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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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이종족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은 처음이다. 거기다가 각 종족의 수장들이다. 늑대인간, 뱀파이어, 엘프, 다크엘프, 드워프, 이종족이라고 할 수 없는 지하인의 네 수장들.
그들을 내가 자주 가는 용병성 뒤에 있는 작은 동산으로 불렀다. 그들은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 있었고, 내가 나타나자 깍듯이 인사를 했다.
“앉지.”
난 짧게 말하고 주저앉았다. 수장들은 나를 바라보는 자세로 주르륵 일렬로 앉았다.
“불편한 점은 없었나?”
“무척이나 잘 지냈답니다.”
엘프의 수장. 엔드로모어가 밝게 웃는다. 여유와 기품이 느껴진다. 그저 풀밭에 앉아 있을 뿐인데도 굉장한 그림이 된다. 그저 존재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그 자체가 아름다움.
“드워프 또한 마찬가집니다! 핫핫!”
다른 수장들도 잘 지냈다고 한 마디씩 했다. 그러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 이곳에 지내면서 있었던 작은 일들을 말하며 분위기는 조금씩 풀어졌다.
“으핫핫! 그래서 내 도끼 맛을 보여주니 결국 검을 내리고 내게 잘 배웠다면서 돌아가더군!”
“금속과 도끼 다루는 실력은 드워프를 따라갈 존재가 없다더니. 과연 대단하군.”
“영광이옵니다. 포스리드이시여.”
드워프의 인사는 정직했고, 그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난 그들 아홉 명을 하나하나 모두 쳐다봤다. 그들은 내게서 무슨 낌새를 느꼈는지 입을 다물고 나를 바라봤다.
“그대들을 얻어서 매우 기쁘다. 나를 따라준 그대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내가 포스리드라는 것에 감사한다.
여섯 종족의 대표들이 내게 고개를 숙인다. 종족을 대변하는 모습은 그들을 거대하게 만들었다.
“약속은 다르지만, 그대들과는 약속을 했지. 이제 그 약속을 이행하려 한다. 그것은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확인하고 터울을 없애고 진정으로 얻고 싶다면, 그대들도 나서는 게 좋겠지.”
고요 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내 이마를 스친다.
바람에 내 음성을 실어 보냈다.
“나와 함께하겠는가.”
“응당 그리할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포스리드의 뜻에 담겨 있습니다.”
“어둠의 영광으로 따르겠습니다.”
각 종족들의 수장 아홉은 저마다 동의 의사를 표했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러나 나뭇잎은 흔들린다. 바람이 분다는 증거. 허나 나와 아홉 종족의 대표들이 있는 곳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 이는 그들의 의지가 몸 밖으로 표출이 되었다는 증거다. 그들의 의지가 하나가 되어 외부의 바람을 차단한다. 강렬한 의지와 강한 믿음의 결과. 그들은 자신들의 진심을 이렇게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
난 그에 보답하리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준비를 하라! 무기를 손질하고 깃발을 만들어라! 나팔을 닦고 북을 고쳐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두려움을 없애라! 투지를 불태우고!”
다시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내게서 나오는 바람이었다. 바람은 그들의 합일된 의지를 감싸고 덮어서 자연으로 흘러가게 했다. 그렇게 흘러가면 된다.
조용히 말했다.
“나를 믿어라.”
믿음은 순조로움을 준다.
***
“위대한 자가 돌아왔다.”
“대륙에 다시 태양이 뜨기 시작했다.”
“그가 돌아왔다.”
대륙의 전쟁보다 큰 무언가가 생겼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될, 대륙의 용병단을 하나로 통일 시켜 거대한 용병단으로 만들고 이제는 용병성의 주인인 남자.
위대한 실력을 겸비한 대륙의 절대 강자.
대륙의 중심축이 되는 자.
대륙의 모든 이종족들이 절대적인 믿음으로 따르는 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카크가 귀환을 한 것이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사라졌던 네 명의 부하들을 대동한 채로.
대륙의 누구나 카크를 입에 달고 다녔다. 둘만 모여도 이야기의 주제거리는 단연 카크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세 명이 모이면 카크의 부하들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네 명이 모이면 카인 용병성의 호법과 장도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며, 다섯이 모이면 카인 용병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여섯 이상이 모이면 카인 용병성과 대륙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결국 카크에 대한 이야기 밖에 하지 않았다.
카크는 복귀 하고 그간의 공백을 정리하고 전쟁 준비에 들어갔다. 그 소식은 대륙에 퍼졌다. 대륙에 새로운 전운이 감돌았다. 그전과는 전혀 다른 전쟁의 기운이다. 승리가 확실히 되는 전쟁. 근거는 없지만 믿음이 있기에 모두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믿음은 용병성과 카크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한 카크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퍼지고 퍼져 라이먼과 듀메인의 귀에 까지 들리게 됐다.
드워프의 도시에 침입했다가 된통 당한 듀메인은 이름 없는 숲에서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다. 그냥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숲이 날아갈 정도로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자신과.
도플갱어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저 지나가는 길에 숲이 있었고, 좌우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들어온 숲에 도플갱어가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었다.
그나마 파흐샤즈가 언급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큰 낭패를 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이미 숲의 절반이 휑하니 날아간 상태였다. 볼품없이 찢겨진 나무는 지겹도록 널려 있다.
콰콰콰쾅-!
지면이 폭발하듯이 갈라졌다. 공격을 한 자는 도플갱어 듀메인이었고, 그 공격을 피해서 회색의 파흐샤즈를 휘두르고 있는 것은 듀메인이다.
도플갱어가 빠르게 도약해온다.
“지긋지긋한 놈!”
듀메인이 이를 물고 검을 비틀어 공격을 막았다.
카앙!
