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50
나 혼자 프리서버 050화
050
사실 그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내가 발록을 막지 못하였다면 인천공항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지도 모른다. 족히 수천 명은 사망하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영웅이라고 불리는 것은 맞았다.
“그럼 SS급 랭크에 오르신 건가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운이 좋았다고 봐야지요.”
“운이라니요? 이건 결코 운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요? 발록은 그야말로 찌그러져서 죽었습니다만?”
나는 진땀을 흘렸다.
아무래도 인터뷰 체질은 아닌 것 같았다.
그때 모세의 기적처럼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한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순백의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었으며 등에는 거대한 대검을 메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물론 나는 상당히 꺼리는 존재이기는 했지만.
“지존이 오셨다!”
백연하는 내 앞에 와 섰다.
“곤란하신 것 같군요.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을 테니.”
“그건 그렇다만?”
“함께 가시죠.”
“잠시만요!”
한 기자가 백연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봤다. 그야말로 살벌한 눈빛이다. 기자는 움찔하며 물러난다.
“아, 아닙니다.”
저벅저벅.
나는 백연하의 도움을 받아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공항에서 나왔을 때는 강소라 중령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내가 알고 있는 미인들은 다 모였다고 할까. 물론 여기에는 이소희 기자가 빠져있기는 했다.
강소라가 말했다.
“SS급 랭크에 오르신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기적과 같은 힘을 발휘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와 비슷한 원리라고 보시면 되죠.”
“말도 안 돼.”
이번에는 백연하가 물었다.
그녀는 내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니 레이터 길드를 정리하는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달려온 것이다.
지존길드에 가입하기 위하여 레이터 길드까지 박살을 내 버린 여자였다. 보통의 여자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대답은 ‘NO’이다.
어떤 여자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생각은 좀 해 보셨나요?”
“어떤 생각을 말하는 건지?”
백연하가 나를 바라봤다.
여기서 거절을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백연하는 화가 폭발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지금 그녀는 한국의 지존이었다. 건드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어쩌다가 내 팔자가 이렇게 되었지?’
백연하가 입을 열었다.
“저를 지존길드로 받아 주시죠?”
***
그녀의 말이 반쯤 협박으로 들렸다.
내가 연변으로 떠나기 전부터 그녀가 원하는 것은 지존길드의 가입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나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웬만하면 거절하겠는데 레이터 길드까지 박살 내고 왔으니 할 말이 없었다. 더욱이 그녀는 대한그룹의 외동딸이었으며 대한민국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 분노를 감당할 수는 없다.
“조건이 있다.”
“어떤 조건인가요?”
백연하는 눈을 반짝였다.
여기서 내가 거절을 했다면 꽤나 골치가 아파졌을 것이다. 주변에 마나가 넘실거리는 것을 보니 깽판을 쳐도 제대로 치지 않았을까 싶다.
“2군으로 온다면 생각해 보도록 하지.”
“2군이라고요?”
백연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입꼬리까지 뒤트는 것을 보니 뭔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이다. 이러니 더 무섭다. 괜히 백연하가 마녀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니까. 강소라 중령과 함께 2군으로 온다면 받아 주도록 하지.”
“좋아요.”
“좋다고?”
“저를 믿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드려야죠.”
“그, 그래.”
백연하는 품에서 밝게 빛나는 뭔가를 꺼냈다.
한눈에 보아도 고급 성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신성력을 내뿜는 것을 보면 이름이 있는 성수가 아닐까.
백연하가 말했다.
“누나가 아프다면서요.”
“그걸 네가 어떻게?”
“조사를 했었죠. 레이터 길드에서 오랫동안 계셨잖아요?”
백연하는 쿨하게 돌아섰다.
나는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를 그냥 골칫덩어리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지존이고 보스 레이드 경험도 많을 것이다.
내가 게임에서 레이드를 배웠다면, 그녀는 실제로 레이드 경험을 쌓았을 것이니 결과적으로는 그녀가 손해 보는 장사였다.
게다가 고급 성수라니?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백연하가 마녀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
원래의 예정대로라면 동생들과 포장마차에서 회포를 풀어야 한다.
파워드 킬 주문을 얻은 것이나, 비밀상점을 열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하지만 나는 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누나가 위독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내가 건달 노릇을 하던 시절에도 동생들을 잘 챙겨 주었던 누나가 아니던가.
모두와 헤어진 후에 연구소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나는 성수를 물끄러미 보았다.
“도대체 이게 뭐지?”
분명히 고급 성수인 것은 맞는데, 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
요즘에는 SNS가 극도로 발달해 있으니 이걸 찍어서 헌터 커뮤니티에 올리면 무엇인지 금방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찰칵!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 카페에 업로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띠링!
댓글이 작성되었습니다!
“허어.”
이 정도로 대단한 물건일 줄이야.
백연하가 재벌집 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누나가 아프다고 수천만 젠이나 하는 물건을 이렇게 선뜻 내줘도 되는 걸까.
