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5
나 혼자 프리서버 105화
105
제71장. 아투스 공방전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공성전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었다.
이쪽이 압도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 그냥 힘으로 밀어 버리면 그뿐이다.
요즘 헌터계에서는 백연하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수그러들고 있었지만, 그녀는 한때 한국 지존으로 군림을 했던 몸이다.
여기에 더하여 길드원이 되면서 엄청난 속도로 레벨 업을 하였다.
지금 랭크를 측정하면 SSS+급은 가볍게 얻지 않을까 싶다. 그런 백연하와 내가 성문을 부숴 버린다면?
오크 돌격대를 앞세우고 영지군을 들이밀어 버리면 어찌 될까.
아투스 영지도 나름대로 영지의 성격을 띠고 있었기에 수비군이 존재했다. 하지만 공성전에 동원할 수 있는 수비군은 기껏해야 100명 안팎일 것이다. 그건 시스템이 적용된 세상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보다 나은 작전은 모색할 수 없었다.
오세근이 말했다.
“형님, 괜찮겠수?”
“당연히 괜찮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단둘이 성벽을 뚫어 버리는 거잖소.”
“그러니까 가능한 거지. SSS+급 헌터하고 SSSS급 헌터가 뭉치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까?”
“힘으로 밀어 버리겠다는 거로군.”
“그래, 더 이상의 작전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나는 지도를 접어 버렸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었다.
그냥 쓸어버리는 거다.
여기를 쓸어버리고 판도라 영지로 돌아가서 그쪽의 영지 하나를 쓸어버린다. 그리고 자작의 작위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회의는 그만하고 좀 쉬자. 그리고 움직이자. 밥 든든하게 먹고.”
“그리 전하지.”
회의는 끝났다.
대량의 식량을 조달받아 배부르게 먹었다.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나서 공성전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휘이이이잉!
한차례 건조한 바람이 불었다.
레빈 길드 박한수 길드장은 성벽 위에서 도열하고 있는 군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려 4천에 이르는 군세.
그야말로 빽빽하게 성벽을 포위하고 있었다.
이만한 군대가 출혈을 무릅쓴다면 어찌 될까.
“어마어마하군.”
“길드장님, 지금이라도 항복을 선언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는 없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만한 군대라면 전투를 꺼릴 만도 하지만, 이대로 꼬리를 말아 버리면 자신들은 헌터계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된다.
사냥이야 가능할 것이다.
적당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사냥을 하면서 돈을 번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리하면 헌터계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전투도 하지 않고 도망가 버린 패배자들!
-지존길드에 꼬리를 흔드는 개!
-헌터계의 망신!
신문에 뭐라고 도배가 될지 빤히 보였다.
“길드원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부길드장 염천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성벽 위의 길드원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정말로 인상을 박박 쓰고 있는 중이다. 이 전투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박한수는 공성에 앞서서 연설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패배할지도 모른다.”
“…….”
사기가 꺾였다.
한눈에 보아도 길드원들은 이 자리에 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세계 지존과 한국 지존이 있는 길드였다. 여기에 더하여 회색 오크들까지 다루고 있었고 4천의 NPC 군대가 있었다.
질 좋은 무기들로 무장하고 있었고, 계속 죽여도 몰려올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박한수는 자존심에 호소했다.
“패할 때 패하더라도 우리는 전쟁을 해야 한다. 비겁자로 낙인찍히고 싶나?”
“아닙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버티자! 이곳에는 기자들이 있고, 생중계가 될 것이다. 전 세계로 방송이 나가겠지. 그런데 도망치면 우리는 헌터계에서 고개를 들 수 없게 된다. 그걸 원하는가?”
“아닙니다!”
“죽을 때까지 싸우자!”
“와아아아!”
사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박한수의 표정은 썩 좋지가 않았다.
이렇게 사기를 올려놓았다고 해도 패배는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백연하는 군대의 선두에 섰다.
뒤를 돌아본다.
영지군은 한 치의 두려움 없이 서 있었다. 하기야 하나같이 직업을 부여받았고 1차 전직까지 한 상태였다.
그런 영지군이 4천이었으니 300명이 채 되지 않은 적들을 쓸어버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이건 진 게임이다.”
“오오!”
영지군 병사들이 창을 치켜들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창들이 햇볕에 부딪혀 번쩍거린다.
“저들은 오합지졸이다. 화살만 쏴도 다 거꾸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압도적인 승리다! 제군들!”
나는 크게 외쳤다.
이미 방송사에서 촬영하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공성전을 지켜보기 위하여 몰려와 있었다.
과연 세계 지존은 어떤 식으로 공성전을 하는가.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이번 영지를 시작으로 한국의 영지들은 싹 쓸어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이후에 타국으로 진출한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싸우는지 지켜보아야 하는 것이다.
“성문을 파괴할 것이다. 바로 화살을 날려라. 그리고 진격한다!”
매우 간단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무서운 전략도 없었다.
“백연하, 준비됐지?”
“저야 언제든지요.”
“가자.”
우리는 전진했다.
화살의 사정거리가 닿지 않은 곳에서 헬파이어를 시전한다.
백연하는 기가 파이어 레인을 시전하려 하였다. 아예 성벽을 박살 내고 성문 위의 병력을 쓸어버리려는 것이었다.
물론 죽이지는 않을 거다.
고오오오오!
거대한 마나 폭풍이 몰려왔다.
적들이 주춤주춤 움직였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먼저 헬파이어를 날렸다.
쿠아아아앙!
“……!”
성문이 단숨에 박살 난다.
