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57)
156화
리오넬 메시의 아버지인 호르헤 메시(Jorge Messi)는 아르헨티나의 제철소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동시에 그는 지역의 유스 축구팀 코치를 맡고 있었는데, 축구에 대한 열정이 큰 평범한 아마추어가 지역 유소년 팀의 코치를 맡는 것은 아르헨티나에서 무척이나 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밑에서 자란 리오넬 메시는 4살이 되던 해에 자연스럽게 지역 축구 클럽에 입단하게 된다.
클럽의 이름은 그란돌리(Grandoli) F.C.
지금이야 메시가 거쳐 간 유소년 팀으로 무척 유명해졌지만, 당시엔 거의 모두가 이름을 알지 못하던 지역의 평범한 군소 클럽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메시는 빠르게 자신의 재능을 나타냈다.
그는 금세 그란돌리 F.C의 수준을 넘어섰고, 여기엔 메시의 어린 시절에 영향을 미친 할머니가 큰 몫을 담당했다.
로사 마리아 페레스는 메시의 인생 전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하나로, 메시가 7살이 되기 전 세상을 떠나면서 어린 메시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할머니의 죽음은 메시를 조용하면서도 성실한 아이로 살아가게 했고, 독실한 카톨릭 신자가 되어 겸손의 미덕을 배우게 했다.
그러나 신(神)은 놀라운 재능을 가진 이 어린아이에게 너무나 가혹했는데, 메시는 11살이 되던 해에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라는 질환을 겪게 되었다.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최소 매달 1천 달러의 치료비가 필요했고, 이것은 메시 가족이 3주 동안 쓸 수 있는 생활비의 수준이었다.
평범한 노동자였던 메시의 아버지는 이런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고 아들의 소속 클럽인 CA 뉴웰스마저 외면하는 상황에서, 그는 결국엔 빚을 지어 아들을 치료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빚을 진 채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메시의 가정은 점차 궁핍해졌고, 집의 크기가 줄어들고 집안의 가구들도 하나둘 점차 사라졌다.
한 번은 아르헨티나의 명문인 CA 리버 플레이트에서 메시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 온 적이 있었는데, 메시가 볼을 차는 모습에 첫눈에 반했음에도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계약제안을 꺼리는 모습도 보여줬다.
당시 메시의 아버지는 아들을 데려가는 팀에서 질환이 완치될 때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길 바랐고, CA 리버 플레이트는 13살의 소년에게 큰돈을 투자하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바로 그때, 멀리 스페인 땅에서 한 남자가 날아왔다.
그의 이름은 카를레스 렉싸(Carles Rexach).
임대를 떠난 2년을 제외하면 1965년부터 1981년까지 FC 바르셀로나의 유니폼만을 입고 뛴 원클럽맨이다.
은퇴 후 코치 생활을 이어나가던 그는, 1996년 FC 바르셀로나에 부임한 바비 롭슨(Bobby Robson) 경의 권유로, 기존 수석코치에서 보직을 바꿔 스카우트로 일을 하게 된 상태였다.
본래는 주제 무리뉴(Jose Mourinho)를 수석코치로 두길 원했던 의도에서 나온 권유였지만, 의외로 렉싸는 스카우트로 일을 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그는 CA 뉴웰스의 마라도나가 될 수 있는 아이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그 즉시 아르헨티나로 날아와 메시의 실력을 확인했다.
[“우린 그를 데려와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우린 어쩌면 평생 후회하게 될 수도 있어요.”]메시의 실력을 확인한 카를레스 렉싸는 그 즉시 FC 바르셀로나에 전화를 걸어, 영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해외 어린 선수들에 대한 유럽 구단의 인식은 무척이나 낮았다.
