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6
나 혼자 프리서버 016화
016
“소, 소원을 들어 드릴게요!”
“소원이라? 너무 구차해 보이는데.”
“무엇이라도 한 가지 소원은 들어 드릴게요!”
귀가 솔깃했다.
“무슨 소원이라도?”
“무, 무리한 요구만 아니라면…….”
“아, 됐고.”
“무엇이든 할게요!”
이소희는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내가 건달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웬만한 독종이 아닐 거라는 것도 알 텐데, 저렇게 나온다는 건 그만큼 내 인터뷰에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좋수다.”
“예?”
“가자고. 어디 한적한 곳으로 가야지, 이거야 원.”
“네!”
나는 오세근과 함께 바로 몸을 돌려 빠져나왔다.
어쩐지 공인이 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건달 세계에서 유명한 것이야 그렇다고 쳐도 현실 세계에서 유명해지는 것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목적이 있어서 유명해지겠다고 다짐을 했었지만, 역시나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 시각, 경찰서.
유관식 경정은 한 기자에게 이끌려 가는 나경철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저런 인재는 국가에 귀속되어야 하는데.”
“유 경정님, 저 사람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강문식 경위였다.
그는 이곳으로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 때문인지 이 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어두웠다.
“당연히 대단하지.”
“어째서요?
“F급 판정을 받은 헌터가 SSS급 잠재력 판정을 받았지. 그리고 며칠 되지 않아서 A급 수배자를 산 채로 잡아 왔다. 이게 무슨 뜻이겠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바로 그렇지. 헌터 전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사회야. 고위급 헌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국가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어. 몬스터들이 대양을 건너서 오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그래, 나경철 헌터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지금은 손을 씻었으니까. 본청에서 내려온 공문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저 헌터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라는 지시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대충은 알겠습니다.”
유관식 경정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에게 있어 나경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어마어마하였고 그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마찬가지였다.
현 정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리 생각을 할 것이다.
“그보다 그 수배자를 심문해 보도록 하자고.”
“그러시죠.”
강혁수는 조사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사방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놈은 움직이지 못하도록 온몸이 결박된 상태였다.
마나 구속구까지 채워져 있었으니 놈은 기껏해야 조금 신체 능력이 강화된 인간에 불과하였다.
유관식 경정이 들어왔다.
“누구의 사주를 받았나?”
“말할 수 없다.”
“이봐, 협조하는 것이 좋을 거야. 네놈의 말에 따라서 형량이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
“음…….”
놈은 조금 고심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형량을 감해 준다는 조건이라면.”
“그래, 무기징역은 나오지 않도록 해 줄게. 잘해야 20년? 그럼 15년이면 가석방으로 나올 수 있다.”
유관식은 ‘그때까지 이 나라가 존속할 수 있다면’이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강혁수는 거침없이 말했다.
“레이터 길드의 하이에나 작업반장 고창수가 시켰다.”
“역시나.”
나경철에게 진술을 받은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큰 배후는 없을까. 강혁수 정도의 수배자가 겨우 고창수 반장에 의해 움직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마를 받았나?”
“착수금 5억. 임무 완료 후에 10억을 더 받기로 했다.”
“허어, 엄청난 금액이로군. 그저 나경철 헌터 하나를 죽이자고 그 많은 돈을 썼다고?”
“그 이상은 몰라. 소문에 의하면 몬스터 해체를 하다가 대단한 아이템을 주웠다고 하더라고.”
뭔가 냄새가 났다.
직감적으로 유관식은 배후에 더 큰 인물이 존재함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들이 고창수를 일방적으로 몰아세워 묻어 버리려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자신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말이다.
증거 역시 벌써 조작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고창수가 관여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에게 물어봤자 더 큰 배후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그렇게 고창수는 버려질 것이다.
한적한 카페.
이곳은 금역에서 벗어난 도심이었고 그 덕분인지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까.
오늘 꽤나 피로한 하루였다.
술이나 한잔 하고 자려고 했는데 이소희에게 붙들린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든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그럼 각서라도 쓰고 시작합시다.”
“가, 각서요?”
“누굴 바보로 아나. 구두로 약속한 것에 법적 효력은 없지 않소? 그러니까 각서를 받아 공증을 해야지.”
“하…….”
이소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건달 출신이라고 하더니 철저하기 이를 데 없다는 표정이라고 할까.
그녀는 내가 내민 문서에 어쩔 수 없이 사인을 했다.
“그럼 인터뷰 시작합시다.”
이소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지금부터는 여러 가지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상식선에서 대답할 것이다.
다소 민감한 질문에는 당연히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순식간에 레벨 업을 하셨네요. A급 헌터라면 아마도 레벨이 50은 넘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생포까지 한 건가요?”
“운이 좋았죠.”
“네?”
“운이 좋았다고요. 저는 레벨이 30입니다. 그것도 운이 좋아서 달성했지요. 놈은 눈먼 칼에 맞아서 저렇게 된 겁니다.”
