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266)
265화
2013년 8월 13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화요일.
펩이 주말에 하려는 축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날이다.
[프랑크프루트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접근법을 바꿔야 해! 가장 큰 특징은 이거다! 그들은 젝서가 둘이지! 제바스티안 로데! 그리고 피르민 슈베글러다! 둘 모두 좋은 선수다! 많이 뛰고! 둘 다 수비를 잘하지! 그리고 무척 영리한 녀석들이야! 그러니 너희가 더 많이 생각을 해야 한다!]상대의 특징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가 끝나면, 펩은 곧바로 화이트보드의 앞에서 우리가 진행하게 될 훈련을 말해준다. 그럼 대충 전술의 윤곽이 나온다.
피치의 어떠한 면을 활용하려 하는지와 어떠한 방식으로 공격을 전개하길 바라느냐 등이 말이다.
[우선, 부족했던 부분을 짚고 넘어가지!]하지만 정확한 것은 공격 훈련이 진행될 모레쯤에나 알 수 있다. 오늘은 어제처럼 지난주 경기의 복습을 하는 날이고, 훈련 시간 거의 전부가 수비에 쓰일 것이다.
리그 1라운드에서의 실점 상황에서 문제가 되었던 건 압박이었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중원에서 그물을 짜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치는 방법에 관한 강연을 받았다.
솔직히 펩과 함께하는 훈련을 강연이라는 말보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의 생각 하나하나와 고르카를 통해 번역되어 듣는 문장들이, 수비수인 내겐 전부 다 생각해 볼법하고 또 연구해볼 값어치가 있는 것들이었다.
물론, 모두가 이렇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긴 하다.
압박과 수비 전술을 가다듬는 것에 꼬박 오전 시간을 쓰고 난 뒤, 만주키치가 따로 피치 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봐, 마리오! 뭐 하는 거야?]그래서 이를 본 펩이 목소리를 높였는데, 만주키치는 슬쩍 뒤를 돌아보기만 할 뿐 따로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가끔 있는 일이에요, 펩. 마리오는 훈련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따로 개인 훈련을 더 해요.] [부족해? 내 훈련이?] [그는 공격수잖아요. 이틀 연속 수비 훈련을 하는 것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죠.]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는 펩의 표정을 보며, 괜히 눈치를 살피게 된 나는 고르카에게 금방 주고받은 대화가 어떠한 내용이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고르카는 내게 곧장 문장을 통역해주었고, 나는 곧 자그마한 오해가 생겨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주키치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입장을 바꿔, 만약 이틀 내내 공격수들 위주로 훈련이 진행되었다면 난 수비 훈련이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닐지를 걱정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감독이 정한 규칙에 반하여 훈련을 따로 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펩은 선수단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에 아주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고, ‘Spiel nach dem Essen’을 챙겨 먹는 것의 중요함도 몇 번이나 강조해왔다.
‘Spiel nach dem Essen’은 ‘Game After-Meal’로, 쉽게 말해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 먹는 음식을 의미한다.
축구 경기는 스프린트와 걷는 것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운동이고, 한 경기를 뛰고 나면 보통 1.200에서 많게는 1,500 정도의 칼로리가 소모된다.
그래서 직후에 먹는 음식이 무척 중요하다.
나만 하더라도, 벤피카에서 뛰면서부터는 항상 단백질 음료나 스무디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마시려고 했다. 바나나라든가 아보카도도 곁들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나 집에 가서 따로 음식을 더 먹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니, 가정부가 구단의 지시로 만들어두고 간 음식들이 있었다.
잘 구워낸 닭고기 요리와 소시지가 곁들여진 파스타. 또 시판하는 요구르트에 과일을 잔뜩 채워 넣은 것들이었다. 양은 모두 적당했고, 모자라면 치즈와 빵을 조금 더 먹었다.
이런 것들은 손실된 에너지를 보충하고, 근육의 회복 속도를 도와준다.
하지만 놀랍게도 뮌헨의 선수들은 거의 이런 것들을 챙겨 먹지 않았다던데, 다들 그냥 도넛이나 컵케이크 몇 개로 경기 후의 식사를 끝냈다고 한다.