FC 바르셀로나는 13살의 아르헨티나 소년에게 투자해야 할 노력과 돈을 염려했고,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두 달여가 지나자 참다못한 호르헤 메시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만약 내일까지 답변을 주지 않는다면, 나는 아들과 당장 다른 팀을 찾아보겠다.”]이에 다급함을 느끼게 된 카를레스 렉싸는 메시의 아버지와 만난 자리에 있던 냅킨을 집어 들어 즉석에서 계약서를 만드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바르셀로나 내부에 이견이 존재하지만, 나 카를레스 렉싸는 리오넬 메시가 지금부로 FC 바르셀로나의 선수임을 증명한다. 그는 라마시아로 합류해 치료를 위한 모든 지원을 받게 될 것이며, 또 적법한 수준의 급료와 생활 지원도 약속한다. 만약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그리고 그날로부터 약 12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FC 바르셀로나의 기술고문이 된 렉싸가 그라운드를 흐뭇하게 쳐다본다.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지금까지 수백 번도 더 느껴온 스스로를 향한 뿌듯함과 함께 말이다.
삐이익-!!!
후반 31분.
SL 벤피카의 진영을 휘저은 리오넬 메시가 자르데우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
·후반 31분
FC 바르셀로나 1 : 1 SL 벤피카
주심의 휘슬이 울린 순간, 조르제 제수스의 고개는 저절로 아래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당황한 선수들이 주심에게 어필하곤 있지만, 멀리에 있는 본인이 보기에도 지금은 P.K를 선언한 주심의 판단이 옳았다.
1차전에 비해 매우 훌륭하게 싸워주고 있는 SL 벤피카의 선수들이지만, 리오넬 메시라는 존재를 상대하는 일에 분명한 한계가 엿보이는 게 사실이다.
촤르르르르륵-!
삑-!! 삐익-!!
간단히 P.K를 차 넣은 리오넬 메시가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추가골을 알리고, 기뻐하는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과 이에 대비되는 SL 벤피카 선수들의 표정은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는 듯했다.
본인도 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제수스는 선수들을 위해 애써 굳은 표정을 풀며 박수를 보냈다.
“VAMOS!! 아직 시합이 끝나지 않았어!!!”
최대한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한 제수스는 뒤를 돌아서며 코치에게 손짓으로 물었다.
현재 옆 경기장의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고.
그러자, 미겔 콰레스마가 전달받은 내용을 이야기한다.
“4:0이에요, 제수스. 셀틱이 앞서고 있어요.”
“…….”
현재, SL 벤피카는 골득실에서 앞서 셀틱 FC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이대로 셀틱이 4:0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설사 SL 벤피카가 FC 바르셀로나에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다음 단계로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진출을 위한 유일한 조건은 FC 바르셀로나에 두 골 차로 승리하는 것인데, 지금 그러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세 골이 필요했다.
‘결국은, 이렇게 되는가?’
지금 조르제 제수스의 머릿속엔, 탈락하게 된 원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거기에, 김다온이 일으킨 돌발사건은 없다.
현재 제수스의 머릿속을 휘감고 있는 것은,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초반에 놓친 승점들이다.
셀틱 FC 원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2012/13 챔피언스리그 G조에 포함된 팀 중, 모스크바 원정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한 팀은 SL 벤피카가 유일하다.
‘잔인한 밤이 되겠어.’
다시 뒤로 돌아선 제수스가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삶의 일부 속에서, 기회는 늘 한정되어 있는 법이다.
시간이란 잔인한 버스는 절대 오랫동안 기다려주지 않으며, 특정한 시기를 지나게 되면 영영 같은 버스에 탑승할 수 없다.
그러니, 만약 성공이라는 것을 원한다면 게으름이나 나태함을 당장 털어버리고 눈앞에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
SL 벤피카가 만약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그것은 지난날 그들이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 때문일 것이다.
김다온의 도발 때문이 아니라 말이다.
“후우우우…….”
길게 한숨을 내뱉은 제수스의 눈에, 다시 드리블하다 파울을 얻어내는 리오넬 메시가 들어왔다.
***
·후반 41분
FC 바르셀로나 2 : 1 SL 벤피카
삐-익!!