“…….”
이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은 녹화가 진행 중이고 그렇기에 표정이 카메라에 다 드러난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녀는 말을 이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거로군요?”
“맞습니다.”
“지금까지 정황으로 보면 SSS급 잠재력을 가진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다소 과장된 것 같은데.”
“과장되었다고요?”
“네, SSS급 잠재력이라면 이보다 더 빨리 성장해야지요.”
“아니요, 지금도 역사적으로 전무한 속도로 성장을 하고 계시는데요?”
“운이 좋아서라니까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이소희는 왠지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손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사실이 그런 것을 어찌합니까? 그렇다고 경찰서 취조처럼 강압적으로 수사할 건 아니잖아요?”
“수사라니요. 그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죠. 제가 어떻게 수사를 하겠어요?”
“그럼 인터뷰는 이만합시다. 오늘의 결론은, 아시죠?”
“그냥…… 운이 좋았다?”
“네! 바로 그겁니다.”
“음……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터뷰도 끝났으니 오세근과 나는 포장마차로 향할 것이다. 더 이상 그들과 마주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녀에게 해 줄 말은 해 주어야 했다.
“아, 그리고요.”
나는 촬영본을 보고 있는 이소희에게 말했다.
그녀가 매우 찝찝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손에 든 각서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어떤 부탁을 할지 걱정되지 않아요?”
제9장. 서버 특화 마을
이소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각서까지 쓰면서 인터뷰를 따냈지만 건달 출신인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무서운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제 몸만 노리지 않으면요. 설마 인신매매를 할 건 아니죠?”
“하하하하!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인신매매를 한다고 그래요? 그럴 일은 없습니다. 나중에 데이트 한번 신청하면 몰라도.”
“그 정도야.”
그녀는 다소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무리 과거에 범죄를 밥 먹듯이 저질렀어도 지금은 손을 다 씻었다. 지하세계는 헌터 출신의 범죄조직이 점거하고 있다.
물론 기회가 온다고 해도 다시 그 길로 들어서고 싶지는 않았다. 내 결심은 확고했고 누나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럼 갑니다.”
“다음에 또 뵙도록 해요.”
이소희는 오늘 각서까지 써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만나자고 한다. 하여간 대단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세근아, 가자!”
“예, 형님.”
나와 오세근은 목욕탕에 들러 대충 세안과 샤워를 한 후에 소주를 마시기로 하였다.
털썩!
나경철이 나가고 나자 이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소파에 주저앉았다.
말이 카페였지 옛날에 운영하던 다방을 개조하여 만든 곳이었다. 그 때문에 다방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우와, 내가 미쳤지.”
“선배, 각서라니요? 저 깡패 놈이 무슨 짓을 할지 알고 그래요?”
“손 씻었다고 하잖아.”
“그 본성이 어디 가요? 그러다가 정말로 새우잡이로 잡혀가는 수가 있습니다. 아니면 일본에 팔려 가든지요.”
“무슨 쌍팔년도 이야기를 하고 그래?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어찌 그렇게 장담을 하시나요?”
이창기는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 역시 격동의 시대를 살아왔었고 건달들이 한때는 대한민국의 지하세계를 잠식했었음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독사 나경철이라고 하면, 이 바닥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지하세계에서 빠져나왔지만 저렇게 힘을 가진 이상 그걸 어떻게 사용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소희는 나경철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선배 몸을 요구하면요?”
“쯧쯧, 너는 그 사상부터 고쳐야 해. 사람도 변하기 마련이거든. 지금은 꽤 건실한 헌터잖아? 데이트 신청을 하면 한 번 정도는 받아 줄 생각이 있다고.”
“와아, 내가 신청할 때에는 단칼에 잘라 버리더니.”
“너?”
이소희는 이창기를 위아래로 쓱 훑었다.
“매력 없어.”
“컥! 팩폭 오지네요.”
“얼른 회사로 돌아가자고. 가서 편집도 하고, 해야 할 일이 많아.”
이소희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경철은 건들거리는 건달이 맞았지만, 그건 자신의 약한 마음을 숨기기 위한 방편으로 보이기도 했다.
원래 저렇게 거친 사람이 속마음은 여린 경우가 많았다. 기자로 생활하면서 그런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아 온 직감이다.
이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어둠이 깊어진 거리는 예전과 같은 화려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몬스터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고 난 이후, 전력이 많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원전이 폭발하고 댐이 무너졌다. 화력발전소도 거의 대부분이 망가져서 제 기능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몬스터 웨이브를 진압한 이후에 발전소들을 가동시키거나 신설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전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 덕분에 거리는 마치 조선 시대 후기로 돌아온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붉은 등이 대로변에 띄엄띄엄 매달려 있고 가게 내부도 촛불이나 등잔으로 밝혀 놓았다. 그에 비하여 높이 솟은 콘크리트 건물들과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웠다. 이것이 이 현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