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3
나 혼자 프리서버 023화
023
“드론을 쓴다고?!”
기가 막히는 전략이었다.
몬스터들에게는 현대 화기가 통하지 않는다.
화학무기가 통하지 않으니 쉽게 쓸어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시적인 무기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계식 활이나 화염방사기 등은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헌터 업계에도 과학과 마법의 하이브리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넋 놓고 있지는 않았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였고, 고성능의 하이브리드 무기가 탄생되고 있었다.
하지만 드론을 이용할 생각은 못 했다.
드론을 정찰기로 이용하기는 했지만, 무기로 사용할 생각을 할 줄이야.
“그건 몬스터가 한곳에 모여 있을 때만 사용 가능한 거요. 또 하나. 헌터가 없다는 가정하에 할 수 있는 일이지.”
“그건 그렇겠지.”
헌터 업계에서도 살인이 존재한다.
몬스터로 오인을 하여 살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경우에는 감형이 되지만 그렇다고 드론으로 대량살상을 하려 한다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오세근의 계획은 오직 여기가 서버 특화 필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차피 농업용으로 개발된 드론이 있지 않소? 내가 듣기로 1,000평 정도는 몇 초면 뿌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 거기에 농약이 아니라 기름을 넣고 뿌리면 어떻게 되겠수?”
“불만 지르면 다 타죽겠지.”
“바로 그거요!”
“너 정말 천재다!”
나는 오세근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놈은 더럽다는 듯이 내 손을 피했다.
“마누라 손길이라면 몰라도, 형님 손길은 영…….”
“그래도 약간 맹점이 있는 것 같았다. 전략을 좀 보완해야 하지 않겠냐? 그냥 단순히 머리 위에서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른다고 완벽하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든데.”
“흐흐흐. 물론 계획은 보완해야겠지. 어쨌든 오늘은 이만 가야 하는 것 아니오, 곧 해가 질 텐데.”
“그래야지.”
“그나저나 구덩이에 묻은 오우거 사체는?”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아까워도 인원이 없으니까.”
“빨리 사체처리반을 구성해야겠소. 고급 몬스터가 죽을수록 사체는 값어치가 있는데 말이오.”
계획은 세워졌다.
내일은 오세근의 계획대로 드론을 한 대 사 와서 오우거 마을을 통째로 불태워 버려야겠다. 고위 마법사가 없다고 해도 과학의 힘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마을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
초보자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둑어둑했다.
그래도 초보자 마을은 마법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곳곳에 화려한 라이트 마법구가 걸려 있었다. 예전에 전기가 넘쳐났을 때의 지구를 연상케 하였다.
“형님, 아까부터 어떤 놈들이 계속 미행을 했소.”
“내버려 둬라. 나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한둘이겠냐?”
“그건 그렇소. 헌터로 각성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36을 찍지 않았소. 1차 전직만 완료하면 더 사기적인 헌터가 되겠지.”
어떤 사심도 깃들어 있지 않은 부러움이다.
어떻게 보면 그건 부러움의 감정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감정이라 볼 수 있었다. 순수하게 축하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강해져야 앞으로 만들어질 길드도 힘을 쓸 수 있다.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을 그런 길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대충 오늘 주워 먹은 것들을 정리하고 갈 테니까 너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오늘은 이거 안 하오?”
오세근은 술잔을 쥐고 마시는 모션을 취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오세근이 나로 인하여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만 허구한 날 술만 마셔 대서야, 제수씨의 잔소리 때문에 귀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어제도 한진수와 만나 밤새도록 술을 퍼마셨는데 오늘도 그런다면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나도 살아야지, 인마.”
“형님도 많이 약해지셨소.”
“헐, 약해져? 제수씨에게 그대로 전해 준다?”
“허허허. 뭐 그리 잔인한 소리를 하시오? 가면 될 것 아니야, 가면.”
“내일 일찍 일어나서 드론도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오우거 마을을 공략할지 생각 좀 해 보라고. 길드 창설도 신경을 좀 쓰고.”
“너무 부려먹는 것 아니오?”
“너는 내 오른팔이잖냐.”
“하여간 말이나 못 하면.”
우리는 광장 부근에서 헤어졌다.
나는 후드를 깊이 뒤집어썼다.
그렇지 않아도 굉장히 피로했다. 오세근 앞이라서 말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부러진 갈비뼈도 그렇고 아작이 난 턱 등, 멀쩡한 구석이 없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푹 쉴 것이다. 아무리 포션을 마셔 대도 쉬지 않으면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그 길로 정산을 한 후에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런데 아까부터 우리를 쫓아왔던 차량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차 안에서 거대한 덩치를 가진 남자들과 한 여성이 내려서 걸어왔다.
“무슨 볼일입니까?”
나는 허리춤의 검에 손을 댔다.
허튼수작을 하면 베어 버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도 허리춤에 손을 가져간다.
그들의 허리에는 권총이 채워져 있었다. 아무리 세상이 흉흉해도 권총을 대놓고 가지고 다닐 정도라면 일반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여성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특이하게도 군복을 입고 있었다. 세상이 많이 변해서, 헌터라면 누구라도 입대를 환영하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이었다.
