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71
나 혼자 프리서버 071화
071
그녀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싸늘하게 한다.
말 그대로 새로운 땅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어서다. 초보 존에 용이 등장하거나 대악마가 나타나면 우리는 다 죽을 수밖에 없다.
게임에서야 부활하면 되지만 이곳에서는 아니지 않은가.
그제야 길드원들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겠는데?”
“그렇지?”
“하아, 흑마법을 쓰면 되잖아?”
“흑마법이라고?”
“패밀리어 마법을 사용하면 그 안쪽 상황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지 않겠어?”
“역시 백연하다!”
길드원들은 그녀를 치켜세웠다.
백연하는 나를 대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차가운 눈빛으로 길드원들을 응시하였다. 뭐 이런 바보들이 있냐는 듯이 말이다.
백연하의 말이 맞았다.
하급 흑마법이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패밀리어 정도는 1장에 수록된 흑마법이었으므로 작은 동물을 들여보내서 상황을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건 백연하에게 맡긴다.”
“제가 해요?”
“이 멍청이들은 믿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저는 믿으시나요?”
“내가 누굴 믿겠어?”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백연하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뭔가 잘못 말한 걸까?
“험험!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고!”
나는 백연하의 눈빛에 부담을 느끼며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나경철이 사라진 자리.
백연하는 바로 실험을 하고 싶었는지 흑마법서를 구입하기로 했다.
“마법 상점에 갈 사람?”
모든 길드원들이 손을 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그 땅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나경철은 지도를 하나 내어 주었다. 새롭게 나타난 경험치 던전은 사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조금 있으면 어두워질 테지만 영지에서 가까운 곳이 초보 존인 데다 백연하가 함께 가면 그리 위험할 것 같지는 않았다.
백연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마법 상점을 찾았다.
모처럼 만에 마법 상점은 호황을 맞았다.
“무엇을 찾으시나요?”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여직원이 나타났다.
백연하는 짧게 말했다.
“흑마법서.”
“어떤 계열로……?”
“패밀리어 마법을 사용할 거니까 저 서클 마법으로 보여 줘 봐. 고서클 마법은 아직 익히기가 그러니까.”
“여기 있어요.”
한쪽에 떡하니 흑마법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현실에서는 흑마법사들이 배척을 받는다. 워낙에 범죄에 악용이 될 소지가 커서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게임 속에서는 흑마법사들이 오히려 대우를 받는 세상이었다. 차별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다만 금지된 스킬들이 몇 가지 존재하였는데 오히려 그런 스킬에는 ‘히든’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그녀는 책 하나를 집어 들었다.
[스킬 북: 패밀리어]“흑마법을 이렇게 간단하게…….”
오세근은 이런 허술함에 혀를 내둘렀다.
망자를 불러내는 마법이나 강령술, 그밖에 악마 소환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하나같이 밖으로 유출되면 피바람을 일으킬 만한 것들이었다.
백연하는 어둠 속에서 흑마법서를 태웠다.
“됐다.”
“흑마법을 배웠다고?”
“자, 그럼 새로운 던전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할까?”
***
나는 여관방에서 롬멜 경과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롬멜이라면 군 생활을 오래 하기도 하였고 전략에도 일가견이 있을 것이니 틀림없이 좋은 전략을 제시해 줄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그 전에 먼저 야인 토벌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인들은 출몰하지 않았었기에 맵이 열린 사실을 롬멜이 알까 해서였다.
당연히 게임에서는 업데이트가 되는 즉시 NPC들이 인지할 것이었지만 여기서는 아니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뭐라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영주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영지 동북부에서 꽤 중대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중대한 일이라니?”
“웬 야인들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납치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일이라면 진즉에 이야기하지 그랬나?”
“방금 들은 소식입니다.”
“야인들이라…….”
‘이런 식이었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떻게 야인들에 관해 설명해야 하나 싶었는데 저들이 알아서 설치는 중이었다. 아직 마을까지 불타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그대로 두면 곧 행동에 옮길 것이다.
여긴 게임이 아니니 한시가 급한 일이기도 하였다.
분명히 새로운 땅이 열리면서 그곳에서 야인들이 내려왔을 것이다.
다 알고 있었지만 나는 모르는 척 말했다.
“그런 자들이 있다면 토벌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이게 단순한 납치사건인지, 아니면 토벌대를 파견해야 할 정도의 사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하나 빵 터져 주어야 하는데 아직 잠잠하다.
“만약 그곳을 토벌한다면 어떤 전략을 써야겠나?”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곳의 지형을 모르니까요.”
“역시 그런가.”
실망하지는 않았다.
롬멜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말했을 뿐이다.
“영주님!”
여관 문이 열리고 맥스가 달려왔다.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기까지 쉬지 않고 뛰어온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야? 진정하고 말해.”
“야인들이 나타나 마을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민들은?”
“모조리 납치되었습니다!”
쾅!
나는 거칠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이것은 기회였다.
마을이야 새로 건설을 하면 되는 일이고, 영민들은 구출하면 된다. 나에게는 바로 군대를 소집할 수 있는 명분이 되니 야인들이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당장 군사회의를 소집해!”
군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가신들까지 소집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크족 토벌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야인들이 설치고 있는 것이었다.
맥스가 상황을 설명했다.
“척후병의 보고에 의하면 대략 5천 명 정도의 야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진까지 쳤다고?”
