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10)
609화 das Vermachtnis (9)
※ 2015/16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사전 인터뷰
-> 2016.05.27. 진행
1. 지네딘 지단
From. 마르카(스페인)
On. 최근 2년 우승 트로피가 없는 것에 대해
“그래서 내일 경기가 더 중요하다. 레알 마드리드가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준비는 무척 잘 되었고, 최근 2년 중 첫 번째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From. BBC(잉글랜드)
On. 레알 부임 후 팀을 무척 잘 이끌어 왔다
“특별히 내가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능력 있는 선수들 덕분이며, 그들의 실력으로 응당 올라야 할 위치까지 온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잘 이끌었다는 말은 내일 경기에서 승리한 뒤에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From. ESPN(미국)
On. 당신의 축구 철학은 무엇인가
“오래전부터 해 왔던 말이지만, 축구는 즐거워야 한다. 선수에게나 관중에게나, 축구는 늘 즐겁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공격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수비와의 조화도 생각하고 있다. 내일도 그런 축구를 보여 줄 생각이다.”
From. 아스(스페인)
On. 바이에른 뮌헨에 대해
“굉장한 팀이다. 그건 그들이 최근 3, 4년 동안 거둔 성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모든 포지션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채웠고, 알다시피 펩 과르디올라도 세계 최고의 감독이다. 그러니, 무척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다.”
From. Sky Sports(잉글랜드)
On. 선발 공격진 구성에 대해
“현시점 최고의 선수들을 투입할 것이다.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다.”
On. 제로니모 베가를 칭찬한 것에 대해
“어떻게든 대답을 듣고 싶은 것 같다(웃음). 제로니모 베가는 내가 지켜보는 선수 중에 하나다. 현시점 에당 아자르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위에는 호날두, 메시 또 다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내가 내일 꼭 호날두와 베가를 투입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From. 키커(독일)
On. 김다온의 최근 폼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얼마 전 컵 대회에서도 혼자 두 골을 넣은 것으로 안다. 그는 정말 놀라운 선수다. 풀백이지만, 어지간한 스트라이커보다 더 많은 골을 넣고 일류 미드필드보다 더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다. 가끔은 그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From. Goal.com(INT)
On. 특별한 계획이 있는가
“난 깜짝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할 때 가장 좋은지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확실하게 준비하고 나가, 내일 우리가 승리자라는 것을 모든 이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From. 가체타(이탈리아)
On. 만약 내일 패배한다면, 레알의 시즌은 실패인가
“실패는 태도에 달려 있다. 만약 내일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스스로 단단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다면, 그렇다. 그것은 패배일 것이다. 시즌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가 꽤. 아니 굉장히 잘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
.
2. 펩 과르디올라
From. ARD(독일)
On. 역대 최다 우승 감독이 되는 것에 대해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겠지만, 그 전에 승리를 하는 일이 먼저다.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From. ABC(스페인)
On.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마지막 경기다
“(웃음) 만약 내가 오늘 그 질문을 받게 된다면, 나는 반드시 그게 당신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듣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현시점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이다. 이쯤이면 대답이 되었을 거로 본다.”
From. Sky Sports Germany
On. 최근의 레알 마드리드 공격진에 대해
“의심할 여지 없이 굉장하다. 후반기만을 놓고 본다면 MSN보다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의 공격진을 상대한다는 마음으로 내일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From. 빌트(독일)
On. 다온의 포지션에 대해
“전술적으로 가장 필요하고 또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은 곳에 그를 배치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가 미드필드일지 아니면 수비수일지는 오늘 밝힐 수 없다.”
From. 아 볼라(포르투갈)
On. 올 시즌 다온은 얼마나 중요한 선수였는가
“그와 우리 팀의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는 절대 불가결한 선수이며,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 중에 하나다. 그렇지만 내일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모두가 다 잘해 주어야 한다. 다온은 지금까지 최고였지만, 내일 플레이를 잘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의심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는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From. 아스(스페인)
On. 레알 마드리드에 대해
“당연히 그들을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굉장한 도전을 하도록 만들 것이며, 가장 힘든 순간을 선물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적절한 준비가 되어 있다. 내일 승리하는 쪽은 우리가 될 것이다.”