아마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지금 나는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할 판이었다. 국립연구소에서는 누나의 생명을 1년 연장시켜 주겠다고 말했지만, 과연 그 말을 신뢰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그러니까 백연하가 준 성수는 누나에게 필히 복용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수를 꽉 움켜쥐었다.
“도대체 그녀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뭐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을 원하든 상관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물건이니 누나의 삶을 연장시키는 데 사용할 것이다.
국립 TN 바이러스 연구소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최근 들어서 다시 가동되기 시작하였고, 그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었다.
근시일 내에 국가급 헌터가 탄생할 것을 예감한 정부에서는 충분히 나에게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입구에서부터 위병들이 가로막는다.
“신분 확인을 하겠습니다.”
“나경철입니다. 신분증은 있는데 출입증은 없습니다.”
척!
위병들은 거수경례를 했다.
“몰라뵀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웬 경례까지. 아직 군인 헌터도 아닌데.”
“곧 소령이 되실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오늘 영상 잘 보았습니다. 발록을 죽이시다니……. 상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들어가십시오!”
가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검문이 있었다.
하지만 내 얼굴이 곧 신분증이었다. 워낙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기에 나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연구소 앞에 도착하자 한 중년의 남자가 달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TN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 박상철입니다.”
“나경철입니다.”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연락을 하셨다면 미리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요.”
“면회 가능합니까?”
“가능은 합니다만, 누님분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계십니다.”
“이거면 깨어날 수 있겠죠?”
“이, 이건?!”
박상철은 성수에 대해 매일같이 연구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신비한 힘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 애썼고 어느 정도 진전이 있기도 하였다. 그런 박상철이 대사제의 축복에 대해 몰랐을 리가 없다.
“이런 고가의 물건을 어떻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나에게 투약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성수는 주사기를 통하여 투입되었다.
그것이 누나의 혈관을 따라 퍼져 나갔고 곧 온몸에서 찬란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대사제의 축복은 고가의 물건이다.
아직까지는 돈이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 가격은 수천 젠에 달했다.
그 돈을 단시일에 모은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했다.
그런 성수가 누나의 몸에 흘러 들어가자 앙상했던 팔에서 살이 붙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기적적인 일이었다.
온몸에서 활력이 샘솟는 듯하더니 얼굴빛까지 밝아졌다. 순식간에 병에 걸리기 직전의 모습으로 회복한 것이다.
물론 겉모습이 그렇다는 것이지 병이 완치된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대사제의 축복은 누나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수단이었다.
“으음…….”
누나가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깨어난다.
박상철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성수에 관해 연구하고 있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이렇게 순식간에 회복되었다는 것이 신기하였던 것이다.
“정신이 드시나요?”
박상철은 누나의 기본적인 바이털을 체크했다.
혈압과 혈당 등을 확인하더니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맥박도 정상이고 혈압도 정상입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라면 잠깐 외출을 해도 될 것 같은데요.”
“……!”
놀라운 일이었다.
누나가 나를 바라봤다.
“경철아, 어떻게 된 거야?”
“나 헌터가 됐다고 했잖아? 그냥 좀 비싼 성수를 먹였어.”
“돈 주고 샀다고?”
“그건 아니고, 누가 줬어.”
“누가? 이 정도 성수라면 엄청난 고가일 텐데…….”
누나 역시 원래의 성격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지금 당장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와야겠지만 말이다.
“백연하라고 알지?”
“한국 헌터계 지존 아니야?”
“그래, 그 백연하가 우리 길드에 들어왔어. 그리고 선물로 주더라.”
“엄청나게 비쌀 건데…….”
“상관없어.”
“함께 가도록 하자.”
“뭐라고?”
“동물들도 은혜를 입으면 보은을 하는데, 인간이 되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지금 누나의 상태를 보니 최소한 한 달 정도는 같이 다녀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야말로 쌩쌩했던 것이다.
‘만약 누나가 헌터로 각성을 하면 어찌 되려나?’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누가의 병이 그런 식으로 치료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나는 희망을 가졌다.
“뭐 하고 있어? 앞장서지 않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간만에 맞아 볼까?”
지금까지 누나는 누워만 있었기에 기력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으로 인하여 내가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에 박혀 있었다.
그렇기에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기억 속의 누나는 살벌한 성격이었다. 백연하만큼은 아니었지만, 건달 동생들과 어울려서 술을 마실 만큼 괄괄하기도 하였다.
갑자기 누나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빨리 앞장 안 서?”
“아, 알겠어.”
우리는 연구소를 나와 정부에서 제공하는 차량에 올라탔다.
바로 백연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호, 어쩐 일이시죠? 당신이 저에게 전화를 다 주시고.
“잠시 만나도록 하지.”
-어디에서요? 호텔에서요?
“누나와 함께 갈 테니까 종각역 앞으로 오도록 해.”
-그러죠.
누나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함께 호텔에 가고 그러는 사이니?”
“그럴 리가 있나.”
“그럼 대체 뭐야? 호텔에서 만나자고 했잖아?”
“백연하 성격이 좀…….”
“백연하가 들이대고 있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저히 백연하의 존재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았다.
백연하가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