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59)
358화
SL 벤피카에 합류했을 초기, 조르제 제수스 감독님은 미셸 플라티니가 했던 유명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미셸은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라고 했지. 만약 모든 선수가 완벽하게 뛴다면, 스코어는 영원히 0:0일 거라고 말이야. 누군가가 빼어나다는 건, 반드시 그 주변의 누군가는 실수를 했다는 뜻이지. 그게 눈에 보이건 혹은 보이지 않건.”]이것은 절대로 한 개인의 노력을 깎아내리려던 말씀이 아니었다. 그저, 축구에서 실수는 비일비재한 것이니 너무 마음에 담아 둘 필요가 없다고 알려 주고 싶으셨던 거다.
난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했다 믿었고, 실수를 하고 나면 그걸 빨리 털어 버리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때론, 잊을 수 없는 실수도 있다.
아마 지금이 그렇지 않을까?
“으아아아아아아아-!!!!”
“덤벼!! 덤비라고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으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악-!! 우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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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2분
바이에른 뮌헨 4 : 0 레알 마드리드
그대로 집어삼켜질 것만 같은 거대한 함성 속에서, 이것이 아군의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반면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른 이야라멘디는 피치 위에서 얼굴을 가리고 엎드린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클리어를 하려 발을 힘껏 휘두른 그는 헛발질을 해 버렸고, 그대로 굴러간 축구공은 만주키치와 로번을 거쳐, 공간을 파고든 뮐러의 득점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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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이야~ 이게 바로 축구죠! 0:4의 참패. 제아무리 바이에른 뮌헨이라지만,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이걸 뒤집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거든요? 물론 아직 경기는 끝난 게 아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저력. 정말 놀랍습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아마 지금쯤 대한민국 곳곳도 들썩이고 있을 겁니다. 아- 그리고. 이야라멘디 선수. 치명적인 실수에 고통을 온 얼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팬들의 심정도 아마,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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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후반전은 팽팽했던 승부였고, 마음먹고 걸어 잠근 상대의 빗장을 푸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경기가 이대로 끝날 수도 있으며, 역전이란 꿈은 그저 한낱 신기루가 되어 허공에서 흩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굴러 들어온 행운 하나가, 우리 쪽에 무게 추 하나를 더 실어 주었다.
삐—-익!!
다시 경기가 재개되고, 후방으로 볼을 돌렸던 레알 마드리드는 이제 라인을 잔뜩 높여 본격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려고 한다.
앙헬 디 마리아를 왼쪽에. 그리고 루카 모드리치를 오른쪽 미드필드로 돌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을 최전방에 내세워 득점을 노린 것이다.
그렇지만 세 명의 공격수가 있을 때와, 최전방에 두 명의 공격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 차이가 난다.
더구나 레알 마드리드는 지금 심리적으로 크게 요동치는 중이었고, 시종일관 완벽한 패스를 선보이던 사비 알론소가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축구공을 차 버렸다.
이에, 욕설을 내뱉는 호날두.
“Me Cago!! ¿Que es ese pase Puta?!”
개인적으로 스프린트를 해 볼 노력도 없이 곧바로 포기한 주제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상대 진영의 분열을 굳이 멈출 이유가 없어 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다시 최후방으로 볼이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아래로 내려와 잠깐 수비에 가담했었던 나는 메디아푼타(AM)로 돌아갔다.
아까보다 훨씬 널찍한 공간을 점유하며, 난 편안한 상태에서 패스를 연결받았다. 그러곤 반대편을 슬쩍 한번 쳐다보았다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을 해 가까운 뮐러를 찾았다.
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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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네빌) – Sky Sports u.k 해설위원
“상황이 이렇게 되니 조금 이야기를 해 볼 수 있겠군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저 친구가 오늘 내내 얼마나 굉장한 일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시작은 센터백이었고, 오른쪽 윙어와 풀백처럼 뛰기도 하다가, 중간엔 중앙 미드필드도 맡았고 지금은 공격형 미드필드예요! 더욱 황당한 건, 그 모든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100%. 아니, 그 이상 소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도 봐요. 저 친구는 저 자리에서 무척 편안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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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버트) – 호주 Optus Sports 해설위원
“짐작조차 되지 않는군요. 그러니까, 다온이 축구를 이해하는 수준의 깊이가 말입니다. 저건 단순히 축구를 잘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호날두나 메시가 수비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고요. 과연 그들이, 무결점의 수비를 할까요? 전 하물며 그들이 평균조차 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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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펑) – 중국 CCTV 아나운서
“……?塞(와사이/대박입니다). 앞으로 우리 중국이 저 친구 때문에 얼마나 괴로울지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왜 계속 저런 선수들이 튀어나오는 겁니까? 솔직히, 분해서 화가 날 지경입니다.”