“총 좀 집어넣지?”
“죄송합니다, 중령님.”
“중령이라고?”
자세히 보니 어깨에 무궁화 2개가 달려 있었다.
즉, 그녀의 계급은 중령.
새파랗게 어린 여자가 중령 계급장을 달고 있다니, 말세도 이런 말세가 없다.
“어린 여자가 중령이라. 세상 참.”
“어쩌겠어요? 능력만 있으면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세상인데요. 나경철 씨에게는 그런 야망이 없나요?”
“야망이라…….”
당연히 야망이 있었다.
누구보다도 강한 길드를 만들 것이다.
국가에서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길드를 만들어 권력의 중추에 올라서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강소라에게 할 필요는 없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늘어놓을 필요는 없지.”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이런 파리들이야 언제라도 꼬일 수 있다.
경찰은 물론이고 언론 인사들, 각 길드의 스카우터들까지.
내 주변에는 그런 벌레들이 끊임없이 꼬였고, 저 여자 역시 그중 하나로 보였다. 그러니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나는 국가기관에 속할 생각은 없으니, 썩 꺼지시오. 아작을 내 버리기 전에.”
“건달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그러니 국가기관에 반감을 가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는 좀 더 고귀한 명분을 들고 왔어요.”
“고귀한 명분? 그게 뭔데? 아무리 어리고 예쁜 여자라고 해도 군인은 줘도 먹지 않으니 돌아가지 그래?”
꿈틀.
강소라는 무덤덤했지만, 호위를 하는 경호원들이 인상을 썼다.
“당신을 군대에 입대시킬 수만 있다면 이 하잘것없는 몸뚱어리쯤이야 얼마든지 드릴 수 있죠. 그런데 안 그러실 거잖아요?”
“잘 아네. 그러니 돌아가라고, 쌍욕 나오기 전에. 그렇지 않아도 지금 꽤나 피로하거든? 날카롭다는 말이지.”
“누님분의 치료를 국가에서 도울 수 있어요.”
“……!”
나는 망설였다.
지금도 누나의 연명치료를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오우거 퀘스트를 어찌어찌 수행한다고 해도 다음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도 없었다.
“이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생기셨나요?”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이야기를 들어주지.”
“고마워요.”
나는 자발적으로 차에 올라탔다.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는 냉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나였지만, 누나 문제에 대해서만은 달랐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가 죽을 위기에 처했고,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길드를 성장시켜 권력의 중추에 서겠다는 것은 그다음 목표였다.
그녀가 차 문을 열어 주었다.
매우 안락한 의자에 앉자 허공에 뜬 채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역시 고급 차가 좋기는 하다.
나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후유, 피곤하네. 할 이야기가 뭔데? 내가 내리기 전까지 말하는 것이 좋을 거야.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이 한두 건이 아니라서.”
“알아요. 나경철 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거. 해서, TN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가를 섭외하고 있는 중이죠. 어느 정도 진전이 있기도 하고.”
“설마 나 때문에 국가에서 나섰다고?”
“물론 그전부터 전문가들을 섭외하고는 있었죠. TN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 전염이 될 수도 있다는 보고가 있어서요. 하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아직 하지 않고 있어요. 그보다는 몬스터를 막아내는 것이 더 급했으니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나경철 씨가 군인이 되어 주신다면 국가 차원에서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에요. 그리되면 누님분을 연구소로 모시고 본격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게 되겠죠. 연명치료도 가능해요.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는 요.”
“으음.”
나는 입술을 짓씹었다.
이 여자는 내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나의 역린이 무엇인지 알았으며, 이것이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여기에 강 중령은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늘어놓았다.
“일단 소령으로 임관되실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에 매여 있는 몸은 아니에요. 자유 군인으로서 소집 명령에만 응하시면 돼요. 자잘한 몬스터 처리는 하지 않아도 돼요. 나중에 강해지셨을 때,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 주시는 것이 주 임무예요. 어차피 이 나라가 망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잖아요?”
“…….”
“성과야 당연히 있을 테고, 그때마다 고속 진급을 보장받을 수 있죠. 집도 드려요. 고액 연봉에 수행비서까지 붙여 드릴 수 있어요. 누님분의 병간호는 물론이고 치료비 전액이 국비로 지원되고요. 여기에 또 하나. 길드를 만드신다고 들었어요. 그것도 상관하지 않겠어요. 오히려 고위급 헌터들을 소개시켜 드릴 수도 있죠. 국가에는 이런 식으로 스카우트한 자유 군인들이 많으니까요. 그들에게 당신 이야기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꽤나 구미가 당기지 않겠어요?”
“허어.”
확실히 나를 끌어들이기 위하여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정부의 도움을 받아 거대 길드로 성장하라는 목표까지 제시하였다.
그리하여 나를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야심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거대 군인 길드의 탄생.
정부에서는 군인 길드를 만들어 다른 거대 길드를 찍어 누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참을 생각했다.
확실하게 좋은 조건이었고 그녀의 말에 따른다면 지금껏 보지 못하였던 초대형 길드가 탄생할 수도 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다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