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51
나 혼자 프리서버 051화
051
종각역 앞.
아직 자정이 되지 않은 시각이어서인지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거대한 화면에서는 내가 오늘 발록을 잡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누나는 나를 바라봤다.
“저거, 너 아니야?”
“맞아.”
“네가 발록을 잡았다고?”
“그렇게 됐어.”
누나는 내가 대단한 헌터가 되었다는 사실을 쉽게 믿을 수가 없는 것 같았다. 하기야 나라도 그럴 것이다.
한 달도 되지 않아 발록을 잡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종각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영웅 나경철이다!”
“와아아아!”
제28장. 계획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이런 인기는 처음 겪어 보는 것이었다. 평범한 시체처리부였던 내가 언제 이런 인기를 누려 봤어야지 말이다.
기자들이 몰려온 것이나,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나 이해되지 않는 일투성이였다.
고위 헌터들의 인기가 웬만한 연예인을 능가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고위 헌터들을 동경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고위 헌터로 들어가는 입장에 서다 보니 그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여자들이 달려와 종이를 내밀었다.
“사인 좀 부탁드립니다!”
“저도 부탁드릴게요!”
“펜이 없는데요.”
“펜은 여기 있어요!”
나는 얼떨결에 펜을 쥐었다.
여자들은 꺅꺅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만큼이나 내 인기가 치솟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촤르륵!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백연하가 걸어온다.
더러운 성격의 마녀라고 소문이 나 있는 백연하였다. 게다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녀를 잘못 건들면 죽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여자들도 물러섰다.
“아직 적응이 안 된 것 같네요.”
“이런 일이 처음인지라.”
“적당히 쳐내지 않으면 활동이 힘들어져요. 팬들이 생기겠지만 그냥 무시하는 것이 좋아요.”
백연하는 서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기분이 나쁜 것이 틀림없었다.
누나는 백연하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인기가 많아지면 골치가 아픈 법이죠.”
“누구세요?”
“나경철의 누나 나은수라고 해요.”
“그렇군요! 미래의 올케 되시는 분이로군요.”
“…….”
도대체 백연하가 나에게 이렇게까지 꽂힌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발언은 꽤나 위험하기까지 했다. 괜히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그럼 자리부터 옮기고…….”
웅성웅성.
이미 늦었다.
백연하는 나에게 고백을 했었고, 그런 소문은 언론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게다가 이곳에서 내가 예비 남편이라고까지 밝히고 있는 것이다.
“어이, 좀 위험한 발언인데? 나는 너와 이어질 생각이 전혀 없거든.”
“시크한 남자가 매력 있는 법이죠.”
백연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영혼 없는 얼굴이 웃고 있으니 와락 소름이 끼친다. 도대체 백연하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이해 불가다.
백연하가 앞장섰다.
“함께 가시죠. 레스토랑을 예약해 두었으니까.”
“그럽시다.”
우리는 백연하가 예약해 두었다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대한그룹에서 운영하는 대한호텔의 스카이라운지.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지배인이 달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미래의 남편을 데리고 왔으니까 알아서 모시도록 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제야 그녀가 재벌집 딸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런 대단한 레스토랑의 지배인이 굽실거릴 지경이었으니까. 호텔 입구에서는 대한호텔의 총지배인이 달려와서 굽실거렸었다.
괜한 위압감이 들었지만, 나는 어깨를 폈다.
지금이야 내가 백연하보다 못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얼마 안 되어 능가하게 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줄줄이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백연하는 포크를 들었다.
“이야기는 일단 먹고 하도록 할까요?”
“그러지.”
“잘 먹을게요.”
누나 역시 포크를 들었다.
지금까지 누워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되나 싶었지만, 그건 내 지나친 기우였다.
누나는 빠르게 접시를 비워 가고 있었다.
‘잘 먹네.’
마치 지금까지 못 먹었던 영양분을 흡수하기라도 하듯이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였다.
잘 먹는 것은 백연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보니 코스 요리가 일 인당 3인분이었다.
접시가 빠르게 쌓여 간다.
우리는 장장 한 시간 가까이 식사에만 집중하였다. 간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었더니 입이 호강한 것 같다.
백연하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그래서, 할 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누나도 냅킨을 들어 입을 닦았다.
“성수를 구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감사해요.”
“별일 아니에요.”
“굉장히 비싼 성수로 보이던데…….”
“미래의 남편에게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거죠. 레이터 길드 창고에서 굴러다니던 것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고마우시면 앞으로 저희를 팍팍 밀어주세요.”
“내 의견은 안 중요하냐?”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두 여자가 아주 나를 가지고 놀기로 작정을 한 것 같았다. 이렇게 짝짜꿍이 잘 맞을 줄이야.
“경철이가 그렇게 마음에 드시나요?”
“네.”
“괴롭히고 싶다고 할까. 침대에 묶어 두고 괴롭혔으면 좋겠어요.”
“…….”
그녀의 성향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물론 나는 그녀의 장난감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묶기는 누굴 묶는다고?!”
