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0
나 혼자 프리서버 030화
030
사각사각, 사각사각.
우리는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곳은 일명 오우거의 숲(Ogre Forest)이다.
오우거 출몰지였는데 놈들은 한 개체씩, 혹은 떼로 몰려다니기도 했다. 한 마리라면 모르겠지만 오우거 떼에게 포위된다면 길드 창설 하루 만에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었다. 그 부분을 분명하게 숙지하였고 우리는 오우거를 발견하는 즉시 빙 돌아가거나, 몸을 숨기며 움직이기를 반복하였다.
“후욱! 후욱!”
초긴장을 하였기 때문인지 다들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사실 긴장이 되는 것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에서야 호기롭게 한번 와 볼 법도 하겠지만 여기서는 아니었다. 잘못하면 몰살을 당할 위험이 있었기에 최대한 몸을 사려야 하는 것이다.
쿵쿵! 쿵쿵!
땅이 울리는 소리에 퍼뜩 오세근이 몸을 바짝 낮추었다.
“형님! 전방에 오우거 다섯 마리가 있소.”
“계곡 능선으로 몸을 숨긴다.”
파바밧!
길드원들은 빠른 속도로 흩어졌다.
보고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이나 민첩했는데, 이것은 왕년에 몸을 하도 써서 반사신경이 뛰어나게 된 것이라 보아야 했다.
여기에 버프를 걸어 둔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물론 그건 일반인의 기준에서였고 내가 보기에는 미흡했다.
‘이들을 빠르게 발전시켜야만 해.’
쿵쿵! 쿵쿵!
오우거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더욱 몸을 바짝 엎드렸다. 여기서 오우거에게 발각되면 도망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놈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쿵쿵쿵!…….
“갔습니다.”
“푸하! 심장 터지는 줄 알았네.”
“긴장감이 대단합니다, 성님.”
“뭐, 그렇지. 조직항쟁보다 더 두려운 것이 바로 사냥이거든. 특히나 우리보다 레벨이 한참이나 높은 오우거를 상대하려면 조심해야 하지.”
다시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지에 오우거 마을이 보였다.
놈들은 산속에 숨지 않고 당당하게 숲에서 내려다보이는 분지에 마을을 지었는데, 이건 자신들 이외에는 누구도 포식자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유저들이 넘쳐나는 프리서버였다면 당장에 오우거 마을부터 정벌하고 봤을 것이다.
“워매, 숫자가 엄청나오.”
전라도 망치가 긴장감을 내비쳤다.
놈의 말대로 오우거의 숫자는 수십이 넘었다. 거의 백 단위는 되어 보인다.
프리서버를 적용하고 있는 우리가 오우거 100마리 정도를 해치워 버리면 어찌 될까. 모르긴 몰라도 광업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원래 빠른 발전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었다.
실패하면 모조리 죽는다. 그 정도는 각오를 해야 했다.
“각자 할 일은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성님.”
“위치로 가고 화염방사기와 발리스타 설치해라. 오우거 마을이 몰살되면 놈들도 도망칠 거다. 그놈들을 겨누어서 죽이면 된다. 만약 숲 너머로 도망가는 오우거들이 있다면 그냥 두도록 하고. 너희들의 힘으로는 오우거에게 한 대 맞으면 즉사다. 나도 이번에 사냥을 하다가 뒈질 뻔했거든.”
“걱정 붙들어 매쇼.”
“자, 그럼 출발해!”
파바바밧!
길드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오세근은 그들의 몸놀림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역시 잘 데려온 것 같소.”
“헌터는 아니지만 쓸 만해. 다들 왕년에 날리던 놈들이라서 그런지 말이야.”
“게다가 세상이 바뀌었으니 얼마나 운동을 했겠소? 그러니 저렇게 강해진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
곳곳에서 발리스타와 화염방사기가 설치되고 있었다.
그럼 우리도 슬슬 준비를 해야 한다.
“드론은?”
“여기 있소. 농업용 드론인데 휘발유는 잔뜩 넣어 두었소.”
원래 농업용 드론은 수천 평의 논에 농약을 살포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그러니 허공에 휘발유를 분사하자마자 불을 질러 버리면 오우거 마을 전체가 불타오를 것이다.
“실패하면 알지?”
“그럼 전부 도주하라고 이야기를 해 두었소. 하지만 정말로 실패하는 경우가 생기면 거의 몰살을 당한다고 봐야지.”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끔 해야겠지.”
오세근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위이이이잉!
드론이 날아올랐다.
오세근은 능숙하게 조종을 하였다. 딸들과 함께 다진 실력이라고 한다. 그때는 이렇듯 목숨을 걸고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였겠지만.
“살포하겠소.”
“해.”
휘이이이잉!
단숨에 휘발유가 살포된다.
휘발유 입자들이 이슬비처럼 곱게 뿌려지는 것이 보인다. 드론은 몇 번을 선회하며 휘발유를 뿌렸고, 오우거 마을에는 온통 휘발유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발사해라!”
화아아악!
그대로 화염 발사기가 방출되었다.
화르르륵!
순식간에 오우거 마을 전체가 불타올랐다.
수십 명의 병사들을 동원해도 이렇게까지 쉽게 화공계를 사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현대과학이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꾸에에엑!”