페널티에어리어 안쪽에서 큰 충돌이 일어났고, 캄노우에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축구공만을 보고 달려들던 리오넬 메시와 마찬가지였던 모라에스가 서로 충돌한 것인데, 지금은 두 사람 모두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일어서지 못하는 상태였다.
‘빌어먹을. 나 때문이야.’
경기가 뒤집힌 후, 난 이 경기의 패배가 나로 인한 것이란 생각을 벗어던지기가 어려웠다.
만약 내가 그 댓글을 달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메시가 벤치에 앉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내 댓글 여부와는 상관없이 메시가 교체 명단에 포함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저 모든 책임은 전부 다 내게 있는 것 같다.
.
(아브릴 산후에자)
“침통한 기분입니다. 메시가 뛸 수 없다고 사인을 보내네요. 이렇게 되면 남은 시간, FC 바르셀로나는 10명이 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는데, 참으로 애석하게 되었습니다. 메시가 큰 부상이 아니길 빌어야 하겠네요.”
.
그렇게 침통한 기분을 억지로 삼켜내고 있을 때, 한쪽에서 들것이 들어오더니 메시를 싣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넋이 반쯤은 나가 있던 내 귀에 가라이가 외치는 “쟤네들은 이제 10명이야!”라는 목소리가 들어왔고, 움찔하며 고개를 돌린 나는 사이드라인에서 치료를 받는 메시를 쳐다보았다.
오늘도 나는 그에게 몇 번이나 돌파를 허용했고, 또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파울도 범해야만 했다.
또 챔피언스리그 두 번째 경고도 메시를 막는 과정에서 나왔다.
결과적으로 나는, 메시의 투입 이후에는 그를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셈이다.
이런 주제에, 뭐가 그리 잘났다고 이틀 전에 그런 댓글을 달았던 건지 모르겠다.
‘한심해.’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에, 몸서리가 치려고 한다.
대체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했던 걸까.
“에-이!”
“응?”
가라이가 발아래로 보낸 축구공을 다급하게 받아, 가까이에 있던 안드레에게 다시 패스를 보낸다.
이런 내 모습을 본 가라이는 무얼 하는 거냐며, 경기는 끝나지 않았으니 집중하라고 소리쳤다.
‘그래. 그래야지.’
어쩌면 팀을 떨어트린 원흉일 수도 있는 주제에, 벌써 경기가 끝났다고 스스로 비참하게 구는 것은 무척이나 꼴불견이다.
일단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뒤에 모든 결과와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남자다운 행동이다.
짝-!!!
양손으로 얼굴을 두들긴 나는 정신을 차리고자 했고, 10명이 된 순간부터 아래로 눌러앉은 FC 바르셀로나의 진영을 바라봤다.
팀의 공세가 이어지는 순간.
몇 차례 연결이 된 끝에, 카르도소의 슈팅으로 이어진 축구공은 골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먼 곳으로 빗나간다.
느리게 볼을 처리하려는 FC 바르셀로나.
시간이 갈수록 다급해지는 것은 우리기에, FC 바르셀로나가 서두를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
FC 바르셀로나의 최종 수비지역에서 푸욜이 걷어찬 축구공이 길게 날아 다비드 비야의 앞쪽에 떨어져 내리려고 한다.
“후퇴해!!!!”
“막아-!! 막아야 한다고!!”
“이런, 제길!!”
지금은 팀이 공세를 위해 잔뜩 라인을 높여 놓은 상태였고, 센터백들마저도 하프라인을 등진 채 서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푸욜의 클리어가 텅텅 비어 있던 우리의 진영에 떨어졌는데, 난 팀의 센터백 사이를 통과하는 다비드 비야를 보며 본능적으로 뜀박질을 시작했다.
만약 여기에서 다시 골을 허용하게 된다면 그건 결정타가 될 것이고, 셀틱 파크의 사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탈락할 확률이 그만큼 더 높아진단 의미이기도 했다.
이미 충분히 팀에 민폐를 끼친지라, 난 이를 악물고 최종 수비진영을 향해 달려나갔다.