From. 가체타(이탈리아)
On. 뮌헨은 이미 세 개의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없이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이별이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완벽한 성공 없이, 아름다운 이별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내일 경기에서의 승리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이다.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클럽을 위해 트로피를 차지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많은 볼거리가 준비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 BBC(U.K)]? 바이에른 뮌헨 VS 레알 마드리드
? 펩 과르디올라 VS 지네딘 지단
? 김다온 VS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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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종료된 후, 리우 올림픽에 참가할 예정인 김다온. – ESPN(미국)]***
2016년 5월 28일. 20124 밀라노, 이탈리아. 피아짜 델라 레퍼블리카, 13. ME 밀란 일 듀카(ME Mila Il Duca. Piazza della Repubblica, 13. 20124 Milano MI, Italy).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결전의 날이 밝았다.
함께 밀라노로 온 가족들은 인근의 다른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그들 모두 경기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산 시로로 이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제 적응훈련을 가진 후, 통째로 빌린 호텔에 유명 요리사를 불러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코스에 쓰인 재료는 하나같이 호화스러웠고, 접시에 담긴 음식은 경기에 부담을 주지 않을 만큼 담백하면서도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Good Morning, Sir.”
“Buon Giorno.”
“하하. 오믈렛을 만들어 드릴까요?”
“조금 이따가요.”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고마워요.”
어젯밤은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침대에 눕기 전까지만 해도 정신이 말똥말똥했었는데, 막상 베개에 머리를 가져다 대자 괜한 걱정이었다는 듯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을 땐 살짝 쳐진 커튼의 사이로 햇살이 비추고 있었고, 호텔 밖에서 들려오는 이런저런 소리가 들려왔다.
“…….”
식당 밖 테라스의 끄트머리로 다가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자, 호텔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Bom dia, Amigo!”
“으왓-! 깜짝이야!”
“큭큭큭. 놀라긴. 잠은 좀 잤어?”
“응. 넌?”
“놀랍게도,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그대로 곯아떨어졌어.”
“나도 그래. 저 밖에는 봤어?”
“응. 내가 머무는 방에서는 바로 보이거든.”
곁으로 다가온 베르나르두가 물병 하나를 내밀고, 그것을 받아든 나는 두꺼운 난간에 등을 기댄 자세가 되어 뚜껑을 비틀었다.
드르륵-
그러곤 물을 마시며, 생각보다 훨씬 평온해 보이는 베르나르두를 쳐다봤다.
“왜?”
“아니, 그냥.”
“하하. 떨리지 않느냐고 물어보려는 거지?”
“잘 알고 있네. 그럼 진작 대답하지 그랬어.”
“큭큭큭큭.”
하늘을 올려다보던 베르나르두가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리고, 난 녀석의 다음 이야기가 들려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
호텔 근처를 지나가는 차량의 경적과 희미한 음악 소리가 멀어져가고, 대신 그 자리에 프라이팬 위에서 익어 가고 있는 오믈렛의 냄새가 들어선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가 되었는지, 배 속이 꼬르륵거렸다.
그렇지만 나는 조금 더 기다렸다.
친구의 기분을 위해.
다른 몇몇 이들에게도 그렇지만, 오늘은 베르나르두에게 있어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다.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마침내, 베르나르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질문이 있어.”
“질문에 질문으로 답을 하는 거야?”
“시끄럽고, 그냥 들어.”
“큭큭. 응. 말해 봐.”
더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않기로 한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어떻게 이겨 낸 거야?”
“뭘?”
“실은 어젯밤, 이런 생각이 들었어.”
“?”
“차라리 내일 경기에서 패배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물론 무척 슬프고 또 나에게 화도 나겠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더라니까.”
“……이해할 것도 같아.”
“그래?”
“응.”
인간에게는 누구나 삶의 목표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부자가 되는 것일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분야에서 일정 위치에 올라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크건, 작건, 이러한 목표들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든다.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다가 보면, 어느새 부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축구 선수에게 있어, 빅이어는 정할 수 있는 목표 중에서 가장 커다란 것 중에 하나다.
“승리한 다음이 궁금한 거잖아. 그렇지?”
“내 말이 바로 그거야.”
빅이어를 차지하고 나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더 추구할 수 있을까?
물론 월드컵 우승이나 발롱도르 수상과 같은 것들이 남아 있고, 스스로 최고의 선수가 된다는 목표는 빅이어 하나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는 했다.
