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93)
1213화 Stature (7)
한 개인이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순간은 미래를 예상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났을 때일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오직 현재뿐이며, 그 외의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 미래는 물론 심지어 과거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현명한 사람들은 가장 확실한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런 역량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늘 미래를 알길 원한다.
어째서?
‘불안하기 때문이지.’
어린 시절 언덕에 올라 캄노우를 바라보며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입길 꿈꿨던 펩 과르디올라 역시, 모든 게 불안한 현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래를 꿈꾸는 것을 택했다.
어린 나이에 꿈을 갖는 건 무척 중요한 것이나, 펩 과르디올라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관두기까진 50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꿈을 꾸어도 되는 건. 미래의 불확실한 무언가를 갈망하고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오직 선택된 소수의 이에게만 허락되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을 만나기 전까지, 본인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유니폼을 입은 22명의 남자가 공 하나를 쫓으며 분주한 그라운드 위, 어떠한 장면을 본 순간 과르디올라가 손에 든 물병을 내팽개치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곤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UP-!!!”
펩 과르디올라의 목소리가 향한 곳엔, 하프라인 약간 아래에서 대기하던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와 멀리 떨어진 곳, 한 남자가 번개처럼 내달리며 폭풍과도 같은 질주를 하고 있다. 두 남자를 향했던 과르디올라의 눈은 곧 거기로 향한다.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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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만) – City TV 코멘테이터
“기마랑이스의 패스. 하지만 끊깁니다. 다온입니다! 단지 저 남자가 달리는 것만으로 에티하드가 들썩거립니다! 앞쪽에서 홀란과 쏜이 달리고 있습니다. 가로막는 기마랑이스. 다온이 더 달립니다! 전형적인 다온의 스프린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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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석) – SPORTV 캐스터
“김다온이 돌파에 성공합니다!! 공격 셋, 수비 둘!!”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손흥민이 벌려 줘야죠!”
(양은석)
“넓게 돌아나가는 손흥민! 그리고 패스가 홀란에게 향합니다! 태클에 실패하는 댄 번!! 골키퍼와 1:1!! 홀란! 홀란!! 홀라아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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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IT`S A HISTORY!! THE LEGEND MOMENT IS HERE-!! 50 ASSIST!! IN SINGLE SEASON!! 마침내 이 남자가 위대한 기록을 달성합니다!!”
(제이미 캐러거)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다온이 달리기 시작한 순간, 저는 그저 소름이 돋았습니다. 지금과 장면을 기대했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전형적인 다온 방식의 축구입니다. 훌륭한 비전을 바탕으로 상대의 패스를 수비 진영에서 끊어냈고. 저 속도. 마치 물리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 같습니다. 제트 엔진을 달고 달리는 것처럼, 홀로 앞서 나갔습니다. 마지막 패스도 훌륭했고. 홀란도 마침표를 잘 찍어 줬습니다. 아름다운 골. 역사적인 순간. 제가 지금 이곳에서 역사의 산증인이 되었다는 게 무척 영광스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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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6분
맨체스터 시티 2 : 0 뉴캐슬
완벽한 타이밍에 전달된 패스를 좋은 집중력으로 마무리한 엘링 홀란. 그는 그물이 출렁이는 것을 확인한 직후 몸을 돌려 김다온을 향해 달려 나갔다.
외에도 모든 이들이 같은 곳을 목표로 달렸고, 피치 한 곳에서 김다온을 안아 들어 올렸다.
