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57)
356화
·전반 36분
바이에른 뮌헨 2 : 0 레알 마드리드
재미있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다.
“다온-!!”
‘저기.’
파앙-!!
왼쪽에서 내 이름을 외친 알라바에게 축구공을 보내며,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을 쳐다보았다.
[“이것 하나를 묻지.”] [“네.”]말했지만, 펩은 절대로 친절한 선생님이 아니다.
그는 놀라운 수준의 기억력을 요구한다.
자신이 한 번 말했던 것은 본인이 잊어버리기 전까지는 모두가 당연히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전술 미팅은 당연하다는 듯 설명되는 것이 많았고, 범인(凡人)에 가까운 사람들은 늘 의아해한다.
왜 갑자기 저런 말이 나오고, 왜 중간 과정 없이 결론만 불쑥 도출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참 다행스럽게도 남들보다는 조금 괜찮은 기억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펩이 어떤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자연스럽게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벤피카는 첼시를 상대로 훌륭한 역습을 보였어.”] [“많이 연습을 했거든요.”] [“그래. 하지만 그건 첼시가 실수를 했기 때문이야.”] [“실수요?”]처음 펩의 집에 초대되어 식사를 하고 이후 대화의 빈도를 늘려 가는 과정 속에서, 그는 축구에서 역습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해 주었다.
바로.
[“그들은 볼을 빼앗기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 실수를 했지.”] [“?”] [“예를 들면 이런 거야.”]참으로 신기하게도, 펩은 마치 눈앞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것처럼 내게 당시 상황들을 설명했었다. 그리고 더욱 신기했던 건, 그의 목소리에 나 역시 그게 떠올랐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았을 때, 나는 펩의 이론이 무척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펩의 의견에 100% 동감 중이다. 역습은 어떠한 곳에서 볼을 빼앗느냐와 특정한 위치에서 볼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승부다.
지금만 해도.
‘젠장. 실수야.’
토니와 괴체의 호흡이 맞지 않아 모드리치에게 볼이 갔고, 곧바로 중앙에서 이탈한 나는 지연을 위해 그에게 접근했다.
“?”
“…….”
나를 마주한 루카 모드리치의 표정은 마치, ‘너는 왜 또 여기에 있는데?’처럼 느껴졌다.
미안하지만.
퍽-!
“윽-!!”
삐—익!!
이것이 오늘, 내가 하루 종일 해야 하는 일이다.
펩이 나를 리베로(Libero)로 정의한 이유.
이는 단순히 공격 숫자를 더하기 위함도 아니고 조금 더 진보한 의미에서 공간을 지배하는 것도 아닌, ‘볼을 빼앗기지 말아야 할 위치에서 상대가 볼을 쥐었을 때, 3초 이내에 빠르게 압박해 상대 역습을 지연시키는 것’이었다.
펩은 오직 나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잔뜩 비행기를 태워 줬는데, 개인적으로 과장을 섞었다 생각하기는 해도 무척 기분 좋은 말이었다.
[이봐, 다온.] [요즘 부인은 어떻게 지내세요? 지난번에 보낸 선물은 잘 받으셨죠?] [……그래. 얼른 가 봐.] [오브리가두.]페드로 프로엔사 주심과는 포르투갈 리그에서 뛰며 개인적인 친분도 조금 쌓았고, 뮌헨 이적 이후에는 이런 식으로 만날 줄 모르고 아들의 대학 입학을 기념한 선물도 보냈었다.
덕분에 지금 조금 과하게 모드리치를 대했음에도, 이렇다 할 구두 경고 하나 없이 끝난 것이다.
앞으로 조금만 더, 이를 이용해 볼 생각이다.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그래.
오늘 내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전방위적인 수비수’다.
팀이 공격을 진행하는 방향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 위치를 이동하여, 위험한 역습이 펼쳐질 수 있는 지역 5m 근방에서 항상 머물러야만 한다.
이를 위해, 많은 동료가 희생을 해 주었다.
