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238
너 수비수로 전향한 거야?
“축구를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세계 최상급 축구 선수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게 코미디였다.
그만큼 2006년의 로나우딩요는 외계인 모드였다.
작년에 나를 제치고 발롱도르까지 차지했던 그는 올 시즌 정점을 찍은 후 급격히 몰락한다.
하필 나는 인생 최고조를 찍은 만랩 딩요를 상대해야 했다.
“주장은 지난 월드컵에서 딩요를 상대해 봤잖아.”
“그랬지…”
2002년 월드컵 결승전의 아픔이 떠올랐다.
당시 브라질 팀은 정말 괴물 같았다.
“그래봤자. 쟤들도 인간이야. 우리는 디펜딩 챔피언이라구. 괜히 쫄 거 없어.”
“노이어 말이 맞아. 딩요가 내 앞에서 저딴 짓을 하면 그냥 밟아 버릴 거야.”
노이어와 콤파니가 분위기를 다잡았다.
둘의 리더십 덕분에 뉴캐슬은 젊고 스마트한 팀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
나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딩요가 피치에서 묘기 대행진을 벌이는 영상을 보니 4년 전 악몽이 떠올랐다.
로나우두는 알고도 못 막는다면 딩요는 정말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가 잇몸을 보이는 날은 하느님도 못 막는다.
“전 소속팀과 중요한 결전을 벌이게 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경기 전날.
언론 인터뷰의 주인공은 당연히 나와 딩요였다.
2002년 월드컵부터 시작된 둘의 악연을 들먹이며 바르셀로나까지 엮어서 스토리를 만들었다.
“바르사는 훌륭한 클럽입니다. 클럽 이상의 클럽이죠. 상대 팀으로 경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충 덕담을 하며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는 잉글랜드 언론이다.
“본인이 이끌던 바르사와 딩요가 이끌고 있는 현 바르사 중 어떤 팀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기서 나의 장난끼가 발동했다.
“딩요가 이끄는 바르사가 챔스에서 빅이어를 들어 올린 적이 있었나요?”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역시 강한 쪽은 김건 선수가 이끌던 바르사다!”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나의 인터뷰는 바르사 선수단을 자극했다.
바르사 팬들도 양분되어 내가 옳다 그르다를 놓고 싸웠다.
흉흉한 분위기에서 우리 집으로 비밀리에 손님이 찾아왔다.
“효~옹!”
“그래. 왔구나. 기자들한테 미행당한 거 아니지?”
이니에타가 기자들을 피해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녀석은 나보다 케이코를 더 반가워했다.
“아기 좀 봐도 되요?”
“이리 오세요.”
이니에타는 요람에서 자고 있는 내 아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와아… 형수님을 꼭 닮았어요.”
“그래? 다들 나를 닮았다고 하던데?”
“그런가… 하하. 이름이 뭐에요?”
“김정후.”
“기이임~ 저어엉~ 후우우~?”
“그래. 대충 맞아.”
“한국어 발음 너무 어려워요.”
케이코는 한식으로 이니에타에게 저녁상을 차려주었다.
갈비찜, 불고기, 잡채, 나물무침, 조기구이…
녀석은 넙죽넙죽 잘도 먹었다.
거실 창밖으로 타인강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뉴캐슬 깃발과 바르셀로나 깃발이 사이좋게 휘날렸다.
내일 벌어질 경기 덕분에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후후. 뉴캐슬 사람들이 내가 여기서 적군과 밥을 먹는 걸 알면 깜짝 놀랄 거야.”
“적군이라뇨!”
이니에타가 펄쩍 뛰었다.
언제나 순진한 녀석.
우리 셋은 오랜만에 단란하게 저녁 시간을 보냈다.
그의 부모님 와이너리 이야기를 한참 했다.
여름 휴가 때 꼭 다시 놀러 오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축구 이야기로 돌아왔다.
“딩요는 컨디션 좀 어때?”
“최고에요.”
“젠장.”
“근데… 좀 문제가 있어요.”
