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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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대제국 세력
엘리우스 교단의 규모가 줄었다. 대대적인 내부 수술로 기존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과거의 영광에 비하면 턱없이 낮아진 수준이다. 그래서 다른 교단과 비슷한 세(勢)를 가지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엘리우스 교단이 크긴 하지만, 사실 도토리 키 재기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엘리우스 교단은 작아졌다. 그러니 안팎으로 꽤나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 시끄러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졌다. 현 교황인 자이브가 바로 신의 계시를 받은 교황인 탓이었다.
그렇게 엘리우스 교단 사태가 수습 되어가자, 이제는 성녀 이야기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자이브 교황이 즉위식을 했음에도 성녀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많은 추측들이 오갔다. 그 많은 추측들 주에서 가장 신빙성이 있는 추측이 하나 있었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자이브 교황께서 신의 계시를 받아 교황이 되셨듯이, 성녀께서도 신의 계시를 받아서 지금 명상중이시다.]이 추측은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더군다나 엘리우스 교단에서 성녀에 대해 일체의 일언반구 언급도 없으니, 사실이나 다름없게 굳어지고 있는 중이다.
성녀에 대한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전쟁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러나 모든 전쟁 준비를 마치고도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한 자가 있었으니, 바로 헝크 가주였다.
헝크 가주가 세운 전쟁 계획은 완벽했다. 물론 그의 주관적인 입장에서다.
반 대제국 세력은 거대했으며, 고수도 많았다. 거기다 약물도 있어서 질적인 면에선 대제국과 비등했다. 무엇보다 자신들은 적을 알았지만, 적들은 자신을 몰랐다. 그러니 전쟁이 났다면 뒤통수를 얻어맞은 대제국은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전쟁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으니 헝크 가주의 타는 심정이야 오죽할까.
헝크 가주는 오랜만에 본가에서 쉬고 있었다.
거대한 저택은 헝크 가주의 등장에 바빠졌다. 몇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것이라 모든 사람들이 잔뜩 긴장하고 헝크 가주를 모셨다.
“미쳤지. 신이라니…….”
신의 계시.
신의 뜻.
신의 강림.
광명.
“말도 안 돼.”
헝크 가주는 항간에 들리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 믿을 수도 없었다. 신이 왜 하필 이 시기에 중간계에 나타나 교황을 갈아치웠는가? 그러려면 일찌감치 부터 파멸의 구슬에 영향을 받은 교황에게 벌을 내려야 했어야 하지 않는가? 파멸의 구슬로 세상을 뒤집을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신은 침묵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 계시를 내렸다.
“신이 아닐 수도 있지. 드래곤인가?”
드래곤은 전설의 생명체였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드래곤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전설의 생명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드래곤이 중간계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드래곤이 신성력을 없애거나 인간의 몸에 인위적으로 채울 수가 있나?
헝크 가주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알 바는 아니지. 아무튼 신의 계시가 어쨌건 난 멀쩡하군. 큭큭.”
설사 정말로 신의 계시로 교황이 쓰러지고 자이브 대교주가 교황이 되었다고 해도, 헝크 가주는 기뻤다. 자신도 전대 교황과 마찬가지로 파흐샤즈의 구슬을 몸에 두고 생활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자신은 멀쩡하다. 절로 안도감이 생겼다.
“후우…….”
헝크 가주는 한숨을 토해냈다. 안도감은 안도감이고 답답한 건 답답한 게다.
가장 큰 이유는 전대 교황 때문이다. 전대 교황이 잡혀갔다. 그냥 잡혀 간 게 아니고, 대제국의 감옥에 갇혀 있다. 그래서 교황에게 있는 파흐샤즈의 구슬을 빼앗는 게 힘들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옥이 대황성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카인 수도와 대황성의 경계면에 있다는 점이다.
교황의 위치가 이러하니 곤란한 건 사실이지만, 헝크 가주의 대제국 내에서 계급으로 볼 때 감옥 안으로 들어가기는 불가능 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문제는 교황이 혹시라도 자신과 관련된 사항을 발설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교황이 미쳤다는 사실은 극소수만 알고 있다. 대외적으로 교황의 정신 상태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말 교황이 미쳐가지고 자신의 정체에 대해 발설할 수도 있었고, 아니면 대제국에서 교황의 정신을 바로 잡아서 온갖 정보를 빼낼지도 모른다. 대제국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능력이 있고, 무엇보다 교단에 대한 핵심정보는 대제국 내에서도 특급 정보로 분류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러하니 헝크 가주의 입장으로서는 교황이 살아 있는 채로 대제국에 잡혀 있는 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품에 안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안도감이 불안감으로 바뀌는 건 순간이었다.
“안되겠군. 생각이 났을 때 해야지.”
결국 불안감을 참지 못한 헝크 가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야음을 틈타 대제국으로 향했다.