(웨이 지하오) – 중국 CCTV 해설위원
“중국의 젊은 선수들에겐 절박함이 없으니까요. 그들은 어린 나이일 때부터 돼지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슈퍼리그라는 허무맹랑한 곳에서 왕처럼 군림하죠. 반면에 한국이나 일본의 어린 선수들에겐, 향상심이라는 게 있습니다. 향상심!”
(시안 펑)
“중국 선수들이 조금,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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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지마 히코자에몬) – 일본 Wowwow 아나운서
“아- 레아루 마도릿도. 가카리데스네(がっかりですね./실망스럽네요).”
(세리자와 노부히코) – 일본 Wowwow 아나운서
“소오- 데스네. 야하리(やはり/역시), 방심이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만…… 첫 번째 경기에서 4:0의 쉬운 승리를 거두었던 게, 결국 그들에게도 독이 되지 않았는가. 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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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톨레도) – 스페인 Moviestar+ 코멘테이터
“아직 결과는 모릅니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앞으로 우린 지겹도록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와 얽히는 저 한국인의 이름을 듣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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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에펜베르크) – 독일 ZDF 해설위원
“당신은 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없어요. 저런 식으로 뛰어다니는 선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실로 궁금합니다. 오늘 경기가 끝난 뒤에, 다온이 뛴 거리가 얼마나 될지가 궁금하군요. 피치의 전역에 그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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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느낄 수 있다.
동점이 그들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건드렸고, 이제 피치는 온전히 우리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 굳이 상대의 허를 찌를 필요도 없고, 그들을 혼란케 할 필요 역시 없다.
그저 바이에른 뮌헨 그 자체로 뛰면 된다.
무엇도, 이 기세를 끊을 순 없다.
【“선수 교체입니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사비 알론소를 빼고 알바로 모라타(Alvaro Morata)를 투입해 다시 공격을 강화한다. 4-3-3으로 복귀하여, 한 골을 노리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가레스 베일의 후퇴가 없는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드 진영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바스티가 포백의 앞쪽에서 주변 지역을 쓸어 담았고, 한 차례 실책 이후에 완전히 혼란에 빠져 버린 이야라멘디는 매번 나쁜 위치 선택을 했다.
결국 모드리치나 앙헬 디 마리아가 늘 커버를 해 줘야 했고, 단 한 명의 미드필드에 전방 패스 공급을 의존해야 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은 단순하게 바뀌었다.
최후방에서 라모스와 카르바할이 뻥뻥 앞으로 축구공을 걷어찼지만, 보아텡과 하비가 집중력을 발휘해 주고 있다.
알라바와 람의 커버 및 연계도 훌륭했던지라, 상대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이야라멘디의 실책과 같은 상황이 본인들에게도 찾아오길 바라는 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린 애초부터 네 골 차로 뒤졌었고, 기어코 동점을 만든 지금 모든 부분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점이다.
어디에서 샘솟은 건지 다들 경기가 막 시작된 것처럼 뛰어다녔고, 집중력은 단순히 최근뿐만이 아니라 뮌헨에 합류한 이후에 최고였다.
아니.
지금까지 축구를 해 오며, 이보다도 집중하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후반 40분.
의미 없는 롱 패스가 노이어의 품에 안기고, 완급을 조절한 그가 옆쪽으로 볼을 굴리면서 다시 빌드업이 시작된다.
“이봐!”
“?”
아래로 내려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토니.
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우리의 전형은 4-2-4라고 보는 게 맞다.
4-1-4-1을 설 때 흔히 펼쳐지는 광경으로, 한 명의 미드필드와 최전방 공격수가 한 칸씩 내려서면서 이런 식으로 포메이션이 재정비된다.
볼이 안정적으로 높은 위치까지 올라서면 양쪽 풀백이 전진하여 2-4-4의 형태가 되는데, 궁극적으론 네 명의 공격수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 진입하고 풀백이 양쪽 사이드를 맡아 주는 풍경이 가장 좋다.