하지만, 베르나르두가 지금 망설이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빅이어를 차지하고 난 뒤의 자신이 거기에 안주하지는 않을지. 그래서 노력이라는 것을 멈추지는 않을지. 이를 통해 자신이란 사람의 그릇이 작다는 게 드러나지는 않을지와 같은 것들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베르나르두라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장담하는데,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정말?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데?”
“그야, 만족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거든.”
“뭐?”
현재는 과거가 되고, 사람들은 그것을 기억하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는 그냥 과거일 뿐이다.
“이건 그냥 사진 같은 거야.”
“사진?”
“응. 사진을 들여다보면 그때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참 즐거웠지 따위의 말은 할 수 있어. 하지만 그게 현재의 나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
“…….”
“그런 거야. 그리고 뭐, 걱정하지 않아도 돼.”
“?”
“네가 그딴 멍청한 생각을 하는데 내가 가만히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엉덩이를 사정없이 걷어차 줄 거라고. 그러니까, 넌 괜찮을 거야.”
“쿡쿡쿡쿡. 그거 든든한 말이네.”
“그렇고말고.”
한결 표정이 밝아진 베르나르두의 등을 두드려 준 후, 난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고개를 끄덕인 녀석이 이를 받아들였고, 아까 인사한 호텔 주방장의 앞으로 향한 나는 접시를 꺼내 들며 오믈렛에 들어갈 재료를 골랐다.
흰자만을 쓴 오믈렛에 토마토와 다른 채소 정도만을 추가해 접시에 받아 내고, 잘 구운 흰살생선과 파스타 조금을 덜어 테이블로 가져온다.
잼을 바른 토스트와 크림에 퓌레 한 감자도 챙겼고, 수분과 당분을 동시에 채워 줄 주스도 한 잔 담아 왔다.
탁-
“커리어에 한 줄을 추가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응. 나도 준비됐어.”
“좋네.”
이제 경기까진, 대략 10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
【PM 07:45】20151 밀라노, 이탈리아. 피아짤레 안젤로 모라띠. 산 시로 경기장(Stadio San Siro. Piazzale Angelo Moratti. 20151 Milano MI, Italy).
.경기 시작 1시간 전
레알 마드리드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3-3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케일러 나바스
RB ? 김다온 / RB ? 다니엘 카르바할
CB ? 하비 마르티네스 / CB ? 세르히오 라모스
CB ? 제롬 보아텡 / CB ? 페페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마르셀루
DM ? 필리프 람 / DM ? 카세미루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CM ? 토니 크로스
CM ? 티아고 / CM ? 루카 모드리치
CM ? 토마스 뮐러 / RW ? 가레스 베일
LAM ? 프랑크 리베리 / LW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카림 벤제마
.
.
웜업을 끝내고 드레싱 룸으로 돌아와 경기를 치를 준비를 한다. 어떠한 이는 자신의 몸을 트레이너에게 맡겼고, 어떠한 이는 모든 과정을 본인의 손으로 가져간다.
그중 후자에 속했던 나는, 발을 보호하기 위한 테이핑을 단단히 가져가고 있다.
모자라지도,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실내는 무척 고요하다.
찌-익
찌-익
“…….”
그렇지만 나는 이런 고요함이 좋다. 과정을 잘 끌고 왔고, 집중력 또한 잘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럴 때, 가장 좋은 경기력이 온다.
경기 시작이 다가올수록 커질 압박감만 이겨 낸다면, 오늘 경기도 평소와 다름없는 시합이 될 것이다.
Fier(Fear) Munchen의 경기 말이다.
시간은 흘러, 팀 토크 시간이 된다.
펩이 우리의 앞에 섰다.
“지금부터 눈을 감고, 작년 7월로 돌아가 보자.”
“…….”
“독일에서 텔레콤 컵을 치렀고, 그 이후 곧장 중국으로 날아가 두 개의 도시에서 지냈다. 발렌시아, 인테르, 밀란을 만났고,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도 만났다.”
“…….”
“우리는 그날, 승리를 거뒀다.”
펩은 아우디 컵 결승전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하려 했고, 이는 분명 시도해 봄 직한 것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승리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킴으로써, 긴장감을 풀어주고 동시에 자신감 역시 불어넣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그날은 나와 베르나르두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덕분에, 전의가 봇물 터지듯 샘솟고 있다.
어쩌면 여기까지도 노린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눈을 뜨지 마라. 끝난 게 아니니까.”
펩은 이후로도 우리의 이번 시즌을 전부 돌아보도록 만들었다.