처음 환호성으로 가득했던 에티하드에서는 이제, 자리를 가득 채운 이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골이 들어갔을 때 나오던 노래도, 팬 응원가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이, 또 하나의 위대한 시즌을 만들어 낸 이를 향한 가장 완벽한 표현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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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단일 시즌 50어시스트.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 기록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골보다 더 어려운 게 어시스트 숫자를 쌓는 일이거든요. 축구엔 골을 전문적으로 넣는 포지션은 있지만, 어시스트를 전문적으로 쌓는 포지션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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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캐러거)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말해 왔습니다. 이 남자가 축구를 어떠한 방식으로 이끌었으며, 또 축구계 전반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말입니다. 풀백을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으로 만들고, 패스라는 분야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표현은 가장 흔한 것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젠……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어떠한 표현을 더 사용할 수 있을까요? 저 남자는 이미 레전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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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고터) – City TV 공동-코멘테이터
“말디니. 산투스. 카푸. 파케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연 이들보다 앞에 세울 수 있는 풀백이 탄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남자들은 단순히 최고였던 게 아니라, 그 최고의 레벨을 오랫동안 끌고 간 남자들입니다. 그리고 다온 역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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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캐러거)
“이 남자가 최고의 레벨로 도약한 시기는 아마 바이에른 뮌헨 합류 시즌일 겁니다. 그렇게만 따져도 벌써 9년째 세계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풀백이라는 포지션으로 한정하면 단연 으뜸이고, 모든 포지션을 놓고 보아도 같은 기간 이 남자보다 커리어와 퍼포먼스가 낫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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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김다온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러니까, 2013년 여름 김다온이 주제 무리뉴를 택하고 이후로도 계속 인연이 엇갈렸다면 과연 어땠을까?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과르디올라는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정말로 만약 그랬다면, 과르디올라는 계속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것이다.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어이없는 판단으로 몇 번이고 실패를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더욱 오싹한 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몰랐을 거라는 점이다.
인간은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배우지는 않는다.
이미 자신이 생각했던 위치보다 한참 더 위에 올라선 지금에야, 과르디올라는 스스로 겸손할 수 있었다.
“브라보-!! 네가 최고다!!”
잊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와 포옹을 하고 떠난 김다온의 등 뒤에 박수를 보낸 후, 과르디올라는 잊지 않고 또 하나의 고마운 이들을 향해 같은 행동을 취했다.
그가 손을 든 방향엔,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김다온의 아내와 엄마 그리고 작년 5월 태어난 아들을 끌어안은 아버지와 누나 부부가 있었다.
저 모든 이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김다온이 있을 수 있었던 거다.
‘진정으로 위대한 이들이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존경심을 표한 후, 벤치로 돌아온 펩 과르디올라가 의자에 다시 앉는다.
그러자 곁의 플랜차르트가 말을 걸어왔다.
“기어코 해냈군.”
“그래. 정말이지 대단한 놈이야.”
“곧 발롱도르르 하나 더하겠어.”
“하하. 그건 모를 일이지.”
“50어시스트야. 아무리 월드컵이 대단한 대회라지만, 도저히 저 남자에게서 발롱도르를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럴 수도. 하지만 분명…….”
“분명?”
잠시 말을 멈추며 피치 위 상황을 지켜본 과르디올라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곤 말을 이어 갔다.
“저 남자는 만족하지 않을걸세.”
“만족하지 않는다니?”
“후후. 긴 이야기야.”
현재 김다온이 클럽보다 대표팀에 더 집중한다는 사실은 시티 내에서는 오직 과르디올라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같은 시티의 동료이자 대한민국 대표팀을 함께 지지하고 있는 김민재와 손흥민이라고 해도, 쥘 리메를 향한 김다온의 열망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진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과르디올라는 월드컵이 끝난 뒤로 말을 미뤄 두기로 하며 플랜차르트의 무르팍을 살짝 두들겼다.
툭-
툭-
“그건 잠시 묻어두세. 지금은 이 경기와 다온의 기록을 축하할 때니까 말이야.”
“……그래. 그렇게 하지.”
“좋아.”
최고가 되겠다는 불확실성을 향한 갈망(渴望)은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꾸고 있는 꿈일 것이다.
그들은 꿈을 위해 훈련과 극기(克己)를 멈추지 않지만, 자주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헷갈려 잘못된 선택과 그릇된 가치관 속에 머물게 된다.
어떠한 이들은 거듭되는 좌절을 감당하지 못해 적당한 수준에서 안주하길 원한다.
축구란.
‘그러한 11명과 함께하며, 그 11명을 포함한 십수 명의 선수들과 우승이란 환상을 좇지.’
세상의 그 어떠한 선수도 절대 혼자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역대 최고로 꼽혔던 이들과 현재 역대 최고를 향해 가는 이들 모두, 팀(Team) 플레이어가 아닌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주장을 맡은 적이 없어 리더십에 관한 끝없는 의문을 받은 펠레는 언제나 주변인들로부터 [“본받을 것이 많은 좋은 사람.”]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는 그저 자신보다 더 주장직에 적합한 이가 있다고 판단해, 조력을 보내는 정도에서 자신이 더욱 잘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했다.
