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78
나 혼자 프리서버 078화
078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몰라도 그를 인터뷰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소희는 헌터 전용 차량에 올라탔다.
카메라 촬영은 금지되었지만 상관없었다. 그와 대화라도 나눌 수 있는 것이 어딘가 싶었던 것이다.
“국가급 헌터가 되셨는데요, 세계 지존도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여기서 멈추게 될지도.”
“계획은 있으신가요?”
“공성전을 할 계획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어디부터 칠 생각이신가요?”
“아마도 영웅길드가 되겠지요. 약한 곳부터 쳐야지요. 시험 삼아.”
“시험이라……!”
금역에 널려 있는 영지들 중에서 비교적 수입이 적고 관리하기가 귀찮아서 약소 길드들이 노리고 있는 오크 마을을 지닌 곳이었다.
영지급에는 들지도 않았고 마을 주민이 오크로 있었기에 인기가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첫 데뷔 무대라면 그 이상 좋은 곳도 없을 것이다.
시험이라고 하지 않는가.
“바로 점령하게 되면 명성이 파다하게 퍼지겠네요.”
“일단은 오크 마을부터 시작을 하고, 서서히 치고 올라가야겠지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소희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아무리 작은 영지라고 해도 그걸 보유한 길드와 그렇지 않은 길드는 극명하게 갈렸다.
나경철은 오크 마을을 노리고 있었다.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하늘이 검게 물들고 있었다.
나경철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풍이라도 한바탕 지나가려나 봅니다.”
인천, 검은 홀 발생 지역.
검은 홀은 이제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고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몬스터를 어느 정도 쓸어 내면 끝나거나, 검은 홀 안쪽으로 진입하여 토벌을 해 버리면 시민들에게 별 피해가 없기도 했다.
인천 계양구의 검은 홀은 금역과 가까웠고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지금까지는 고블린 정도만 쏟아 냈었는데 오늘 갑자기 검은 홀이 확장되었다.
콰르르르릉!
이윽고 이곳에서 나온 기류가 상승하더니 검은 구름을 만들어 냈다.
이 구름은 인천을 비롯하여 수도권을 반쯤 뒤덮어 서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전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풍수 장관은 연락을 받고 급하게 병력을 파견했다. 계양구 전체를 봉쇄하였고 전문가들은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쿠구구궁!
이곳에 이성찬 중장도 나와 있었다.
“장관님!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게 몇 시간 만에 가능한 일인가?”
“아무래도 평범한 홀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콰르르르릉!
전류가 뿜어져 나온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전류가 허공에 가득 퍼진다.
마치 세기말의 광경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전 세계를 통틀어도 검은 홀에서 이런 기류를 뿜어내는 일은 없었다.
말 그대로 유례없는 일이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국가급 헌터를 데려와야 합니다!”
“나경철 대령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아직 SS급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압니다.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은 확인이 되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를 잃는다면…….”
“으음.”
이풍수는 침음을 삼켰다.
애초에 이곳엔 나경철의 진급을 위하여 그를 파견하려 했었다. 사태가 해결되면 바로 준장으로 진급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상황이 좀 심각해졌다.
그가 성장을 하는 데에도 한계는 있었고, 랭크 업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랭크 업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지이잉!
이풍수는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보고는 집어 들었다.
상황이 심각했지만, 헌터 연구소 소장 이기철에게서 온 전화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인가?”
-나경철 헌터가 다녀갔습니다. 최종 등급은 SS++급이며, 기계에서 신비한 힘이라는 문구가 떴습니다. 그 힘에 대해서는 측정이 불가하니 비공식적으로는 한국 지존이 바뀐 셈입니다.
“뭣이?!”
***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의 지존이 바뀌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지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나경철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급 헌터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뛰어넘어서 한국 지존이 되었다고 하는데, 쉽게 믿을 수가 있을까.
-비공식적으로는 한국 지존이 확실해졌습니다.
“허어, 그는 지금 어디에 있나?”
-초보자 마을로 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사태가 심각해 보이는데, 헬기를 보낼까요?
“바로 나경철 대령을 부르도록 하게.”
-그리하겠습니다.
이기철과의 통화를 마쳤다.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이 이풍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에 지존이 새로 탄생하였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한 것이다.
“하늘의 도우심으로 한국에 지존이 탄생했다.”
“백연하 이외에 말입니까?”
“그래, 비공식적이지만 나경철이 한국 지존이 되었다고 하더군.”
“……!”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경철은 그야말로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에에에엥!
금역으로 향하는 중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리는 달리던 차량을 멈추고 바깥으로 나왔다.
-현재 인천 계양구에서 재난급 몬스터인 타란툴라 킹이 출현하였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신속하게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천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천에서 보스 몬스터가 떴다고 서울의 시민들을 대피시킨다니?
이소희가 말했다.
“재난급 몬스터에 괜히 그런 호칭을 붙인 것이 아니에요. 충분히 서울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리 분류된 것이죠.”
“그런가.”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강소라도 그리 말했다.
그보다도 타란툴라 킹이라면 SSS급 몬스터가 아닌가.
백연하 말고도 그 정도의 몬스터를 잡을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에에에엥!
헌병들이 출동하여 나를 에워싼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헌병대 장교가 다급하게 말했다.
“나 대령님! 지금 인천으로 급히 가 주셔야겠습니다!”