알라바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테리오(Interio/IF) 영역을 동료들에게 양보했고, 람은 오직 나만을 바라보며 중앙 미드필드와 풀백 자리를 오갔다.
이런 우리와 공격 진영을 중재하는 것은 토니였고, 공격이야 자유분방하게 진행하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억-!”
삐—-익!!!
루카 모드리치를 다시 바닥에 구르게 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이런 메커니즘 속에서 부족한 활동량을 채워 주고 수비에 힘을 더해 줄 소금과도 같은 존재였다.
프로엔사 주심이 경고 카드를 꺼내 들고, 바닥에 침을 한 번 뱉은 바스티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고통스러워하는 모드리치가 허리를 부여잡고 누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나는 체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여유를 얻게 되었다.
90분 내내 이렇게 뛰는 것이야 어떻게든 하겠지만, 그렇다고 힘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호흡을 골라 체력을 회복해야, 다시 또 아까처럼 달릴 수 있다.
.
(정지현)
“아무리 생각해도 1차전의 결과가 조금 아쉽습니다. 0:2만 되었더라도 훨씬 상황이 나았을 건데, 0:4로 끝나는 바람에 시간이 매우 부족하게 느껴지거든요. 만에 하나 레알 마드리드가 득점이라도 올린다면, 바이에른 뮌헨은 승리를 위해 여섯 골이 필요해집니다.”
(배정세)
“오직 박지성만이 밟아 본 챔피언스 리그 결승 무대. 대한민국 국민이자 한 사람의 축구 팬으로서, 김다온 선수가 그 무대에서 뛰기를 바라 봅니다.”
.
모드리치가 메디컬 스태프의 치료를 받는 사이, 나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거의 끝나가는 전반전을 확인했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전반전 2:0은 분명 굉장한 결과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기왕이면 하프타임이 되기 전에 3:0을 만들고 끝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예 잠근 후 역습을 하기로 마음먹은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는 견고했고, 카르바할-페페-라모스로 구성된 라인은 빈틈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다.
그나마 파비우 코엔티랑이 있는 오른쪽이 허점이었지만, 노골적으로 거기만 노린 탓에 마드리드 역시 대비가 되어 있다.
정체(停滯).
경기가 멈춰 섰다.
삐?익!
모드리치가 잠깐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고, 주심이 휘슬을 불어 멈췄던 경기를 진행시킨다. 난 퍼뜩 정신을 차렸고, 호날두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수비 위치를 지켰다.
하비를 등진 카림 벤제마가 오른쪽으로 공격을 연결하고, 앙헬 디 마리아에게 패스가 이어진 순간 호날두가 파고들어 골대 방향으로 잘라 움직였다.
그래서 난 발을 멈추곤 그냥 손을 들었다. 이 위치와 공격이 진행 방향이라면, 수비라인이 너무 잘 보였기 때문이다.
역시나 결과는 오프사이드였고, 짜증과 좌절의 감정을 감추지 않은 호날두가 입가에 썩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다시 볼은 우리에게 온다.
‘후우- 길어지면 안 돼.’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어서, 이런 상황에서도 전반전의 끝이 보이자 자연스럽게 페이스를 조절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곳곳에 보였다.
바스티가 열정을 보여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상황은 훨씬 나빴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거다.
난 프리킥을 일단 노이어에게 보냈다.
그리고 후방에서의 빌드업이 진행되기 전, 람에게 손짓한 나는 위치를 서로 바꿨다. 다시 젝서(Sechser)에 섰고, 패스를 연결받아 이스코와 마주했다.
압박의 강도가 조금 높아진 것 같다.
‘아까 그거였나?’
호날두의 오프사이드 직후에 레알의 벤치가 조금 부산스러웠는데, 안첼로티가 별도의 지시를 내렸나 보다. 빌드업을 망쳐 놓기 위한 방법으로, 이스코의 위치를 끌어 올린 것이다.
끝까지 전방 공격수들의 위치를 조절하지 않는 고집은 존경스러웠지만, 결국 이건 임시방편이다.