중간중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일과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기 등을 말하며,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를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리고 마이스터샬레를 들어 올린 것과 DFB-포칼 우승을 확정 지은 날까지 말하고 나서야, 다시 눈을 뜨라고 말했다.
제법 오랜 시간 눈을 감고 있었다 보니, 드레싱 룸의 밝은 조명에 적응하기 위해서 약간 시간이 필요했다.
잔뜩 찌푸리고 있던 눈이 어느 정도 펴진 후에야, 나는 비로소 한결 푸근한 표정을 하고 선 펩을 볼 수 있었다.
“알다시피, 오늘은 내 뮌헨에서의 마지막 경기다.”
“…….”
“나는 이곳에서 자네들을 만나 무척 행복했고, 또 자네와 같은 선수들의 감독일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뮌헨을 택했던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 중에 하나다. 거짓말이 아니다. 이건 내 진심이야.”
사실, 언제쯤 펩이 이런 이야기를 할까가 궁금했다.
챔피언스리그가 끝나면 결과에 따라 일정이 나뉘는데, 어떠한 쪽이 되었건 그 마지막 자리에서 이야기하지 않겠냐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펩은 결승전 직전 팀 토크 자리에서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고, 이는 우리를 약간 감정적으로 만들었다.
펩이 떠나는 것이 확정된 지금도, 여전히 이곳의 많은 이들은 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드레싱 룸의 맞은편으로 보이는 티아고의 눈가가 촉촉해져 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경기 결과가 어떻건, 나는 너희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것은 절대 변하지 않아. 누가 뭐라 해도 너희들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고, 그것을 부정할 사람들 역시도 많지 않을 거다.”
“…….”
잠깐 말을 멈춘 펩이 선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돌린다. 그는 드레싱 룸 전체를 한 바퀴 삥 둘러보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그런 뒤에는 가장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러니, 나를 위해서 싸워다오.”
“…….”
“너희들을 믿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위해서 싸워 주었으면 한다. 그럼 자연히 승리는 따라올 거야. 내가 장담하지. 경기가 끝났을 때, 너희는 틀림없이 빅이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있을 거다.”
“…….”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너희 자신과 너희의 가족이 아닌 다른 것들을 위해 싸워 달라고 말한 적이 없지만, 오늘은 부탁하지. 난 너희들이 승리를 가지고 돌아왔으면 한다.”
워낙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보니, 펩의 팀 토크는 종종 감정적으로 흐르기도 했다.
만약 가족 중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면 그를 위해 승리하자 말하기도 했고, 우리의 열정이 떨어진 것 같을 때면 어김없이 그걸 지적하며 스스로를 위한 싸움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격정적인 모습으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펩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 달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펩의 이야기는 어떠한 말보다도 더 우리의 가슴을 쥐고 흔들었다.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티아고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되어, 당장이라도 소리를 내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하비 역시도 크게 감동한 얼굴이었다.
심지어 펩에게 상대적으로 무심한 레비와 리베리마저도, 뭉클한 표정으로 펩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
나야, 뭐 말할 것도 없다.
“굳이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보태지는 않겠다. 준비는 모두 끝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누구보다 너희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밖으로 나가서 완벽한 하루를 만들자. 오늘은 우리의 삶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다.”
“좋았어-!!!”
“가자!! 박살 내는 거야!!!”
“이길 거야!! 오늘 이길 거라고!!”
펩의 팀 토크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던 모든 종류의 부담감을 거대한 에너지로 바꾸어 놓았다.
다소 감정이 격해지기는 했지만, 경기가 시작될 즘이면 딱 적절한 수준까지 조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곳에는 훌륭한 베테랑들이 많다.
물론, 그들도 지금은 조금 격정적이긴 했다.
“두 가지야. 우선 하나는 우리가 최고라는 거고, 두 번째는 펩에게 승리를 선물하는 것. 알겠지? 이 기회를 망치지 말자. 난 그러고 싶지 않아.”
상기된 표정의 필리프가 마지막 파이팅을 주도하고, 다시 한번 크게 목소리를 높인 동료들은 드레싱 룸 밖으로 나서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난 언제나처럼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봤다.
“…….”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마지막 경기.
난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좋았어. 자, 가자!]찰싹-!
두 뺨을 손으로 힘껏 두들기며, 난 가벼운 발걸음으로 드레싱 룸을 빠져나갔다.