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4
나 혼자 프리서버 014화
014
현상금은 나중의 문제였고 지금은 심각한 위기와 맞닥뜨린 거다.
강혁수는 A급 헌터다. 레벨로 따져도 50이 넘었고 장비도 상당할 것이다. 나 따위는 단칼에 썰어 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수배자들은 오직 돈을 보고 움직인다. 단순히 약탈을 하는 것은 예사였고 사람을 죽이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저벅저벅.
좀비들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강혁수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놈은 허공에 파이어볼을 띄워 올려 몰려오는 좀비들을 단숨에 쓸어버렸다.
쿠아아아앙!
-꾸에에에엑!
좀비들이 모조리 불타 죽었다.
“…….”
우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도대체 왜 강혁수 정도의 수배자가 이런 허접한 좀비 존에까지 와서 설치는 걸까.
“험험,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사냥을 끝내고 가려고 합니다. 원하신다면 어느 정도의 상납은 할 수 있습니다.”
헌터 교본에 의하면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수배자를 만났을 때는 도망을 가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가진 것을 전부 내놓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다.
어차피 수배자들은 얼굴이 알려져 있었기에 굳이 사람을 죽일 필요가 없다면 젠이나 아이템을 빼앗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이다.
강혁수가 이를 드러내며 잔인하게 웃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의뢰가 들어와서 말이야.”
“의, 의뢰요?”
“하필이면 그놈을 건들었나?”
“그놈이라면…….”
나와 오세근의 얼굴이 구겨졌다.
틀림없이 레이터 길드를 말하는 것이었다. 고창수는 백부장을 통하여 반드시 복수를 한다고 했다.
화가 나서 그냥 내지른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백부장 박정수가 나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나 하나 죽이기 위해서 거금을 들였다고 하기엔 이상한 일이다. 대충 상황이 짐작되었다.
‘내 잠재력이 추후 레이터 길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를 위하여 거금을 들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습밖에 답이 없었다.
놈과 나의 차이는 고양이와 호랑이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방어구는 허접하기 짝이 없었고 믿을 것은 검뿐이었다.
혹시라도 랜덤 타격이 터진다면, 그리고 놈의 급소를 칠 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팟!
나는 대지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건달 세계에서는 선빵필승이라는 말이 있는데 기습 자체가 가져다주는 유리한 점이 많았다.
그대로 강혁수의 목젖에 검을 찔러 넣는다. 실로 과감한 행동이었다. 오세근은 물론이고 강혁수마저도 놀랄 만한 일격이었다.
카앙!
하지만 간단하게 가로막혔다.
“오호.”
“큭!”
강혁수는 이채의 눈빛을, 나는 낭패스런 기색을 드러냈다.
아직 성장 초반이었기에 별다른 스킬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1차 전직이라도 하고 나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이건 단순한 휘두르기에 불과하였다.
강혁수는 그대로 내 앞섶을 베어 버렸다.
서걱!
푸하하학!
“커어어억!”
몸에서 피보라가 솟구쳤다.
“형님!”
오세근이 달려왔다.
이대로 끝장이 나는 걸까.
시스템 경고음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HP가 30% 이하입니다!] [지속적인 출혈이 발생합니다!]대량의 피가 빠져나갔다.
일단 오세근은 급한 대로 내 상처에 포션을 부었다. 살갗 위가 부글대며 상처는 지혈되었지만, 대량으로 빠져나간 HP가 급속도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포션을 마시자 조금씩 피가 차오르기는 하였지만, 게임이 아닌 이상 한 번에 회복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저벅저벅.
강혁수가 다가왔다.
“이 새끼…….”
오세근이 다급하게 중얼거렸다.
“형님, 방법이 없소. PK 버프를 쓰도록 하쇼.”
“PK 버프?”
플레이어 킬. 즉, 게임 내에서는 다른 유저를 공격하는 행위를 PK라고 명명했다.
프리서버마다 추구하는 게임성이 달랐는데, 독재자 서버는 캐릭터의 발전이나 아이템 파밍이 PK를 위한 것이었다.
즉, 박 터지게 싸우고 즐기는 공간이라고 보면 되었다.
운영자 역시 대규모의 싸움이 벌어질 때는 PK 버프를 걸어 주었고 싸움은 더욱 격렬한 양상을 띠었다.
그것이 독재자 서버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였다.
더욱이 나는 독재자 서버에서 지존으로 군림했었다. 한번 떴다 하면 모든 유저들이 도망가기 일쑤였다.
단순히 아이템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싸움에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건달 시절의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할까.
“거기에 광전사 버프를 걸면 가능할지도 몰라.”
“코드는?”
“0010001, 0001110.”
나는 그대로 코드를 입력하였다.
파아앙!
내 몸이 눈부신 광채에 휩싸였다.
[PK버프가 온몸을 휘감습니다.] [잠시 동안 플레이어 공격 데미지가 50% 상승합니다.] [버서크 버프가 온몸을 휘감습니다.] [5초 동안 플레이어 공격 데미지가 150% 상승합니다.] [정신집중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정신집중 LV. 1 몬스터나 플레이어의 급소를 확인하여 치명타를 줄 수 있습니다.]인간은 죽음의 순간에 한계를 초월하는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A급 헌터인 강혁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대였다. 아무리 날고뛰어도 어찌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운영자 버프가 있다.
다행히 내 옆에는 오세근이 있었고 최소한 PK에서는 도움이 될 만한 코드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몇 초 정도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단순히 버서크 상태가 공격력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신체 전반적인 능력도 잠깐 올라가므로 엄청난 폭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이것도 제약이 있기는 했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몸의 근육들을 한계치까지 사용하면 사용 후에는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내 몸에서 광채가 퍼져 나가자 그 빛에 강혁수의 시야가 막혔다. 그 틈을 이용해 나는 놈의 몸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일격에 실패하면 죽는다.’