축구 외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디에고 마라도나 역시, 최소한 그라운드 내에서는 믿을 수 있는 팀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김다온과 메시는 그런 유형이다.
좌절을 거듭하며 오만(傲慢)과 독선(獨善)으로 점철된 남자가 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면, 역대 최고의 선수는 곧 팀 플레이어다라는 공식을 부정하기 힘들다.
세상의 그 어떠한 축구 선수도 홀로 승리를 쟁취할 순 없다. 하물며 긴 시즌 속 트로피를 거머쥐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만 김다온은 펠레/마라도나/메시와 같은 이들보다 더욱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있긴 하다.
이건 모두 그가 수비수기에 가능한 일이다.
공격은 팬을 부르고 수비는 우승을 가져다준다는 통설에 공신력을 더욱 불어넣어 준 김다온. 하프타임을 알리는 휘슬이 불린 순간, 에티하드엔 다시 박수가 쏟아져 내렸다.
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
축구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리그 50어시스트를 달성한 이가 복도로 들어서는 뒷모습을 그라운드 한쪽에서 대기하던 수십 명의 카메라맨이 파인더에 담는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전 세계의 축구팬이 내일 보게 될 건, 하늘빛 유니폼에 선명하게 새겨진 등번호 2번과 D.O KIM이라는 알파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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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21/22 EPL 36R)
맨체스터 시티 7 : 0 뉴캐슬
[골] 리오넬 메시 : 전반 19분엘링 홀란 : 전반 37분(김다온)
로드리 : 후반 16분(케빈 더브라위너)
손흥민 : 후반 21분(리오넬 메시), 후반 27분(로드리)
필 포든 : 후반 45분(세르히오 레길론)
리야드 마레즈 : 후반 48분(손흥민)
김다온 ? 98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10.0/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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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A.T ? ESPN(U.S)/2022.05.11.(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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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EN!! : 이례적으로 경기를 평가한 주요 언론 대다수가 김다온에게 평점 10.0을 메겼다. – THE SUN(U.K)/2022.05.11.(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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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 BBC(U.K)/2022.05.11.(저녁)]? WONDER(명사)
1. 경이, 경탄(=AWE)
2. 경이 혹은 불가사의한 것(=Marvel)
? WONDER(동사)
1. 궁금해하다; …이 어떨까 생각하다
2. (정중한 부탁에서) …일지도 모른다
? WONDER(대명사)
1. 김다온(1993년생의 대한민국 축구선수)을 지칭하는 말
2. 축구에서 단일 시즌 리그 50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에게 붙일 수 있는 별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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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4일. 런던 HA9 0WS, 잉글랜드. 웸블리, 사우스웨이. 웸블리 스타디움.
.경기 시작 3시간 전
첼시 0 : 0 맨체스터 시티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3-4-2-1
GK ? 에데르송 / GK ? 에두아르 멘디
RB ? 김다온 / RCB ? 트로바 찰로바
RCB ? 김민재 / CB ? 치아구 시우바
L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LCB ? 안토니오 뤼디거
LB ? 주앙 칸셀루 / RWB ? 리스 제임스
DM ? 로드리 / RCM ? 조르지뉴
RCM ? 베르나르두 실바 / LCM ? 마테오 코바치치
LCM ? 케빈 더브라위너 / LWB ? 마르코스 알론소
RW ? 리오넬 메시 / RAM ? 메이슨 마운트
LW ? 손흥민 / LAM ? 크리스천 풀리식
ST ? 엘링 홀란 / ST ? 로멜루 루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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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캐슬과의 경기 후, 나는 의외로 조용한 나날을 보냈고 오히려 바빴던 것은 에이전시 쪽이었다.
“덕분에 벌써 며칠째 집에 못 가고 있어.”
“입에 미소가 걸린 건 제 착각인가요?”
“쿡쿡쿡. 그렇게 티가 났어?”
모처럼 런던으로 돌아와 자유를 얻은 요나스는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듯했다. 가정적이고 가족에게 충실한 사람이지만, 그것관 별개로 혼자의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남자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나도 나이를 먹어 가며 깨달아 가고 있다.