그리고 두 명의 미드필드가 페널티 박스 바깥에 서서 세컨볼 다툼을 하고,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익숙한 축구.
‘드디어, 돌아왔어.’
펩은 오늘 경기를 6분할하여, 각각의 파트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초 3-5-2를 쓴 15분은 혼돈과 공격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고, 그다음은 수비와 안정. 마지막 전반 15분은 정체와 그것을 깨트리는 노력이었다.
그리고 후반 첫 15분은 다시 수비와 안정에 초점을 두었고, 이후 15분을 속도와 집중이라 말했던 펩은, 마지막 15분을 이렇게 정의했었다.
[“모든 게 생각대로 풀린다면, 결국 남은 15분은 이렇게 될 것이다. 바로.”]승리(勝利)와 환희(歡喜).
실제로 오늘 경기를 돌이켜 보면, 펩의 의도한 바가 정확히 들어맞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매번 이럴 수는 없지만, 가장 필요할 때에 해 주었다는 거다.
1차전처럼 모든 것이 엉망인 날도 있으면, 오늘처럼 완벽한 날 역시 있어 줘야 한다.
삶이란, 종국엔 공평하게 바뀌니까.
물론 삶 속에서의 종국은 죽음이라는 단어로 귀결되어 무섭고 쓸쓸하지만, 축구에서의 종국은 노력이 수반되면 결국은 양쪽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준다.
미셸 플라티니의 말이 옳다.
결국 축구는 0:0인 것이다.
“여기!!‘
최전방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들이 강한 압박을 가하는 상황 속에서, 빌드업의 +1이 되어 준 바스티가 앞쪽의 토니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그는 곧장 돌아서서 다음 연결 지점을 찾았고, 비어 있는 공간에 선 내게 축구공을 전달했다.
그와 동시에, 난 엄청난 기세로 앞쪽으로 스프린트 해 달려 나가는 알라바를 보았다.
‘원터치.’
툭-
“!”
어느새 압박을 가해 온 모드리치를 등져 둔 상태에서, 난 오른발의 바깥 부분을 이용해 축구공을 흘려버리듯 알라바의 앞쪽 공간으로 보냈다.
그리곤 재빨리 돌아서며 패스의 연결 여부를 확인했는데, 조금 멀리 빠졌긴 해도 그래도 이어졌다.
잠깐 사이드라인 쪽으로 움직여 축구공을 발아래에 둔 알라바를 보며, 나는 조금 빗나간 패스로 인해 늦춰졌던 속도를 다시 되찾아 오기로 결정한다.
다니엘 카르바할이 알라바에게 붙는 것을 보며, 곧장 빈 공간으로 내달리기로 한 것이다.
“여……!!”
본래라면 말이 끝까지 나왔어야 했지만, 알라바는 나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내가 바라던 정확한 곳으로 축구공을 밀어 보냈다.
다급하게 후퇴를 한 카르바할이 이번엔 나를 쫓았고, 스프린트를 하던 오른발로 축구공을 잡아 둔 나는 뒤를 슬쩍 처다 보며 왼발의 뒤꿈치를 가져갔다.
패스를 보낸 후 안쪽으로 잘라 움직여 들어가던 알라바가 다시 볼을 받았고, 어느새 그는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슈팅을 날릴 기회를 잡는다.
문제라면, 그것이 오른발이라는 것.
쟨 왼발밖에 쓸 줄 모른다.
결국.
‘이런!’
알라바가 슈팅을 하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는 사이, 발 빠르게 움직인 라모스가 슈팅 경로를 막고 뒤쪽에서는 모드리치와 이야라멘디가 동시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힐킥을 보낸 후 알라바를 바라보던 나는, 페페의 위치가 조금 깊숙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대로 횡(橫)으로 움직이더라도 오프사이드가 아니기에, 난 굳이 라인을 되찾기 위해 물러나는 대신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그냥 쇄도해 들어갔다.
“데이비드!!!”
이번엔 말을 끝까지 마쳤고, 나를 발견한 알라바는 왼발을 그대로 축구공이 밑으로 가져가 삽으로 푸듯 들어 올렸다.
조금 느렸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속도로 축구공은 두둥실 떠오른다. 그리고 그것은 라모스와 카르바할의 사이를 통과해, 내 왼발에 안착했다.
그와 동시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일제히 손을 들어 올리며 오프사이드를 주장했는데, 지금은 앞쪽으로 빠져 있는 페페만이 거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차마 그럴 수 없었을 거다.