“무슨 문제?”
내 표정이 밝아지자 이니에타가 인상을 썼다.
“여기 와서 가장 먼저 찾은 게 뭐였는 줄 아세요?”
“나이트클럽?”
“… 아시네요. 아마 지금 근처 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거에요. 이 도시를 떠날 때까지 잉글랜드 여자 10명이랑 할 거라고 계획도 세우고. 아. 미안해요. 형수님.”
“아니에요. 호호호.”
“멤버는?”
“항상 어울리는 패거리들이 있어요. 데쿠. 벨레티, 실비오… 대부분 브라질 선수들이에요.”
“팀 내에 불만이 많겠네. 라커룸 분위기를 망치잖아.”
“에토가 특히 불만이 많아요. 감독님한테 말해도 사생활이니까 그냥 놔두라고만 하고…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왜? 계속해 봐. 어차피 전술에 관한 것도 아니잖아.”
“안돼요! 저 가볼게요! 건강하세요. 형수님.”
이니에타가 황급히 떠나버렸다.
나는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
“아~~ 아까비. 라이카르트 감독 이야기까지 다 끌어냈어야 했는데…”
“오빠~~”
케이코가 나의 무릎에 살며시 앉았다.
“오빠답지 않게 왜 그런 일에 집착해요?”
“상대가 최강 바르사니까.”
“오빠는 그런 거 몰라도 이길 수 있잖아요.”
“상대는 인간이 아니야. 외계인이라구.”
“오빠는 외계인도 이길 수 있어요.”
“정말? 무슨 근거로?”
“케이코는 미래를 볼 수 있거든요.”
“어떤 미래가 보이지?”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모인 사람들이 오빠의 이름을 외치고 있어요. 바르사 선수들은 전부 지쳐 쓰러졌구요. 도저히 김건에겐 이길 수 없다는 표정이죠.”
“하하하. 출산을 하더니 영능력이 생겼나?”
“그럴 지도요~”
나는 살며시 케이코를 안았다.
그녀도 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너. 아이 낳고 좀 변했어.”
“제가요?”
“더 적극적이 되었다고나 할까.”
“쉿. 그런 말은 숙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케이코가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나의 몸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더 여자가 된 느낌이었다.
우리는 거실 소파에서 느긋하게 사랑을 나누고 끌어안은 채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응애~~ 응애~~”
곧 아이의 울음소리에 깨어났다.
그렇게 출정 전야가 지나갔다.
***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잉글랜드 북부의 축구 도시. 뉴캐슬입니다. 현재 세인트 제임스 파크 주변이 마비되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8강전. 유럽 최고의 명문 구단 FC 바르셀로나와 뉴캐슬의 대결을 구경하러 세계 각지에서 팬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지역팀에 불과했던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이제는 잉글랜드를 넘어서 세계적인 인기 클럽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과정에는 바로 이 남자가 있었습니다. 뉴캐슬의 정체성을 새로 창조해낸 동양에서 온 천재. 김건 선수입니다. 그가 과연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 기대가 됩니다.] [상대는 올 시즌 최강의 팀이라고 불리는 바르셀로나입니다. 그 바르사를 이끄는 에이스가 로나우딩요입니다.] [김건은 지난 월드컵 결승전에서 딩요에게 패배했구요. 작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도 딩요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으으~ 술 냄새.”
경기 시작을 앞두고 양 팀 선수들이 통로에 나란히 서 있었다.
우리를 에스코트하는 아이들중 하나가 코를 막으며 인상을 썼다.
모두의 시선이 한 선수에게 쏠렸다.
“술 냄새 많이 나? 방금 리스터린 했는데 이상하네… 미안해. 애기야~”
딩요가 천연덕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바싹 마르고 피부가 거친 게 밤새 클럽에서 술과 향락을 즐긴 게 분명했다.
나와 딩요의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아는 척을 하며 씨익 웃었다.
‘젠장.’
딩요의 잇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
놈은 오늘 최고의 컨디션이다.
