영의 분 냄새는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분 냄새 사이에 묘하게 신경을 거슬리는 냄새 하나.
‘킁킁… 이건? 수면분?’
틀림없다. 수면분 냄새다. 변소 근처에 수면분 냄새가 난다는 것은?
‘어떤 놈이 황보수영을 납치했다는 소리잖아.’
등골이 쭈삣거리면서 긴장감이 올라온다. 모든 내력을 끌어올려 기감을 확대시키고 후각에 집중시킨다.
‘저쪽 방향이군.’
황보수영의 분 냄새가 추적의 단서가 되었다.
워낙 비싸고 강한 분을 바르고 다니던 황보수영이기에 그녀가 흘린 분 냄새가 허공과 바닥에 남아있는 것이다.
‘대환단 덕을 톡톡히 보네. 대환단 덕에 기감이 이전보다 갑절은 향상되었어.’
이전에도 내 추적술이 훌륭했지만, 내공이 이 갑자가 되고 나니 감각부터 달라지는 느낌이다.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다. 후각 역시 두 배는 예민해진 느낌이다.
– 휙휙─
아직 일각이 지나지 않았다. 황보수영의 강한 분 냄새 덕분에 추적이 가능하다.
그렇게 이어진 황보수영의 분 냄새는 한 낡은 관제묘 안으로 이어진다.
‘납치범이 여기는 왜 데리고 온 거지? 가까운 곳에서 일을 치르지 않고? 그나저나 늦은 것은 아니겠지. 일각이면 범해졌을지도 모르겠네.’
황보수영을 납치했다면 황보수영의 미모를 노리고 음심을 채우기 위해 납치한 놈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멀리까지 데리고 온 이유가 궁금하다.
‘응? 이건 무슨 냄새야?’
묘한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향이 나는 곳으로 은신술을 펼치며 움직인다.
‘저놈 뭐 하는 거야?’
건물 안에서 펼쳐지는 상황은 내 예상을 벗어났다.
당연히 황보수영의 미모를 노리고 납치한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쯤이면 황보수영이 납치범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건물 안의 풍경은 내 예상과 달랐다.
황보수영은 알몸으로 옷이 벗겨진 상태였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풍경이다.
그런데 납치범이 황보수영을 덮치고 있지 않았다.
황보수영의 주변에 이상한 향이 연기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납치범은 황보수영의 몸에 손을 대고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저 씨불 새끼가?’
납치범은 황보수영을 성폭행하려고 납치한 것이 아니었다.
채음보양을 하기 위해서 납치한 것이다. 황보수영 주변의 향은 황보수영의 음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향이다.
– 휘릭─
“이 새끼가 누구를 납치해 뭔 짓을 하는 거야?”
“흐익!”
한창 채음보양 시술에 열중이던 납치범은 갑작스러운 내 공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놈이 내 공격을 방어할 리가 없다.
– 서걱─
“크악!”
– 콰당─
일단 도망치지 못하게 발목부터 벤다. 일어서 뒤로 후퇴하려던 놈은 발을 베이자 그대로 앞으로 넘어진다.
“너, 이 새끼. 내게 걸렸으니 죽었다 복창해라.”
“크흑, 누 누구냐? 내가 아무리 술법에 집중했기로 네놈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하다니.”
이 새끼야, 내가 은신하면 무림삼존이라도 눈치 채지 못해.
“네놈이 누구기에? 뭐 무공이 대단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네.”
“크흡, 이, 이놈이… 기습을 해서 나를 공격했다고 해서 기고만장이로군. 내 무서움을 보여주겠다.”
“발이 베인 주제에 무공을 펼칠 수는 있고?”
“크크, 내 독문무공이 뭔지 안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네놈의 독문무공이 뭔데?”
“내 특기는 독이지.”
“독? 그래서? 그래서 뭐, 내 칼을 피할 수 있다는 거냐?”