최소한 함께 죽는다는 각오로 덤볐다.
나는 오늘 이곳에 오기 전에 사 두었던 초보자의 단검을 꺼냈고 그대로 놈의 단전 부근에 찔러 넣었다.
강혁수는 순간적으로 주먹을 휘둘러 내 턱을 노렸지만, 상관없었다. 죽지만 않으면 되지 않은가.
꽈직!
퍼억!
내 턱이 돌아갔고 동시에 강혁수의 단전에 단검이 파고 들어갔다.
“끄아아아악!”
“아아악!”
우리는 동시에 튕겨 나갔다.
나는 튕겨 나가며 오세근에게 외쳤다.
“저 새끼 턱을 조져 버려!”
“알겠수!”
오세근도 잽싸게 움직였다.
강혁수의 급소는 다른 곳이 아니라 단전이었던 모양이다. 기사 계열에 마법을 보조로 사용하였고 그 때문에 모든 마나가 단전에 뭉쳐 있었다.
단전이 망가지자 강혁수는 그냥 신체 능력이 뛰어난 일반인에 불과하였다.
오랜 세월 싸움에 단련되어 있었던 오세근은 빠르게 강혁수의 턱을 걷어차 버렸다.
퍼억!
“커억!”
털썩!
그대로 강혁수의 몸이 무너졌다.
“허억! 허억!”
우리는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나는 그대로 포션을 복용했다. 빛의 속도는 아닐지라도 재생 가속의 영향을 받아 빠른 속도로 HP가 회복되었다.
오세근이 말했다.
“씨발! 요단강 건널 뻔했네!”
“112에 신고해, 강혁수를 잡았다고. 그리고 구조 요청도 하고.”
“알겠수!”
초보 존에 한해서는 긴급출동지원팀을 이용할 수 있었다. 가격이 다소 부담이 되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쩌면 국가 소속 헌터들이 출동하면 긴급구조는 공짜가 될지도 모른다.
강혁수는 중수 존을 어지럽히는 수배자 중 하나였으니까.
헌터들 사이에서 통상 초보 존으로 불리는 구역. 그러니까 서울 금역이 시작되는 부근이었다.
긴급출동은 헌터들이 종종 이용하기는 했지만, 헌터 경찰이 직접 뜨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고는 있지만 이면 세계에서는 그다지 범죄가 발생할 일이 많지 않았다. 술 처먹고 난동 부리는 일도 드물었고 대부분의 헌터들은 돈이 많아서 강도나 도둑이 발생할 확률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수배자라면 달랐다.
헌터들을 죽이고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는 수배자들을 경찰들이 나서서 찾아다녔지만 워낙에 인력이 부족하여 쉽게 잡지 못했고, 대부분은 고액의 현상금을 노리는 사냥꾼들이나 일반 헌터들에게 잡혀 왔다.
목을 가져와도 현상금은 주었기에 대부분은 죽여서 목만 가져왔다.
경찰이 직접 떴다는 것은 일반 헌터가 수배자를 생포했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일어나는 일이었기에 경찰차 주변에는 순식간에 헌터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곳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던 헌터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웅성웅성.
“누가 수배자를 생포했나 본데?”
“도대체 어떤 수배자가 잡힌 거지? 서울에서 활동하는 놈들이라면, 뻔한데.”
달칵.
경찰차의 문이 열리고 강혁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저게 누구야?! 강혁수잖아!”
“A급 수배자 강혁수!”
“그런데 도대체 누가 놈을 잡아 온 거지?”
그때 요즘 명성을 날리고 있는 남자가 경찰차에서 문을 열고 내렸다.
그는 바로 잠재력 측정 불가 판정을 받은 나경철이었다.
제8장. 인터뷰
웅성웅성.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수배자를 생포하였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초보 존에서는 매우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A급 수배자였다. 무엇보다 F급 판정을 받은 내가 강혁수를 잡아 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그다지 인지하지 못하였지만,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
이소희 기자를 비롯하여 헌터부에 속한 많은 기자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 내고 있었다.
“이곳은 초보 존입니다. 이 마을에서 A급 수배자를 잡아 온 초보 헌터가 있어서 화제입니다. 이미 다들 아시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초보 존에서 허수아비 파괴자라는 호칭을 얻었으며 엄청난 속도로 레벨 업을 하고 있는 화제의 인물, 나경철 씨입니다. 지금 나경철 씨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시도해 보겠습니다만, 헌터 경찰들의 엄중한 호위를 받고 있어 그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화제의 인물이 도착했습니다. 나경철 씨가 화제의 인물로 불리는 이유는 SSS급을 뛰어넘었을지도 모른다는 잠재력 때문입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오늘 A급 수배자를 잡아 왔는데요, 이게 실질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요?”
“일반적인 헌터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바꿔 말하면 나경철 씨가 SSS급 헌터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대변하는 것이겠죠.”
‘일이 꼬여 가는 것 아닌가?’
여신의 눈물을 구하는 일로 어느 정도의 유명세는 있었으면 했다. 유명해져야 고위 헌터들과 접촉할 수 있으며 여신의 눈물이 매물로 나올 경우 접근하기가 쉬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주목을 받는 유명세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헌터 경찰들만 아니었다면 수도 없이 질문 공세가 쏟아졌을 것이다.
“나경철 씨?”
“예.”
대부분 Police라고 쓰인 옷을 입고 있었지만 남자는 양복을 쫙 빼입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미지에 안경까지. 한눈에 보아도 경찰 고위 관계자임이 분명하였다.
나는 그의 명함을 받아 들었다.
[헌터 수사과 과장 유관식 경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