술 냄새나 숙취에 쩔은 얼굴을 보고 안심하면 당한다.
위이이이이잉- !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우리는 피치로 나아갔다.
“우와아아아아아! 김건! 김건! 김건!”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득 메운 팬들이 일어나서 나의 이름을 외쳤다.
평소보다 응원 소리가 더 컸는데 아마도 딩요에 대한 나의 액운을 떼라는 의미 같았다.
“너 진짜 인기 좋다.”
“너야말로 이 동네 클럽에서 인기가 좋았나 봐? 재미 많이 봤어?”
“히히히.”
딩요가 슬쩍 와서 말을 걸었다.
동네 조기 축구 대회를 나가도 이렇게 편해 보일 순 없을 거다.
“나야 언제 어디서나 여자를 죽여주지. 바르셀로나 오면 연락해. 내가 풀코스로 대접할게. 나 너랑 친해지고 싶어.”
“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딩요가 윙크를 하며 자기 진영으로 갔다.
이니에타는 동료 눈치 보느라 나랑 눈도 마주치지 못했는데 딩요는 그딴 거 상관없었다.
“확실히 인간은 아니야…”
라이카르트 감독과 클롬 감독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힙합 뮤지션처럼 멋진 헤어스타일에 슈트빨을 자랑하는 라이카르트와 츄리닝에 낡은 모자를 눌러쓴 클롬은 EDM DJ 듀오처럼 묘하게 잘 어울렸다.
“바르셀로나…”
반대편에서 몸을 풀고 있는 바르사 선수들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바르사에서 뛰었을 시절도 떠오르고.
초반에는 꽤 힘들었었다.
레프트백에 기용되지를 않나.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판힐 감독과 다시 일할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그의 괴상한 기용 덕분에 나는 축구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이는 퍼펙트 풋볼에 대한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삐이이이익- !
[전반전 시작합니다! 뉴캐슬 선수들이 적진으로 올라갑니다!]우리는 언제나 같은 3-3-3-1 포메이션이었다.
바르사도 언제나처럼 4-3-3 포메이션이었다.
두 팀 모두 상대에 따라 전술을 바꾸는 걸 자존심 상해하는 고지식한 팀이었다.
“메쉬… 드디어 나왔구나.”
그 리오네 메쉬가 선발로 출장했다.
바르사는 딩요 – 에토 – 메쉬로 이어지는 스리톱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18살의 메쉬가 과감하게 뉴캐슬 측면을 파고듭니다! 굉장히 빨라요!]메쉬는 아까 통로에서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무모할 정도로 혼자 드리블을 치며 오른쪽을 타격했다.
[뉴캐슬의 스리백 라인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18살의 신인 메쉬에게요!]하지만 나는 오른쪽으로 도우러 갈 수가 없었다.
왼쪽에서 외계인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너 수비수로 전향한 거야?”
“시끄러워.”
“이런 거 재미없잖아?”
나는 딩요를 맨투맨으로 마크하며 패스 자체를 원천봉쇄 했다.
그러자 메쉬는 영리하게 에토와 공격을 전개했다.
파바바밧- !!
나에게 막혀 있던 딩요가 순간 스피드로 튀어 나갔다.
내가 따라붙자 팔을 뻗었는데 그 힘이.
쿵- !!
[김건! 딩요에게 밀려 엉덩방아를 찧습니다!]나는 피치에 쓰러져 달리는 딩요의 뒷모습을 보았다.
녀석이 중앙으로 파고들자 메쉬가 로빙 패스를 날렸다.
딩요는 달려드는 콤파니 앞에서 볼을 툭 차올려 넘겼다.
[노이어! 달려 나와서 다이빙!!]영리한 노이어가 반 박자 빠르게 뛰쳐나왔다.
딩요는 떨어지는 볼을 다시 통- ! 차올려 골키퍼까지 넘겼다.
“안 돼!”
그리곤 아무도 없는 빈 골대에 볼을 밀어 넣었다.
“고오오오오오올~!”
[뉴캐슬 0 대 1 바르사]외계인의 공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