그랜드 마스터 경지의 고수는 다른 사람의 이목을 속이기 쉽다. 하지만 마나의 운용 정도에 따라 그 차이가 현격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카크와 헝크 가주가 같은 실력이라고 해도 카크가 마음먹고 기척을 숨긴다면, 헝크 가주는 카크를 찾아내지 못한다. 마나의 운용 능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헝크 가주가 아무리 그랜드 마스터 경지의 고수라고 해도 기척을 완전히 숨기긴 힘들다. 그의 실력으로는 마나의 미세한 운용까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기감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헝크 가주가 이목을 숨겨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헝크 가주는 면회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헝크 가주는 감옥으로 가서 교황의 면회를 신청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서 면회는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교황은 특급 죄인이라 더더욱 면회가 힘들었다. 하지만 헝크 가주의 신분은 대제국에 여섯 명 밖에 없는 백작이다. 규율과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신분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무시해주었다.
무엇보다 이런 일로 고위 귀족들이 종종 찾아왔기에 간수장은 유연하게 행동했다.
“백작님, 죄송하지만……, 오랜 시간은 안 됩니다.”
“걱정 말게. 자네를 곤란하게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일세.”
“아, 아닙니다. 백작님.”
“이번 일은 내가 기억해둠세.”
“가, 감사합니다!”
감옥의 출입대상을 책임지는 사내가 허리를 굽히며 연신 감사의 말을 내뱉었다.
백작이란 계급의 귀족이 이번 일을 기억해둔다면, 필히 큰 보상이 은밀하게 있을 게다. 혹시 윗선에 살짝 찔러서 신분 상승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대제국 수도의 감옥 전체를 관리하는 총간수장이 되지 않을까?
헝크 가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내를 뒤로하고 어둠속으로 들어갔다.
어둠속으로 들어간 가주는 사내가 알려준 곳으로 걸어갔다. 감옥 내부에는 몇몇 죄수들이 있었다. 의외로 죄수가 적은 게 의아했지만, 그런 의문은 접어두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죄수는 보기 힘들었고, 일정 간격 마다 벽에 걸린 횃불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뚜벅뚜벅…….
고요함이 발자국소리마저 흡수하는 듯하다.
돌연 가주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이곳인가?”
철문 하나가 있다. 안을 볼 수 있게 공간이 있었고 그곳을 쇠창살이 막고 있었다. 쇠창살 사이를 통해서 안쪽을 보니 교황이 산발된 머리로 누워 있었다. 잠을 자는 듯 보였다. 어두웠지만, 그랜드 마스터 급 고수인 헝크 가주에게는 방해가 되지 못했다.
“팔자도 더럽구려, 형제여. 큭큭.”
가주는 나직이 웃으며 슬며시 내부에 있는 파멸의 구슬을 움직였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파멸의 기운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가주의 눈동자도 회색으로 물들었다. 교황이 반응을 보인 건 이때였다. 죽은 듯 잠을 자고 있던 교황이 스르르 몸을 일으키더니 느릿한 걸음으로 철문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두 눈은 감겨 있었다.
“눈을 떠라, 형제여.”
교황은 가주의 음성에 반응했다.
두 눈이 천천히 떠졌다.
눈동자의 색이 가주와 같았다.
교황은 정신이 피폐해져서 미친 상태였다. 미쳤다는 건 제대로 된 사고를 못하고, 정신도 분열이 되어 온전하지 못하는 걸 뜻한다. 하지만 헝크 가주의 말은 잘 듣는다. 파멸의 구슬로 인한 교감 때문이다.
교황이 미쳤을 때, 파멸의 구슬은 교황의 정신을 완전하게 장악했다. 하지만 그 장악은 그것으로 그냥 끝나고 말았다. 미쳐버린 정신에 파멸의 구슬도 휘말린 게다.
아무리 파멸의 구슬이 인간의 정신을 장악하여 성향을 바꾸어 버려 조정한다고 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건 사람의 정신이다.
정신을 말이라고 한다면, 그 말의 주인이 파멸의 구슬로 바뀌는 것인데, 말 자체가 병들어 오늘 내일 한다면 주인이 누구이건 간에 말이 주인을 태우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교황이 미쳐버리면서 파멸의 구슬도 덩달아 제 기능을 못하게 된 셈이었다. 만약 교황에게 약간의 정신이 남았다면, 교황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게다.
“더 다가와라.”
교황은 가주의 말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머리를 철문에 가져다 댔다. 철문이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머리를 계속 밀었다. 가주는 그런 모습에 신경쓰지 않고, 손을 들어 쇠창살 사이로 넣고 교황의 머리를 덥석 잡았다. 그제야 교황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거부하지 마시오.”
가주의 내부에 있는 파멸의 기운 일부가 손을 타고 넘어 교황의 머리에 주입됐다.