펩은 그것에 경악했고 곧바로 선수단 전체에 Spiel nach dem Essen 식단을 전달함과 동시에, 뮌헨의 문화였던 컵케이크를 클럽하우스에서 퇴출시켰다.
그만큼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 선수단과 점심을 함께하지 않는 만주키치가 싫었던 것 같다.
이것이 새로운 문화라면, 일단 따라야 한다고 보는데 말이다. 특히나 지금은 시즌 초반으로, 단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뮌헨에 오랫동안 존재해온 자유로운 문화의 일면이었고, 이번에는 펩이 그것을 존중하기로 한 것 같다.
탁-
[응?]“같이 먹어.”
식당으로 들어와 음식을 담아낸 뒤, 나는 곧바로 필리프 람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옆자리를 권했고, 난 지금까지 별로 어울리지 않았던 마리오 괴체와 마누엘 노이어를 만나게 되었다.
멀리서 이쪽으로 오려던 하피냐가 급하게 방향을 틀었고, 그것을 본 나는 곧바로 노이어에게 사과를 보냈다.
[미안해? 뭐가?]“너 하피냐랑 친하잖아. 괜히 나 때문에, 쟤가 임대로 나갈지도 모르게 되었고.”
[뭐,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응.”
최근 하피냐가 매번 내게 독일어로만 말을 해서 잠깐 착각을 했었는데, 합류 초기만 해도 그는 단테와 함께 나와 가장 많이 대화하던 사람이었다.
한데 DFB-포칼 1라운드 이후엔 사람이 싹 바뀌었고, 그는 모든 상황에서 나를 견제하려고 했다.
단테와 포르투갈어로 대화하다가도 내가 근처로 가면 독일어를 쓴다거나, 훈련을 할 때 나의 콜을 전혀 듣지 못한 척을 한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의 좌절을 이해해보려고 했기에 그냥 넘어가곤 있지만, 솔직히 약간은 씁쓸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땠어?]“뭐가?”
[훈련 내용 말이야.]프랑크프루트 경기 선발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난 일단 쉬어간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번 주 펩이 데이비드와 자주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주장인 람이 빠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 슈퍼컵이 포함된 다음 일정을 생각한다면, 이쯤에서 내가 로테이션 되는 게 옳을 것 같았다. 어차피 펩도, 시즌 초반 정해진 주전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훈련에 임하는 것은 그러한 것과는 별개다. 오늘도 무척 진지하게 임했고, 벤치에서 출전하게 된다면 언제든 한 사람의 몫을 하려고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이런 내가 보기에, 펩이 바라는 건 센터서클 지점에서의 압박이었다.
“사이드백의 중원 가담이 중요하다고 봐.”
[그렇지? 내 생각도 그래.]“응. 그들이 진짜 4-2-3-1을 쓴다면 윙과 사이드백 사이의 공간이 넓잖아. 사이드백이 중원 압박에 힘을 더하더라도,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는 시간은 있을 거야.”
람의 질문에 대답하고 그것을 고르카가 통역해주자, 마누엘 노이어가 흥미롭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응? 왜?”
[진짜였네.]“뭐가?”
[사람들이 네가 람만큼 똑똑하다고 말할 때에도 난 믿지 않았거든. 그러다 지난주 금요일에 보고 생각을 조금 바꿨는데, 오늘 알겠어. 그래. 하피냐가 밀린 게 당연해.]“······.”
[네가 오기 전에 람이 말한 게 그거야. 사이드백이 중앙으로 가있을 때가 잦을 거라, 발밑으로 온 공을 처리할 때 그 부분을 미리 신경 쓰라고 했거든.]“진짜?”
[응. 네 생각은 어떤데?]잠깐 하피냐의 이야기가 나와 어색해지긴 했지만, 금세 괜찮아진 나는 노이어의 질문에 답하기로 했다.
“그래도 규칙은 있을 거니까.”
[규칙?]“응. 늘 그렇잖아. 우리가 제대로 펩이 바라는 대로 뛴다면, 양쪽 사이드백이 전부 중앙에 있는 일은 없을 거야.”