‘저기로 가면 늦어,’
피치 위에 떨어져 튕겨 오르는 축구공을 머리를 이용해 앞쪽으로 받아둔 다비드 비야가 골키퍼와의 1:1 기회를 맞이하고, 그는 더 길게 드리블을 하지 않고 족구를 하듯 발 안쪽으로 가볍게 축구공을 띄워 보냈다.
페널티에어리어 바로 앞쪽까지 온 모라에스가 다급히 위로 손을 뻗어보지만, 축구공에 닿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난 모라에스의 곁을 지나쳤다.
애초부터 비야가 아닌, 골대를 목표로 달렸다.
모라에스의 키를 넘어 다시 피치 위에 떨어진 축구공.
비야와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골을 예감한 듯하다.
‘씨팔. 씨팔.’
속으로 계속해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던 난, 마지막 순간 그것을 참지 못하며 몸을 날렸다.
“씨파아아알-!!!”
제발, 제발 닿아줘.
제발.
틱-!
…….
퍽-!!!!
“우욱-!!”
죽을힘을 다해 뻗은 발끝에 축구공이 닿았고, 미처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오른쪽 갈비뼈 부근에서 커다란 통증이 밀려 들어왔다.
순식간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그대로 바닥에 넘어진 나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 몸을 들어 축구공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골라인 근처를 벗어나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는 축구공을 향해 다비드 비야가 다시 달려드는 중이었고, 난 비틀대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나아가 또 한 번 더 몸을 던졌다.
팡-!!
이번에는 엉덩이에 뭔가 느낌이 왔는데, 다시 바닥에 떨어지며 충격을 느꼈을 땐 다비드 비야가 얼굴을 감싸 쥐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막았…… 나?’
바닥에 드러눕고서야, 난 밀려 들어오는 고통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숨을 들이쉴 수가 없다.
“쿨럭! 쿨럭 쿨럭!”
어떻게든 숨을 쉬어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게 잘되지 않아 기침이 나왔다.
고통이 느껴지는 오른쪽 갈비뼈를 움켜쥐며 웅크려 든 내 곁에서, 모라에스가 다급히 니코 마시엘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뒤이어 동료들이 내 주위에 모여들었고, 그들은 저마다 심각한 얼굴로 이런 나를 지켜보았다.
잠시 뒤, 익숙한 얼굴이 다가왔다.
“똑바로 누워봐. 갈비뼈야?”
“으윽…….”
“이런! 뻘겋잖아. 멍이 들면 다행이고, 어쩌면 뼈에 금이 갔을 수도 있어.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달리다가 부딪쳤으니.”
“뛰, 뛸 수 있어요.”
“시끄러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먼저 살펴나 보자고.”
현재는 팀도 교체 카드를 전부 다 쓴 상황이라, 내가 빠지게 되면 우리도 10명이 뛰어야만 한다.
“하아. 뛸 수 있. 욱-! 있대도요.”
“이런데도?”
“으아아아-!”
니코 마시엘이 갈비뼈의 한쪽을 슬쩍 누르자마자, 찌릿한 통증이 밀려오며 난 몸부림을 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날 보며, 니코 마시엘은 다시 말했다.
“넌 정말 최선을 다했어.”
“……아뇨. 제가 다 망쳐놨어요.”
“…….”
망쳐놨다는 내 말에, 니코 마시엘이 침묵한다.
그리고 난, 그 뒤의 동료들을 보며 사과했다.
“미안해요. 제가 진짜, 바보 같은 짓을 했어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
“아뇨. 제기랄! 제가 멍청했다고요.”
지금 코맹맹이 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아파서인지, 아니면 미안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후자인 것 같은데, 난 얼른 왼팔로 눈물을 닦았다.
피치 위에서 두 번 다시 울지 않겠다고도 맹세했거니와, 무엇보다도 지금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응급 치료만 해줘요. 전 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니코 마시엘은 벤치에 사인을 보내지 않았다.