“으으…….”
교황이 미약한 신음을 내기 시작했지만, 너무나 작은 신음이라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신음이 새어나오는 만큼 파멸의 기운은 교황의 머리로 계속해서 주입이 됐다. 일정량의 기운이 주입되자 교황의 두 눈이 뒤집혀졌다. 그때 헝크 가주는 이상 현상을 겪고 있었다.
“허업!”
헝크 가주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져서 깜짝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어둠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감옥은 아니었고, 교황도 없었다. 어둠 속에 가주 혼자만 덩그러니 존재했다.
헝크 가주는 직감적으로 파멸의 기운이란 것을 알았다. 그래서 두려움 보단 반가움이 앞섰다.
“그렇다.”
[완전한 하나가 되어야 한다.]“물론이지.”
헝크 가주가 나직이 웃었다.
멀리서부터 회색빛이 어둠을 장악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헝크 가주는 양손을 펼쳤다.
회색빛이 헝크 가주를 덮쳤다.
카크가 듀메인과 싸우는 도중 반으로 갈라졌던 파멸의 구슬이 하나로 결합하는 순간이었다.
***
웅-
[…….]파멸의 검이 작게 진동했다.
“클클클. 가만히 있으려니 심심하더냐? 클클클.”
눈을 반개하고 생각에 잠겨 있던 클클클 리치는 벽에 기대어져 있는 파멸의 검을 바라봤다. 리치는 카크가 집에 들렀다 간 이후로, 단 한 번도 파흐샤즈에 손도 데지 않았다. 어차피 정신적 교감으로 대화를 할 수 있었기에 굳이 파흐샤즈를 만질 필요가 없었다. 더군다나 명색이 뛰어난 천재 마법사인데 무겁고 비효율적이기만 한 검을 만질 이유가 없었다.
[하나가 되었다.]“클클클. 응? 하나?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시답잖은 소리는 집어치워라. 클클클.”
리치는 다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파흐샤즈의 울림에 다시 눈을 떠야했다.
울림이 거슬려서 그런 게 아니다.
8클래스 자체의 벽을 넘어서고도 모자라서, 그 넘어선 벽에 또 도달했다. 전무후무한 8클래스 마스터의 경지다. 8클래스를 두 번 넘은 셈이다. 당연히 정신력도 그만큼 동반 상승했다.
7클래스 마스터 경지의 정신력을 돌덩이로 보면, 8클래스 마스터 경지의 정신력은 쇳덩이로 볼 수 있다. 하물며 리치는 8클래스를 넘어선 8클래스다. 당연히 정신력은 이미 9클래스 마법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외부의 그 어떤 방해가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눈을 뜬 건 호기심 때문이었다. 마법사의 호기심.
“클클클. 뭔지 자세히 말해봐라. 들어주지. 클클클.”
파흐샤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듀메인과 카크의 전투. 그리고 발생한 파멸의 구슬. 파멸의 구슬은 카크의 공격에 반으로 쪼개졌지만, 그 힘을 잃지 않고 두 명의 인간에게 향했다는 것. 두 명의 인간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그 두 개의 힘이 본래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을 들은 리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리치가 말했다.
“클클클. 설마 나한테 불똥이 튀진 않겠지? 클클클.”
[그건 모른다.]파흐샤즈는 딱 잡아떼듯 대답했다.
“클클클. 나 이전의 일이니 나에게 불똥이 튀진 않겠지. 문제라면 넌데……. 클클클.”
[아직까진 내가 필요 할 텐데.]파흐샤즈도 리치가 9클래스에 도전하는 걸 알고 있다. 사고를 할 수 있는 자아를 가진 파흐샤즈도 리치의 도전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고 있다. 그건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다. 그렇게 리치의 도전이 실패할 것이라 결론짓고 있었다. 다양한 사고를 교차적으로 행하다가, 더 이상 행할 수 없는 한계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하지만 리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이 대륙에서 드래곤과 카크를 제외하고 가장 뛰어난 정신력을 가진 존재다. 그 정신력은 두뇌의 활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이루어진 광범위한 두뇌 활동은 9클래스에 한 발 한 발 다가가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파흐샤즈는 모르고 있었다. 리치가 파흐샤즈와의 교류를 인위적으로 차단한 탓이다. 이는 리치가 파흐샤즈 보다 정신력이 높다는 반증이었다. 해서 파흐샤즈는 현재 리치의 상태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자신의 존재가 리치에게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파흐샤즈가 없었다면 리치는 9클래스를 시도하지 못했다. 파흐샤즈로 막대한 양의 마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클클클. 과연 그럴까? 클클클.”
리치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더 이상 호기심은 존재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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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16강 가길 기원하며 올렸습니다.
하하하~
이제 전 잠자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