[······ 좀 쉽게 말해줄래?]“어, 그러니까. 음-”
잠깐 고민하며 머리를 긁적이던 내 머릿속에, 그럴듯한 뭔가가 스쳐 지났다.
“아-! 1라운드 기억하지? 그때 우리 수비가 움직인 방식 말이야. 그것과 같을 거라는 거야. 내일 미팅으로 하고 모레 공격 훈련을 할 때쯤이면 너도 알 수 있을걸?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 누가 가운데로 가는지 말이야.”
[······.] [······.]노이어가 슬쩍 람을 쳐다봤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뮌헨의 주장은 어깨를 으쓱인 뒤에 사람들에게 밥을 먹자고 말했다.
대답은 충분했으려나?
부디, 그랬으면 하는데 말이다.
일단은 나도 밥을 조금 먹어야겠다.
***
2013년 8월 14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FC 바이에른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본래 오전 11시까지 진행되었어야 했을 훈련은, 그보다 40분 정도 일찍 마무리되었다.
이유는, 하비의 부상 때문이다.
‘난감하네.’
두 개의 피치에서 7:7 미니게임이 펼쳐지던 중, 반대편 훈련장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었다. 곧장 동작을 멈춘 우리는 상황을 직감했고, 다친 사람이 누구인지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표정이 굳어 다른 쪽 피치로 향했던 펩이 돌아와 훈련의 중단을 알렸을 땐, 상황이 모두에게 알려진 다음이었다.
그리고 현재, 위층에서 펩은 분노 중이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식당 안에서도, 2층에서 내지르는 펩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훈련은 훈련일 뿐이라는 걸 잊으면 안 돼.] [그러니까. 너무 신이 났어.] [가끔 우리는 너무 몰입하잖아. 안 그래?]하피냐의 백태클은 하필이면 하비의 오른쪽 발목으로 향했다. 의욕을 발휘한 것까지는 좋으나, 같은 팀 동료에게 백태클을 한 것은 어떠한 말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더구나 그것 때문에 상대가 부상까지 입었다면, 둘을 중심으로 한 케미스트리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하비 소식은 있어?] [아니, 아직. 시간이 걸리나 봐.]아마도 현재 펩의 분노는 하비가 다친 것도 것이지만, 즉각적으로 응급처치를 못 했다는 게 더욱 큰 원인일 수 있다.
뮌헨의 팀닥터 시스템은 매우 특수한데, 볼파르트 박스의 스태프는 연습 때에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따로 인력을 보충한 것도 아니라, 훈련 때 다치기라도 한다면 전문 의료인이 아닌 이들에게 먼저 몸을 맡겨야 한다.
물리 피지션들도 이런저런 자격증은 있지만, 아무래도 여러모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오늘과 같은 날이라면.
‘하필이면 오늘······.’
수요일.
오늘은 수비 훈련에서 벗어나 포지셔닝을 시작으로 공격 작업에 손을 대는 날이다.
***
·감독실
하비 마르티네스는 발목이 뒤틀리며 약 3주가량 팀을 이탈하게 되었다. 천상 9월 A매치 이후에나 복귀가 가능했고, 뮌헨의 중원은 크게 얇아졌다.
“몇 번이나 말합니까! 거만한 볼파르트가 클럽을 망치고 있어요! 대체 왜 그에게 휘둘리는 겁니까!”
“진정하게나, 펩. 볼파르트는 세계 최고의 팀닥터야.”
“아뇨! 그냥 세계 최고의 정형외과의죠! 팀닥터는 아닙니다! 팀 닥터라면, 항상 팀과 함께여야죠! 그렇지 않는다면, 그는 그냥 의사일 뿐입니다!”
시즌이 시작된 지금, 현장과 프런트의 사이에서 의견을 전달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일은 전부 마티아스 잠머의 일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감독들이 존중해 온 뮌헨만의 문화를, 펩 과르디올라에게 이해시키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상해봐요! 만약 다친 것이 필리프였다면, 아니면 리베리나 토마스였다면 어쩔 뻔했습니까?”
