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13
나 혼자 프리서버 113화
113
하지만 일부일 뿐이었기에 반란은 금세 진압되었다.
털썩! 털썩!
반란을 시도한 엘프들의 무릎이 꿇려졌다.
이곳에는 엘프 여왕 카이샤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주도하에 반란이 일어난 것 같았다.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는 카이샤의 모습. 아마 나에게 비장의 무기가 없었다면 지금 굉장히 곤란했을 것이다.
반란을 시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내버려 둔다면 이런 일은 계속해서 터질 것이 틀림없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엘프들의 눈동자는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무장봉기를 일으키고도 남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어차피 일어났을 일이다.
호감도가 -100%였는데 반란이 터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카이샤가 눈을 감으며 말했다.
“죽여라!”
“죽이기 전에 하나만 묻자.”
“무엇인가?”
“내가 너희들보다 고등 종족이었다면 이렇게 반항을 했을까?”
“쓸데없는 소리.”
나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보고는 외쳤다.
“나는 하이 엘프다! 너희들보다 고등 생명체. 엘프보다 진화한 종족이란 말이다.”
***
주변이 고요해졌다.
영지의 병사들은 이미 내가 하이 엘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원래부터 하이 엘프는 아니었고 전직을 했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굳이 엘프들에게 말할 이유는 없었다.
카이샤는 당연히 믿지 않으려 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
“만약 내가 하이 엘프가 맞는다면 어쩔 테냐?”
“하이 엘프는 고대 엘프 왕가의 후손들이다. 지금은 잊힌 전설이 되었지. 그런 존재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고?”
카이샤는 코웃음을 쳤다.
나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이 카이샤의 입을 통하여 술술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하이 엘프가 고대 엘프 왕가의 후손이라고? 그렇다면 엘프 왕족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이것도 운영자가 설정하였을 것이다.’
이럴 때는 공교롭게도 운영자의 설정이 도움이 되었다.
엘프들은 하이 엘프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
종족 우월주의에 푹 빠져 있는 놈들이었으니 내가 하이 엘프라는 것을 증명하면 모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러니까 만약이라는 단서가 붙은 것 아니냐.”
“네가 하이 엘프라면? 그렇다면 적대할 이유는 없다. 적합한 엘프 왕국의 후계자가 있다면 그를 따르는 것이 당연하겠지.”
“원망하지는 않을 것이냐?”
“정말 하이 엘프라면 뭔가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카이샤는 그리 말했다.
이것만 보아도 그들의 엘프 우월 사상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잘 알 수 있었다.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이걸로 게임은 끝이다.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세계수의 잎이겠지.”
“그렇다.”
“잎에 피를 떨어뜨리면 엘프임을 증명하는 것이겠고. 계급도 물론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퍼지는 빛이 다를 테니까.”
“잘 알고 있군.”
“모든 엘프들은 세계수 앞으로 간다. 그곳에서 내가 엘프 왕국의 적법한 후계자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웅성웅성.
엘프들이 술렁거렸다.
엘프 여왕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하기야 전설에서나 존재했던 하이 엘프가 정말로 나타났다면 누구라도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하이 엘프가 맞다.
인간이었지만 1차 전직한 것이 하이 엘프였으니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태생이 엘프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이 세계는 시스템의 영향을 받아 돌아가고 있으니 그 시스템의 적용을 받는 내 승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철컹! 철컹!
모든 엘프들이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들은 지금 얼떨떨해하고 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지?”
“그러고 보니 영주님이 하이 엘프라는 것을 잊고 있었군.”
“그러게 말이야.”
“정말로 그가 하이 엘프라고?”
“그렇다.”
엘프들의 물음에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영주를 따르는 거지? 인간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군. 우리 영지에는 드워프 주민도 있고 엘프들도 꽤 있는 편이지.”
병사들은 영지의 상황을 떠올렸다.
정말로 영지에는 엘프들이 몇 있었다. 오히려 엘프들을 귀하게 대접해 주고 있었다. 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병사들에게는 영주가 인간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엘프가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간다고?”
“나중에 보면 알게 될 일이지.”
병사들은 그렇게 엘프들을 풀어 주었다.
무엇보다 카이샤는 충격이 상당히 컸다.
‘판도라 영주가 엘프라고? 그것도 왕족?’
엘프 여왕을 자처하고 있는 카이샤도 하이 엘프는 아니었다.
하이 엘프는 그야말로 전설에나 나오는 종족이었다. 판도라 영주가 하이 엘프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병사들의 이런 반응은 무엇이란 말인가?
장로들이 카이샤에게 물었다.
“폐하, 지금이라도 봉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좋은 기회입니다.”
“인간은 멍청하지 않다. 몬스터가 아니라는 말이다. 감옥에 두면 될 일을 굳이 다 풀어 주면서까지 확인시키려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그 꿍꿍이를 확인하고 나서 봉기해도 된다.”
“하지만 폐하.”
“세계수로 간다고 한다. 세계수 잎이 있으면 봉기하기가 쉬워진다. 어쩌면 성공할지도 모르지. 지금은 잠자코 있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장로들도 입을 다물었다.