“!!”
맨유와의 경기에서도 보여 줬었던 라 크로케타(La Croqueta)에, 이스코는 가볍게 벗겨진다.
그리고 이런 내 앞에 있는 것은 이스코의 전진으로 생겨난 마드리드 중원의 큰 구멍이었고, 거의 동시에 오버랩을 시작한 람으로 인해 코엔트랑의 위치는 고정된다.
‘역시, 주장.’
람은 정말 놀랍다. 올 시즌 처음으로 아흐터(Achter/CM)로 뛰었음에도, 마치 10년은 그 포지션에서 뛴 것만 같다.
임기응변으로 뛰는 게 아니라, 해당하는 포지션의 의미를 100% 이해하고 있다. 물론 나도 다양한 역할을 했지만, 언제 어느 때고 내 기본적인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
난 수비하고, 수비하고, 또 수비한다.
그게 바로 풀백의 기본이니까.
그냥 가끔 지금처럼 공격에 가담해 숫자를 늘리고, 나로 인해 비게 되는 공간으로 패스를 보낼 뿐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기회가 되면.
‘……가자.’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을 한다.
그러니까, 슈팅 말이다.
가볍게 스텝을 조절하며, 축구공을 적당히 앞으로 밀어 놓곤 호흡을 들이마신다.
“흐읍-!”
금방 이스코의 전진으로 생겨난 공간을 커버할 수 있었던 선수는 다섯. 루카 모드리치-사비 알론소-세르히오 라모스-페페-파비우 코엔트랑이 그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람의 전진으로 가장 먼저 코엔트랑이 떨어져 나갔고, 토마스 뮐러가 라모스와 페페를 동시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로번을 신경 써야 했던 알론소는 포백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바빴고,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모드리치도 바스티와 괴체를 확인하곤 날 놓아두었다.
골대와의 거리는 대략 30m 안쪽인데, 얼추 27, 28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뭐, 문제없는 거리다.
퍼억-!!!
“푸우우우-!!”
아까 말했듯이, 전방의 공격수 숫자를 줄이지 않고 단순히 미드필드를 끌어 올리는 것으로 빌드업을 저지하려고 했던 안첼로티의 판단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며 오만(傲慢)이고, 현실을 섞자면 미련(未練)으로도 설명이 가능했다.
이미 두 골을 허락했음에도 같은 숫자 싸움으로 대적하려고 했던 것은 오만이며, 그것을 안다면 변화를 꾀해야 하지만 끝내 공격 숫자를 줄이지 못한 것은 미련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한 골은 우리의 2골이기에, 손익계산에서 차마 발을 뺄 수 없었던 거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랬다.
지금까지 펩과 함께 경험하며 지켜본 축구의 새로운 세계는, 약간의 실수라도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었다. 수준이 높은 무대일수록, 이 법칙은 더욱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지금, 카를로 안첼로티는 그 대가를 받는다.
내 발을 떠난 축구공이 그대로 그물에 꽂힌 거다.
회전이 거의 없이 떠오른 축구공은 조금씩 물러서며 위치를 찾던 카시야스의 오른편으로 향했고, 나를 기준으로 왼쪽 상단 구석을 향한 슈팅은 그대로 골이 되었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울 만큼 강하게 날아간 슈팅이었는데, 득점을 확인하는 주심의 휘슬 소리를 들으며 코너플랫으로 달려간 나는 무릎으로 슬라이딩해 들어갔다.
“호오오오오오오오-우!!”
그리고 난 잠시 뒤, 동료들에 의해 깔려 버렸다.
.
.
·전반 종료
바이에른 뮌헨 3 : 0 레알 마드리드
***
누구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특히 카를로 안첼로티에겐 패닉이 닥쳐올 만큼의 충격적인 결과였다.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역대 전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 온 데다가 1차전 대승을 거두었던 그이기에, 전반전 45분 만에 받아 든 성적표는 감당하기 벅찼다.