“오늘 물리 피지션들은 최선의 조치를 했네.”
“아뇨! 형편없었죠! 이런, 세상에나! 전 오늘처럼 형편없는 일 처리는 처음 봤습니다! 여긴 뮌헨이잖아요!”
마티아스 잠머가 보기에도, 물리 피지션들의 응급조치는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고, 계속해서 클럽을 대변해야만 했다.
이럴 때면 잠머는 어김없이 슬퍼지곤 했는데, 마음 약한 그는 결국 펩의 의견을 전달키로 한다.
“PENDEJO!! 그들은 완전히······ 그러니까······ 이익-! INUTIL!! 무슨 말인지 이해해요?”
감정이 격해지자 스페인어를 섞기 시작한 펩 과르디올라는, 한참 동안 화를 쏟아낸 뒤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그 곁에서 잠머는, 감독이 다시 리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보게, 펩. 어쨌든 당분간 하비를 대체할 사람이 필요치 않나. 시합에선 뛰지 못하더라도, 훈련에 필요한 사람은 추가해야 해. 마침 유스에 흥미로운 재능이 있네. 자네도 보았을 거야. 덴마크 녀석인데······.”
“호이비에르. 네. 저도 압니다.”
“일단 그를 콜업하지. 어떤가?”
“후우~ 그렇게 하시죠. 하지만 마티아스. 볼파르트가 이 클럽을 망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꼭 전하도록 하지.”
간신히 펩의 화를 달래는 것에 성공한 잠머가 감독실을 빠져나와 스태프를 찾는다. FC 바이언 B에 소속된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Pierre-Emile Højbjerg)를 호출하기 위함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스카우트 팀은 2011년, 덴마크의 브뢴비 IF에서 뛰던 16살 미드필드를 발굴해냈다.
전임이었던 유프 하인케스도 호이비에르의 재능을 극찬했고, 지난 시즌 17세 251일의 나이로 분데스리가에 데뷔하며 뮌헨의 최연소 데뷔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일단 펩 과르디올라의 체재 아래에서는 1군이 아닌 B팀 소속으로 출발을 했는데, 하비 마르티네스의 부상으로 다시 A팀 부름을 받게 되었다.
사무실을 찾은 18살의 호이비에르를 보면서, 마티아스 잠머는 내일부터 1군 훈련에 합류할 것을 지시한다.
“감사합니다. 기쁘네요.”
“하하. 축하하네.”
“네. 드디어 덴마크어로 대화할 친구가 생겼어요.”
“응? 아, 그렇군. 하하하. 그렇게 됐어.”
“네. 그럼.”
살짝 몸을 숙인 호이비에르가 몸을 돌려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엉망이 된 팀 분위기를 걱정하던 잠머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관리인들이 정리 중인 피치는 말끔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뭐,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펩 과르디올라 정도 되는 남자라면, 이런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실망스럽기야 하겠지만, 다들 곧 프로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마티아스 잠머가 알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축구만 생각하고, 축구에 미친 사람들이 모인 곳.
‘그나저나, 펩과 한스의 일은 걱정이로군.’
당장 다가오는 프랑크푸르트 원정에서 볼파르트와 그의 사람들이 팀에 합류할 텐데,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그때까지 펩의 화가 얼마나 풀려있느냐가 중요한 부분일 텐데, 잠머는 클럽의 새로운 감독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이런! 축구 빼곤 없는가?’
결국 답을 찾지 못하는 뮌헨의 단장.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펩의 가족을 챙기기로 한다.
삐이-
“날세. 펩의 부인이 뭘 좋아하는지 알려주겠나?”
감독의 기분은 팀 전체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다가오는 토요일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겨가려면, 반드시 펩이 좋은 기분으로 피치에 나서야만 했다.
전임인 하인케스에 비해 무척 까탈스러운 게 사실이었지만, 잠머는 기꺼이 그를 달래는 일을 하고 있다.
축구 클럽을 운영하며 1년 내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덴, 단순히 피치 위에서 일어나는 일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기계가 아닌 사람이 사는 곳이다.