카이샤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만약 왕족이 정말로 살아 있다면? 그리하여 엘프 왕가를 재건하고 인간과 드워프, 오크 등을 아우르는 왕국을 건설하려 한다면 어찌 되는 걸까.
분명히 그들 중에는 오크도 있었고 인간도 있었다.
엘프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건 숫자가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훈련을 하고 있는 병사들 중에는 엘프들도 있다고 했다.
판도라 영주는 엘프 왕국을 정벌한 것이 아니라 왕국을 만드는 과정에서 점령한 것뿐이었다.
‘물론 그가 정말 하이 엘프일 경우에 한해서이겠지만.’
하이 엘프가 맞는다면 충성을 맹세한다.
그것은 그녀의 의무였다.
판도라 영주가 외쳤다.
“세계수 앞으로 이동한다!”
“예!”
병사들은 엘프들을 이끌고 세계수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수에서는 빛이 흘러나와 퍼져나가고 있었다.
잎들은 전부 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그 주변을 페어리들이 날아다녔다.
신비로운 광경이다.
독재자 서버의 운영자는 정말 대단한 오타쿠가 아닐 수 없었다. 엘프들을 위하여 세계수까지 구현하려 하였으니까.
세계수 앞에 이르자 엘프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나는 손을 뻗었다.
세계수의 가지가 내려왔다.
“헉! 세계수가 응답합니다!”
“저럴 수가!”
웅성웅성.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카이샤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
“세, 세계수가 응답을 해?”
“잎 하나만 따자.”
혹시 세계수가 말을 알아듣기도 하는 걸까.
세계수는 알아서 잎 하나를 떨어뜨렸다.
그것도 내 손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다들 모였나? 그럼 묻겠다. 여왕이여, 저 나무가 세계수가 맞나?”
“그렇다. 틀림없는 세계수다.”
“여기에 피를 떨어뜨린다면 내 혈통을 증명할 수 있겠지?”
“물론이다.”
카이샤는 순순히 대답했다.
하기야 증거를 보여 주겠다는데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만약 내 피가 하이 엘프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바로 엘프들이 반란을 터뜨릴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칼로 그대로 손바닥을 그었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피를 세계수 잎에 떨어뜨렸다.
똑! 또옥!
몇 방울의 피가 떨어졌다.
스스스슷!
세계수 잎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빛으로 변화하더니 그것은 곧 어마어마한 정령력으로 화하였다.
띠링!
[세계수의 영향으로 정령력이 일시적으로 300% 증가합니다!] [일시적으로 최상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오호!’
놀라운 일이었다.
세계수에는 어떤 기대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피를 떨어뜨리면 정령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한순간일 뿐이지만, 최상급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
앞으로 레벨을 올리고 발전을 거듭하면 언젠가는 정령왕도 소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정령력 특화 아이템을 입고 세계수를 사용한다면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 본 장비로 갈아입는다면?’
이런 것을 두고 게임 내에서는 스왑이라고 불렀다.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에 장비를 갈아입는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하면 다시 본래의 아이템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독재자 서버에서는 스왑이 분명히 존재하였으니 이곳에서도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나는 강해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확인했다.
‘정령력이 올라가는 장비를 파밍 해야겠군.’
정령왕이 있다면 내 등급은 더 올라갈 것이다. 내 부족한 부분을 정령왕이 채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땅의 정령은 방어에 특화되어 있었으며 물의 정령은 치료를, 불의 정령은 근접 공격을, 바람의 정령은 원거리 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
싸울 몬스터에 따라서 정령왕을 달리 소환하면 되는 것이니 상당한 혜택이라 할 수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엘프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와, 왕의 표식!”
“왕의 표식?”
빛이 왕관의 표식으로 변했다.
내 머리 위에 왕관의 표식이 떠올랐고 정령력이 흡수되었다.
엘프들은 왕관이 내 머리에 흡수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더 이상 카이샤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카이샤를 바라봤다.
“인정하느냐?”
털썩!
카이샤는 무릎을 꿇었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다.
그냥 반란만 터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무릎을 꿇을 줄이야.
그녀를 쫓아 모든 엘프들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충성을 맹세합니다!”
띠링!
[엘프족의 호감도가 +120% 증가하였습니다!] [엘프 여왕 카이샤의 호감도가 +50% 증가하였습니다!] [엘프 여왕 카이샤의 충성도가 +80% 증가하였습니다!]“허어!”
단숨에 엘프족의 호감도가 +20% 상승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카이샤의 호감도는 70%에 이르렀고 충성도도 생겨났다.
호감도와 충성도는 별개로 관리된다.
굳이 따지자면 충성도는 군인들에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카이샤가 직접 종군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엘프들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까지는 반항기로 눈이 번득였다면 이제는 경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내 전략은 주효하였다.
하이 엘프라는 것을 증명하면 반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더하여 이들을 병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세근이 내 어깨를 툭 쳤다.
“형님, 연설이라도 하지 그러우?”
“험험. 그럴까?”
오세근은 여기서 엘프들을 구워삶아야 호감도와 충성도가 더 올라갈 것임을 알고 있었다.
연설 스킬을 활성화했다.
띠링!
[연설 LV. 2가 활성화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