다행히 원정이 그런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
또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과 얼빠진 장난을 치거나 함께 게임을 하며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쉽게 낼 수 있는 것도, 내가 혼자만의 시간에 집착하지 않는 이유다.
“아무튼. 준비됐어?”
“네. 후우- 저 괜찮아요?”
“완벽해. 제기랄. 오히려 내가 긴장한 것 같아.”
“속이 안 좋아요?”
“끄-윽. 소화제를 먹어 뒀어. 괜찮아.”
“우리가 뭐 먹으러 온 게 아니라는 건 알죠?”
“당연하지. 가자.”
팀보다 한 시간 일찍 웸블리에 도착한 이유는 누군가의 특별한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집으로 공식적인 초청장을 보내온 인물은 무려 윌리엄 아서 필립 루이(William Arthur Philip Louis)로, 잉글랜드의 왕세자 찰스3세와 고(故) 다이애나비의 장남이다.
애스턴 빌라 FC의 열정적인 팬으로 유명한 웨일스 공(Prince of Wales)의 편지를 받았을 때 나는 누군가 짓궂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왕실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래서 어제 부랴부랴 아영이가 외출해 오늘 입을 수트와 구두를 쇼핑해 왔다.
난 처음엔 함께하겠냐고 권했지만, 아영이는 속이 더부룩할 것 같다는 이유로 집에 남기로 했다.
“다오니시죠? 따라오시죠. 웨일스 공은 안쪽에 계십니다.”
“…….”
“……가자.”
“네.”
잉글랜드 왕가의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할 거란 사실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듣지 못했다.
아니면 있었는데, 그저 알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오늘만 해도 클럽의 최고위 보드진과 펩을 제외하면, 누구도 내가 웸블리에서 왕가를 만나는 것을 알지 못한다.
평소보다 웸블리 안의 스태프들 숫자가 적은 이유라든가 보안이 삼엄한 건, 비단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서 대기하시죠.”
“문이 한참 남았느…….”
“쉬-잇. 원래 이런 거예요.”
“뭐? 넌 어떻게 알아?”
“드라마요. 아영이가 요즘 푹 빠져서 보고 있거든요.”
“??”
문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나와 요나스를 세워 둔 사람이 몇 걸음 더 걸어가 닫혀 있는 문을 노크했다. 그리고 얼마 뒤 흰색 장갑을 낀 손을 손잡이로 가져갔다.
평범한 행동인데, 어째 남다르게 느껴진다.
“와우. 저 동작 좀 봐.”
“제 말이요.”
“이제 문 열린다.”
“…….”
왕가의 예절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인 내가 그것을 딱히 공부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인 것은 다 똑같은데, 공손하고 무례하지 않게만 굴면 되는 게 아닌가 했다. 그래서 전날 인터넷을 보려다 멈추고 바로 잠이 들었다.
손잡이가 딸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닫혔던 문이 열리고, 안쪽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했다.
굳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잉글랜드에서 5년 동안 살다 보면 왕가의 사람들 얼굴 정도는 외우게 된다. TV나 신문에서 연예인만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 멀리 웨일스 공의 모습이 보였고, 환하게 미소 지은 그가 천천히 걷기 시작한 순간 뒤쪽에서 나타난 소년이 잽싸에 달려와 나를 다리부터 끌어 안았다.
그리고 바로.
“조지!!”
저 뒤쪽에서 웨일스 공의 아내로 유명한 캐서린 미들턴이 아이의 이름을 외쳤다.
그렇다.
여기 내 허벅지를 꼭 끌어안은 채로 고개를 들어 환한 미소를 보여 주고 있는 소년의 이름은 조지 알렉산더 루이. 웨일스 공의 장남이자, 이 모든 소동의 이유인 8살 아이였다.
“전 당신이 너무 좋아요!!”
“……하하?”
제아무리 왕실의 손자라지만, 그래도 자식을 이기지 못하는 건 일반인들과 똑같나 보다.
난 이제, 상황이 대충 이해되기 시작했다.
***
작가의 말 ? 이전 화 FA컵 결승전 상대 리버풀->첼시로 수정했습니다. 혼동을 드려 죄송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