“크흑, 미련한 놈 같으니. 네놈은 이미 중독된 상태다.”
“중독? 내가?”
“크흣, 지금 이곳에 퍼지고 있는 이 향연이 무슨 향연인지 모르겠지.”
“채음보양을 하려고 여자의 음기를 끌어올리는 향 아니야?”
“크흣, 그렇지. 하지만 네놈 같은 난입자가 있을 만약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독연을 섞어서 피우고 있지. 음혼부시독향이 이 안에 가득하다 이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모습을 드러냈으니 네놈은 음혼부시독향에 중독된 것이지.”
“내가?”
중독된 것 맞나?
어? 그러네. 몸 안에 약간의 불순한 기운이 꿈틀거리네.
이게 저놈이 말한 음혼부시독향에 중독된 현상이라 이거잖아.
가만 음혼부시독향? 그럼 염혼독귀와 관련 있는 놈이잖아.
납치범의 얼굴을 보니 대충 40대 전후로 보인다.
음혼부시독향을 쓰는 놈이라면 염혼독귀와 관련이 있는 놈은 분명한데. 그놈하고 무슨 관계지?
“크흣, 네놈은 음혼부시독향에 의해 중독되었으니 손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을 것이다.”
“지랄하네. 일단 너는 팔 하나 자르고 시작하자.”
– 쉬익─ 서걱─ 팟─
“으악! 이, 이게… 어, 어떻게…? 어떻게 독에 중독되지 않고?”
바람처럼 움직여 놈의 오른팔을 자르자 놈의 어깨에서 팔이 잘려나가면서 피가 튄다.
다리를 베인 상태라 보법을 펼칠 수 없으니 내 공격을 피하지 못하는 거다.
하긴 정상이라 하더라도 내 공격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내 공격을 피하려면 표진투 정도는 되어야 할 거다.
“중독된 거 맞아. 내 몸에 이상한 기운이 있는 거 보니까.”
“그런데 어떻게 움직일 수가?”
팔을 잘린 놈은 팔이 잘려나간 고통보다 내가 중독되지 않고 무공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내가 이상한 뱀새끼의 내단을 먹었거든. 그래서 만독불침은 아니지만 독에 대한 면역이 상당히 좋아. 적어도 너를 죽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거지.”
순간 안색이 변하는 납치범.
“그, 그럴 리가.”
– 쉭─ 펑─
순간 놈이 남은 한 손을 이용해 품에서 뭔가 꺼내 던진다. 내가 검으로 쳐내자 터지면서 가루가 흩날린다.
“이것도 독분이로군. 안 통한다고 했잖아.”
“어, 어떻게…? 칠염절명독조차 통하지 않는다니?”
놈의 턱이 떨리면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 된다.
– 퍽─
“끄아악!”
독을 던지던 왼손에 검을 꽂고 시작한다.
“자, 이제 독을 뿌릴 손이 남지 않았네. 답변의 진설 여부에 따라 더 고통스러우냐 아니냐 하는 것만 남았어. 지금부터 묻는 말에 대답한다.”
“끄으윽, 독에 중독되고도 무공을 하다니. 도대체 네놈이 누구기에? 끄윽!”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내가 칼을 쥐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 콰득─
“끄아아아악!”
검을 비틀자 손가락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터지는 비명.
“일단 이름과 출신부터.”
“사, 사령음혼귀라 한다. 음사독곡 출신이다.”
흠, 거짓은 아닌 것 같군. 음사독곡 출신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지금 저 여자에게 펼치던 것이 채음보양술이지?”
“마, 맞다. 오늘이 중추절이라 일 년 중에 달의 기운이 가장 강한 날이다. 그래서 처녀를 납치해 채음보양을 하려는 것이었다.”
“염혼독귀하고 관계는?”
“뭐, 뭐라고…?”
순간 사령음혼귀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지면서 크게 놀란다.
설마 내 입에서 염혼독귀의 이름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