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My Husband, I’ll Go Make Money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셀리안과 멜로디아는 모두 로잘린의 간계에 당해 그런 짓을 벌였다고했다.
로잘린은 선량한 자신을 질투 해 물귀신 작전을 쓰는 거라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삼자인 디오나가 증언하면서 셀리안과 멜로디아의 주장에 한층 더 무게가 실렸다.
심지어 브로디까지 흉기의 위치를 로잘린이 알려 주었다고 하면서 로잘린이 모든 사건의 배후라는 게 밝혀졌다.
‘그딴 야만인 놈한테 홀딱 빠져서는……!’
시녀들이 로잘린의 수에 넘어가고,로잘린이 이런 짓을 꾸민 원인이 그 야만인 왕자 놈이라 고 했다.
황제는 타르칸을 향해 이를 득득 갈았다.
안 그래도 전쟁에 타르칸이 출전했다 하면 실바누스가 패배해서 원한이 많았다.
그런데 시녀들까지 그놈에게 홀딱 빠져서 제 본분을 내팽개치다니!
“젠장!”
황제가 욕을 하며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이 일로 우리 대 실바누스 제국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어!”
제후국조차 황녀의 시녀가 황녀의 남편에게 반해 저희끼리 이 사달을 냈다는 것을 은근슬 쩍 비웃고 있었다.
오래된 국가인 만큼,실바누스는 문화 대국으로 추앙받았다.
예법과 법도,도의. 그런 것의 기준이 되는 나라였다.
그런데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을 정도의 일이 일어났다.
그것도 타국까지 가서.
“내 이년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황제가 광분해서 길길이 날뛰었다.
“폐하께서 친히 손을 쓰지 않더라도 이미 사교계에는 발붙일 수도 없을 겁니다.”
시종장이 황제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건넸다.
그의 말대로,실바누스 사교계 에서 시녀들은 이미 매장당한 수준이었다.
콧대 높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실바누스 귀족들은 명예와 예법을 중요시했다.
당연히 아이루고보다도 실바누스가 이런 일에 관해 훨씬 더 엄격하고 철저했다.
시녀들의 가문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경멸받았다.
천박하고 상스러운 실바누스의 수치.
빠르게 연을 끊는 사람들을 볼 때 시녀들의 가문은 더 버티지 못할 것이다.
‘거기다 그간 저질러 왔던 비리도 신문에 실렸고 말이지.’
그들의 재산을 압수해서 황제가 기물을 박살 내느라 생긴 적자를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었 으면 좋겠다.
‘아마 힘들겠지만.’
시종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해. 그것들이 살아가는 걸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것이야.”
황제는 으드득 이를 갈았다.
실바누스로 돌아오는 순간 그들은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시종장은 조용히 황제가 진정하길 기다렸다가 물었다.
“그런데 폐하,황녀님은 어쩌실 건지……”
“일단 낙둬. 감시자를 또 보내 봤자 의심만 받을 거다.”
안 그래도 지금 여론이 심상찮았다.
황제가 골라 보낸 이들이 모두 이상한 짓을 저지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거사 일이 다가올 때 처리해도 돼.”
“그러면 황녀님의 운신이 자유로워질 텐데요. 무슨 짓을 벌이실지……”
“어차피 그 모지리는 아무것도 못 하는 천치가 아니더냐.”
황제가 흥, 하고 코웃음 쳤다.
“이번 일도 로잘린이 꾸민 거지,그 모지리는 당하고만 있었어.”
제 시녀들이 작당하여 뒤에서 무슨 일을 꾸미는지도 몰랐던 천치다.
황제는 설마 아리스티네가 모든 판을 짜고 계획해서 마무리 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신문에서도 아리스티네는 철저한 피해자로 묘사되었으니까.
“……그 반편이에게 언론도,민심도 너무 우호적인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아이루고는 후계 다툼 중이니 이때다 싶어 타르칸 쪽에서 사람을 풀어 일부러 그런 소문을 냈을 것이다.
전혀 아니었지만, 황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편이 편하니까.
실바누스 국민들이야 당연히 평화를 위해 자청해서 야만인에게 시집을 간 황녀 편이었다.
애초에 가해자인 시녀들이 실바누스에서 가장 혐오하는 짓을 저질렀다.
“아니,오히려 잘됐어. 그렇게 사랑받는 존재가 죽었을 때,사 람들은 분노하기 마련이니까.”
전쟁의 빌미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실바누스 국민들은 분기탱천하 여 황녀의 복수를 해야 한다며 부르짖을 것이다.
또,아이루고에서 아리스티네가 사랑받았던 만큼 그쪽의 사기도 꺾일 터.
“죽기 전 마지막 자유를 즐기 게 내버려 둬.”
시종장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Chapter 23.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인데
“짜잔!”
아리스티네가 투명한 유리잔을 내밀었다.