삐이-
– 단장님? 크리스티나가 좋아하는 것은 샤넬, 입생로랑의 가방과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장미 꽃다발. 향이 나는 초. 그리고 씨어버터 향이 나는 바디로션이에요.
비서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은 뮌헨의 단장은, 클럽 내 여성 직원 중 하나에게 퇴근 후 쇼핑을 부탁한다.
“후우~ 이거야 원.”
클럽의 운영비란, 이런 곳에 쓰이는 돈도 포함되어 있는 법이다.
***
[2013년 9월, 덴마크/포르투갈 평가전 장소 결정. – OSEM]***
81479 뮌헨, 독일. 카르소베크 1C.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1층 거실 소파에 앉아 축구화와 펜을 손에 들고 있었다.
몇 시간 뒤에는 여기가 먼저 8월 15일이 되고, 다시 또 몇 시간 뒤에는 한국에 8월 15일이 된다.
그래서 난 광복절에 맞춰 흰색 축구화에 그린 그림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에 업로드하려고 했고, 17일 경기에서도 일단 같은 축구화를 신고 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
아영이의 이니셜과 하트를 한쪽에 새겨 넣은 나는, 흐뭇한 얼굴이 되어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봤다.
‘조금 놀랍네.’
오늘 한국 포털사이트에서는 일제히 나와 아영이의 열애설을 다뤘는데, 지난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내가 적은 이니셜이 아영이를 가리키는 거라며 퍼즐을 맞췄다.
외에도 그녀가 포르투갈로 여행을 온 것과 나의 경기를 관전했다는 것 등을 증거로 삼았고, 한국에서의 데이트를 목격했다는 증인들의 말도 실었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이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30분쯤 뒤 아영이의 소속사에서 사실이라는 발표를 해버렸다.
본인이 인정을 했으며, 소속사의 입장에서 둘의 연애를 예쁘게 봐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다는 말까지 보탠 상태였다.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진 연애 금지였는데도, 소속사가 대뜸 그것을 인정해버린 것이다.
그런 뒤에, 난 아영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 봤어?] [“응”]처음엔 뉴스를 보고 조금 놀랐는데, 거짓말을 하기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과 먼저 상의를 했고, 그런 뒤엔 소속사에 사실을 밝히기로 했단다.
만약 이것 때문에 위약금을 물거나 그룹을 탈퇴해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녀의 꿈에 대해 숱하게 들어왔던 나로서는 참 고맙게 느껴지는 행동이었고, 통화를 하면서도 난 몇 번이나 아영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 9월에 볼 거지?] [“당연하지.”]이번 대표팀 소집이, 무척 기대되는 이유다.
또 만나는 팀도 하필이면 덴마크/포르투갈이고 말이다.
듣기론 협회에서 내 이름을 앞세워 협상을 했는데, 처음엔 망설였던 이들이 만족스러운 조건과 나와의 인연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아영이를 보는 게 가장 급하지만, 덴마크 대표 선수로 성장한 올레를 만나는 것 역시도 기대되었다.
‘재미있을 거야.’
늘 집에 오면 빨리 침실로 들어가기에 바빴는데, 오늘은 모처럼 여유롭게 이런저런 것들을 하고 있다.
조금이지만, 삶이 조금 밝아진 느낌이다.
물론 축구뿐인 삶도 좋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게 필요해.’
“됐다-!”
축구화에 그림과 글자를 새겨 넣는 일을 마친 나는, 얼른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그리곤 그것을 소셜네트워크에 올리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독일에 온 이후 처음으로, 축구 외에 뭔가 생산적인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뒤에는 곧바로, 침대로 향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흐아–”
조금 집중했다고 금세 눈이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난 1층의 불을 끄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스르륵-
여전히 소리가 나지 않는 엘리베이터가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2층에 오른 나는 곧장 침대로 뛰어들었다.
‘잘 자. 내일 연락할게.’
내일은 목요일.
공격 훈련이 있는 날이다.
***
작가의 말 ? 의도적으로 요일에 맞춰 글을 써봤습니다.
이편이 뮌헨에서의 일상을 아시기 편하실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