그다지 높지 않은 성벽들도 허물어지고 있었다.
“피해!”
“네 차례다.”
쿠구구구구!
그녀가 기가 파이어 레인을 시전하였다.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마나로 이루어진 먹구름이었으니 적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후퇴를 할 것이다.
예상한 대로 파이어 레인이 작렬하기 전에 그들은 후퇴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성벽 위로 화염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전군, 진격한다!”
“와아아아!”
그 뒤를 따라 병사들이 진격하였다.
오크들이 선두에, 그 뒤를 판도라 영지군이 바짝 따라붙었다. 그리고 길드원들이 쫓아오며 보조를 하였다.
성벽을 통과하자마자 궁수들이 화살을 쏘았다.
수백 개에 달하는 화살들이 적들에게 쏘아진다.
“막아! 방패로 막아야 한다!”
퍽퍽퍽퍽퍽!
적들이 방패로 화살을 막고 있었지만 몇 대는 방패의 틈을 파고들었다.
성수와 포션들이 사용되는 모습이 보였다. 화살에 맞고도 즉사하지 않는다면 포션으로 치료할 수 있다.
곧바로 판도라의 군대가 영지를 강타했다.
나와 백연하는 공성탑으로 향한다.
“별거 없네.”
“워낙에 압도적인 전력이니까요. 사실, 한국의 영지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오히려 서버 특화 영토의 영지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힘들겠죠.”
“그러려나.”
“게다가 거기에는 병력이 수천이잖아요? 여기와 같을 수는 없어요.”
우리는 여유롭게 대화를 하며 나아갔다.
공성탑이 보인다.
길드원과 길드원이 맞붙었지만 역시 싸움은 일방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 길드원들이 워낙에 강했기 때문이다.
다만 선두의 오크 몇 마리가 죽었다. 병사들 몇이 다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공성탑 앞에 이르렀다.
적 길드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몇 명이 공성탑을 지키다가 우리가 다가가자 도망갔다. 우리를 상대하기에는 적들의 전력은 너무나 부족했다.
“부수자.”
쾅! 콰과과과광!
공성탑이 빠르게 무너진다.
약 3분 정도 때렸을까.
파아아앙!
사방에서 휘황찬란한 광채가 퍼져 나갔다.
띠링!
[아투스 영지를 점령하였습니다!] [아투스 영지의 영주가 되었습니다!] [아투스 영지의 소유권이 이전됩니다.]“와아아아아!”
“끝났군.”
“고생하셨습니다, 형님!”
길드원들이 달려와 인사를 한다.
아투스 영지를 점령하였으니 서울의 초보자 마을은 우리 길드가 관장하게 될 것이다. 즉, 지존길드에서 세금을 관장한다는 뜻이다.
“적들은?”
“전부 포박했습니다!”
레빈 길드의 길드원들이 질질 끌려왔다.
그들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박한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아직 힘이 들어가 있었다.
“박한수, 너희들은 졌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우리를 받아 주십시오!”
“뭐라고?”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길드원을 받아들이는 것도 고려를 해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 길드의 레벨은 8이 넘었다. 그 말은 길드원을 500명까지 충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백연하가 나를 바라봤다.
“숫자가 좀 모자라기는 해요. 없다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음…….”
“이들도 한때 잘나가던 길드였어요. 우리 길드에 가입시켜서 좀 굴리면 쓸 만해질걸요? 배신할 수도 없을 테고.”
“그야 그렇지만.”
심히 고민된다.
백연하의 말대로 이들이 나를 배신할 가능성은 낮았다. 한참 레벨을 빠르게 올리다가 배신을 해 버리면 그때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되어 버릴 테니까.
“그렇다면 2군으로 가입을 시키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레빈 길드가 지존길드의 2군으로 통합되었다.
***
영지의 인수가 끝나자 축전이 이어진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타 길드에서도 인사하러 왔다.
“모란 길드의 유백화 길드장이라고 해요.”
“그런데?”
“귀 길드와 연합할 수 있을까요?”
“별로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럼 귀 길드와 합칠 수는 없을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벌써 몇 번째 거절인지 모르겠다. 레빈 길드원들은 나름대로 한가락 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한때 레이터 길드와 동맹이었을 정도로 말이다.
2차 전직까지는 모두 마친 상태였고, 우리 길드원들과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렇기에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허접스러운 길드가 아니다.
“나중에라도 연락 주세요.”
“그때 봐서.”
이번에는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한국 최대의 마을을 지배하게 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최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입구 정도만 먹은 것뿐이지요.”
“오크성과 아투스 영지를 지배하게 되셨군요. 앞으로도 진격하실 건가요?”
“아마도요.”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지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었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계획이었는데, 그런 계획을 굳이 말할 생각은 없었다.
한국의 길드들은 언젠가는 통합을 할 생각이었다. 기존의 우리 길드원들은 모조리 간부가 될 것이고 말이다.
물론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다.
최소한 국왕의 칭호는 받고 나야 한국 전역을 통일할 수 있지 않을까.
대충 인터뷰도 끝났다.
짝짝!
나는 손뼉을 쳐서 오늘 새롭게 받아들인 길드원들을 불러 모았다.
“부르셨습니까?”
“길드원들도 받았는데 술이라도 한잔해야지?”
“그거 좋습니다.”
박한수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쩌다 보니 우리 길드에 흡수되었지만, 그들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기뻐했다.
한국의 수많은 길드들이 우리 산하에 있고 싶어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모조리 거절하였다.
하여 어쩌면 박한수를 비롯한 구 레빈 길드원들은 자신들이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