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5
나 혼자 프리서버 015화
015
‘경정이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일 텐데. 경찰서장 바로 밑이 아닌가?’
건달 생활하던 시절에는 수도 없이 감방에 들락날락했던 나였다. 경찰조직 체계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범죄에 관련된 것이 아니고서야 내가 경찰을 만날 일이 뭐 있단 말인가. 이렇게 경찰 고위 간부와 마주하게 되니 괜히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건달 생활은 헌터들의 등장과 함께 막을 내렸다. 더는 감방에 갈 일도 없었다. 사냥을 하는 것이 불법도 아니었고 말이다.
“지명 수배자를 잡아 오셨군요. 현상금 정산도 있고 정황도 살펴야 하니 잠시 조사를 할 수 있을까요? 서까지 잠시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시죠.”
나는 그의 동행 권고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배후에 레이터 길드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
초보 존의 서는 이곳에서 멀지 않다.
나와 오세근은 유관식의 뒤를 따라 서로 향했다.
그 시각.
이소희 기자가 꽤나 다급한 얼굴로 경찰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전, 나경철이 경찰서로 들어갔다.
무려 A급 수배자를 생포해 왔으니 조사를 받는 것이 당연했다. 그녀가 다급해 하는 것은 바로 다른 기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건 무조건 대박인데.”
“선배, 그냥 단독 인터뷰를 요청해 보시죠?”
“그게 가능하겠어?”
카메라맨 이창기가 이소희를 채근하였다.
어찌 되었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는 것보다는 단독 인터뷰를 하는 것이 나경철에게도 편하지 않을까 하는 논리였다.
하지만 과연 이소희와 나경철이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취재기자와 헌터와의 관계인데.”
“그래도 국밥도 먹으셨다면서요.”
“그거야…….”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였다.
그와 국밥을 먹은 건 사실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녀가 바깥에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을 가엽게 여겨서였다.
물론 기사를 써 달라고 부탁을 하기는 했지만.
나경철의 부탁대로 그녀는 그가 SSS급 헌터인지, 단순한 기계 고장인지 애매모호하다는 기사를 냈다.
단숨에 그 기사는 베스트가 되었을 만큼 인기가 좋았는데, 어떻게 보면 덕을 본 사람은 나경철이 아니라 이소희라 말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탁을 한다고 들어줄까 싶었다.
“아름다운 여기자가 부탁을 하는데, 거절하겠어요?”
“응, 할 거야.”
“어째서요? 보는 눈이 있다면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건 네가 나경철 씨의 성격을 몰라서 그래.”
“성격이 어떤데요?”
“더럽지. 예전에는 전국구 건달이었다고 하더라고. 지금은 손을 씻고 헌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 습관이 어디 가겠어?”
“건달이요?”
기자들도 건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헌터 업종이 생기기 이전에 전국구 건달이었다면 이름을 들으면 모를 리가 없다.
“독사라고 알아?”
“헉! 그 사람이 정말 독사인가요?!”
“그렇다고 하던데? 알고 있어?”
“당연히 알죠! 전국 3대 조직이었던 왕건파 부두목이었잖아요? 휘하로 부리던 건달들만 수백 명에 달했다고 하던데…….”
“그 정도야?”
“그쪽으로는 완전 유명했죠. 헌터들이 생기는 바람에 몰락했지만, 그전에는 아주 날아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이햐…… 그랬다는 거지.”
조금 더 나경철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이소희였다.
그런 잘 나가던 건달이 몇 년 동안 더러운 하이에나 짓을 하면서 어떻게 버텼는지도 의문이었다.
괜히 경찰서에 오면 쫄리는 느낌이 든다.
나 같은 건달들은 경찰서가 선천적으로 맞지 않았다. 괜히 위압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건 오세근도 마찬가지였다.
왕건파 부두목으로 군림하면서 얼마나 경찰서를 많이 들락거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첫 감방 생활은 소년원이었다.
열일곱 살 때부터 건달 생활을 시작하여 열여덟 살에는 또래의 리더로 뛰었다. 스무 살이 되어서는 행동대장이 되었으며 스물세 살부터는 쭉 간부로 활동했고 스물여덟 살에 부두목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런 화려한 전적이었으니 경찰서와는 얼마나 친하지 않은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수배자가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 경정이 직접 조사를 했다.
“전적이 화려하시더군요.”
“전적은 전적일 뿐이지요. 지금은 손 씻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레이터 길드에서 일을 했습니다.”
“손을 씻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겁박을 하려고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혹시 군인 헌터나 경찰 헌터가 되실 생각은 없는지 묻는 겁니다.”
“뭐라고요? 하하하하!”
나는 파안대소했다.
경찰군인이라면 치가 떨리는데 어찌 그 조직에 몸을 담는단 말인가. 그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전직이 깡패인데요. 학교(감옥)에 얼마나 들락거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요. 전과자가 어떻게 공직에 몸을 담는단 말입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지.”
“과거와 출신 성분은 상관없습니다. 세상이 달라졌거든요. 정말로 귀하가 SSS급 헌터가 되신다면 군대에서는 별을 달아 줄 것이고, 경찰조직에서는 곧바로 서장급으로 발령을 낼 겁니다. 조금만 공적을 쌓으면 몬스터 관리청장이 될 수도 있고요. 과거 기록 삭제는 덤입니다.”