[빌어먹을! 대체 이게 뭐야?! 무슨 일이냐고!]쾅-!
[…….]저벅저벅 걸어 들어선 감독실의 안에서, 카를로 안첼로티는 그의 스태프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어떻게 한 경기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슈팅이 두 개나 나오냐고!! 뒤의 두 개는 순전히 운이 좋았어!! 빌어먹을 행운이! 저들에게 갔다고!!]카를로 안첼로티는 자신의 전술적 고집과 유연성의 부족이 화를 초래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만약 앙헬 디마리아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수비적 임무를 부여했더라면, 마지막 김다온의 골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리그 등에서 패배를 겪으면서 늘 보여 왔던 문제점이다.
상대가 전술로 제대로 카운터를 쳤음에도 고집을 꺾지 않는다거나, 로테이션의 부족으로 주전들의 체력이 많이 쓰여 폼이 떨어졌음에도 PLAN B는 없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는 거다.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았을 때 카를로 안첼로티는 ‘성공한 축구 감독’이었고, 그가 성공을 일궈 낸 방식은 이미 고집이 아닌 하나의 전략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더욱이 아들과 본인의 수족과도 다름없는 이가 중심이 된 스태프들은, 이런 카를로 안첼로티를 맹신 중이다.
[베일에요, 아버지. 베일을 투입해야 해요.] […….] [1차전과 똑같이 가는 겁니다. 이스코를 빼고 베일을 투입하자고요. 디 마리아는 이제 중앙이 훨씬 더 편해 보여요. 그럼 우린 후반전에 골을 넣을 겁니다.] [……후우~]아들 다비데의 말에 정신을 차린 카를로가,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아들아. 내가 잠시 흥분을 했구나.] [아니에요, 아버지. 아버지는 늘 옳아요.] [그래. 역시 너밖에 없어.]오랫동안 라커룸을 비워 둘 수 없었던 카를로가 다비데의 가슴팍을 손을 두드리며 닫혀 있던 문을 연다.
그는 곧바로 선수들의 앞으로 다가갔고, 질책을 하는 대신 격려로 사기를 북돋으려고 했다.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여, 아직 팀이 앞서고 있음을 말해 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베일! 준비하도록! 네가 후반전에 뛴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다비데 안첼로티의 권유에 따라, 가레스 베일을 다시 피치 위에 투입기로 결정한다.
***
하프타임 동안, 펩은 우리가 얼마나 환상적으로 뛰었는지. 그리고 팬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를 말했다.
그런 뒤에 그는.
“잘 듣게.”
“…….”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의 눈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이런 말을 했다.
“의심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가진 것들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도록 하지. 누군가는 도전을 무모하다고 하지만, 세상의 처음은 늘 그런 무모함에서 나왔다네.”
“…….”
“한 골. 단 하나의 골이면, 우린 지난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어.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골을 허락한 순간 드러나겠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나?”
도전과 경쟁.
용기와 희생.
제법 많이 감정적이고, 아주 조금 냉정했던 하프타임 팀 토크가 전해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마지막 휘슬이 불리기 전까진, 전반전에 해 왔던 노력과 같은 것들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4:4가 되었을 때 행여 긴장이라도 놓아 버릴까, 펩은 걸음마를 막 시작한 자녀를 돌보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이 무대. 그리고 우리가 지금 처한 단계. 너희들 중 대부분은 작년 이 무대의 끝에서 승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젠 너희도 알고 있을 거다. 피치 위에서는 절대, 영원한 승리자는 없다. 영광이란 찰나의 것이고, 여름이 지나고 나면 아무도 봄의 승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Tagtraum이지.”
Tagtraum.
펩은 분명 이렇게 말을 했다.
이건 한국어로 백일몽(白日夢)이다.
1980년의 심리학자 에릭 클링거(Eric Klinger)는, 백일몽은 대부분 일상적인 사건과 관련이 있으며 대부분은 삶의 방어기제로 작동한다고 말을 했다.