“그럼 당신이 저를 묶든지요.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하아, 말을 말자.”
나는 손을 내저었다.
이건 분명히 왜곡된 사랑이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 디저트가 나왔다.
본식이 3인분이었으니 디저트도 일 인당 3인분이었다.
여자들은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디저트를 먹어 치우기 시작하였다. 대단한 먹성이었다.
아이스크림을 싹싹 긁어먹은 백연하가 나를 바라봤다.
“앞으로 보스 레이드를 하는 것이 어떤가요?”
“보스 레이드라고?”
“오늘 발록을 잡은 실력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아요. 금역을 휩쓸고 다니는 거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아직 나는 보스 레이드를 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문득 공성전에 관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서버 특화 영지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다. 그곳의 영주가 된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어마어마하다.
그렇다고 해도 몇 되지 않은 경비병이 문제인데, 백연하를 배치한다면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백연하는 아직 믿음이 가지 않는다.
‘성수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내어 주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영 믿음이 가지 않아.’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고마운 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백연하를 믿어도 될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판단하기 어려웠다.
‘어차피 내가 함께 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 오픈을 해도 되려나. 백연하와 강 중령이 상당한 전력임은 확실했다.’
나는 아직도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앞으로 유리하게 길드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백연하는 고급 전력이다. 그냥 썩히기에는 아깝다.
“백연하, 잘 들어.”
“경청하죠.”
“나와 길드원만이 이용할 수 있는 길드 특화 영지가 있어. 다른 사람은 들어올 수 없는 성역과 같은 곳이지. 그곳의 영지를 점령하도록 하자.”
“오호, 그런 비밀이 있었군요.”
“어차피 길드에 가입했으니 기밀은 지킬 수 있겠지?”
“당연하죠.”
백연하는 예의 나를 관통할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영혼이 꿰뚫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느낌 때문에 백연하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솔직담백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저리 재는 인간보다 원하는 것을 말하고 할 말은 대놓고 앞에서 하는 것이 장점이라 말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백연하는 한번 내뱉은 말은 지키지 않을까 싶다.
“약속은 지켜요.”
“그래, 그럼 이만 일어나도록 할까?”
백연하와 헤어지고 누나와 나는 집으로 향했다.
얼마 전에 한 번 치우기는 했지만, 집 안은 다시 더러워져 있었다.
누나가 폭풍 잔소리를 쏟아낸다.
“이게 돼지우리야, 인간이 사는 집이야?”
“남자 혼자 사는데, 이 정도면 깔끔하지.”
“깔끔? 깔끔이라는 단어를 여기에도 사용하는구나. 차라리 쓰레기장에서 잠을 자지 그러니?”
누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바깥일만으로도 바쁜데 집 청소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던 것이다.
“뭐 하고 있어? 빨리 안 치워?”
“그래야 하나?”
“죽고 싶냐? 간만에 먼지 나도록 털려 봐야 정신을 차리지?”
“크윽.”
나는 어쩔 수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하는 변명이지만, 누나가 이렇게 갑자기 멀쩡해질 줄 알았다면 집 안 청소는 미리 해 두었을 것이다.
대사제의 축복이라는 성수가 이렇게까지 큰 힘을 쓸 줄이야.
지금 누나를 보면 건강함 그 자체였다. 아팠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멀쩡하게 행동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버린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싶었다.
누나는 반드시 완치되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
달그락달그락.
주방이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웬만한 그릇들은 버려야 했다. 곰팡이가 슬어서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의 새벽이 되어서야 집 청소가 끝났다.
이쯤 되자 슬슬 누나의 상태가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성수의 힘으로 괜찮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리를 해도 되나 싶었던 것이다.
나는 누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뭘 쳐다봐?”
“신기해서 그렇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힘이 넘쳐흐르는 기분이야. 잠 따위는 자지 않아도 될 만큼 말이야.”
“그러다 갑자기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러니까 이제 좀 쉬는 것이…….”
“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누나는 가자미눈을 뜨며 핀잔을 주었다.
내가 봐도 조금 심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남자 사는 곳이 다 그렇지 않겠나. 깨끗하게 해 놓고 사는 총각은 그리 많지 않다.
슬슬 설거지도 끝났고, 우리는 차를 끓였다.
마주 앉아서 미래를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나는 누나를 헌터로 만들 작정이었다.
지금까지 앓아누워 있던 사람이 과연 강제 각성이 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그렇게 강제 각성을 하면 누나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누나 혹시 프리서버라고 알아?”
“불법 사설 서버?”
“그래.”
“잘 알고 있지. 행여 운영할 생각하지 마. 그러다가 골로 가니까.”
“내가 운영한다는 것은 아니고, 각성을 했는데 프리서버 시스템을 적용받았어.”
“……!”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누나도 내가 장난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프리서버 배율……?”
“그래, 동생들이 각성한 것도 다 시스템 오류 때문이지. 길드가 성장해서 누나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어. 즉, 누나를 각성시킬 수 있다는 뜻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