난 고통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느끼며, 다시 말했다.
“아프지만 뼈가 부러진 건 아닌 것 같아요. 예전에도 뼈에 금이 가 본 적이 있는데, 느낌이 달라요.”
“진짜?”
“네.”
아니. 거짓말이다.
난 살면서 뼈가 부러진다거나 인대가 나가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가장 큰 부상이 아마 식중독일 건데, 그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무척 길기에 지금은 그냥 넘어가겠다.
“좋아, 그럼. 일단 일어나. 밖에서 확인은 해야 하니까.”
“네.”
동료들의 손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와중에도, 갈비뼈가 있는 쪽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아까처럼 찌릿한 통증은 없는 것으로 봐선, 지금은 그냥 타박에 의한 아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응?”
“?”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캄노우에서 박수가 쏟아져 내렸다.
이건 또 대체 무슨.
왜 내게 박수를?
.
(아브릴 산후에자)
“괜찮은가 보군요. 캄노우가 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모이제스 아이사)
“지금은 정말 엄청난 리커버리였습니다. 또 그보다 더 엄청난 투혼이었죠. 큰 충격을 받은 뒤에도 다시 몸을 일으켜 골을 막기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바로 이런 모습이 일류 수비수가 되기를 원하는 어린 선수들이 배워야 하는 모습이라고요. 요즘 어린 수비수들은 종종 골을 먹는다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오, 그래. 실수였네.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에는 그러지 말자.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그 골 하나가 팀을 탈락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고, 그 골 하나가 결국 큰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거든요. 저도 지금은 그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놀라웠어요.”
.
얼마나 놀랐는지, 니코 마시엘도 또 나도 걸음을 계속 움직이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뭘 하느냐는 주심의 지적이 있고 난 뒤에야 비로소 사이드라인으로 가 주저앉게 되었는데, 이 순간에도 기묘한 일들은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잘했어, 꼬마! 정말 잘했다고!”}
{“그래! 그 정도 깡은 있어야 메시를 도발할 수준은 되지! 이런 제기랄 녀석! 정말 좋았다고!”}
대체 이게 무슨…….
“저 말, 다 알아들어요?”
“아니. 그런데, 널 칭찬하는 것 같지 않아?”
“…….”
불과 2시간 정도 전까지, 저 사람들은 나와 우리 가족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를 보며 엄지를 세워주고 또 손뼉 치며 연신 목소리를 보내어오고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야 마찬가지이지만, 분명한 건 절대 나나 우리 가족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은 아니라는 것이다.
‘메시가 한 일 때문인가?…… 아마도 그렇겠지.’
후반전 첫 10분 동안 메시가 내게 보여준 친근한 행동들이, 결국에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
“됐다. 어때?”
“살짝 아프지만 괜찮아요.”
“제자리에서 한 번 뛰어봐.”
“네.”
니코는 내 몸통 전체에 압박붕대를 감아줬고, 한결 나아졌음을 느낀 나는 추가시간 6분을 알리는 대기심의 안내와 함께 다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메시와 내가 시간을 잡아먹었다 보니, 추가시간이 꽤 길다.
‘아, 메시!’
난 퍼뜩 그가 생각나 고개를 돌렸다.
현재 메시는 무릎에 얼음팩을 대고, FC 바르셀로나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흘끗 쳐다보았고.
‘완패네.’
축구 실력과 축구장 밖에서의 행동 모두에서, 완패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오늘 경기에서는 아직 패배한 것이 아니다.
최소한 무승부 정도는.
“다온!!!”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전달받은 난, 최전방의 카르도소를 향해 긴 패스를 보냈다.
한 번 크게 아팠기 때문인지,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것 같은 쓸데없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남은 시간, FC 바르셀로나를 몰아붙일 생각뿐이다.
‘가자. 아직 우린 할 수 있어.’
아니, 나는 아직 할 수 있다.
고통이 진정된 갈비뼈 부근을 슬쩍 왼손으로 매만지며, 난 조용히 앞을 향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