“됐습니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유 경정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가요.”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큰 변란이 발생한다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힘을 보태 주실 수 있나요?”
“글쎄요, 저와 가족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다면 또 모르지요.”
“지금 이 나라는…… 아니, 전 세계적으로 많은 학자들이 현 인류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헌터와 몬스터의 균형이 맞아서 더 이상 금역을 확장하고 있지 않지만, 놈들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잘 모르지만, 그때가 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죠. 그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고위 헌터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겁니다.”
이것이 유관식 경정이 나를 조사하는 이유였다.
사실 A급 수배자를 잡아 왔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였을 뿐이다. 그의 입장에서 A급 수배자는 그리 중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
“썩 달갑지는 않습니다.”
“이 나라를 위해 부탁드립니다.”
나는 손을 저었다.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자고 조사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뜻은 알겠습니다. 이번에 잡아 오신 강혁수는 아주 골칫거리였습니다. 신출귀몰하는 재주가 남달라 우리도 꽤나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처벌을 받아도 할 수 없죠.”
나는 작업반장 고창수와 얽혀 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고창수가 나와 오세근을 수없이 괴롭혔다는 사실과 그때마다 병원 신세를 졌다는 것을.
헌터로 각성한 이후에 놈의 발목을 분질러 버렸는데, 그것에 앙심을 품고 A급 수배자를 고용했다는 말이었다.
“증거는 있습니까?”
“증거는 없죠. 놈의 입으로 직접 뱉은 말이니까 확인을 해 보시죠. 물론 입을 열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만.”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군요.”
“아닙니다. 고생이라고 할 것까지야.”
“그것이 고생이지요. 원래 인간의 본성이 그렇습니다. 조금이라도 힘을 가지면 약자를 찍어 누르려고 하는 법입니다.”
“맞습니다. 건달 세계가 차라리 더 인간적으로 보이더군요.”
“이번 건은 국가 차원에서 다루겠습니다. 저희로서도 SSS급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귀하의 전력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미래의 영웅이 되실 수도 있는 분인데 되도록 친분을 다졌으면 합니다.”
“하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반드시 배후를 찾아내 처벌하겠습니다.”
“그곳은 지존이 있는 길드입니다만.”
“작업반장이라는 인간을 처벌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건 살인 청부 사건이니까요.”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일어나서 허리를 꾸벅 숙였다.
국가기관의 권력자가 나를 이렇게 대하는 것은 참으로 어색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경찰이 맞나 싶었다.
우리는 다소 힘이 빠진 상태로 경찰서를 나왔다.
“형님, 경찰이 왜 저렇게 친절하죠?”
“글쎄다. 저녁을 잘못 처먹었나? 술을 빨았던지.”
경찰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오세근까지 그리 말할 지경이었으니 오늘 일이 확실히 쇼크이기는 했다.
“정말 고창수 그 새끼가 처벌이 될까요?”
“경정급 인사가 직접 약속했으니 될 거야.”
“하지만 그 윗선까지는 무리겠죠?”
“당연히 무리지. 지존이 가진 힘은 사회적으로도 상당하니까.”
“참으로 더럽네요.”
“권력 이동이 헌터에게로 옮겨 가고 있다는 거지. 경정의 말에 따르면 헌터 전력이 곧 국가의 생존으로 귀결될지도 모르니까.”
“쩝……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기분도 찝찝한데 어디 가서 알코올로 좀 씻어 냅시다.”
“그럴까?”
결국에는 술이나 퍼마시자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경찰서 앞에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달려왔다.
***
“이소희 기자?”
그녀는 용케 이 많은 사람을 뚫고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엄청난 신념을 가진 여자라고 할까. 오늘은 카메라맨까지 대동했다.
“카메라맨 이창기라고 합니다!”
“무슨 일인가요?”
“지금 난리가 난 건 보이시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내가 A급 헌터를 잡아 왔기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개중에는 스카우터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나경철 씨! 저희 길드로 와 주세요!”
“연봉은 원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지금 레벨이 도대체 몇인가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업을 하셨나요?”
질문부터 시작해서 스카우트 제의까지. 그야말로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관심을 받은 것은 내 성장 속도 때문이었다. 허수아비를 치면서 헌터계에 입문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A급 수배자를 잡아 왔으니, 헌터 연구소의 기계가 고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걸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 대답할 수는 없잖아요?”
“그건 그러네요.”
“제발 단독 인터뷰를 좀 해 주세요.”
“단독 인터뷰라고요?”
“안 되나요?”
오세근이 내 등을 쿡 찔렀다.
한눈에 보아도 이소희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누가 봐도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 공처가인 오세근까지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나는 영 꺼려졌다.
그녀가 기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단독 인터뷰를 해 주면 뭘 해 줄 수 있는데요?”
“네?”
“뭘 해 줄 수 있느냐고요.”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이 세상에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룰이 있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별로 친하지도 않은 여자의 부탁을 들어주겠는가. 게다가 기자라고 하지 않았나.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상, 나와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기자들이 기사를 위해서라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받을 건 확실하게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