물이 가득 찬 잔 안에는 메스가 담겨 있었다.
“완성!”
시녀들이 침실에 숨어들었던 날,아리스티네는 메스를 완성했다.
그 일로 정신없던 요 며칠 사이에도 최종 검수는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게 그 결과였다.
타르칸은 환하게 웃는 아리스티네를 바라보다가 유리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에 담긴 메스는 이전에 봤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게 바빴던 것에 비하면 살짝 김빠지는 결과였다.
‘하지만 이제 일찍 들어오겠 군.’
그것 하나만큼은 참 만족스러 웠다.
“그렇게 놔두면 금방 녹슬걸?”
“홋후후!”
아리스티네가 꿍꿍이 있는 고양이 같은 얼굴로 웃었다.
타르칸이 왼쪽 눈썹을 까딱였다.
“이거 열흘째 물속에 놔둔 거 야.”
“뭐?!”
느긋하게 침대에 기대 있던 타르칸이 몸을 획 일으켰다.
침대가 요동쳐 아리스티네는 물을 쏟을 뻔했다.
황급히 양손으로 잔을 음켜쥐고 겨우겨우 균형을 잡았다.
휴,한숨을 내쉬며 살짝 타르칸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타르칸은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메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또 뿌듯해져 아리스티네는 웃었다.
“어떻게?”
타르칸의 짧은 물음에서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후후!”
‘나도 몰라!’
모르지만 아리스티네는 자랑스레 가슴을 펴고 웃었다.
무슨 화학 작용이겠지!
중요한 건 몰라도 쓰는 데엔 아무 지장이 없다는 거다.
타르칸이 유심히 메스를 바라 봐서 아리스티네는 유리잔을 돌려 가며 자세히 보여 주었다.
“아예 녹이 안 스는 건 아니야.”
“이 정도면 충분해.”
타르칸이 확언했다. 아리스티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이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을 했다.
‘리트렌이 잘해 주었지.’
“이런 걸 만들다니.”
타르칸이 메스에서 시선을 떼고 아리스티네를 바라봤다.
“엣햄,네 아내가 이런 여자야!”
아리스티네가 장난스레 팔짱을 끼고 콧대를 세웠다.
타르칸은 그 모습을 보고 픽 웃었다.
주변은 촛불이 반짝이고 레이스 휘장이 하늘거린다.
거기에 장미 꽃잎이 가득한 침대 위.
배경이 조금 안 어울렸지만, 어쨌거나 꽤 그럴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문득 타르칸은 겉으로 잘 표현 할 줄 모르던 여자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만났을 때,타르칸은 아리스티네의 웃는 얼굴보다 무표정한 얼굴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를 보고 눈을 빛내며 웃는 아리스티네는一.
타르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자신조차도 지을 줄 몰랐던 따스하고 온유한 미소였다.
“그래,대단하네.”
순순한 타르칸의 칭찬에 아리스티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잘했어.”
이런 엄청난 물건을 만들어 낸 것도 그렇지만.
스무 해가 지나서야 제대로 웃을 줄 알게 된 내 아내.
네가 온전히 미소를 짓게 된 이유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 바람은 타르칸이 자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잔잔하게 서서히 밀려왔다.
그래서 그는 언젠가 자신을 뒤엎을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타르칸의 커다란 손이 아리스티네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촛불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는 은발을 정리해 새하얀 목덜미 뒤로 넘겨 준다.
그리고 고개를 들던 그가 움찔 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아리스티네와 눈이 마주쳤다.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타르칸의 손가락이 드러난 목에 스칠 때마다 아리스티네는 흠칫거리려는 몸에 힘을 꾹 주었다.
‘뭐지?’
약간 소름이 돋고 간지러운 듯도 하고 긴장하게 되는 감각이 었다.
‘추워서 그러나?’
아직 초여름인데 너무 얇게 입은 건가.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는데.
조금 체온이 올라간 것 같기도 했다.
‘체온이 오르는 바람에 공기가 차갑게 느껴져서 그런지도.’
아리스티네는 힐끔 타르칸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살 귀 뒤로 넘기고 있었다.
내리깐 속눈썹이 길었다. 그림자가 그의 얼굴에 깊은 음영을 더했다.
촛불의 빛이 일렁일 때마다 그 의 얼굴도 색채를 달리했다.
선이 굵고 남자다운 얼굴.
실바누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맹수같이 우아한 목과 넓은 어 깨,쇄골에서부터 바로 이어지는 탄탄한 대흉근.
넓게 벌어진 침의 옷깃 사이로 가슴 밑의 복근이 언뜻 보였다.
‘시녀들이 왜 그렇게 타르칸을 꼬시려 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음.’
어쩐지 주변 공기가 더 서늘하게 느껴졌다.
여름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아리스티네는 또다시 힐끔 타르칸을 바라봤다.