“꾸와와와왁!”
괴상한 소리를 내며 오우거들이 뛰쳐나왔다.
여기저기서 발리스타가 발사된다.
화염이 지속되자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많은 알람이 울려 퍼졌다.
“헉!”
여기에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 주는 문구까지 떠올랐다.
***
띠링!
[경험치 800이 올랐습니다!] [경험치 800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플레이어 #12001님의 경험치 156이 올랐습니다!] [플레이어 #12001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플레이어 #12001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플레이어 #12002님의 경험치 156이 올랐습니다!] [플레이어 #12002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플레이어 #12002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류! 길드원 플레이어 #12001님의 직업 특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오류! 길드원 플레이어 #12002님의 직업 특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오류! 길드원 플레이어 #12003님의 직업 특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오류 정상화를 위하여 플레이어 #12001님의 강제 직업 부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Y/N] [오류 정상화를 위하여 플레이어 #12002님의 강제 직업 부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Y/N]그야말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끊임없이 눈앞에서 창이 떠올랐고 레벨 업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무려 오우거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렸다. 나 역시 레벨이 3개나 올랐고 곧 있으면 LV. 40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에 길드원 모두가 레벨 10을 달성하였다.
그러자 오류가 떴다며 강제로 직업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 보았다. 섣불리 뭔가를 판단하기보다는 충분히 숙고한 후에 움직여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숙고라고 해 봤자 고작 몇 분이었지만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시스템은 길드원을 전부 플레이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초기에 어떤 직업도 선택을 하지 않았으니 오류가 난 것이었고 강제로 직업을 부여하겠다는 거다.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
“허얼, 형님! 이건 어찌해야 합니까?”
“성님! 이거 강제 각성 아니오?!”
“말도 안 돼.”
레벨이 낮을 때에는 몰랐지만,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니 직업 조합 보너스라는 것이 생겼다. 이걸 시스템에 적용하려고 하니 오류라고 인식하고 바로잡으려 한다. 즉, 일반인을 강제 각성시키는 시스템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길드원을 강제 각성시키는 것이었고, 아마도 각성을 시킨다고 해도 히든 직업은 선택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었다.
생각이 정리되자 ‘Y’를 눌렀다.
“모두 Y를 눌러라.”
파아아아앙!
“크윽!”
엄청난 빛이 터지면서 각성에 성공하였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야말로 직업 부여는 랜덤이었다. 선택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뜻이다.
[플레이어 #12001님에게 ‘기사’ 직업을 부여합니다.] [플레이어 #12002님에게 ‘마법사’ 직업을 부여합니다.] [플레이어 #12003님에게 ‘도둑’ 직업을 부여합니다.]…….
“허어, 대체 이게 뭐지?”
“내가 기사로 각성을 했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이것으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길드원이라면 내가 강제로 각성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길드원이 아닌 자들이라면 몰라도, 길드원과 파티를 맺고 사냥하면 쩔 경험치로 레벨 10을 달성하여 시스템 오류를 이용, 강제로 각성이 가능했다.
어떤 스킬보다도 사기적이었다.
지금 길드원 최대 숫자는 12명이었고 더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길드 자체가 성장하게 된다면 길드원의 수가 늘어날 수도 있고, 어떤 아이템을 착용하느냐에 따라서 길드원의 수를 늘릴 수 있었다.
기왕이면 고위급 헌터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지만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버 특화 마을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 상승 물약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길드원들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너희들은 각성했다.”
“그게 정말이오?!”
“우리가 각성을 했다니! 그럼 노블레스로 올라갈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길드를 탈퇴하면 각성의 효과는 사라질 거다. 시스템 오류로 인하여 각성한 것이니까.”
“우리는 형님의 수족이오. 탈퇴 따위를 할 이유가 없지.”
“당연하오!”
길드원들은 강렬한 의지를 드러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와 함께하겠다고 맹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길드원들은 내 뒤통수를 칠 수 없게 된다. 뒤통수를 치는 순간 제명될 것이고 힘을 잃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길드가 성장한다면…….’
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길드 자체가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아 권력 기반이 탄탄해지게 될 테니 길드원은 내 말을 결코 거절할 수 없다. 길드 자체가 내 수족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오우거들은 지금도 불에 타 죽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죽고 있었기에 경험치와 함께 레벨이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떨어져 있는 아이템이나 줍고 돌아가자.”
“오우거 가죽들은 어쩌고요?”
“어차피 다 타 버려 쓰지도 못해. 파묻어 두었던 오우거도 사체를 분해하는 것보다 너희들이 사냥해서 돈을 버는 것이 낫지 않겠냐?”
“우리도 사냥할 수 있다는 겁니까?”
“안 될 이유야 없지. 다들 대충 무장은 갖추고 있잖아? 최하급 몬스터부터 사냥을 하고 차츰차츰 아이템을 갖추도록 한다. 지금 오우거에서 나온 자금은 정확하게 분배하도록 한다.”
“형님께서 반을 가지시죠.”
“그럴 수는 없지.”
“아닙니다. 형님께서 반을 가지셔야 합니다.”
한진수가 굳건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내가 없었다면 사냥 자체가 불가능하였으니 앞으로도 자신들이 사냥하는 몫의 반을 내가 가졌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