“아무래도 영지를 칠 모양입니다.”
“허어.”
나는 기가 차지도 않는다는 듯이 웃었다.
아무리 야인들이 잘났어도 판도라 영지를 직접 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건 하나의 이벤트라는 소리였다.
“그들이 진군하기 전에 쳐야 합니다!”
“당장 군대를 파견해야 합니다!”
기사들이 한목소리로 성토하였다.
비록 오크족 토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때에는 그저 일방적으로 몰아친 것이었으니 체력적으로는 여유가 있었다.
거기에다 젠도 꽤 많이 벌어 왔으니 재정적으로도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야인들의 마을을 털어 재화를 분배한다면 병사들도 기꺼이 따를 것이다.
촤악!
나는 지도를 펼쳐 들었다.
새롭게 열린 땅의 지도였다. 나는 미니맵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가신들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지도를 직접 그렸다.
“지하에서 구한 지도다.”
“야인의 땅이 정말로 있었군요.”
맥스가 상당히 놀랍다는 얼굴로 말했다.
야인들의 땅이 실제로 존재하였고 지도까지 그려져 있었다. 그러니 놀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롬멜은 지도를 유심히 살폈다.
“여기 협곡과 봉우리가 있군요.”
“흠, 이곳에 눈사태를 일으킬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요.”
가신들은 술술 전략을 내놓았다.
오크족 토벌이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들은 인간이다. 분명 머리를 쓸 것이고, 얼마나 힘든 싸움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산봉우리는 내가 무너뜨리겠다.”
“가능합니까?!”
“당연히 가능하지.”
나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때 사용하려고 C4를 챙겨 왔다.
야인들 역시 몬스터로 구분될 것이다. 사냥을 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학무기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눈사태가 일어나 매몰되어 버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폭발을 이용하여 그들을 묻어 버리면 그 경험치는 내가 먹는 것이 아닐까.
주변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과연 영주님이십니다.”
그들은 전 영주를 힐끗 바라봤다.
아센은 그저 헛기침을 할 뿐이었다. 전 영주에게서 이런 지략은 기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호감도와 충성도를 올려놓은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인지 이들은 나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그렇다면 이 계획대로 가시죠?”
“좋다. 바로 출발하도록 하자. 잠을 줄여서라도 진군해야 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영지에 대한 피해는 커진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병사들에게 알려라. 영지를 위협하는 야인들이 쳐들어오고 있다고. 우리는 그들을 쓸어버리고 역으로 쳐들어가 야인들의 마을들을 짓밟을 것이다. 그리고 획득한 재화는 공평하게 분배하고 죽은 병사들의 유족들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챙긴다고 일러라.”
“예!”
이 정도면 되었다.
내일 아침이 아니라 바로 출발을 할 명분을 얻었다.
새벽까지 진군을 해서 야인들의 진지 근처에 도착해야 한다.
곧바로 야인들을 토벌한 준비를 했다.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다시 소집 명령을 내렸다. 그 이유는 충분히 설명을 하였고 말이다.
나 역시도 다시 출병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세근이 흥분하며 달려왔다.
“형님, 대박!”
“왜 이래?”
“경험치 던전 말이오! 그곳을 들어가 보았는데…….”
“벌써?”
“상점에서 패밀리어 마법서를 팔더라고. 백연하가 마법을 사용해서 들어가 봤지.”
“그런데?”
“클리어하면 꽤 좋은 보상이 있는 것 같더라고.”
“보상이라.”
“게다가 최초 점령자에게는 꽤 좋은 물건을 주는 것 같던데?”
“그러냐?”
그렇다면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 땅은 군주 퀘스트가 발동되면서 열린 곳이었다. 그렇다면 군주 전용 아이템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군주 전용 템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었다. 독재자 서버에서도 말이다. 애초에 군주라는 직업이 없는 탓도 있었다.
“가 봐야겠네.”
“형님, 퀘스트는?”
“밤새도록 진격하라고 하면 되지. 우리는 차를 타고 가면 되는 거고.”
“오호, 좋은 방법이오.”
병사들은 도보로 이동한다.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차를 타고 간다. 그리하면 몇 시간은 여유가 생기게 된다.
“형님도 한번 확인을 해 보실라우?”
“꼭 그럴 것까지 있나? 뭔가 위험한 것들은?”
“그냥 야인들이지 뭐. 패밀리어를 이용해서 공격해 보았는데 피가 쭉쭉 빠지더라고.”
“허어, 그럼 허접한 놈들이라는 거냐?”
“초보 던전이니까 그렇겠지?”
그야말로 그곳에 가면 전용 템을 주워 먹는 꼴이다.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거저 줍는다고 할까.
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 가 보도록 하자.”
“그리 말할 줄 알았수.”
오세근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길드원들도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웬만하면 내일 던전에 들어가려 하였는데, 바빠서 그럴 정신이 없을 것 같았다.
군주가 되면 할 일도 많을 것이고, 무엇보다 한 번 정도는 군 사령부에 출근을 해야 한다. 그래야 보직을 받을 것이니까.
대령이 되었는데 아무런 보직이 없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강소라도 내일은 반드시 출근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물론 강소라가 부탁하지 않았어도 그리할 생각이었다.
영지 밖에는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병사들이 도열하고 있었는데 그 둘이 묘한 대치를 이루는 모양새다.
야인들에게 영민들이 납치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영지로 곧장 내려오면서 파괴를 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