충돌로 생긴 불꽃 너머로 도플갱어가 보인다.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똑같은 자신.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파흐샤즈의 조언.
벌써 네 번째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콰앙!
듀메인은 애꿎은 바닥을 때렸다. 귀청을 찢는 폭음과 함께 나무들이 우스스 떨었다. 그러나 정작 목표물이었던 도플갱어는 그 공격을 피한 상태였다.
듀메인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바로 그거군.”
같은 시각.
일전에 듀메인에게 패하고 심신에 타격을 입은, 정확히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경지의 상승을 이룰 수 있었으나, 실패한 것 때문에 생긴 크나큰 안타까움으로 무작정 도주했던 라이먼은 홀로 지내며 생활하고 있었다. 한적한 산속에서 속세를 등지고 생활하는 라이먼의 모습은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크세나······.”
영원히 잊히지 않을 사람의 이름을 조용히 읊조려 본다.
참으로 이상했다. 처음에는 그저 남들과 비슷한 연인관계였다. 그런데 어찌된 게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수록 더욱더 보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결국 라이먼은 몇 달간의 산속 생활을 접고 근처 개울가에서 몸을 씻은 다음에 크세나를 보러 가기로 했다. 홀로 지내면서 나름대로 엿본 한 단계 상승의 경지를 다시 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잡념이 하도 많아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즉,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된 게다.
라이먼은 간단하게 짐을 싸고 마법을 사용해 순식간에 가까이에 있는 마을 근처로 이동했다. 작은 언덕 너머로 마을의 모습이 보였다.
라이먼은 천천히 걸어가 여유롭게 마을에 진입했다. 마을에는 전쟁의 기운이 맴돌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사람들의 여유가 있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하하! 전쟁 영웅께서 귀환하셨으니 이제 이 지긋지긋한 전쟁도 끝이지!”
“정말 다행이야! 다행이야!”
라이먼은 마을에 들어와서부터 초입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주점을 찾을 때 까지 카크에 대한 이야기를 수십 번도 더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카크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점으로 들어간 라이먼은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모습에 괜한 그리움을 느꼈다. 홀로 산속에서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오니, 마치 자신 스스로가 많이 달라졌다는 으쓱한 기분마저 들었다.
“여기 시원한 맥주랑 간단한 음식 좀 주시오.”
라이먼은 가볍게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 맥주는 금방 나왔다. 차디찬 맥주를 들이켜니, 톡 쏘는 맛이 식도를 타고 흐르는 느낌이 너무나도 짜릿했다.
“캬아~”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지른 라이먼은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해질녘이라 그런지 주점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럴수록 늘어나는 것은 시끄러움이었고, 카크에 대한 이야기였다. 심지어는 카크에 대한 경외감을 말 하던 테이블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던 테이블이 합석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내가 성검 라이먼이라고 밝힐까?’
지금 라이먼의 모습은 그냥 용병과 다를 바가 없었다. 편안해 보이는 가죽 옷에 전혀 성검처럼 보이지 않는 검집과 단정되지 않은 머리카락이 그러했다.
‘흐음, 그러지 말자. 흐흐흐.’
괜히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이미 수십, 수백 번이나 ‘내가 바로 성검 라이먼입니다!’ 라고 밝히는 장면을 상상을 했다. 그래서 그냥 혼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
흐뭇한 웃음을 짓던 라이먼은 음식이 나왔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표정을 관리했다.
나무를 대충 깎아 만든 갈색의 접시에 담긴 스프는 은은하게 데워져 있었다. 그리고 고기와 야채를 볶아 만든 음식은 매콤한 향까지 더해져 식욕을 돋웠다.
“우물우물, 쩝쩝. 카크가 신의 사자라니, 냠냠. 음음. 우물우물. 그건 내가 해야 어울리는 건데. 우물우물, 쩝쩝.”
라이먼은 눈, 코, 입으로 음식을 느꼈고, 귀로는 카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라이먼은 방을 하나 잡고 대충 씻고 들어가 누웠다.
“후우, 배도 부르고~ 씻으니 개운하구나. 그나저나 크세나가 어디에 있지? 전쟁으로 집에 있진 않을 거 같은데···. 그래도 일단 크세나가 살았던 곳으로 가봐야겠구나.”
라이먼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사랑스런 여인 크세나는 크림슨 제국에 살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마 다른 곳으로 갔을 확률이 높았다. 크림슨 제국은 카크가 사라진 이후부터 현재까지 언데드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그걸 모르는 라이먼은 일단 크림슨 제국의 영토로 갈 생각이었다.
“흐음, 전쟁 준비라….”
라이먼은 중얼거리면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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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만이군요!
요새들어 연재 주기가 점차 성실하게 변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의 ‘성실’ 이란.. 보편적인 개념과는 다를 수가 있는데요.
뭐 이렇습니다. [성실] = [며칠의 주기가 되든 지켜지는 행위]
이렇게 5일 연재가 계속 되니 저 스스로도 뿌듯합니다.
4~6일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 애교로?
흐흐흐..
(농담이구요 … -_-)
아이디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최근 회에서(놀랍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최근 회’ 라는 게 한 달 이내라니..)어느 독자분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더군요.
‘크리스마스 때 포스리드 하루 종일 보고 싶어요’
직접 보고 적은 것이 아니고 기억속에 있는 글을 더듬거리며 적은 거라 일치하진 않지만, 전해지는 뜻은 맞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하루 종일이라…
보고 또 보고 하시면 되겠군요.^^
…(또 농담이구요..-_-)
한 번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 요새는 굴뚝이 없어서 과연 선물이 잘 배달이 될런지 모르겠군요.
으흐흐..
뭐, 애인 만나러 가실 분은 가세요.(쿨한척)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