진실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페페의 저런 태도는 이것이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확신을 안겨다 줬고, 페널티에어리어와 골 에어리어 중간 지점에 위치한 나는 이제 카시야스와 마주했다.
슈팅을 날리기엔 결코 좋다고는 볼 수 없는 위치. 각이 부족했고, 또 카시야스도 방향을 제대로 좁혀 왔다.
그럼 난 어쩌지?
그래도 슈팅을 해야 할까?
절호의 기회이니까?
‘……아니. 그렇지 않아.’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 모두가 각자의 이유에서 멈춰 섰을 때, 나를 포함한 누군가는 계속해서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수행했다.
지금 내 눈에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너무나도 잘 보였다.
바로.
파앙-
“!!!!”
나의 왼발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가볍게 움직이자, 이케르 카시야스는 얼어 버린 듯 자리에 멈추어 서 버렸다.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못했고,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결과를 직감한 듯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 쥔 채 넘어졌다.
하지만 난 그런 카시야스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왜냐하면.
{“—–!!!!!!!!”}
{“——!!!!”}
{“———-!!!!”}
귀가 멀어 버릴 것 같은 함성을 비집으며 더욱 커다란 괴성을 내지르는, 나의 멍청하고도 시끄러우며 눈치라곤 쥐뿔도 없는 동료를 안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
바로 토마스 뮐러.
“흐으으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기뻐하는 건지 울부짖는 것인지조차 분간하기 힘든 뮐러의 외침을 들으며, 난 안아 올린 녀석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왼손으로 두들겼다.
[이 개새끼!! 예쁜 새끼!! 미운 우리 새끼!!!]마침내 우린,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완수해 냈다. 보이지 않는 전광판의 숫자는 5:0이 되어 있을 게 틀림없었으며, 그 증거는 지금 듣고 있는 모든 것들이었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또 누구의 손길인지조차 분간되지 않는 상황 속을 간신히 벗어나고 나서야, 난 비로소 오늘 처음으로 알리안츠 아레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눈이 가장 처음 닿은 곳엔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옆에도 또 그 옆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울거나 환호하며 연신 자유로운 손 하나를 허공에 휘저었다.
그리고 난 그들을 바라보며, 왼쪽 가슴팍에 달린 바이에른 뮌헨의 로고를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그런 뒤에는 양쪽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려, 이렇게 소리쳤다.
“이게 바로 바이에른이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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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역전!! 역전입니다!! 기어코 역전에 성공하는 바이에른 뮌헨!! 이번에도 김다온과 토마스 뮐러가 득점을 합작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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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기뻐하고 있는 우리를 진정시킨 것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펩이었다. 그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큰 동작으로 움직이며, 계속해서 가라앉히란 제스처를 보내왔다.
그런 뒤엔 다시 손을 움직였다.
또 다른 변화.
이젠, 4-2-3-1이다.
“하비! 올라가!”
내가 다시 센터백으로 돌아가고, 우린 그 위에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하비 마르티네스라는 작년 트레블의 주역을 두었다.
오직 공격밖에 남지 않은 레알 마드리드는 킥오프와 동시에 볼을 호날두에게 보냈다.
사이드라인의 앞쪽에서 볼을 받아 든 그가 드리블을 시작하고 순서대로 로번과 하비를 젖혔지만, 결국 오늘 내내 극복하지 못한 람과 나의 협력 수비를 뚫지는 못했다.
평소였다면 주심에게 잔뜩 짜증을 부렸을 호날두지만, 그는 벌떡 일어나 재빨리 전방을 압박했다.
하지만 람은 여유 있게 패스를 돌렸고, 뒤늦게 발을 뻗은 호날두에게 발목을 걷어차이며 피치 위에서 뒹굴었다.
당연히 파울이다.
삐—익!!
“…….”
허탈해하는 호날두의 어깨가 아래로 떨어지고, 곁을 스쳐 지난 나는 재빨리 람에게 다가가 넘어져 뒹굴던 그의 손을 붙잡고 얼른 일으켜 세웠다.
지금은 시간을 끄는 것보다, 람이 피치 위에서 떠나 있지 않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그리고 람이 일어난 동시에, 추가 시간이 선언된다.
남은 시간은 4분.
결코 짧지 않다.
“드러누울 걸 그랬나?”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하하. 아니. 이제 거의 다 왔어.”
“네. 하지만 끝난 건 아니죠.”
