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4
나 혼자 프리서버 024화
024
제13장. 여신의 눈물
“어떤 문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내가 아직 허접이라는 거지.”
정부에서는 나를 대단하게 평가하는 모양이었지만 종합등급이 F로 나왔다. 잠재력에서 SSS급 초과가 뜨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것만으로 그만한 지원을 정부에서 해 줄 리가 없다.
어디까지나 정부는 국익을 위하여 내린 판단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이 붙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강 중령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요. 아직까지는 나경철 씨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맞아요.”
“내 예상으로는 어떤 조건이 있을 것 같은데?”
“정부의 조건은 하나예요. 나경철 헌터님의 랭크를 한 달 안에 S로 만드는 것이죠.”
“한 달이라고?”
침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역시나 정부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지금 그쪽에서는 사상 초유의 SSS급 잠재력의 헌터를 접한 상황이다. 하지만 종합등급에서 F를 받았으니 오직 잠재력 하나만 믿고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었다.
“조건을 들어주시는 대신에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도 있죠.”
“그게 뭐요.”
“누님분의 연명치료를 지금부터 시작하게 하는 것이죠. 만약 나경철 헌터님이 한 달 안에 S랭크를 달성한다면 충분히 미래에 SSS등급에 이를 거라고 판단하고 소령으로 임관, 모든 혜택을 제공하겠어요.”
“꽤나 타당해 보이는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집 앞에 도착했다.
달칵.
우선은 차에서 내렸다.
“잘 생각해 보고 연락 주세요.”
“그러지.”
그녀가 탄 차량이 저 멀리 사라졌다.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일단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걸까.
강소라 중령은 누나를 무기로 삼았다. 과연 누나의 상태는 지금 어떤지. 혹시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닌지 병원에 들러 보아야 할 것 같았다.
강소라는 국방부로 향하고 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해야 한다.
나경철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흔들어 놓은 것은 대단한 수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누구도 나경철을 이만큼 흔들어 놓지 못했다.
그녀의 부관 오대수 대위가 물었다.
“중령님, 너무 조건이 후한 것 아닙니까?”
“당연히 후하지. 한 사람에게 그런 혜택을 몰아주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이런 조건을 거부할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아.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붙었어.”
“한 달 안에 S급을 달성하는 것 말이로군요.”
“그래.”
“그게 과연 가능하겠습니까?”
오 대위는 물론이고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흔들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사상 그 누구도 F급 헌터가 한 달 내에 S급을 달성한 사례는 없었다. 그건 헌터계 지존으로 불리는 백연하도 마찬가지였다.
강소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는 가능성에 투자하는 거야. 만약 그가 한 달 안에 S랭크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모든 지원은 끊기겠지.”
“꽤 잔인한 처사로군요.”
“당연하지. 정부가 자원봉사단체는 아니거든.”
TN 바이러스 연구는 어차피 진행되어야 하지만, 나경철 한 사람으로 인하여 지연되고 있던 연구에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한 달 안에 S랭크를 달성하여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보험 차원에서라도 막대한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다.
강소라는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에 대변혁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현재까지의 연구가 그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 지금이야 헌터와 몬스터가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곧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
그때가 되면 고위 헌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는 멸망하고 만다. 그 때문에라도 나경철의 존재는 대단히 가치가 있었다.
한국대학교 병원.
집에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곧장 넘어왔다.
여전히 병원은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곳이 병원이었고, 그렇게 죽은 사람들을 위해 장례식장까지 부속으로 딸려 있었다.
누나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그리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 죽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암울했다. 그렇기에 강소라가 건넨 조건은 후하다 못해 과분하다 생각이 될 지경이었다.
아직 주치의가 퇴근하지 않았다고 하니 한번 만나 보아야겠다.
누나에게 들르기 전에 진찰실부터 찾았다.
황성구 교수는 이제 막 퇴근을 하려던 참이었다. 흰 가운이 아닌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아, 안녕하십니까, 보호자분.”
“좀 앉으시죠.”
“아, 예.”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황성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에게는 법조차 무시하는 나의 행동은 공포였을 것이다.
단번에 이빨이 뽑혀 나갔고, 그때 반항이라도 했다면 어찌 됐을지 몰랐다. 그러니 나는 그에게는 달가운 손님이 아니었다.
“표정 좀 펴시죠. 오늘은 난동 부리러 온 것이 아니니까요.”
“후유, 알겠습니다.”
이제야 황성구의 표정이 풀어진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누나의 삶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예? 그건…….”
“솔직히 말해 주세요. 오늘은 얌전히 있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당신의 얼굴을 보니 오금이 저려서 말이지요. 환자분의 상태는…… 한마디로 심각합니다.”
“어느 정도로요?”
“내부 장기가 괴사하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투석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 되었지요. 보호자분의 자금력이 아니었다면 이미 사망했을 겁니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냐니깐!”