“음? 내가?”
“백연하 헌터님은 지금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분은 현재 당신뿐입니다!”
“허어.”
백연하와 함께 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타란툴라 킹이라면 상당한 전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놈과 싸우라니?
강소라가 넌지시 말했다.
“가셔야 합니다. 애초의 계약조건이 그거였으니까요.”
“그런가.”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만약 패할 것 같으면 몸을 빼면 된다.
나도 이제는 꽤 강해졌기 때문에 여차하면 몸을 빼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태가 이러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뭘 타고 가나? 여기서 인천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릴 텐데?”
타다다다다!
내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헬기가 내려서고 있었다.
참으로 빠른 대처였다.
“타시죠. 한시가 급합니다!”
“그런가. 어쩔 수 없지.”
“저도 가겠어요!”
이소희가 헬기에 올라타려고 한다.
헌병대에서 그녀를 떼어 놓으려 하였지만 막무가내였다.
이런 것을 기자 정신이라고 하던가.
“함께 가겠다.”
“위험할 겁니다.”
“어쩌겠나,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는데.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목숨을 내놓은 것 같은데, 죽어도 모릅니다.”
“예!”
이소희는 굉장히 기뻐했다.
나는 그저 웃고 말았다.
이소희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목숨까지 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자마자 헬기가 출발하였다.
타다다다다!
헬기가 빠른 속도로 서울 상공을 가로질렀다.
쿠아아아앙!
-끼에에에엑!
“대단하구나!”
타란툴라 킹은 10개에 달하는 발로 인천을 짓밟고 있었다.
이상 현상이 일어난 직후에 곧바로 인천의 시민들을 대피시켰기에 망정이지, 조치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풍수는 자신의 결정이 탁월했다고 생각했다.
다만 군인들의 피해가 상당했다.
“막아!”
쿠아아앙!
“끄아아아악!”
타란툴라 킹은 거미줄을 사방으로 뿌려서 폭발시켰다.
거미줄에 인화성 물질이 묻혀 있었기에 불이 붙으면 사상자가 생길 것이다.
총은 당연히 통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마법과 하이브리드 탄이 개발되었지만, 그것도 하급 몬스터에나 가능한 일이었지 보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군인 헌터들은 타란툴라의 먹이가 될 뿐이었다.
8개의 눈이 이풍수의 눈과 마주쳤다.
“헉!”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거대한 입으로는 군인들을 아작아작 씹으면서 사방으로 인화 물질을 뿌려 대는 희대의 괴물.
벌써 계양구 일대는 쑥대밭으로 변했다.
더욱이 타란툴라 킹이 낳은 수많은 알들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헌터들을 공격했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괴물이다.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 나경철 대령은?”
“약 3분 후에 도착입니다!”
“그때까지 버텨야 한다!”
만약 연구소장의 판단이 틀렸다면 인천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다.
이미 죽은 군인들을 먹이로 던지면서 버티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리하지 않았다면 타란툴라 킹은 벌써 민간인 거주지로 이동했을 것이다.
“부디 빨리 와야 할 텐데.”
이풍수는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미 피하는 것은 늦었다. 여기서 타란툴라 킹을 죽이지 못한다면 수많은 장성들이 함께 뼈를 묻을 것이다.
순식간에 인천에 도착했다.
군에서 개발한 최신형 수송 헬기는 서울에서 인천까지 불과 10분 만에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고 야밤을 방불케 한다.
여기에 폭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콰과과과광!
“끄아아악!”
“아아아악!”
지상은 이미 아비규환의 상황이었다.
이소희가 말했다.
“타란툴라 킹은 인화성 물질을 거미줄로 만들어요. 그리고 폭발시키죠. 광역 데미지 덕분에 이대로 두면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할 거예요!”
“그런가요.”
나는 장비를 점검했다.
SSS급 몬스터를 혼자 힘으로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SS++등급에 랭크되었지만 현실적으로는 혼자서 놈을 사냥할 수는 없다.
‘풀 버프를 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일반 버프에 젠 버프, 영주 버프는 물론이고 하이 엘프 고유의 버프까지 사용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이 엘프가 괜히 괴물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군주의 검을 추가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뇌검을 들어야 하지만 기본 데미지가 강했기에 한 방을 노려볼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그림은 이대로 달려들어 타란툴라 킹을 반으로 갈라 버리는 것이다. 놈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말이다.
일격에 실패하면 고전할 것이 뻔하다.
나는 각종 버프를 걸었다.
파아아앙!
온몸에서 활력이 샘솟는다.
그야말로 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버프들이 내 몸을 휘감았고 타란툴라 킹의 급소가 정확하게 보였다.
‘핵이 머리 쪽에 붙어 있군. 잘하면 빨리 죽일 수 있겠어.’
“후우!”
심호흡을 했다.
이제 곧 있으면 타란툴라 킹의 머리 위를 지나갈 것이다.
그때가 기회이다.
있는 힘을 다해서 급소를 잘라내야 한다.
강 중령이 말했다.
“무운을 빕니다.”
“이번에는 꽤 쉽게 잡을 수 있을 거야.”
“일격에 말인가요?”
“아마도?”
나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여유롭게 말했다.
타란툴라 킹을 일격에 잡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세상은 발칵 뒤집힐 것이다.
이소희가 촬영을 하고 있었으니 소식이 전해지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