“이런! 살살하라고.”
드디어 서로의 입에서 농담과 비슷한 것들이 나왔지만, 금세 얼굴을 굳힌 나는 피치 전체를 돌아보며 손뼉을 쳤다.
짝!짝!짝!짝!
“집중해!! 아직 경기는 4분이나 남았어!!”
그러자 이에 호응한 바스티도 크게 목소리를 높였는데, 오늘 90분 내내 궂은일을 몽땅 도맡아 준 저 남자는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선수였다.
바스티가 없었다면 우린, 몇 배는 더 힘이 들었을 거다.
그리고 토니도 전방에서 있는 힘껏 싸워 줬다.
‘그들만이 아니야.’
로번, 괴체, 만주키치, 노이어.
오늘 거론되는 경우가 적었던 선수들 모두, 열심히 뛰지 않은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이 경기를 어떻게 평가할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이것을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과 오직 하나의 목적 아래 많은 것을 희생한 이들 덕분이라 말하고 싶었다.
몇 차례 호날두가 드리블을 하고 또 장거리에서 쏜 베일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긴 했지만,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그리고 마침내.
삑-!!
“이야아아아아-!!!!!”
삐?익!! 삐이이이익-!!!
기다렸던 휘슬이 울려 퍼지자, 우리 모두는 피치 위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마음껏 환호했다.
벤치에 있는 모든 이들이 참지 못하고 뛰어 나왔고, 서로를 얼싸안은 펩과 코칭스태프들 또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나 역시, 곁에 있던 람과 부둥켜안았다.
“이런, 빌어먹을. 필리프…….”
“하하. 그래. 우리가 해냈어.”
“제기랄. 이 기분을 뭐라 설명해야 하죠? 전 도저히 모르겠어요.”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느끼면 돼.”
“네.”
서로의 등을 토닥여 주는 와중, 감았던 눈을 뜬 내 시야에 허탈함에 주저앉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보였다.
호날두는 울고 있는지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채 어깨를 들썩였고, 그 뒤의 디 마리아와 코엔트랑 또 이야라멘디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잠깐만요.”
“그래. 그렇게 해.”
그런 모습들이 괜히 마음이 쓰였던 나는, 람과 떨어진 뒤에 호날두의 곁으로 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생각대로, 호날두는 울고 있다.
[수고했어. 너흰 정말 어려웠다고.] […….] [다음엔 우리가 너희의 입장일 수도 있을 거야. 정말로 고마워. 멋진 상대가 되어 줘서.] […….] [아디오스, 아미고. 다음에 또 보자.]탁탁-
어차피 들리지 않을 이야기였을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나는 이러고 싶었다. 지금 호날두의 모습과 과거 올림픽 결승에서 패배하고 또 벤피카 시절 챔피언스 리그에서 탈락이 확정된 경기에서의 내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래 이런 감정을 가질 생각은 없다.
호날두에게서 멀어진 난, 곧바로 펩을 찾아갔다.
“펩!”
“오-!”
펩과 나는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았고, 그 상태 그대로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말을 전했다.
“정말 즐거웠어요, 펩. 재미있었다고요.”
“그래. 나도 그랬어. 이건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축구야.”
“계속 함께 있어 줄 거죠?”
“하하. 물론. 그렇고말고.”
겨우(?) 결승전 진출을 확정 지은 것뿐이었지만, 우리는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오래도록 피치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팬들 역시, 눈물에 젖은 얼굴을 손으로 닦아 가며 이런 우리를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높여 주었다.
{“Aiaiaiai. / 아-이! 아이아이아이-!
FC Bayern Munchen / FC 바이에른 뮌헨!
Wir singen und tanzen auf dem / 피치 위에서
Fussballfeld. / 우린 노래하고 또 춤을 춘다네.
Ein Schuss! / 찬스!
Ein Tor! / 그리고 골!
Die Bayern! / 위대한 바이언이라네!“}
우리는 그런 그들과 함께, 아주 오래도록 함께 노래하고 또 점프하며 춤을 췄다.
단언컨대, 오늘은 내 인생 중 가장 멋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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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바이에른 뮌헨 5 : 0 레알 마드리드
※ 종합전적 5:4 바이에른 뮌헨 승.
[골] 토마스 뮐러 : 전반 2분(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후반 32분(아르연 로번), 후반 42분(김다온)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전반 6분(김다온)
김다온 : 전반 3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