인간은 소멸이 확정된 영광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백일몽을 꾼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는 스포츠 심리학에도 적용되는데, 바로 여기에서 내가 벤피카에서 배운 내용이 나온다.
“난 우리가 얼마 전까지 백일몽 안에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베르나베우에서의 패배가 비로소 우리를 깨웠고, 현실을 마주한 우린 생각보다 더 잔인한 상황과 마주했지.”
“…….”
“하지만 보아라. 너희는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 남들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졌고, 그건 틀림없는 축복이다! 용기를 가져라! 도전을 두려워할 것 없다! 이제 너희가 할 일은 저기 피치로 나가! 우리에게 필요한 골을 수집해 오는 거다! 의심하지 마라! 너희는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너흰!”
바에이른 뮌헨.
디 로튼(Die Roten/빨강).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펩은 지금까지 그에게 없다고 여긴 강인한 카리스마와 머리가 아닌 심장을 요동케 만드는 이야기를 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경기를 앞두고 시청한 비디오보다, 지금 그가 던진 메시지가 훨씬 더 감동적이다.
라커룸은 당연히 불타올랐고, 다시 피치로 나갈 준비를 마친 우리는 승리를 쟁취하고자 당당히 걸어 나갔다.
하지만 그 전에.
“이보게나.”
“?”
난 펩의 부름을 받았다.
“괜찮나? 체력은?”
“……하하하.”
“응? 왜 웃지?”
“금방 그런 말을 한 사람 같지 않아서요. 겁이 나나요?”
“…….”
바로 여기에, 내가 펩을 사랑하게 된 이유가 있다.
우린 감독과 선수인 동시에, 친한 벗이었다.
펩은 내게 남들에겐 보여 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고, 그럼 나는 그를 다시 펩 과르디올라로서 온전할 수 있도록 그가 바라는 것을 안겨다 주었다.
이건 이번 시즌 내내, 우리 관계가 작동한 방식이다.
“다음 경기가 어디였죠?”
“나흘 뒤, 함부르크 전이지.”
“네. 제 기억도 그래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무슨 상관이냐고?
그야.
“아무래도, 그 경기에는 쉬어야 되겠어요.”
“?!”
“후반전에 제가 어떻게 뛰는지 보세요. 그리고 쉴 자격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날 휴가를 주세요. 그럼 당신과 팀이 함부르크를 다녀올 동안, 전 두 발 쭉 뻗고 쉬고 있을게요.”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먼저 쉬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펩의 로테이션에 있어 고민거리 중 한 사람이었고, 여전히 모든 경기에서 뛰고 싶다.
그래서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약속이었다.
오늘 나는 펩을 위해, 승리를 가져올 거다.
“당신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 드릴게요.”
“자네…….”
“하하. 감상적은 나중에 되자고요. 알겠죠?”
펩에게 가볍게 경례를 해 보인 나는 얼른 몸을 돌려 피치를 향해 걸어 나갔다. 정말로 난 아직 지치지 않았고, 전반전에 한 것과 똑같은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피치로 나섰을 때 가레스 베일이 몸을 푸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하여 해야 할 일은 바뀌지 않는다.
그저 역할이 조금 바뀔 뿐.
“이봐아-!!”
평소와 전혀 다를 것 없는 얼굴로 사이드라인 앞에선 펩이, 가레스 베일의 투입을 확인하곤 선수단 전체를 향해 역습을 더욱 신경 쓸 것을 주문한다.
후반전 우리의 전술은 가장 잘하는 4-1-4-1이고, 하비가 아닌 내가 센터백으로서 뛰게 될 예정이다.
물론 여전히 역할은 리베로.
난 남은 45분도 ‘자유롭게’ 피치 위를 누빌 생각이다.
삐—익!!
주심이 휘슬이 울리고, 2013/14 챔피언스 리그 결승진출 팀의 향방은 이제 남은 45분에 달리게 되었다.
***
작가의 말 ? 내일 준결승전이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