의도하고 생각해서 한 일이 아 니었다.
그녀가 자각도 못 하는 사이 보랏빛 눈동자는 어느새 타르칸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아.’
눈이 마주쳤다.
황금빛 눈동자에 몸이 붙들린 것 같았다.
일렁이는 촛불,장미 향기,닿 아 있지 않음에도 느낄 수 있는 서로의 온기,숨,존재감.
소리 없이 침대가 기울었다.
한층 더 서로의 존재가 가까워 진다.
그리고 그 순간,
“앗!”
손에 쥐고 있던 유리잔에서 물이 홀러넘쳤다.
아리스티네는 깜짝 놀라 유리잔을 바로 들었다.
다행히 손만 조금 적셨을 뿐, 이불은 젖진 않았다.
“다행이다.”
아리스티네는 휴,한숨을 내쉬 었다.
침대 옆 협탁 위에 안전하게 유리잔을 내려놓고,아리스티네는 왠지 쫓기는 기분으로 메스를 꺼냈다.
“그리고 칼날도 교체할 수 있게 만들었어. 일회성으로.”
칼날을 분리하자 타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생 때문이군.”
“응,메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곳이 꽤 있으니까. 거기다가 메스 날이 상하면 절단면도 너덜해지고. 육안으로 안 보여도 말이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차이는 날 거다.
특히 메스는 날이 얇아서 경도에 한계가 있었다.
대답한 후 아리스티네는 살짝 마른 입술을 축였다.
‘방금 뭐였지?’
고개를 갸웃했지만,알 수 없었다.
“확실히, 치료율이 전체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겠군.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거야.”
타르칸이 말해 와 아리스티네 의 정신은 다시 메스로 향했다.
“응,그리고 이 강철은 메스 말고도 다른 곳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있겠지.”
“이 합금의 이름은 뭔데?”
“어?”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아리스티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름이라니,생각 안 해 봤다.
아리스티네에게 이런 강철은 항상 스테인리스 스틸이었다.
스테인리스 스틸.
‘풀어서 생각하면 녹슬지 않는 철이라는 건가.’
직관적이지만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확 오는 맛이 없었다.
“잘 생각해 봐. 네 사업이잖아?”
“아,그렇지.”
타르칸의 말에 아리스티네는 깨달았다.
‘브랜딩은 중요하니까.’
바깥세상 경험이 적은 아리스티네도 제왕안으로 전생을 보며 깨우친 진리였다.
자수정은 본디 색이 진할수록, 적자색을 띌수록 비싸고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당연히 연자수정은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연자수정에 ‘프랑스의 장미(Rose de France)’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서,연자수정은 한순간에 인기 있는 보석이 되었다.
그만큼 어떤 이미지를, 어떤 이름을 붙이는가는 굉장히 중요 하다.
“흠……. 뭐로 하지.”
녹이 슬지 않는 특별한 강철.
‘특별함을 강조하고 싶은데. 심지어 아이루고의 강철에는 아직 까지 살육의 이미지가 붙어 있으니까,그걸 상쇄하려면……”
아이루고의 제철 기술과 야금 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대장장이의 혼.
마나와 오러가 있는 것처럼,
그게 아이루고에는 실제로 있었다.
아이루고의 대장장이들은 광물을 불로 녹이고 망치로 두들기며,철의 노래와 혼의 감응에 맞 춰 새로운 합금을 만들어 내곤 했다.
‘드워프처럼 말이지.’
실제 드워프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 식으로 발전했기에 책상 에만 앉아 있던-어디까지나 그 들 기준으로-리트렌이 더 배척당했던 것이다.
아무튼 뛰어난 아이루고 장인들의 실력에도 불구하고,검을 만드는 것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아이루고산 강철에는 안 좋은 이미지가 붙었다.
대륙의 패자인 실바누스 제국과 오랜 적대 관계였고,야만인이라며 배척당했던 것도 한몫했 을 거다.
아리스티네는 어이없다고 생각 했지만,어쨌든 이건 일반 사람 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다.
‘아이루고에서만 판매할 거면 상관없지만,전 대륙에 다 팔고 싶은걸.’
이 좋은 상품을 왜 한정된 시장에서만 팔겠는가.
‘돈을 쓸어 담으려면 시장이 클수록 좋지.’
국제 무역이 목표인 만큼,스 테인리스 스틸이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만큼 무섭고 야 만적이라는 이미지는 피하고 싶 었다.
‘어차피 나중엔 메스를 통해서 아이루고의 이미지도 달라지겠지만. 으음…….’
아리스티네는 끙끙 고민했다.
‘아무 생각도 안 나!’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생각이 워낙 강하게 박혀 있어서 그런가,다른 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땐!’
어둠 속에서 아리스티네의 보 랏빛 눈동자가 보석처럼 반짝였다.
남편은 됐고,돈이나 벌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