황성구는 말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내가 인상을 팍 쓰자 몸을 움츠렸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길어야 한 달입니다.”
“지금 장난하나. 언제는 3개월은 버틸 수 있다면서?”
“죄, 죄송합니다. 병세라는 것이 언제 악화될지 알 수 없는 겁니다. 더욱이 TN 바이러스는 지구에서 발생한 질병이 아닙니다.”
황성구는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여기서 잘못하면 또 맞겠다 싶었던 것이다.
지금의 심정 같아서는 이를 다시 몽땅 뽑아 버리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았다. 누나의 상태가 악화된 것은 주치의의 잘못이 아니었다.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전문적으로 TN 바이러스만 다루는 것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협박은 필요하다.
“이런 씨발, 자꾸 이딴 식으로 하면 곤란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나는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그래도 과한 협박은 좋지 않았다. 황성구의 말대로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괜히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언제 납치되어 인천 앞바다에 처박힐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안에 누나를 옮긴다.”
“예? 옮기다니요?”
“TN 바이러스 연구소로 옮길 거야. 준비하고 있어.”
“TN 바이러스 연구소는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가동이 중단되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왜 자꾸 토를 달아? 처맞고 싶어?”
“아닙니다!”
누나의 생명이 3개월에서 한 달로 줄었다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예전 성질 같았으면 황성구는 살아 있을 수가 없다. 어디 야산에 산 채로 파묻어 버렸던지 드럼통에 시멘트와 함께 채워서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건달도 아니었고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다.
“준비하고 있어.”
“예예, 그리하겠습니다.”
황성구와의 대면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누나를 만나 보러 갈 차례이다.
삑! 삑! 삑!
바이털 체크기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여전히 이곳에 들어오면 견디기가 힘들다.
누나의 상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온몸의 장기가 괴사를 시작하였으니 살아 있는 송장이 따로 없었다.
현대의학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유명을 달리하였을 것이다.
“누나.”
“…….”
누나는 말이 없다.
깊게 잠이 든 것 같았다.
더 이상은 진통제 없이는 깨어 있는 것도 힘들 것이다. 정신을 차려 봤자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것이 뻔했으니 진정제와 진통제를 한꺼번에 맞고 잠이 들어 있었다.
끼이익.
의자를 끌어다가 누나의 곁에 앉았다.
“후유.”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우리 남매는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술에 절어 살아갔고 폭력을 휘두르는 건 예사였다.
그렇게 내가 두들겨 맞을 때면 누나는 온몸을 던져서 대신 맞아 주었다.
누나는 나에게 헌신적이었지만, 나는 도저히 탈선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나는 반항하며 성격이 삐뚤어졌고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어둠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허구한 날 감옥에 들어갔다. 누나는 옥바라지를 하면서도 한 번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된 원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를 지켜 주던 누나는 병들어 버렸고, 이제는 내가 보살펴야 한다.
누나의 손을 쥐어 보았다.
얼마나 살이 빠졌는지 이제는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주치의 말대로 여기서 3개월을 버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였다. 혹시라도 누나의 상태가 좋아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와 보았는데 그건 내 헛된 기대였을 뿐이다.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다.
[대한민국 육군 몬스터 관리부 스카우트 제1 부장 중령 강소라]전화를 걸고 신호음이 몇 번 울리자 강소라가 받았다.
-빨리 연락을 주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나오던 참입니다.
“조건에 응하도록 하지.”
-탁월하신 판단이에요.
“단, 누나는 바로 연구소로 옮겨야겠어.”
-물론이죠. 달리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그쪽에서도 조건을 제시하였듯, 나 역시 조건이 있다.”
***
-어떤 조건인가요?
“누나가 연구소에 있는 동안 생명이 유지될 것. 만약 그사이에 죽는다면 연구소를 폭파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네 목숨도 보장할 수 없다. 또한, 이 일에 관계되어 있는 모든 자들을 죽여 버릴 거야.”
-그렇게 하세요.
“자신 있나?”
-최선을 다하겠지만 일이 잘못된다 한들 어쩌겠어요? 연구소로 데려온 우리들의 잘못도 있으니까요. 그럴 힘이 생기신다면 그렇게 하세요.
“…….”
강소라는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저렇게 말을 할 정도라면 최소한 누나의 목숨은 희망이 있다는 소리였다.
-다만 1년에 한해서예요. 그동안 치료방법을 강구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여 연구를 진행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치료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요. 그동안 강해져서 여신의 눈물이라는 것을 나경철 씨가 구하신다면 모르겠지만요.
“그래, 거래하자.”
-좋아요. 내일 오전 중에 찾아가도록 할게요.
“아침, 아침에 오도록 해.”
-알겠어요.
전화를 끊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렇게 된 이상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도, 군인 헌터를 길드원으로 받아들이는 일도 속행할 것이다. 물론 그리하려면 한 달 안에 S랭크를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는 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실적으로 한 달 안에 S랭크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결론은 ‘YE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